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진 아나운서 "저도 파업에 동참합니다"
가장 큰 차이를 보여주는 것은 뉴스 프로그램.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는 박혜진 아나운서는 25일 저녁 <뉴스데스크> 클로징 멘트에서 자신이 파업에 동참해 한동안 뉴스 진행을 맡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이날 클로징 멘트에서 신경민 앵커가 "본사를 포함한 언론노조가 내일 아침 방송법 강행처리에 반대하는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운을 떼자 박 아나운서는 "조합원인 저는 이에 동참해 당분간 뉴스에서 여러분을 뵐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박 아나운서는 "내용은 물론 제대로된 토론 없는 절차에 찬성하기 어렵다"면서 "경제적으로 모두 힘든 때 행여 자사 이기주의 그리고 방송 이기주의로 보일까 걱정되지만 그 뜻을 헤아려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뉴스데스크>는 신경민 앵커 단독으로 진행된다.
또 파업 개시 시각인 새벽 6시에 시작한 MBC <뉴스투데이>에는 박상권 기자와 이정민 아나운서가 빠지고 비조합원인 김수정 아나운서 부장과 김상운 앵커가 대신 진행했다. 또 김주하 앵커가 진행하던 <뉴스24>는 성경환 전 아나운서 국장이 맡기로 했다.
라디오에서도 파업의 영향이 여실히 나타났다. MBC 라디오 8시 뉴스를 진행하는 김상수 앵커는 26일 클로징 멘트에서 "언론노조 총파업으로 MBC노조도 파업에 돌입했다. 청취자 여러분은 잘 느끼지 못했을 수 있지만 파업 중이라 기자들은 한명도 출연하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좀 더 좋은 뉴스를 보내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뉴스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드라마와 예능 등 MBC의 간판 프로그램들도 제작이 중단됐다. <에덴의 동쪽>, <종합병원2>, <무한도전>, <일요일 일요일밤에> 등도 파업의 영향을 받게 됐다. 29, 30, 31일 진행되는 연예대상, 연기대상, 가요대제전의 경우 비노조원 및 간부급 PD들이 연출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 25일 저녁 <뉴스데스크>에서 파업 동참으로 당분간 뉴스 진행에서 빠지게 됐음을 밝힌 박혜진 아나운서(오른쪽)과 신경민 앵커. ⓒMBC |
박성제 노조위원장 "험난한 투쟁을 준비하자"
26일 서울 여의도 MBC 사옥 1층 로비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도 1000여 명의 조합원이 모여 파업 출정의 결의를 다졌다. 이날 파업에 동참하는 MBC 조합원들은 하나같이 검은 옷을 갖춰입고 1층 로비를 가득 메워 MBC의 열기를 보여줬다.
박성제 위원장은 "지난 평안했던 직장 생활 다 잊고 험난한 투쟁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지금의 정권과 정부 여당은 지난 군사독재 정권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정권"이라고 독려했다.
박성제 위원장은 "정권은 이 땅 언론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로 남아있는 MBC를 해체시키고 재벌과 족벌 언론에 먹이감으로 나눠주려 한다"며 "우리는 막아낼 것이다. 철저하게 비폭력, 평화적으로 국민에게 다가가는 효율적인 투쟁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MBC 노조는 이날 발표한 결의문에서 "대기업과 족벌 신문사에게 팔아넘긴 제국에서 언론노동자들은 자신의 양심에 따라 기사를 내보내고 프로그램을 만들수 있겠느냐"며 "우리는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민주주의와 상식을 지키기 위해 현장에서 잡았던 마이크, 카메라, 편집기 모든 것을 버릴 것이다. 이 투쟁은 민주주의와 상식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투쟁"이라고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언론사 파업에서 MBC만이 전면에 나섰다 고립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김재용 MBC 노조 민실위 간사는 "내부에서 다른 언론사보다 MBC가 보다 전면적인 파업을 펼치는데 대해 부담스러워하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번 언론악법의 문제를 느끼는 체감 온도가 MBC와 다른 방송사가 다르고 파업에 동참할 수 있는 준비된 역량이 다르다면 MBC가 중심이 되는 것은 일종의 필연"이라고 말했다.
▲ 26일 MBC 총파업 출정식에 참여한 조합원들이 MBC 로비를 가득 메웠다. ⓒ뉴시스 |
위기의식 높은 MBC …엄기영 "MBC 지키는데 노사가 따로 없다"
MBC 노조의 전면 파업은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과 입법화를 예고하고 있는 '공영방송법'이 MBC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이다.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공영방송법'이 MBC를 공영방송이 아닌 민영방송으로 규정하고 대기업과 신문기업이 지상파 방송사의 지분을 소유할 수 있게하는 '미디어 관련법'이 개정되면 사실상 MBC를 재벌과 조·중·동에 나눠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그간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의 신문에서는 MBC를 "무늬만 공영방송"이라거나 "노영방송의 해방구" 등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난해왔다. 또 얼마전 방문진 20주년 기념식에는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축사에서 "MBC의 정명(正命)을 찾아야 한다"며 MBC의 사영화를 직접 압박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언론계 안팎에는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나온다. MBC의 70% 지분을 가지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의 해체설부터 시작해 방문진 일부 이사가 교체되는 내년 8월이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방송공사(KBS)가 정연주 전 사장을 해임하고 이병순 사장을 취임시킨 경우에서 보이듯 이명박 정부는 8월 전까지 방문진 일부 이사를 친 정부 인사로 교체하고 '낙하산 사장'을 투하하거나 MBC 체제를 바꾸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
이 때문에 MBC 노조의 전면 파업에 MBC 경영진 및 간부들은 우려를 표하면서도 파업의 취지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엄기영 MBC 사장은 24일 낸 담화문에서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택하는 것이 과연 최선의 방법인지 생각해 달라"면서도 "방송법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방송의 상업화와 여론의 독과점 현상 등 또다른 부정적 여파가 밀려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MBC의 위상을 지켜야 한다는 데 노와 사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파업을 진행하는 현장에서도 나타났다는 전언이다. MBC 중간급 간부들은 일부 파업의 방식과 강도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도 방송 대책 마련 등 파업 준비에 적극 동참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용 MBC노조 민실위 간사는 "물론 파업 돌입에 우려를 표하는 간부들도 있지만 대체로 이번 파업의 목적과 정당성을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며 "간부들이라고 해도 대부분 지난 1999년 통합방송법 총파업 등에 적극 동참했던 이들이 많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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