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아프리카사령부 창설
중동지역을 관할하는 미군 사령부는 미 중부군사령부(Centcom). 2001년 9.11 테러가 일어난 뒤 아프간 침공(2001년 10월)과 이라크침공(2003년 3월)을 실행에 옮겼고 지난 5년 넘게 '이라크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는 미국의 군사조직이 바로 중부군사령부이다. 미국은 아프리카를 관할하는 새로운 군사조직을 곧 출범시킬 예정이다. 2008년 10월 1일에 정식으로 출범할 그 이름은 아프리카사령부(Africom, http://www.africom.mil/index.asp 참조).
독일 쉬투트가르트에 지휘본부를 차린 미 아프리카사령부는 이미 아프리카 지부티를 비롯한 여러 곳에 터를 박은 미 군사기지들을 아우르게 된다. 미 아프리카사령부의 전략적 목표는 아프리카의 잠재적인 반미 국가들과 무장집단들을 견제하면서,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풍부한 자연자원(특히 석유) 이권을 챙기려는 미국의 대외전략의 물리적 뒷심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현재 아프리카에 있는 가장 중요한 미군기지는 아프리카 북동부, 이른바 '아프리카의 뿔' 지역 안에 있는 지부티 기지다.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수단과 가까이 자리한 지부티 기지에게 주어진 가장 큰 임무는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4분의 1이 통과하는 주요 수송로인 이 해역에 대한 미국의 통제권을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지키는 것이다.
'테러전쟁' 명분으로 석유 챙긴다
아프리카사령부가 창설되기 이전에 미국의 아프리카 전략을 앞장서서 펼쳐 가는 첨병은 미군 유럽사령부(Eucom)이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본부를 둔 미군 유럽사령부는 9.11 테러 뒤인 2003년부터 서부 아프리카에서의 활동을 크게 늘렸다. 미군은 세네갈, 말리, 가나, 가봉, 그리고 남쪽으로 앙골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미비아에 비행기 이착륙장을 새로 짓거나 넓혀 미군 병력을 신속하게 배치하는 준비를 해 왔다.
미 유럽사령부는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기치 아래 아프리카의 이슬람 테러 조직들을 분쇄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전투를 벌이기도 했다. 이를테면, 2004년 3월 미군 특수부대가 사하라 사막 남쪽에서 '살라피스트'란 이름을 지닌 이슬람 무장조직을 겨냥한 군사작전을 편 바 있다. 2005년 서부 아프리카 지역 나라들이 실시한 '부싯돌 총 작전'이라는 합동 군사훈련에는 미군 특수부대 1,000명이 참여했다.
무엇을 위해 미국은 아프리카에서 군사 활동을 강화하는 것일까. 대답은 분명하다. 다름 아닌 석유다. 아프리카 석유 생산이 위협받는 상황은 곧 미국의 에너지 안보를 위협할 수도 있다. 따라서 미국은 아프리카 유전을 '이슬람 테러분자들의 공격'으로부터 지킨다는 명분을 내걸고 군사적 영향력을 키워 나가려 한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유전지대가 테러 공격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해서일 뿐 아니라, 미국에 안정적으로 석유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왜 아프리카 석유인가
아프리카의 석유 생산 역사는 중동 못지않게 길다. 1930년대에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와 이탈리아 식민지 리비아는 제법 많은 석유를 퍼 올려 식민지 본국 경제에 이바지했었다. 아프리카의 석유 생산은 전 세계 생산량의 약 10퍼센트를 차지한다. 석유 매장량으로 보면 9.3퍼센트가 아프리카에 묻혀 있다.
아프리카에서 석유 산유국들을 생산량 순위로 보면 1위 나이지리아, 2위 알제리, 3위 리비아, 4위 앙골라 순이다. 아프리카 석유생산국연합(APPA)을 이루는 12개국이 아프리카 전체 생산량의 85퍼센트에 이르는 석유를 생산하고 있다. OPEC 회원국들인 나이지리아, 알제리, 리비아는 각각 세계 석유 수출국 순위 8위, 10위, 12위다.
아프리카 석유가 지닌 매력은 다름 아닌 엄청난 개발 잠재력이다. 21세기에 들어 지난 5년 동안 북아메리카 이외의 지역에서 새로 발견된 석유의 4분의 1은 아프리카에서 발견됐다. 따라서 아프리카 석유의 비중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석유산업계의 주요 컨설팅회사 가운데 하나인 IHS에너지는 "아프리카 지역에 새로운 유전을 찾아내기 위한 투자자금이 몰리면서 2010년이 되면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30퍼센트 이상이 이 지역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처럼 아프리카 유전이 지닌 잠재력은 엄청나다. 그런 잠재력은 투자를 부른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이루어지는 외국인 직접투자 총액의 50퍼센트 이상이 석유 관련 투자다. 특히 미국의 석유기업들은 2005년까지 지난 10년 동안 아프리카 유전지대에 4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왔고, 2005년에서 2010년 사이에 300억 달러를 더 투자할 것으로 알려진다. 유전지대에 대한 투자는 곧 석유 생산량 증가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미국 외교협회의 보고서
미국은 아프리카로부터 안정적이고 값싼 석유자원을 들여오겠다는 전략 아래 아프리카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 선언적 지침은 〈2002년도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에 잘 나타나 있다. 이 문서는 "전 세계 테러에 맞서 싸우고 미국의 에너지(석유) 안보를 확실히 지키기 위해서는 아프리카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러 국제전문가들도 "이제는 정세가 불안한 중동 석유에만 매달리지 말고 아프리카 석유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미국 외교협회(CFR)의 회장 리처드 하스는 2006년 보고서 <인도주의를 넘어 : 아프리카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 머리말에서 "2010년에 이르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미국의 에너지(석유) 수입에서 중동만큼이나 중요한 곳이 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21세기에 들어와 특히 서부 아프리카 지역은 미국의 석유정책에서 중요한 곳으로 떠올랐다. 기니만 안쪽 및 주변지역(나이지리아, 앙골라 등)은 석유 생산량이 많거나 매장량이 많은 곳들이다. 확인된 매장량은 600억 배럴에 이른다. 나이지리아와 앙골라 두 나라에서만 날마다 400만 배럴의 석유가 생산되고 있다. 이는 아프리카에서 채굴되는 석유의 거의 절반에 이르는 분량이다.
석유 전문가들은 2006년부터 2010년 사이에 전 세계에 추가로 공급될 석유의 5배럴 가운데 1배럴은 서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나오게 될 것이라 내다본다. 또한 미국의 석유 수입량 가운데 이 지역에서 생산된 석유가 2005년의 15퍼센트에서 2010년에는 20퍼센트 이상, 2015년에는 25퍼센트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이라크같은 군사개입 벌어질 수도"
문제는 정치적 불안이다. 서부 아프리카의 대국인 나이지리아(인구 1억3천만명)는 뿌리 깊은 부패도 부패려니와 부족간의 긴장을 겪어온 나라다. 북부의 이슬람교도들과 남부의 비이슬람 지역 기독교도들 사이 뿌리 깊은 갈등은 언제라도 내전으로 커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 1960년대 후반 2년 반에 걸친 내전(1967~1970년, 비아프라내전)에서 250만 명의 희생자를 냈었다.
40년 전에 일어났던 비아프라 내전과 같은 유혈투쟁이 다시 벌어지게 되면 어떻게 될까. 미국의 아프리카 전문가들은 "나이지리아의 풍부한 석유자원 매장 지역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이라크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군사적 개입을 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미 국무부 아프리카 정책 담당자들도 그와 관련한 시나리오를 이미 검토했다고 알려진다.
결론적으로, 미 부시행정부의 아프리카사령부(Africom) 창설 배경에는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아프리카의 석유산지에서 미국 석유이권을 강화해 나가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군사개입을 하려는 미국의 의지가 담겨있다.
* 덧붙임: 위의 글은 필자의 책 『석유, 욕망의 샘』(프로네시스, 2007년)에 실린 아프리카 석유 관련 글을 바탕으로 새로 정리한 것입니다
필자 이메일: kimsphot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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