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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 외치는 정부가 '부자를 위한 조직'이라고?

[해외시각]크루그먼 "공개된 음모가 진행중이다"

최근 대선을 앞둔 미국과 우리 나라에서는 감세정책을 둘러싸고 논쟁이 격렬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공화당의 대선후보 존 매케인이 조지 W.부시 대통령에 이어 비슷한 감세안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고, 우리 나라에서도 정부가 사상 유례없는 대대적인 감세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감세정책에 대한 논쟁은 주로 결과에 대한 것이다. 감세의 혜택이 부자에게 집중되어 있고, 부의 양극화가 심한 상황애서 직접세에 대한 감세 효과는 기대한 만큼 투자와 소비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책결정자의 '의도'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감세는 그 정부가 부자를 위해서 일하는 조직이라는 정체를 드러내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진보진영에서는 경제활동에서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경제를 '요요(YoYo:You're On Your Own의 약자)경제'라고 표현한다. 물론 좋은 듯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미국 경제의 허구성을 꼬집기 위해 만든 조어다. 경제활동의 결과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자유시장주의라는 이데올로기로 인해 양극화가 더 심해졌을 뿐이라는 인식을 깔고 있다.
▲ 부시 대통령의 감세정책은 진보진영으로부터 '부자를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정부가 서민이 아니라 부자에게 돈을 퍼주고 있다"

미국의 진보성향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공동소장 딘 베이커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정부가 '부자를 위한 조직'이 되었다는 점을 경고하고 나섰다.

그는 최근 '공화당의 철학: 부자에게 공짜 돈 퍼주기'라는 칼럼에서 "공화당과 존 매케인 후보가 '요요 경제'를 추구하려고 한다고 말한다면, 그들에게 무한한 찬사를 보내는 것이며 우리 스스로를 패자로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공화당도 민주당 못지않게 경제에 개입하길 원한다. 그런데 결정적 차이가 있다. 공화당은 정부가 부자를 더욱 부자가 되도록 만들기 위해 개입하길 원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학자로서는 노벨경제학상보다 받기 어렵다는 존 베이츠 클라크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도 신작 <미래를 말하다>에서 "이 책을 쓰기 전까지만 해도 경제적 여건에 의해 정치적 변화가 뒤따른다고 생각했으나, 역사적 자료를 면밀히 검토해보니 미국의 중산층이 무너진 과정은 경제발전에 따른 장기적인 결과가 아니라,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이후 공화당 집권기의 조세정책에 의해 급격히 무너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레이건 이후 공화당 세력을 부자를 위한 사회로 미국을 되돌리려는 '혁명적이며 급진적인 정치세력'이라고 일컬었다.

크루그먼에 따르면, 1920년대 소득세율은 단 1%였다. 하지만 대공황기 민주당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등장한 이후 소득세율은 계속 올라가 1963년 91%까지 치솟았다. 루스벨트 첫 임기 때 소득세율은 63%, 두 번째 임기 때는 79%로 올랐고, 이후 정부에서도 이런 기조를 이어가다가 1963년에는 냉전 비용을 명분으로 91%까지 올린 것이다.

법인세 역시 대공황의 해인 1929년 14%이던 것이 1955년엔 45%까지 치솟았다. 상속세 상한세율도 20→45→60→77%까지 올라가는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레이건 정부가 들어서면서 소득세는 최고 35%, 법인세 최고 30%로 각각 조정됐다. 더 나아가 부시 대통령은 2000년 대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상속세 폐지를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그 결과 2007년 말 현재 미국 상위 1% 부가 차지하는 몫은 '부자의 천국'이었다는 1900년보다 2%쯤 많아졌다는 것이다.

혁명적 세력을 조심하라

크루그먼은 이미 지난 2003년 <대폭로>라는 책에서도 마치 현재의 미국과 한국의 상황을 묘사한듯 한 경고를 했다.

이 책은 크루그먼이 <뉴욕타임스>의 고정 칼럼니스트로서 위촉된 2000년 1월부터 2003년 1월까지 쓴 칼럼을 모은 것이다. 그는 '존 메이너드 케인즈 이후 가장 글을 잘 쓰는 경제학자'라는 평가를 받아 경제학자로는 처음으로 <뉴욕타임스>의 고정 칼럼니스트가 되었고, 지금도 공화당 정부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글을 쓰고 있다.

크루그먼은 이 책에서 들어가는 말 '혁명적 세력' 이라는 대목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 '혁명적 세력'이란 부자를 위한 사회를 만들려는 급진적인 정치세력을 의미한다.

"경제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면 정치를 언급하는 일이 갈수록 필요하다. 게다가 최근 이 나라 미국에서 일어난 일 가운데 많은 부분을 관통하는 정치적인 사연이 있다. 그 사연이란 여기 바로 미국에서 급진적인 정치운동이 일어나 갈수록 지배력을 키워가고 있는 현상에 관한 것이다. 물론 나는 미국의 급진 우익(이 운동은 지금 사실상 백악관, 의회, 사법부의 상당 부분, 그리고 언론의 많은 영역을 통제하고 있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 운동은 지배력을 이용해 모든 것을 바꾼다. 정치와 정책에 관한 옛 규칙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겉으로 표방하는 목표와는 다른 속셈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내 정치판에 얼마나 무시무시한 변화가 발생하였는지를 느리게 깨닫고 있다. 2000년 선거전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은 그다지 많은 것이 선거에 걸려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부시 정부 출범 후 처음 2년 동안 많은 지식인들은, 급진적으로 보수적인 정부의 성향은 단지 일시적인 정략일 뿐이며, 기반을 다지고 나면 부시가 중도로 회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지도급 정치인들이 겉으로 표방하는 목표와는 거의 상관이 없는 자기들만의 딴 속셈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은 워싱턴 문화에서는 나쁜 형태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파멸적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나 또한 사태가 어디까지 진행될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안다...2001년 심지어 많은 진보주의들조차 부시가 재정과 관련해서 얼마나 무책임한지에 대해 사람들이 너무 야단스럽게 떠들어대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세금 인하는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그들은 말했다. 하지만 그것이 그토록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그들은 또 말했다. 하지만 2003년 우리는, 단지 기록적인 예산적자에 직면해서뿐만 아니라 전쟁의 와중에서조차 엄청난 추가 세금 인하를 제안하는, 선례가 없는 정부의 모습을 보았다."

나아가 크루그먼은 "이 시대의 첫걸음은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라면서 뉴스를 생산하는 기자를 포함해 "뉴스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관심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보도 규칙'들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이런 것들이다.

▲ 겉으로 천명된 목표를 보고 정책 제안이 그 이치에 닿는다고 추정하지 말라.

혁명적 세력을 다룰 때에는, 그들은 자기들이 원하는 바를 잘 알고 있고, 자기들의 목표를 위해 온갖 논리적 공세를 가할 것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그들이 행동 대신 내놓는 주장이 그 자체로는 이치에 닿는다고 추정해서는 안된다. 사회보장을 민영화하겠다는 부시의 계획은 사회보장 체제의 재정을 강화하기 위한 모호하거나 비효과적인 방법이 아니었다.




그것은 천명된 목표와는 전적으로 아무런 상관이 없었으며, 실제로는 사회보장 체제의 문제점을 악화시킬 것이었다. 2003년 초 부시 정부가 제시한 세금 인하 제안에는 경제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하지만 의회예산국에서(이 기관의 새 수장은 불과 몇달 전까지만해도 행정부에서 일했던 사람이다) 그 제안의 성장효과를 평가하려 하였을 때, 의회예산국은 성장효과가 대단히 긍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할 만한 아무런 근거도 찾지 못했다.

정상적인 정치적 운동을 다루고 있을 때라면 그 운동이 표방하는 정책 제안은, 그것이 옳건 그르건 상관없이, 성실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고 추정하는 것이 이치에 닿는다. 하지만 혁명적 운동, 즉 기존 체제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운동을 다루고 있을 때에는 그러한 추정을 할 이유가 없다. 게임의 법칙에 대해 관심을 쏟지 않는 혁명적인 운동은 그들의 목표를 허위로 전달하는 것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 약간의 숙제를 해서 진짜 목표를 찾아내라.

좌파이론이든, 우파이론이든 널리 받아들여지는 경제이론 가운데, 2003년 초에 제안된 세금인하의 형태가 단기간에 일자리를 창출하는 수단으로서 이치에 닿는다고 보는 이론은 없다. 그런데도 정부관리들은 그들의 계획을 일자리 창출 전략이라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그들은 뭔가 잘못 알고 있었는가? 아니다. 정말 그렇지 않다. 그 관리들이 무슨 말을 했든 간에 경제성장은 그들의 목표가 아니다.

더욱이 진정한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알아내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급진적인 보수주의자들은 자본에 대한 과세를 없애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해 왔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정부의 제안이 실제로 달성할 목표다. 그러므로 정책을 이해하는 길은, 그들이 수립한 계획을 대중에게 선전하기 전에 정책 입안자들이 무엇을 원했는지 살피는 것이다.

이것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기 위한 일반 원칙이다. 이 사람들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싶으면 약간의 숙제를 하라. 나는 깊이 숨겨진 동기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대개 진짜 목표는 대중의 영역에 있다. 당신의 할 일이란 단지 그 정책을 밀어붙이는 사람들이 그것을 좀더 대중에게 광범위하게 선전하려고 하기 전에, 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살피는 것이다.


현재 삼림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 전직 목재업계 로비스트였음을 당신이 알아낸다면, 벌목회사들로 하여금 나무를 더 많이 잘라 낼 수 있도록 허용할 '건강한 숲' 계획이 산불방지에 관한 것이 아님을 당신은 추측할 수 있다.

상원 원내 총무가 자신의 공직 위임 목적이 '성서적 세계관'을 진작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을 당신이 알아낸다면, '신앙에 기초한' 계획들이 주로 사회적 서비스를 더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것에 관한 것이 아님을 당신은 추측할 수 있다. 이라크 전쟁을 계획한 사람들이 지난 10년에 걸쳐 사담 후세인을 축출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당신이 알아낸다면, 그 전쟁이 9.11 테러에 대한 대응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당신은 추측할 수 있다.

거듭 말하거니와, 이는 언론인들이 다루기에는 벅찬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음모를 꾸미는 중상모략자처럼 비치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우익의 진정한 목표를 뒤져서 찾아내는 일이 미친 짓일 수는 없다. 오히려 일종의 음모가 여기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장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다. 그 조직과 목표가 만천하에 공개되어 있는 음모가 분명 하나 있는데도 말이다.


다른 사람이 이런 식의 주장을 했다면, '음모론 애호가'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학자이자 워싱턴 커넥션과 거리를 두는 관찰자로서 크루그먼 교수가 이런 인식을 갖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조금의 숙제로 알아낼 수 있는 공개된 음모'가 우리 현실에도 도처에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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