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전 장관은 19일 <NBC> 방송의 '미트 더 프레스'에 출연해 오바마 상원의원을 "전환기적 인물(transformational figure)"이라고 평가하며 "그는 세계와 미국의 역사무대에 설 새로운 세대다. 그래서 나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에게 투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공화당원으로 흑인 최초의 국무장관이었던 파월은 지난 1991년 걸프전 당시 합참의장으로 있으면서 전쟁을 승리로 이끈 후 엄청난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흑인 최초의 대통령이 나온다면 파월이 될 것이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따라서 파월 전 장관의 지지 선언은 오바마에게 천군만마가 될 것으로 보인다. <CNN>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이 소식을 긴급뉴스로 타전하며 얼마 남겨 놓지 않은 대선 판도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파월은 오바마 후보를 위한 선거운동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케인의 경제정책 의심돼…페일린 선택도 잘못"
파월 전 장관은 공화당의 존 매케인과 오바마 모두 훌륭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미국 역사에서 지금은 최근 몇 년간 우리가 지켜본 정책들을 계속 추진하려고 하지 않는 대통령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특별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어 그는 오바마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아프리카계 흑인만이 아닌 모든 미국인들이 자랑스러워 할 것"이라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전율케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월은 또 매케인의 경제위기 대처 능력과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새라 페일린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했다. 그는 "나는 매케인이 우리가 직면한 경제문제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확신이 많이 서지 않는다"면서 "거의 매일 이 문제에 대해 다른 접근을 했고 그것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페일린은 뛰어난 여성이고 존경을 받을만하다"면서도 "그러나 미국의 대통령이 될 준비는 돼 있지 않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대통령 유고와 같은 긴급상황에서 페일린의 대처능력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반면 오바마에 대해서는 "침착함과 지적 호기심, 깊은 지식을 보여줬고, 경제 문제와 위기상황에서 대통령이 될 준비가 된 조 바이든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여줬다"고 높게 평가했다.
파월의 인기와 흑인이라는 점 때문에 그가 과연 어떤 후보를 지지할 것인지는 관심의 초점이 돼왔다. 하지만 그가 국무장관이던 당시 이라크 전쟁이 시작됐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직접 나가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의혹 관련 사진을 제시하며 공격의 정당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오바마의 득표에 실질적인 도움은 안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편 이 소식을 들은 매케인은 <폭스 뉴스>에 출연해 놀라울 게 없다면서 자신은 전직 국무장관 4명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매케인은 또 오바마가 전국적인 여론조사와 몇 개의 경합주에서 앞서나가고 있지만 최근 자기 쪽으로 지지율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로이터>와 <CSPAN>, 조그비의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바마의 지지율은 48%로 매케인의 45%보다 3%포인트 앞섰지만 그 격차는 1%포인트 줄었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 격차가 줄어든 곳이 있다.
파월, '오바마 행정부'에서 역할 할까?
한편 영국의 <선데이타임스>는 오바마가 당선될 경우 파월 전 장관이 행정부에서 모종의 역할을 맡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오바마가 당선될 경우 2004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존 케리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에, 공화당의 척 헤이글 상원의원을 국방장관에 기용하는 등 '스타 내각'이 등장할 수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신문은 이라크 전쟁으로 상처를 입은 파월이 내각에 돌아올 가능성은 적지만, 대통령 해외 특사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파월은 외교·군사 문제에 대해 오바마와 정기적으로 협의를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월 자신도 그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 눈치다. 그는 지난해 "공직에 봉사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 내 눈과 귀는 언제나 열려 있다"고 말했었다.
그는 이날 오바마 지지 의사를 밝히는 자리에서도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부인하면서도 "대통령이 무언가를 요청하면 반드시 고려해 봐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라고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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