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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대변인 "정치·군사적 승리…이스라엘은 우리 못 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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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대변인 "정치·군사적 승리…이스라엘은 우리 못 이겨"

[김재명의 월드 포커스]<74> 2009년 중동 현지취재기 4

2009년 초 22일 동안 이어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이스라엘의 군사적 공세가 남긴 피해는 컸다. 사망자 최소 1400명, 부상자 5500명의 희생자를 낳았다.

그리고 완전히 파괴된 주택이 4000 채에 이르고 상하수도와 전봇대 등 사회기반시설들이 파괴됐다. 죽은 목숨은 어쩌지 못한다 하더라도 가자 지구가 원상회복되려면 앞으로 엄청난 복구비용을 들여야 할 판이다.

이번 전쟁에서 하마스가 입은 피해도 컸다. 이스라엘은 전폭기와 헬기를 동원, 가자 지구의 하마스 보안청사, 경찰서 등을 초토화시켰다. 가자 시내 중심가를 둘러보니 하마스의 하자가 들어간 건물들은 하나같이 성치 못했다. 하마스 내무부 청사와 경찰서, 하마스가 운영하는 감옥, 하마스 의회(PLC) 건물들이 모두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모습이다.

▲ 하마스가 운영하는 감옥도 완파됐다. ⓒ가자시티=김재명

하마스, 정말 이겼나?

하마스는 "이번 전쟁에서 단지 48명의 대원이 순교(전사)했다"고 발표했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의 하마스 대원들이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마스가 지명한 가자지구 내무장관 사이드 시암이 이스라엘 군의 공습으로 아들과 함께 죽은 것도 하나의 사건이다.

이번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하마스 지도부는 이스라엘의 표적사살을 피해 지하로 잠복했다. 가자에 도착 다음날 "하마스 지도부가 어디 있냐?"고 묻자, 그곳 사람들은 "지하 벙커에 들어가 있다"고 했다. 말이 지하벙커이지, 잠행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하마스는 "우린 이번 전쟁에서 이겼다"고 주장한다. 가자지구의 친(親)하마스 방송매체인 <알-아크사> TV는 "우리가 이겼다"는 자막과 함께 가자지구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 전 총리의 말을 내보내고 있다.

가자 시내의 중심가인 목타르 거리에 나가보니, 이번 전쟁의 결과를 보는 사람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하다. 워낙 군사력에서 차이가 나기에, 하마스의 군사부분인 알카삼 여단이 이스라엘 군을 이기기는 어렵고 민간인들 피해만 더할 뿐이라는 얘기다.

"한 번 더 이겼다간 우리 다 죽겠다"

가자 시내의 한 사무실 건물에서 하마스 대변인 파우지 바르훔(Fawzi Barhoum)을 만나자 말자, 통역 칼리드을 앞세워 그 이유를 물었다.

김재명 : 하마스는 "우린 이번 전쟁에서 이겼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거리에선 이런 전쟁에서 한 번 더 승리했다간 가자 사람들 다 죽겠다는 불만의 소리도 들리는데, 정말로 하마스가 이겼다고 보는가?

파우지 바르훔 대변인 :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다. 그렇지만 하마스의 투쟁을 지지 하지 않는 소수의 목소리일 뿐이다. 우리 하마스가 승리했다는 것은 외형적으로 어느 쪽에서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죽이는 데 성공했는가를 말하는 게 아니다.

이스라엘의 침공을 막아냈다는 점에서 하마스는 군사적 승리를 거두었다. 다른 한편으로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 이번 전쟁에서 저지른 전쟁범죄로 말미암아 이스라엘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됐다. 이는 하마스의 승리를 뜻한다.

▲ "하마스는 이번 전쟁에서 군사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모두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하마스 대변인 파우지 바르훔 ⓒ가자시티=김재명

"이스라엘, '피의 메시지' 전하려 했다"

김재명 :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공세를 강화한 이유를 뭘로 보는가?

바르훔 대변인 : 그들은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파괴할 수 있다는 피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하려 했다고 이해된다. 그러나 알다시피 시오니스트들의 의도는 우리 하마스의 강력한 저항에 밀려 좌절됐다. 온몸에 폭탄을 두르고 적의 탱크에 몸을 부딪친 순교자들도 있다. 그런 순교자들이 줄을 서 있는 한 이스라엘은 우리를 이길 수 없다

김재명 : 이스라엘과의 휴전 조건에서 하마스는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를 풀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웠지만, 궁극적으로 이스라엘에 대해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바르훔 대변인 : 이스라엘이 참으로 평화와 안전을 바란다면, 팔레스타인 점령을 끝장내고 1967년 6일전쟁 경계선 밖으로 물러나야 하는 것이다. 거기에 덧붙여, 이스라엘 감옥에 갇혀 오랫동안 고생해온 팔레스타인 정치범들을 모두 풀어주고, 이스라엘의 불법점령으로 쫓겨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고향 땅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용돼야 한다.

걸핏하면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우리 하마스는 '이스라엘이야말로 팔레스타인의 삶의 권리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점령자에게서 물러나라고 요구하는 것이 잘못인가?

김재명 : 지금 팔레스타인을 보면 가자지구는 하마스가, 서안지구는 정치적 라이벌인 파타(Fatah)가 분할통치하는 모습이다. 공동의 적인 이스라엘의 억압을 물리치고 독립을 이루려면, 하마스도 파타를 비난만 할 게 아니라 하나로 합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닌가?

바르훔 대변인 : 우리 하마스가 바라는 것도 모든 팔레스타인 정치세력이 하나로 뭉쳐 침략자 시오니스트(이스라엘) 패거리들을 이 땅에서 몰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마흐무드 압바스(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를 우두머리로 한 파타 세력은 이스라엘, 미국, 서유럽 국가들의 하마스 압살 음모에 가담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분열과 고통을 더하고 있다.

우린 압바스가 미국과 시오니스트들의 음모에 빠져 팔레스타인 국민들에게 더 힘들게 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를 요구할 뿐이다. 압바스와 그의 정치세력 파타는 하마스의 지하드(jihad, 성스런 전쟁)에 동참해야 한다.

"오바마, 부시 잘못에서 교훈 얻어야"

김재명 : 미국의 중동정책은 전통적으로 친이스라엘이었지만, 특히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친이스라엘 일방주의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전쟁을 거치면서 미국의 새 대통령 오바마에게 하고 싶은 말은?

바르훔 대변인 : 무엇보다 전임자가 저지른 잘못에서 교훈을 찾으라고 말하고 싶다. 전임자인 부시 대통령이 저질렀던 잘못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세계 초강국인 미국이 중동정책을 펴면서 이스라엘만을 감싸고도는 것은 중동평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미국의 국가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아마도 이번 전쟁 과정은 오바마 새 대통령에게 미국의 중동정책을 다시 생각하도록 만드는, 일종의 시험장이 될 것이다. 우리는 그가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 관심 있게 지켜볼 것이다.

김재명 : 이번 전쟁에서 가자 지구는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이스라엘과 맞선 하마스의 투쟁은 계속될 것인지?

바르훔 대변인 : 이스라엘이 우리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인간적인 존엄을 지키려들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하마스의 투쟁은 끊임없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미국산 무기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투쟁을 억압해왔다. 그렇지만 하마스의 저항이 이어지는 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필자 이메일 kimsphot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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