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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미국 대선, 이것만은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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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미국 대선, 이것만은 놓치지 말자

'새로운 미국' 가늠하는 4대 관전 포인트

하루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는 여러 면에서 역사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 흑인 대통령의 등장 가능성, 정부 역할에 대한 인식 변화, 공화당주와 민주당주로 나뉘는 전통의 붕괴 여부, 그로 인한 민주당 지지연합의 재형성 등에서 미국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분기점이 되는 선거라는 것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2일(현지시각)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네 가지 쟁점(big questions)을 정리하면서, 이번 대선은 미국이 지난 4년간 얼마나 많이 변했고, 앞으로 어떤 변화를 원하는지를 가늠하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 미국의 인종 차별은 줄었나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그간 미국의 인종 문제가 걸어 온 진보를 완성할 것이다. 편견과 불평등은 여전하지만, 흑인 중산층이 증가하면서 일터에서 흑인과 만나는 백인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인종 차별 분위기는 많이 누그러졌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오바마처럼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본 적이 없다. 미시간대 사회학 교수인 레오놀즈 파리는 "50년 전만해도 흑인이 대통령이 된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다"라며 "보다 진보적인(liberal) 태도를 가진 젊은이들이 많이 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오바마 후보 연설회에서 눈물을 흘리는 흑인 여성 ⓒ로이터=뉴시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번 대선 기간 동안 인종에 대한 태도가 변했음을 알 수 있다. 지난주 <뉴욕타임스>와 <CBS>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64%는 미국에서는 인종에 상관없이 공평한 기회가 제공된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7월 조사보다 13%포인트 올라간 수치다. 특히 흑인 응답자 가운데 공평한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7월보다 13%포인트 높아진 43%로 나타났다.

오바마는 인구의 2.3%만이 흑인인 아이오와주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했고, 위스콘신에서도 이겼다.

그러나 그 후 힐러리 클린턴이 백인 노동자들을 집중 공략하자 오바마 캠프는 취약성을 드러냈고, 수백만의 백인들은 힐러리에게 표를 던졌다. 오바마의 오랜 동반자였던 제레미 라이트 목사의 '갓 댐 어메리카' 발언은 선거운동을 위축시켰고, 오바마를 백인들에게 공격적인 인물로 그려지게 했다.

하지만 오바마는 과거의 흑인 지도자들과는 다른 인물로 자신을 포장하는데 성공했다. 미국인들은 그를 자신들과 같은 사람으로 보기 시작했다. <NBC>와 <월스트리트 저널>의 10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55%의 미국인들은 오바마가 자신들과 같은 가치관과 성장배경을 가진 인물이라고 답했고, 그 수치는 매케인에게 느끼는 것과 같았다.

2004년 선거에서는 출구조사 결과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라틴계가 아닌 백인 유권자로부터 41% 지지를 얻은 것으로 나왔다. 4일 선거에서 오바마 후보의 백인 유권자 득표율은 미국 사회에서 인종에 대한 태도가 얼마가 변했는지를 볼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다.

■ 미국은 여전히 공화당과 민주당의 '텃밭 주(州)로 나뉘나

종교, 총기 규제, 동성애 결혼 등의 쟁점을 통해 지지자를 끌어 모았던 2004년 대선과는 달리 이번 대선에선 후보자들이 정치적 중도파를 끌어안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오바마와 매케인은 이라크 전쟁, 지구 온난화, 줄기세포 연구 등에서 비슷한 스탠스를 보였다. 둘 다 감세를 약속하고, 워싱턴 정가가 보다 협력적으로 일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분열적인 말을 하면 비난을 받았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새라 페일린은 어떤 도시를 "친미적인 지역"이라고 말했다가, 다른 곳은 애국심이 없냐는 지적을 받고 사과해야 했다. 총선에 출마한 엘리자베스 돌 상원의원(공화당, 노스캐롤라이나)은 경쟁자에 대해 "신의 존재를 부정한다(godless)"고 말했다가 재선이 어렵게 됐다.

퓨 리서치센터의 앤드루 코헛 소장은 이번 대선은 중도파의 표심을 누가 잡느냐에 달려 있는 선거라고 말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인기 추락은 많은 사람들을 민주당으로 가게 했고, 그에 따라 중도파들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오하이오주의 콜럼버스와 플로리다의 탬파베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도파들이 대부분인 이 지역 주민들은 2004년 선거에서 부시를 찍었다. 이들이 매케인을 찍는다면 미국은 아마 다시 한 번 공화당 주와 민주당 주로 갈라지게 된다. 그러나 그들이 오바마를 선택한다면 미국에는 보라색(중도주의 정책)이 더 적당하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 미국인들은 정부의 역할이 확대되길 원하나

오바마는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지금은 작은 계획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정부 역할의 확대를 강조했고, 일주일 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매케인은 '작은 정부'를 주장했다.

이번 선거는 이같은 상반된 시각 중 유권자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보여줄 것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라크전을 실패하고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경제에 대한 대응에서 실패한 부시 행정부를 거쳐 오면서 유권자들은 무엇보다 능력 있는 정부를 원하고 있다. 뉴트 깅그리치(공화당) 전 하원의장은 "이번 대선은 실적에 대한 선거이지, 이데올로기 선거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부시를 거부하는 것이 곧 '큰 정부'에 대한 지지로 가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발발 전 실시된 갤럽 여론조사에서는 53%가 정부가 너무 많은 일을 한다고 답했고, 미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의견은 41%에 그쳤다.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그같은 여론 지형은 바뀌었겠지만, 그렇다고 정부의 역할을 무한정 늘리는 것에 찬성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민주당 소속 여론조사 전문가인 지오프 개린은 "정부를 규제 기관으로 보거나 문제 해결 기관으로 보는 양 관점에서 정부가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유권자들이 바뀐 것은 분명해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미국인들이 정부의 능력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을 버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유권자 구성이 크게 변했는가

캘리포니아 민주당 경선에서 투표한 사람의 30%는 라틴계였다. 이는 2000년 7%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였다. 아이오와 민주당 경선에서는 젊은층의 참여가 4년 전보다 3배로 늘었다. 현재 실시되는 노스캐롤라이나 조기 투표에서는 흑인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미국 선거구마다 유권자의 구성이 인종적으로 다양해지고 젊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들은 아마 민주당에 더 친화적일 것이다.

30대 이하의 많은 유권자들은 민주당 지지 성향을 보여 왔고, 젊은 시절 투표를 통해 형성된 정치적 충성심은 평생 동안 이어진다. 특히 오바마는 젊은이들의 유권자 등록을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는 라틴계 유권자들은 일부 공화당 지도자들이 불법이민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낸 후 공화당을 많이 이탈했다. 지난 2004년 부시 후보는 라틴계 유권자의 40% 지지를 얻었으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매케인 후보는 23%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 플로리다, 뉴멕시코, 콜로라도 등 남부 주들에서 두드러진다.

여기서 핵심은 민주당이 얻은 이같은 기회가 오바마 선거운동과 부시의 인기 추락 때문에 나온 단기적인 것에 불과한지, 아니면 오바마가 당선되어 장기적인 지지연합을 형성할 수 있을지에 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된 오바마가 하기 나름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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