북한이 '인공위성' 발사 예고일(4~8일)이 다가오면서 자신들의 장거리 로켓에 대한 '파괴조치 명령' 내린 일본에 '말(言)의 화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2일 '중대보도'를 발표해 "우리 혁명무력은(…) 고도의 전투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적대세력들이 우리의 평화적 위성에 대한 사소한 '요격' 움직임이라도 보인다면 지체없이 정의의 보복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총참모부는 특히 "평화적인 인공위성 발사 준비를 놓고 가장 못되게 놀고 있는 것이 우리 인민의 백년숙적 일본 반동들"이라고 지목, "일본이 분별을 잃고 우리의 평화적 위성에 대한 요격 행위를 감행한다면 우리 인민 군대는 가차없이 이미 전개된 (일본의) 요격수단뿐 아니라 중요대상에도 단호한 보복의 불벼락을 안길 것"이라고 말했다.
日, 대북 '화력' 총집결시켜
북한이 이처럼 유독 일본을 향해 비난을 퍼붓는 건 일본이 로켓 발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며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데 따른 맞대응으로 보인다.
일본은 지난달 27일 사상 최초로 탄도미사일 파괴조치 명령을 내려 북한의 로켓 잔해 등이 일본 영토로 떨어질 경우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가동해 요격키로 했다.
이에 따라 요격미사일을 탑재한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 곤고와 초카이가 동해에 배치됐고, 또 다른 이지스함 기리시마도 태평양 지역으로 이동시켰다. 수도권 3곳과 동북(東北) 지역 2곳에는 지대공 요격미사일을 배치했고, 가고시마현에는 로켓을 탐지하고 추적할 지상 레이더 FPS-5를 배치했다.
일본은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비상임)으로서 로켓 발사 직후 안보리에서의 대북 제재 논의를 주도할 태세다. 아소 다로 총리는 1일 이명박 대통령과 만나 "(로켓 발사 문제를) 미국, 영국 등과 함께 안보리에 회부해 새 결의안을 포함한 다양한 대응방안을 논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일본은 독자적으로 취하고 있는 현행 대북제재 조치를 1년 연장하고 강화할 것으로 보도됐다. 일본의 대북제재는 그간 6개월마다 연장되어 왔는데, '1년 연장'으로 바꿀 경우 독자 제재를 업그레이드하는 셈이다.
일본의 이같은 반응은 로켓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기보다는 아소 총리가 머잖아 있을 총선에서 총리직을 지키기 위해 안보 위기를 과장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사일 '파괴조치 명령' 뒤 날선 비난
북한은 지난 3월 9일에도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요격은 전쟁'이라며 "군사적 수단에 의한 즉시적인 대응타격으로 대답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일본은 물론 미국에서도 요격 가능성이 거론되던 때로 북한의 경고는 일반적이며 원칙적인 선언으로 해석됐었다.
그러나 미국이 요격 카드를 서서히 내려놓으면서 북한은 주된 '타격 대상'을 일본으로 삼기 시작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달 24일 담화에서 "우리 공화국에 제일 큰 죄를 지은 일본이 반공화국 소동의 앞장에 서 있다"며 "초보적인 이성과 분별마저 잃은 적반하장의 극치"라고 몰아세웠다.
일본의 '파괴조치 명령' 발동 나흘 뒤인 31일 <조선중앙통신>의 '불순한 목적을 노린 광대극'이란 글은 더욱 날이 서 있었다.
통신은 일본이 '광명성 2호'를 요격하면 북한은 이를 "재침(再侵)"으로 간주해 "가장 위력한 군사적 수단"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가장 위력한 군사적 수단으로 모든 요격수단과 그 아성들을 무자비하게 짓뭉개버리고야 말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 군사 행동 경고 의미도 있어
그 후 이틀 뒤인 2일 나온 총참모부 중대보도는 "유독 일본만이 우리의 위성발사 공중위험구역 사전통지까지 시비하면서 평화적인 시험통신위성 광명성 2호의 발사를 적대행위로 낙인하고 그 무슨 변이라도 난 것처럼 법석 고아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총참모부가 직접 나섰다는 것에 주목, 일본이 요격을 감행하면 북한도 실제 군사 행동에 나설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산케이신문>은 북한이 장거리 로켓 외에도 다른 미사일을 동시 다발로 발사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북한이 별다른 이유 없이 노동·스커드 미사일을 같이 발사할 가능성은 낮지만, 요격에 대한 대응으로는 고려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장 인근에 미그-23 전투기를 이동 배치했다는 <연합뉴스> 보도 역시 '행동'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눈에 띄는 대미 발언
반면 총참모부 중대보도에 나온 대미·대남 경고는 일반적이고 원칙적인 선에서 그쳤다.
중대보도는 미국에 대해 "우리의 평화적 위성발사와 관련한 자기(미국)의 입장을 명백히 밝힌 것만큼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전개된 무력을 지체없이 철수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측에 대해선 "미·일 상전에 아부하며 민족의 자랑인 우리의 위성발사에 훼방을 놓는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총참모부는 주장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미국이 "위성 발사와 관련한 자기의 입장을 명백히 밝혔다"는 부분. 이는 우선 요격을 하지 않겠다는 로버츠 게이츠 미 국방장관의 인터뷰를 두고 하는 말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총참모부가 '요격과 관련한'이 아니라 '위성 발사와 관련한 입장'이라고 포괄적으로 표현한 것에 주목, 미국이 북한에 모종의 메시지를 준 게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를 위반한 것으로 안보리에서 관련 대응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록 요격 옵션은 접었고 일본이나 한국에 비해 다소 미지근하긴 하지만, 북한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러나 총참모부는 실제 입장과는 다른 어떤 신호를 받았다는 뉘앙스를 풍긴 뒤 '전개된 무력 철수하라'는 일반적인 말로 대미 발언을 끝내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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