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때리고 나서 왜 아프냐고 묻는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2일 청와대에서 가진 신년 국정연설에서 2009년도 대북정책에 대해 "북한도 시대 변화의 흐름을 읽고 우리와 함께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더 이상 우리의 진정성을 외면하지 말고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구태에서 벗어나 협력의 자세로 나와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우리의 손으로 뽑힌 우리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북한의 심리상태를 고려할 때, 대통령의 국정 연설은 북한에 대해 "함께 잘 하자"는 촉구보다는 "불 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요, "기름에 물을 붓는 격"에 불과하여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제발, 이 시대를 사는 대한민국 국민임이 더 이상 고괴(苦愧)하지 않도록 해 주었으면 좋겠다. 한낱 소시민의 입장에서도 남북관계 경색에 대한 대통령의 상황인식이 적반하장임을 알 수 있는데 하물며 매섭게 얻어맞은, 그것도 신격화되다시피 한 최고지도자의 "'뺨'을 후려 맞은 듯한" 북한으로서는….
통일부의 '놀고 먹는' 2009년
남북 경색의 근원에 대한 대통령의 오진과 그릇된 처방은 곧 남북관계 주무부서인 통일부의 '놀고 먹는' 2009년을 예고한다. 통일부는 2009년 업무보고 자리에서 올 해를 남북관계 전환의 해로 삼는다는 목표 아래 경색된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남북 간에 대화가 재개되면 판문점 연락체계 복원 및 남북경협 협의사무소 업무재개, 그리고 육로통행의 정상화 등과 같은 현안에 대해서도 즉각적인 협의에 들어가겠다며 당국 차원의 식량ㆍ비료 무상 지원과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 납북자¡국군포로의 근본적 해결책 강구 등과 같은 인도적 차원의 청사진도 내놓았다.
그러나 통일부의 신년 업무보고에는 대화 제의를 지속하겠다는 것 외에 대화 재개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나 알맹이가 들어 있지 않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 또한 "새로운 남북관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당국간 대화가 재개돼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북한에 진정성 있는 대화를 제의해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라며 지극히 영양가 없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통일부가 제시한 2009년도 업무의 실질적인 이행을 위해서는 경색된 남북관계 기조의 해빙이라는 대전제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겉돌고만 있는 것이다.
그런데 통일부의 구렁이 담 넘는 듯한 이와 같은 태도는 애써 노력한다면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것만도 아니다. 관료체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통수권자의 강한 의지를 간파하고 '눈 밖에 나지 않는' 지극히 제한적인 대책 마련 밖에 없었을 것이다. 통수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강경의지가 곧 대북 정책의 근본적 가이드라인이 되어 그렇지 않아도 수동적인 관료집단의 손발을 다 묶어 놓고 "돌격, 앞으로!"를 요구하는 격이 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이처럼 눈 가리고 아웅해야 할 처지의 통일부에 대해 2009년도의 지지부진한 업무성과를 질타한다면, 이 또한 통일부에 대한 적반하장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청와대의 부위정경(扶危定傾)과 대오각성(大悟覺醒)
청와대는 2009년 신년 화두로 '부위정경(扶危定傾, 위기를 맞아 잘못됨을 바로잡고 나라를 바로 세우다)' 을 내세웠다. 집권 2년째를 맞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방향을 함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한낱 수사적 허울에만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진정한 실천은 곧 청와대 자신의 대오각성에서 비롯됨을 인식해야 한다. 현재의 남북관계에 대해 "늘씬 때려놓고는 왜 아프다고 하느냐며 따지는 격"이라는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들의 조소나 "한국의 소패권적 태도의 전형"이라는 중국인 한반도 전문가들의 비아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간파해야 한다.
통일부 또한 숭고하게 바로서야 한다. 그들이 추구하는 대북 정책은 한 개인이나 일부집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주위의 오진(誤診)과 간언(諫言)에 빠져 헤매고 있다면, 올곧게 진언(進言)하며 그의 막힌 사고를 열어주고 보좌해 나가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통일부로서의 고귀한 자아를 회복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집권자의 위세에 눌려 무사안일로만 일관한다면, 국민의 분노는 물론이요, 그 집권자의 대오각성과 더불어 자신에 대한 오도(誤導)와 복지부동에 대한 엄중한 책임 추궁 또한 잊어선 안 될 것이다.
2009년 연초부터 신문고라도 두드리며 큰 소리로 묻고 싶다. 이명박 대통령은 과연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대통령인가. 스스로 자처하고 있는 현 상황 속에서 어렵사리 태동되던 자발적 남북관계는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의 북미관계 진전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 즉 또 다시 외세의존적 관계로 전락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기가 막힌 대통령이란 말인가. 한반도에서 비행기로 불과 2시간 안팎의 거리에서도 이렇게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을 왜 그렇게 고집피우는지, 아아, 이 시대 대한민국 국민임이 왜 이다지 고(苦)되고 괴(愧) 하기만 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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