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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완전히 '컴백'…"한반도 정세 긴장 원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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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완전히 '컴백'…"한반도 정세 긴장 원치 않아"

와병설 후 첫 외빈 접견…2007년 하반기 정세 재연 시사?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23일 북한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한반도 정세의 긴장 상태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3일 평양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를 가지고 방문한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만나 (6자회담) 각 당사국들과 평화적으로 함께 지내기를 희망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23일 보도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또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해 온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 "중국과 함께 협조와 조화를 이뤄 6자회담을 부단히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김 위원장이 외국 인사와 접견한 것은 작년 6월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이고, 뇌혈관계 질환으로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소문이 돈 뒤로는 5개월 만의 일이다. 이로써 김 위원장은 자신이 정상적인 통치 활동을 하고 있음을 확인시켰고, 건강이상설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 왕자루이 부장(왼쪽) 일행이 가져온 선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김정일 위원장. 문제가 됐던 왼손이 노출됐다. 김 위원장은 이날 후 주석의 친서로 보이는 문서를 두 손으로 받으면서 건강이상설에 종지부를 찍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17일 강경 발언 거둬들이나

이번 만남에서 건강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김 위원장의 발언이다. 형식적으로는 중국을 향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를 향해 보낸 메시지를 통해 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 △6자회담 틀 존중 의지 △정세 긴장 불원 및 평화 공존 의지 등을 표명했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가 추구하는 '터프하고 직접적인 외교'에 북한도 호응할 것이고, 조건만 맞으면 비핵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북한이 미국과의 양자회담에만 집착한 나머지 6자회담을 무시할 것이라는 일각의 시각, 특히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발언으로도 풀이된다.

또한 김 위원장은 한반도 정세의 긴장을 원치 않는다고 직접 밝힘으로써 최근 강경하게 비춰졌던 태도를 누그러뜨리고 대화와 협상의 분위기로 정세를 끌고 가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도 보인다.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지난 17일 남측과 "전면대결 태세"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외무성 대변인은 '북미관계가 정상화가 돼도 핵 위협이 사라지지 않는 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에 맞춰 나온 북한의 이 같은 입장은 미국에 새 정권에 대해서도 호락호락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였지만, 북한이 자신들과의 대화 기조를 가진 오바마 행정부의 발목을 잡는 자충수를 뒀다는 비판도 제기됐었다.

"한반도 정세 완화 조짐" 2007년 7월 발언 연상돼

한편, '한반도 정세'를 언급한 김 위원장의 발언은 지난 2007년 평양을 방문한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에게 했던 것과 닮아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그해 7월 3일 양 부장을 만나 "최근 한반도 정세가 일부 완화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었다.

그 발언은 그해 만들어진 2.13 합의에 따라 북한의 핵시설이 폐쇄되고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자금 문제가 해결된 후에 나온 것으로 북한의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암시했다.

그리고 북한은 실제로 2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 10.3 합의 도출, 남북 정상회담에서 '3자 혹은 4자 정상회담' 합의 등을 통해 한반도 정세를 크게 흔들었다.

당시를 상기해 볼 때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도 향후 자신들의 과감한 행보를 시사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은 미국에만 해당될 뿐 남측에 대한 강경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후진타오, 김 위원장 방중 초청

평양 백화원 국빈관에서 이뤄진 이번 면담에서 왕 부장은 후 주석이 보내온 축하 인사와 친서를 직접 전달하고 김 위원장과 악수를 나눴다.

후 주석은 친서에서 김 위원장에게 "편한 시간에 중국을 방문하기를 원하며 중국 방문을 환영한다"고 초청했고, 김 위원장도 후 주석의 방중 요청을 매우 기쁘게 받아들였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후 주석은 또 김 위원장에게 "중국 공산당과 정부를 대표해 따뜻한 새해 인사를 전한다"면서 "올해는 북중 수교 60주년이자 양국 '우호의 해'인만큼 이를 기회로 양국 관계를 더욱 밀접하게 발전시켜 나가자"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후 주석에게 새해 인사를 전해달라"고 부탁했고, "북중 관계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모두 매우 중요하다"면서 "북중 우호의 전통을 계속 이어나가자"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또 중국의 경제사회 발전을 매우 높이 평가하면서 "중국이 작년에 각종 고난을 극복하고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국가의 위상을 매우 높였다"면서 "이는 공산당 영도 하의 중국인들이 이룬 위대한 승리"라고 치켜세웠다.

북한의 방송들도 친서 및 선물 전달 등의 내용을 전하며 김 위원장과 왕 부장 일행이 오찬을 함께 하는 모습을 내보냈다. <신화통신>은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자사 기자들이 직접 찍은 사진 10장을 공개함으로써 건강에 문제가 없음을 보여줬다.

北-中, 서로에게 '보험' 들면서도 치열한 '머리싸움'

왕 부장을 매개로 한 북중 정상들의 '간접대화'에는 적잖은 의미가 담겨 있다. 우선 후 주석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관계가 급진전될 가능성이 농후한 시점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방중 초청 등을 통해 북한이 미국에 치우치는 것을 막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후 주석이 양국 '우호의 해'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은 향후 대북 식량지원 같은 '선물'을 통해서도 북-중-미 삼각관계를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

왕 부장은 그러면서도 최근 미국과 한국을 향해 강경한 발언을 쏟아 놓은 북한이 한반도 정세에 긴장을 조성해선 안 된다는 등의 메시지도 우회적으로 전했을 수 있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의 '긴장 불원' 발언은 그에 대한 응답의 의미가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후 주석의 초청을 수용함으로써 북미관계 진전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해소하는 한편, 중국의 당부도 받아들이는 자세를 취했다. 왕 부장과의 면담에 핵 문제를 총괄하는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을 배석시킨 것은 핵 협상에서 중국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제스처 속에는 중국이 북미관계 진전을 견제하는데 힘을 쏟기보다 북미관계를 적극 중재해 달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김 위원장은 이번 만남을 통해 한반도 정세의 중요한 변수로 꼽혔던 건강이상설을 종식시키고 북미관계 진전에 대한 중국의 정치적 지지를 획득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미관계가 난기류에 빠지고 남북 경색이 계속될 경우를 대비해 중국이라는 정치적·경제적 안전판을 확보한 것도 의미 있는 수확이다.

▲ 북한 <조선중앙방송>이 내보낸 김 위원장과 왕 부장 일행의 오찬 장면

과거 후 주석은 2007년 3월 4일 김 위원장이 북한 주재 중국 대사관을 방문했을 때, 그해 7월 양제츠 외교부장을 면담했을 때, 역시 그해 10월 30일 류윈산(劉雲山) 공산당 중앙선전부장을 면담했을 때, 지난해 6월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을 면담했을 때 김 위원장에게 '구두 친서'를 보냈다.

왕 부장은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던 2004년 4월과 북한이 핵 보유를 선언한 2005년 2월 등 '중대 사안'이 있을 때마다 방북해 김 위원장과 회담했던 인사다. 김 위원장은 왕 부장이 방북했던 2004년 1월, 2005년 2월, 2008년 1월에 매번 그를 만나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김 위원장과 후 주석은 새해 첫날 서로 축전을 교환하면서 양국 수교 60주년을 축하하고 북중 우호의 해 행사를 통해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나가자고 다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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