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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發 위기론' 배후는 외국계 투자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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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환율發 위기론' 배후는 외국계 투자은행?

[해외시각]"한국의 외환보유고 문제없다"

올해 연말 900원 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됐던 원·달러 환율이 왜 1200선을 향해 가고 있는가. 경제위기설이 나돌만큼 한국경제가 나쁘기 때문이라는 설명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미국을 비롯해 한국보다 더 나쁜 경제상황으로 허덕이는 주요 경제국들이 많기 때문이다.

4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9.5원 급락한 1129.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은 외환당국의 강력한 개입 탓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원화 가치 급락세가 한국에 제2의 외환위기의 전조라는 우려는 근거가 희박하다는 인식도 환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의 칼럼니스트 필립 보링은 다른 통화에 비해 유난히 원화 가치가 급락해온 배경에 투기꾼으로 전락한 외국의 투자은행들의 개입도 한몫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해 주목된다. 한국경제가 여러가지 어려운 점이 있지만, 주로 외국계 투자은행 소속 이코노미스트들이 환율하락을 경제위기설로 증폭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The Investment Banks Turn on Korea'라는 칼럼을 통해, 한국을 여전히 개발도상국으로 취급하며 한국경제를 진단하는 일부 이코노미스트에 대해 '무지하거나 의도가 있다'고 비난했다.

다음은 이 글(
원문보기)의 주요내용이다. <편집자>
▲ 세계 주요 통화에 대비해 원화 가치가 급락하는 배경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뉴시스

국제 환율시장에서 가장 강해야 할 통화 중 하나가 환투기꾼에게 매도당하고 있다. 스스로를 투자은행가와 자산운용가라고 부르는 환투기꾼이 보기에도 원화의 붕괴는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원화 가치만 유달리 큰 폭으로 떨어질 이유 없다

파산 위기를 맞고 있는 은행들, 위축되는 국내 소비, 자산가격 붕괴, 그리고 국내총생산(GDP)의 5%에 달하는 경상수지적자에 사딜리는 미국 같은 나라들의 도박꾼들은 상대적으로 이런 문제들이 적은 한 나라의 통화를 매도 대상으로 결정했다. 그 나라가 한국이다. 한국이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투자은행과 그 속에서 길들여진 이코노미스트들이 보여준 형편없는 분석력은 충격적이다.

원화는 달러에 대해 4년래 가장 낮은 가치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21% 가까이 떨어졌으며, 지난 3개월 사이에 달러에 대해 11%가 하락했으며, 힘없는 엔화에 대해서도 9% 떨어졌다.

2008년말에는 원.달러 환율이 900선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1200선을 얘기하고 있다. 미국의 달러가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한국보다 훨씬 더 정치적 혼란과 결코 나을 것 없는 경제상황을 겪고 있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 볼 때 왜 원화가 이처럼 추락해야 하는지를 설명해주지 못한다.

한국에서 흘러나오는 거의 모든 통계치는 자신들에게 거대한 수익을 이끌어내면서 다른 사람들의 돈은 잃게 만드는 화려한 기록을 지닌 투자은행 분석가들에 의해 '공포스러운 이야기'로 취급되고 있다.

한국이 지난달 무역수지가 적자이고 올해 경상수지 적자가 최악의 경우 GDP의 2.5%에 이를 수도 있다는 이유로 파국에 몰린 것처럼 얘기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 호주는 경상수지 적자가 GDP의 4~5%에 달한다.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면서 올해 4.5%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한국 경제가 심각한 상황에 몰려있다고 얘기되고 있다. 대부분의 유럽과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제로 수준에 가깝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예상치의 절반으로 떨어져도 거의 다른 모든 선진국보다 높을 것이다. 그런데도 원화는 영국의 파운드화보다 더 가파르게 추락했다. 영국은 그 나라의 재무장관 스스로 60년래 최악의 경제상황이라고 경고한 곳이다.

한국의 물가상승에 대한 경고도 있다. 4.7%라면 한국의 최근 기준으로 보면 높은 편이다. 하지만 OECD 평균치와 비슷하다.

투기꾼들은 한국이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로 인해 국내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는 점을 내세워 원화가 약세를 보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은 실질금리가 아직 플러스를 유지하는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다. 그런데 전문가라는 자들이 원화를 매도하고 실질 수익률이 상당히 마이너스인 미국 달러 등 다른 통화로 바꾸고 있다.

외환보유고가 수입액의 9개월치가 돼야 한다고?

물론, 그들이 영국의 <더 타임스> 기자의 말을 믿는다면 놀라울 것 없기는 하다. 이 기자는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2470억 달러 빆에 되지 않는다"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신흥시장경제는 수입액의 9개월치에 해당하는 외환보유고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3200억 달러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 기사: <더 타임스> "한국, '검은 9월'로 향하고 있다" )

물론 이런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다. 권고 범위는 3개월치다. 한국은 중국, 일본과 함께 외환보유고가 지나치게 많다는 비난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다. 영국보다도 많은 규모다.

한국의 경제를 '개발도상'이라고 묘사한 <더 타임스>는 영국의 신문들과 런던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얼마나 무식한지 살펴보지 않았다면 그렇게 떠들 수 있다.

CLSA의 '선임 이코노미스트'라는 자도 이런 패거리에 끼어들어서는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얼마나 취약한지 투자자들이 깨닫는다면 앞다퉈 원화를 매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채권 부도는 최악의 시나리오

한국의 외환보유고 수준을 폄훼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한 공포유포자들은 외환보유고의 상당 부분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패니매와 프레디맥(미국의 국책모기지보증업체로 부실 위기에 몰림)의 채권에 투자됐다는 이유다. 이 회사들의 주식은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채권에 대해서 미국 정부가 보증하지 않는다면 세계 금융시스템이 붕괴될 뿐 아니라 세계 초강대국으로서의 미국의 위상에도 금이 간다.

물론 그런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원화를 달러로 바꾸어야 하는 이유로서는 가장 최악의 경우다.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채권들이 현금으로 바꿀 수 없게 됐다는 이코노미스트들도 있다고 한다. 정말 웃기는 소리다. 미국 재무부 채권과의 수익률 차이가 상당히 확대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유동성이 풍부하다.

한국에서 외국자본이 빠져나가고 더 많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물론 있다. 하지만 외환보유고에서 1000억 달러가 빠져나가도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3개월 수입액에 해당하는 자금 이상이 남아있고 GDP 대비 2~3% 수준의 경상수지 적자는 몇 년간 유지할 수 있다.

한 나라의 경제문제, 국제적 상황 속에서 진단해야

원화 가치 하락이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는 시기와 일치한 것은 더욱 이상하다. 미국의 수출입 불균형이 개선된 것도 수출이 늘어서라기보다는 수입 원자재 가격이 줄어든 덕이 더 큰 데 말이다.

물론 한국에는 여러 문제가 있다. 가계부채가 매우 높고, 저축은 매우 낮다. 에너지 가격이 낮게 유지되지 않는다면 소비 수요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기업 수익도 압박을 받고 있고, 재고가 쌓이고 있다. 수출업체들이 달러 뿐 아니라 엔화, 유로, 위안화 등에 대한 원화 약세로 도움을 받겠지만 중국 이외에 수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은행들은 과도한 대출과 고금리로 기업과 가계의 부채가 더 많이 부실화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한국의 산업은행이 어리석게도 위기에 처한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를 사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상황들은 한국에서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경제문제는 다른 곳의 상황과 연결해서 생각해야 한다. 주택가격 거품도 미국, 영국 등과 비교할 때 더 심각한 지역들이 많지 않다. 에너지 등 많은 상품들을 수입해야 하는 나라치고 한국은 예상보다 외부에 의한 충격을 덜 받았으며, GDP 대비 정부 채무는 아직 여유가 있다.

요약하자면, 이른바 '한국의 위기'는 일정부분 자국에서 빚어진 금융위기로부터 주의를 돌리려는 서방 기관들의 작품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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