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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당선자, 소련의 실패를 되풀이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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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당선자, 소련의 실패를 되풀이하고 싶은가"

중동 전문가 로버트 피스크의 경고, "'아프간 평정'은 헛된 꿈"

이라크에서 병력을 빼는 대신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집중하겠다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의 계획에 대한 우려와 경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단 관련기사 참고)

아프간 상황에 정통한 전문가 및 언론인들은 세계 최강이었던 19세기 영국군과 냉전시대 구(舊) 소련군이 아프간에서 끝내 실패했던 역사를 들어 오바마의 계획이 매우 위험하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다음은 노엄 촘스키 MIT 명예교수가 최고의 중동 전문가로 꼽았던 로버트 피스크 <인디펜던트> 기자의 23일자 칼럼 중 주요 내용이다.

로버트 피스크는 소련 침공 시절이던 1980년과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현재의 아프간 상황이 '더블 데자뷰'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흡사하다며, 두 시기의 똑같은 상황을 묘사함으로써 이 전쟁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아프간과 파키스탄 국경지대에 은신해 있는 알카에다는 오바마 당선자를 '길들여진 니그로'라고 부르며 미군 증파에 맞서 싸우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탈레반도 마찬가지다.

26일 인도 뭄바이 테러가 '이슬람 대 미국'으로 전선을 확대하기 위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시도라는 분석이 나오고, 뉴욕에서도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알카에다의 공격이 예상된다는 첩보로 테러 예비 경계태세가 발령된 상황으로 볼 때 오바마의 '수난'은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편집자


▲ 카불에서는 오늘도 폭탄 테러가 일어나고 있다. 11월 28일 자살폭탄 테러 후 수습 장면 ⓒ로이터=뉴시스
30년 전의 카불과 오늘의 카불, 아무 것도 배운 게 없나?

나는 오래된 센트럴 호텔 옥상에 앉아 검붉은 카불의 저녁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화려한 엘리베이터와 입을 대기도 싫은 사과주스, 최고의 녹차, 그리고 타지크족 출신 경비병이 있는 호텔이다.

발라 히사르 성채(城砦)에서는 흙먼지 속에 불빛이 퍼지고 있다. 거기엔 커다란 정문이 있고, 1841년 영국군이 병사들을 이동시켜야 했던 거대한 성이 있다. 그러나 영국군은 그 성에는 왕이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병영 막사는 무방비 상태의 평원에다 만들었고, 그것은 '재앙의 표상'이었다.

무선 조종 새 같은 연들이 건물들 위로 날아다닌다. 카불의 '연을 쫓는 아이'다. 밤이 되면 미군 시코르스키 헬리콥터와 F-18s 전투기가 내는 굉음이 방 안으로 들이닥친다. 미국은 하미드 카르자이 부패 정권을 무너뜨리려 하는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조지 부시 대통령의 보복전을 수행하고 있다.

29년 전 나는 이 위대하고 춥고 탁한 도시의 다른 한 편에 있던 인터콘티넨털 호텔의 발코니에 있었다. 최고의 종업원들이 있었고, 바에는 얼음이 서걱거리는 폴란드 맥주가 있었으며, 로비 앞에서는 비밀경찰이 서성거렸고, 러시아(소련)군이 건물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발라 히사르 성채는 연기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고, 녹색 연들이 나무 위를 날아다녔다. 밤에는 헬리콥터 '힌드'와 미그기의 소음이 방 안으로 들이닥쳤다. 소련은 바브락 카르말 부패 정권을 무너뜨리려 하는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브레즈네프의 보복전을 수행하고 있었다.

당시 카불 북쪽으로 30마일 떨어진 곳에서 만난 한 소련군 장성은 산속으로 숨어 들어간 '테러리스트들'과 미국·사우디아라비아·파키스탄의 지원을 받는 제국주의 '찌꺼기'들에 대한 승리가 임박했다고 말했다.

2001년 한 미군 장성은 산속으로 숨어 들어간 '테러리스트들'과 사우디·파키스탄의 지원을 받아 오다가 진압된 탈레반을 제외한 모든 적들에 대한 승리가 임박했다고 말했다.

이건 그냥 데자뷰가 아니다. '더블 데자뷰'(deja double-vu)이고, 더 나빠진 데자뷰다.

29년 전 아프간의 '무자헤딘'(이슬람 전사)은 남녀공학 교육을 금지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학교는 불태워졌다. 나는 잘랄라바드 외곽에서 교장 부부가 불타 죽은 장면을 목격했었다. 지금은 탈레반이 칸다하르에서 헬만드에 이르는 거대한 사막 지대에서 그런 캠페인을 벌이고 있고, 여성들에 대한 교육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학교는 불태워졌고, 교사들은 처형됐다.

과거 소련군은 병력 손실이 늘어나자 아프간 정부군이 점점 더 용맹해지고 있다고 떠들었다. 무자헤딘들이 침투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프간 정부군에 최신형 탱크를 제공했고 수도 밖에 있는 게릴라들을 소탕하기 위해 새로운 병력을 훈련시켰다.

다시 오늘로 돌아와서, 미군과 영국군은 병력 손실이 늘어나자 아프간 정부군이 점점 더 용맹해지고 있다고 떠들고 있다. 탈레반이 침투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미국과 나토 국가들은 아프간군에 새로운 전투 장비를 제공하고 수도 밖 게릴라를 소탕하기 위해 새로운 병력을 훈련시키고 있다.

다시 1980년 1월로 돌아가 보자. 나는 카불에서 칸다하르까지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그로부터 7년 후 카불-칸다하르 고속도로는 기능을 잃었고, 무자헤딘들과 강도들이 출몰했기 때문에 칸다하르까지는 비행기로밖에 갈 수 없었다.

2001년 미군이 아프간에 도착한 직후 나는 카불에서 칸다하르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그 고속도로는 조지 부시의 지시로 복구됐지만 여전히 균열이 가 있고 모래에 묻혀 있으며, 탈레반 전사들과 강도들이 출몰하고 있고, 칸다하르까지는 비행기로밖에 갈 수가 없다.

1980년대 내내 소련군과 아프간군은 몇 개의 도시(town)를 점령했지만 아프간 전역을 빼앗겼다. 오늘날 미군과 그 동맹군 및 아프간군은 대부분의 도시를 점령하고 있지만 아프간의 남쪽 전체를 빼앗겼다. 소련은 무자헤딘과 싸우기 위해 주둔하고 있던 11만5000 병력에 9000 병력을 비밀리에 증파했다. 미국은 지금 탈레반과 싸우기 위해 주둔하는 5만5000병력에 7000 병력을 증파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고 있다.

1980년 나는 책을 사기 위해 호텔에서 몰래 빠져 나가 먼지가 켜켜이 쌓인 책방에서 영국 제국군 장성들의 회고록을 샀다. 파키스탄에서 만든 싸구려 불법 해적판이었고, 나를 태워다 준 운전사는 내가 러시아사람인지 아닌지 의심스러운 눈으로 훑어봤다.

지난주에도 나는 호텔에서 몰래 빠져 나가 서점에 가 책을 샀는데, 그것 역시 불법 복제판이었고 운전사는 내가 미국인인지 영국인인지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나는 스티븐 태너가 쓴 <아프가니스탄 : 알렉산더 대제부터 탈레반의 몰락까지의 군사(軍史)>라는 책을 골랐고 나무 타는 냄새가 나는 카불의 길을 지나 호텔로 돌아왔다.

그 책에서 태너는 1980년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아프간의 키베르 파스와 잘랄라바드를 거쳐 카불로 이어지는 영국군 보급선이 아프간 전사들에 의해 위협받고 있었다며 "페샤와르를 지나는 중요한 보급선을 지키는 있는 영국군들이 공격받았다"고 썼다.

나는 가방 속에서 <르몽드> 최근호를 꺼냈다. 거기엔 카라치-키베르 파스-잘랄라바드-카불로 이어지는 나토군의 주요 보급선에 관한 기사가 있고, 탈레반이 연료와 군량미를 실은 호송차량을 공격하고 있다고 나와 있다.

나는 다시 파키스탄에서 출간된 책 하나를 찾았고, 1980년 칸다하르에 있던 로버츠 장군이 영국 사람들에게 했던 말의 한 대목을 찾아냈다.

"아프가니스탄을 두려워하진 않지만, 최대한 빨리 아프간을 빠져나가는 것이 상책이다. 아프간 사람들이 우리를 보는 일이 줄어들면 우리를 향한 증오도 줄어들 것이다."

이건 미국인들, 영국인들, 캐나다인들, 그리고 파병을 추진했다가 다음 선거에서 낙선이 뻔해질 사람들(Humpty Dumpty)에게 보내는 말이다. 로버츠의 얘기를 보라. 역사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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