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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또 누군가 분신할지도 모른다"

밀양 주민들, '송전탑 반대' 릴레이 단식 농성 돌입

"힘없고 가진 것 없지만 우리도 사람이다. 정말 이러다 또 누군가 분신할지도 모른다. '사람 하나 죽어도 이렇게 해결이 안 되니 내가 또 죽겠다'는 마음을 가진 주민도 많다. 돈 없는 농민들이 자기 돈 쪼개서 이렇게 서울로 올라와 투쟁하기가 굉장히 힘들다. 우리는 KTX 차비도 부담되는 사람들이다. 보상을 받기 위한 투쟁이면 이런 식으로 8년을 끌어올 수 있었겠느냐. 이 거대한 한전을 상대로 어떻게 싸울지 사실 걱정도 많이 된다." (밀양시 단장면 태룡리 용회동 주민 고준길 씨)

1일 오전, 새벽부터 내린 비로 바닥이 물웅덩이로 변한 천막에서 고준길(70) 씨가 토로했다. 그는 지난 1월 31일, 구미현(63·여)·김옥희(59·여) 씨와 함께 '한국전력의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 중단을 촉구하는 릴레이 단식 농성'의 첫 주자로 나섰다.

▲1일 오전 한국전력 앞에 세워진 농성 천막에서 밀양시 용회동 주민 고준길 씨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는 1일 오후 뒤에 놓인 피켓을 들고 한국전력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프레시안(남빛나라)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앞에 세워진 이 천막이 언제 철거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고준길 씨는 "정해진 기한은 없다. 한국전력이 공사를 중단할 때까지 주민들이 하루씩 돌아가며 농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월 16일 밀양 산외면 보라마을 주민 이치우 씨가 분신자살하는 등 지역 주민들이 송전탑 건설에 격렬하게 저항하자 한국전력은 밀양 지역의 송전탑 공사를 일시 중단했었다. 그러나 지난 1월 28일 한국전력은 "밀양시 4개 면 구간의 송전탑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밀양 765킬로볼트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즉각 반발하며 릴레이 단식 농성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1월 31일 한국전력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을 통해 "주민들은 왜 엄동설한의 날씨에 서울 한복판에서 기약 없는 단식 농성에 돌입해야 하는가"라며 "이는 주민과 대화, 주민들이 제시한 대안(지중화, 대안 구간 노선 등) 모색, 공청회를 통한 검증, 상호 토론의 노력 없이 일방적으로 공사를 밀어붙인 한국전력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송전탑 건설 백지화가 불가능하다면 지중화 방식(송전선로를 땅에 묻어 콘크리트로 막는 방식)으로 송전탑을 건설하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한국전력은 지중화 방식을 택하면 공사 비용과 공사 기간이 모두 늘어나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전력의 태도에 주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고준길 씨는 "송전탑이 세워지는 지역 중 밀양만 유난히 논밭 등 생활공간을 중심으로 송전탑이 세워진다"며 "그래서 애가 탄 주민들이 연구까지 해가며 대안을 제시하는데 한국전력은 이를 모두 거부한다. 대안도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전력과 주민 간의 갈등은 2001년에 시작됐다. 당시 정부의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 따라 울산시 울주군의 신고리 핵발전소에서 경상남도 창녕군 북경남 변전소까지 송전탑 161개의 건설이 결정됐다. 이 중 69개가 밀양시에 집중되면서 한국전력과 주민 사이에 극심한 갈등이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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