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북한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특보의 방북을 사실상 거부하는 한편,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보이는 등 미국의 대북 접근을 채근하는 듯한 전술도 계속 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이명박 대통령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
조평통 "실천으로 보여줄 것"
지난달 30일 남북간 정치군사적 합의 전면 무효화를 선언했던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21일 대변인 담화를 발표, 이명박 정부를 향한 강력한 메시지를 또 한 번 보냈다.
조평통 대변인은 이날 담화에서 '하루 세 끼 밥 먹는 것을 걱정하는 사회주의라면 그런 사회주의는 안 하는 게 좋다'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 발언을 거론하며 "우리의 존엄과 체제를 심히 중상모독하는 악담"이라고 격하게 반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청년위원회 관계자들과 비공개 만찬을 하며 그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변인은 "우리는 가장 무자비하고 단호한 결산으로 역적 패당과 끝까지 결판을 보고야 말 것"이라며 "앞으로 시간은 리명박 패당의 말로가 얼마나 비참한가를 실천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대변인은 또 이 대통령을 "동족대결 광증" "반통일 분자" 등으로 맹비난하면서 "북남관계개선과 나라의 평화와 통일을 추호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더욱 명백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족의 존엄과 체제를 악랄하게 모독하고 전면 부정하는 마당에 무슨 북남화합이 있고 공생, 공영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주간지 <통일신보>는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겨냥했다. 이 잡지는 지난 12일 현 장관이 취임사에서 '원칙고수', '비핵화', '국제사회와의 협력' 등을 강조한 데 대해 "반통일적인 궤변"이라고 비난하면서 "우익 보수적 통일관"을 가진 현 장관이 자리에 있는 한 "북남관계는 언제 가도 풀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통일신보>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의해 남북관계는 "완전파탄의 위기에 직면하고 조선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은 날로 짙어가고 있다"면서 현 장관이 "이렇듯 엄연한 현실을 외면하고 반공화국 대결정책을 '남북이 평화와 번영으로 가기 위해 만들어진 남북공존, 공영정책'이라고 추어올리면서 갖은 궤변을 늘어놓은 것이야말로 화해와 통일을 바라는 겨레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이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군사전문지 "미사일 발사 준비 수일 내 가능"
그러나 북한은 힐러리 국무장관의 서울 발언과 아시아 순방에 대해서는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힐러리는 서울에서 "북한은 한국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한국을 비난함으로써 미국과 다른 형태의 관계를 얻을 수 없다"는 등 대북 경고성 발언도 했었다.
다만 세계적인 군사컨설팅 업체 제인스 그룹이 발행하는 군사전문지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는 20일 "무수단리(함경북도 화대군 소재)의 미사일 기지에서 미사일 발사 준비를 위한 움직임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음이 포착됐다"면서 북한이 이달 안에 미사일 발사준비를 마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는 현장 위성사진 분석 결과 미사일 발사 작업을 위해 동원되는 보조 운송기구 및 트럭들이 여러 대 현장에 도착한 것은 물론, 원격 계측기 및 레이더 설치 작업 정황도 포착됐다고 전했다.
잡지는 또 무수단리 기지의 미사일 발사대 및 엔진 테스트 시설 인근의 활동도 최근 확대됐다면서, 18일 촬영한 위성사진 분석 결과 북한이 시험 발사 준비를 하고 있는 미사일의 기종은 '대포동 2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특사 성격을 띤 유엔 고위 관계자 일행의 방문을 사실상 완곡하게 거절한 것도 미사일 관련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반 총장은 린 파스코에 사무총장 정치특보를 단장으로 하는 특사단을 오는 3월 초 북한에 보낼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북측이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며 사실상 거부의 뜻을 밝힘으로써 방북은 사실상 무산됐다.
이에 대해 북핵 문제에 정통한 미국의 외교소식통은 "정확한 사유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면서 "그러나 현재 북측이 미사일 발사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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