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동시행동'도 글로벌 경기침체(recession)에 대한 공포를 떨치게 하진 못했다. 미국 뉴욕 증시는 금리 인하 소식에도 불구하고 6일째 폭락 행진을 하며 얼어붙은 투자 심리를 반영했다.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추가로 내릴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왔지만 마비된 자금시장을 풀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고 있다. 은행간 금리는 치솟았고, 안전한 국채와 금값만 뛰고 있다. 유가 하락이 그나마 긍정적인 소식이지만 그 역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만 키울 것으로 보인다.
뉴욕 증시 6일 연속 하락…유럽도 5년만에 최저치
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는 금리 하락 소식이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다가 전날 종가보다 189.01포인트(2.0%) 떨어진 9258.10으로 마감했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14.55포인트(0.83%) 하락한 1,740.33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11.29 포인트(1.13%) 떨어진 984.94로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거래일 기준 지난 6일 동안 다우 지수는 14.7%, S&P500 지수는 15.6%, 나스닥은 16.8%가 각각 하락했다.
알파 서치 어드바이저리의 로버트 올먼 회장은 <마켓워치>에 "상승과 하락 사이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있었지만,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시장이 어디로 가고 있는 지에 대한 명백한 확신의 결여"라고 말했다.
특히 이날은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유통업체들의 9월 판매가 크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각종 실물경제 타격을 나타내는 부정적 전망도 잇따랐다.
유럽 증시의 주가도 5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폭락했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FTSE100 지수, 프랑스 파리증권거래소의 CAC40 주가지수,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 DAX지수 등 유럽의 주요 지수들은 8%대의 하락과 1%대의 상승 사이에서 급등락을 거듭하던 끝에 5∼6%대 하락으로 마감했다.
FTSE 100 지수는 5.18% 하락한 4,366.69, CAC 40 지수는 6.39% 하락한 3,493.70을 기록했고 심리적 지지선인 5,000이 붕괴됐던 DAX 지수는 5.88% 하락한 5,013.62로 장을 마쳤다.
"추가 조치 더 필요하다" 전문가들 한목소리
이날 상황을 전한 <뉴욕타임스>는 "논리가 아닌 공포가 지배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정상적인 경우 시장은 공포와 탐욕이 적절한 조화를 이뤄 움직이지만 지금은 가진 것을 우선 팔고 보는 공포가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포의 저변에는 금융위기의 원인인 주택시장의 침체가 어디까지 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깔려 있다. 또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옮겨가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불러올 것이라는 두려움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실물 부문의 침체는 완연하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3일 발표한 9월 미국의 일자리는 15만9000개가 감소해 2003년 3월 이후 최대의 감소폭을 기록했다.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1일 발표한 제조업 지수는 9월에 43.5로 전달의 49.1에서 크게 떨어졌다. 유럽의 경우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5개국) 국내총생산(GDP)이 2.4분기에 전분기 대비 0.2% 감소했다.
헨더슨글로벌인베스터스의 토니 돌핀은 <블룸버그> 통신에 각국이 공조해 금리 인하 조치를 취한 것은 현재의 문제를 다루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추가적인 조치들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이르리퀀시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인 이언 셰퍼드슨은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추가적인 조치가 더 필요하다"며 공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금리가 제로 수준 가까이 내려가고 은행이 구제되고 소비지출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간 금리 치솟고 금값만 급등
한편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진정되지 않으면서 리보(런던 은행간 금리)는 사흘째 치솟았다. 하루짜리 달러 자금을 빌릴 때 적용하는 리보는 전날보다 1.44%포인트(144bp)나 치솟은 5.38%를 기록했고, 1주일짜리 달러 금리는 0.35%포인트 상승한 4.52%에 달해 작년 12월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달러화 가치는 이날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조치 속에 투자 매력이 떨어지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반면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가격은 전날보다 24.5달러(2.8%) 오른 온스당 906.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1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 종가보다 1.11달러(1.2%) 떨어진 배럴당 88.95달러로 마감, 다시 9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각국 정부의 금리 인하 조치 이후 유가와 금속 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한 것은 세계 경제가 튼튼해지기 전까지는 원자재 가격이 최고가 행진을 하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임을 보여준다면서 어려운 세계 경제에 원자재 가격 하락이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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