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사실상 외환위기라고 할 정도로 시중에 달러 기근이 심하자, 정부는 외환보유고를 헐어 달러를 공급했다.
외환보유고만 믿을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이 계속되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지난달 장기 해외 채권을 8%에 달하는 높은 금리로 발행해 달러 조달에 나섰다.
이 채권 발행은 작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국내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40억 달러의 외화를 끌어들인 사례로 크게 부각됐다.
하지만 고금리에 매력을 느낀 보험사, 국민연금기금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정부가 외환보유고까지 축내며 시중에 공급해준 달러로 40억 달러에 달하는 해외채권 중 무려 6억 달러 상당의 채권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고금리 해외채권 매입에 국내 기관투자자들 대거 참여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리보(런던 은행간 금리) 금리에 6.15%포인트를 더한 8%의 금리로 미화 20억 달러 규모의 해외 채권을 발행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5억 달러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배정됐다.
앞서 수출입은행이 5년 만기, 8.125%의 고정금리로 발행한 달러화 채권 20억 달러 가운데 1억 달러는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사들였다. 당시 달러 기근 상황에서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보유한 달러는 결국 국내 은행들에게 원화와 교환하는 '스와프' 방식으로 확보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때문에 40억 달러 중 6억 달러는 외환보유고에서 돌고 돈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8%라는 지나치게 높은 금리를 얹어준 채권 발행으로 국내외 투자자들의 배만 불려준 것이라는 비난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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