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민주당 측에서는 과거 행정부·의회를 한 당이 독점하던 시절 저질렀던 오류를 인정하면서도 '역사에서 배운 게 있다'며 역풍을 차단하고 있다.
매케인도 "일당 지배 막아야 한다"
민주당은 35명이 교체되는 상원 선거에서 전체 100석 중 최대 60석을 바라보고 있다. <AFP> 통신은 최근 여론 추세대로라면 민주당은 하원에서도 최소 20석을 추가로 확보해 공화당과의 격차를 현재 36석(235 대 199)에서 60석 안팎으로 벌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26일 보도했다.
이에 노스캐롤라이나 출신 상원의원으로 이번 선거에 출마한 엘리자베스 돌은 최근 TV 광고에서 "위기의 시절에 민주당 진보주의자들이 정부를 완전히 장악하려고 하고 있다"며 자신에게 표를 던져 달라고 호소했다.
돌은 "그렇게 되면 견제와 균형도, 정책 논쟁도, (의회의) 독립성도 사라진다"며 "(자신의 경쟁자인) 민주당의 케이 헤이건 후보가 당선되면 민주당에 백지수표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네소타 출신 공화당 상원의원인 놈 콜럼도 "내가 선거에서 지고 한 당이 의회와 행정부 양쪽을 다 장악하면 여러분은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24~25일 주말 연설에서 같은 논리를 폈다.
공화당은 특히 상원 선거에 힘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대통령 및 하원 선거의 패배야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상원 선거마저 참패해 민주당이 60석 이상을 얻게 된다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상원에서는 한 정당이 60석 이상을 차지하면 다수당 견제를 위한 소수당의 최후 수단인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를 못하게 되어 있다. 그렇게 되면 다수당은 법안 처리뿐만 아니라 행정부와 사법부 공무원의 임명에서도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게 된다.
여론 "민주당이 다 해도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이 처한 상황은 엄중하다. 한 정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모두 차지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이 최근 늘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이 지난 23~2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50%의 응답자들이 그같은 상황에 찬성했고, 행정부와 의회를 다른 당이 맡는 이른바 '분점정부'가 낫다고 답한 비율은 30%에 그쳤다.
이런 여론대로 민주당이 압승한다면 버락 오바마는 지미 카터 이후 상원의 압도적 의석을 바탕으로 상하 양원을 장악한 첫 대통령이 된다.
이에 따라 민주당 지도부들은 내년부터 펼칠 경제 부양책을 고민하는 한편으로 이라크에 주둔하는 미군의 철수 시작하고 의료보험 체제를 정비하는 등 '민주당식' 정책으로의 즉각적인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6일 전했다.
표정관리 들어간 민주당
그러나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 마냥 기뻐하지만은 않는 분위기다.
의회와 행정부를 다 장악한다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고 당의 정체성과 당원의 의사가 반영된 법안을 처리할 수 있지만 그만큼 무거운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역설적으로 민주당 내에서 의회 독주 가능성과 함께 '상원 60석은 위험하다'는 경계론이 나오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상원에서 60석 이상을 거느렸던 카터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냈던 월터 먼데일은 "사람들은 60석을 가지면 뭐든지 통과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의 이같은 목소리는 선거 전략의 일환일 수도 있다. '싹쓸이만은 막아 달라'는 공화당의 호소에 '견제와 균형'을 바라는 표심이 움직인다면 선거 압승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일종의 표정관리를 한다는 것이다.
클린턴과 부시 시절의 교훈
그러나 실제로 의회가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아닌 다수당의 독주로 흐를 경우, 그에 따른 이익보다 손실이 더 크다는 사실은 가까운 과거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1992년 선거에서 민주당은 클린턴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상원 57석, 하원 258석을 차지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가족의료휴가법, 총기 규제 관련 법,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주요한 법안을 가볍게 통과시켰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클린턴은 '너무 많은 걸 너무 빨리' 밀어붙였다. 그는 의료 보장 관련 정책과 동성애자들의 군복무를 허용 정책 등을 단행해 공화당 지지자들은 물론 중도파들의 반발을 키웠다. 그 결과 1994년 중간선거에서 소위 '공화당 혁명'이 일어났고, 민주당은 수십년간 장악해 온 하원을 공화당에 넘겨줬다.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고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하게 됐던 2004년 선거 후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상황을 악화시키고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대한 철저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피해 복구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공화당에 커다란 불만을 갖게 됐고, 2006년 중간선거에서 패배를 안겨 줬다.
듀크대 정치학 교수인 데이브드 로데는 "의회와 행정부를 모두 장악하면 큰일을 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과도하게 자신들만의 정책을 밀어붙이고 야당과 무당파들을 소외시킨다면 함정에 빠지는 것이고, 파괴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두 번 실수는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민주당원들은 두 번 실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현실적인 정책 목표를 제시하면서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은 중용의 정치를 해 나간다면 민주당 시대가 오래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민주당이 클린턴 시대보다 훨씬 단일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반면 부시 시절의 민주당보다 이데올로기적으로 덜 경도되어 있다고 자신한다.
과거 의회에서 민주당 지도자들을 보좌했던 스티브 엘멘도프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93~94년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민주당은 국민들의 일상에서 나오는 문제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먼데일 전 부통령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상원 60석을 민주당에 주면 민주당 제멋대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봤다"라며 "그러나 내 경험으로 볼 때 그것은 기우일 뿐"이라고 말했다.
먼데일은 "누가 다수당이 되건 행정부는 의회와 협력하고 협의해야 한다"라며 "대통령으로서 강력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 지지 세력을 만드는 것 사이에는 언제나 긴장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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