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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 카인과 아벨인가 라이트형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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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 카인과 아벨인가 라이트형제인가

[한반도 브리핑]<120> 국지전 가능성 고조…모두 패배자 될 것

한반도의 안보 상황이 매우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워낙 큰일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요즘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nter-Continental Ballastic Missile, ICBM)을 쏘건, 북방한계선(NLL)을 무시한다고 하건, 혹은 육상 무력 충돌을 경고하건, '깡패 같은 북한이 늘 하는 공갈(bluffing)과 협박'으로 취급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개된 남북관계의 정황(context)을 고려해 볼 때, 북한의 행동과 경고는 결코 공갈과 협박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장거리 로켓 발사의 두 가지 이유

북한이 '광명성 2호'를 발사하는 것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어 보인다. 먼저 오바마 미 행정부와 협상을 구체화하기 전에 확보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확보해 협상의 레버리지(leverage)를 높이기 위함이다.

원거리에 있는 미국을 상대하는 북한으로서 핵을 보유했으면서도 그것을 운반(delivery)할만한 미사일체계가 없다면 협상의 폭은 그만큼 작아질 수밖에 없다. 이미 핵실험을 했고, 미국 CIA 추산으로 최소 5~6개의 핵탄두를 갖고 있는 북한이 그것을 미국에까지 보낼 수 있는 미사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면 그만큼 미국과의 협상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에 특사를 보내 미사일을 쏘지 않아도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다고 약속하지 않는 한(미국은 여전히 북한 미사일의 성능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어서, 성능을 직접 확인하지 않고서는 약속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은 광명성 2호를 발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북한이 ICBM이 될 수 있는 광명성 2호를 지금 발사하려는 데에는 또 한 가지의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한 안보의 발목을 잡아 남한을 길들이려는 것이다.

남한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서 경색된 남북관계가 2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의 신(新) 정권은 전(前) 정권이 추진했던 대북정책의 대부분을 정지시켰고, 대북 강경 입장을 표명해왔다. 뿐만 아니라 '눈에는 눈, 이에는 이'와 같이 북한이 도발하면 언제라도, 또는 사전에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분명 북한을 자극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사실은 새 정부의 그러한 태도가 북한 내의 강경노선에 힘을 실어주어 북한의 도발이 현실화되게 하는 매우 심각한 상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 판문점의 남북병사 ⓒ연합뉴스
국지전 가능성 높아…경제 파탄날 것

북한과 무력으로 충돌한다는 것은 축구 같은 스포츠 경기를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다.

한국은 무력으로 북한을 초토화시킬 수 있지만, 북한 역시 한국에 치명적인 손실을 안길 수 있는 무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북한이 각기 보유하고 있는 재래식 무기(conventional weapons)만을 가지고도 한반도 전체를 몇 번이고 송두리째 날려버릴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것은 남북한이 전면전을 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하고 당연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이라면 국지전(limited warfare)은 언제든 가능하다. 문제는 만약 국지전이 벌어진다면 누가 더 큰 손해를 보는가이다.

혹자는 어떤 형태의 전쟁이든 한미방위조약이 있는 한 미국이 개입될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멸망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결코 쳐들어 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북한은 ICBM이 될 수 있는 광명성 2호를 발사하려고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이 핵탄두와 그것을 운반할 수 있는 ICBM을 보유하고 있다면 국지전 형태의 무력충돌을 일으켰다고 해서 즉시 공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북한이 경고하듯 국지전 형태의 무력충돌이 해상과 육상에서 일어난다면 한반도 일대는 엄청난 충격과 소용돌이 빠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현재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는 한국의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전면적으로 개방되어 현재 기업과 금융 자본 지분의 반 이상이 외국인의 소유로 되어 있고, 외국인의 투자 없이 경제를 꾸려나가기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군사적 무력충돌이 어느 형태로든 현실화된다면, 외국인들은 당연히 한국을 떠나 다른 투자처를 찾을 것이다.

인도와 파키스탄 역시 이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 두 이웃국가는 서로가 치명적일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가끔씩 국지전 형태의 무력충돌을 한다. 그러나 이들이 무력충돌을 하는 곳은 각각의 수도나 산업 요충지대와 멀리 떨어진 국경부근인 카슈미르 산악지대다.

산업, 무역, 교통의 요충지인 경인지역과 한국 인구의 1/3이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 그리고 거기에 바로 인접한 서해안 및 휴전선 일대와는 차원이 다르다. 따라서 남북 간에 국지전이 벌어질 수 있는 서해안과 휴전선 일대 모두 한국에 커다란 안보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며, 만약 무력충돌이 일어난다면 안보뿐 아니라 경제에도 엄청난 해가 될 것은 불을 보듯 분명하다.

▲ 남북관계가 '라이트형제'였던 시절 만들어진 개성공단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위기를 맞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잃을 게 없을지 몰라도 얻을 것도 없어

반면, 국지전이 일어난다면 북한으로서는 2002년 '7.1 경제관리 개선 조치' 이후 느슨해진 사회질서를 안보적인 이유로 다시 조이며 단합을 꾀할 수 있다. 또한 이미 병영국가가 되어 버린 자신들은 잃을 게 별로 없다고 판단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북한이 별로 잃을 것은 없어도 얻을 것도 결코 많지 않다는 점이다.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된다면 북한이 그토록 원하는 미국과의 수교도 더디어 질 수 있으며, 만약 성사되더라도 수교 이후 예상되는 경제개발과 발전은 투자가 들어오지 않아 어려워 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 모두의 정책은 평화, 공존, 그리고 공영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북한은 남한이 포용하며 화해와 공영의 정책으로 다가갔을 때 7.1 조치라는 경제개혁과 개성·금강산특구라는 개방 정책으로 회답했다. 그러나 그 반대가 되자 지금처럼 국지전을 준비하며 남한을 길들이려고 한다. 이런 측면에서 남북은 체제는 틀리지만 같은 운명체이다.

세계 경제의 축이 대서양을 건너 태평양으로 건너오고 있고 동북아시아는 그 중심으로 부각중이다. 지리적으로(geographically) 동북아의 중심인 한반도는 남과 북 모두 힘을 합친다면 대륙과 해양을 잇는 경제중심지로 발돋움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적 흐름을 인식하지 못하고 무력 충돌로 서로에게 상처만을 준다면 남북은 우의와 격려, 협동으로 비행기를 발명해 새로운 시대를 연 라이트형제가 아니라 시기와 질투, 그리고 살인으로 자손대대로 죄를 잉태시킨 카인과 아벨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지금은 제자리로 돌아가는 제로섬(zero sum)도 아니고, 모두가 손해 보는(lose-lose)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가는 국지전을 준비할 때가 아니다. 6자회담을 조만간에 성공적으로 성사시키고, 6자회담의 틀을 동북아 안보와 북한개발을 포함한 동북아 개발의 총괄적인(comprehensive) 틀로 발전시키는 것을 모색하며 한국 경제의 활로도 함께 찾을 때이다.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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