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영화평론가 이지훈씨입니다. 이지훈씨는 1969년 서울 출생으로 95년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졸업 후 월간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네가>의 취재기자와 편집장을 거쳐 주간 영화전문지 <FILM2.0> 취재팀장과 편집장을 역임했습니다. 올해부터 <FILM2.0> 편집위원 및 영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지난주 베니스영화제가 개막했어요. 제가 영화에 문외한입니다만 베니스영화제 하면 칸. 베를린하고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데요. 베니스영화제의 특징이랄까요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이지훈 : 국제영화제들이 딱히 정해진 특징을 드러내놓고 표방하는 건 아닌데요, 가령 베를린 영화제의 특색은 다른 영화제들에 비해 확실히 정치색이 짙은 영화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각국의 정치적인 상황이랄까 사회 현실을 담은 영화들이 자주 출품되고 수상하는 영화제고. 깐느는 누가 평가기준을 내려준 건 아니지만 명실 공히 세계 첫 번째 영화제라고 할 수 있고. 모든 기준을 다 망라하는 영화제라고 할 수 있고, 깐느영화제는 주로 작가주의에 집중한다고 할까, 그런 면이 보이고요. 베니스영화제는 3개 국제영화제 가운데서는 가장 예술적인 영화들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영화제로 볼 수 있고요. 사실 이 3개 영화제가 최근에 너무 예술적이고 작가적인 부분에만 그동안 경직돼 왔던 게 아니냐는 비판 때문에 사실 작가주의와 상업주의, 예술영화의 모든 것의 경계를 조금 아우르는 영화제로 나가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베니스도 마찬가집니다.
박인규 : 제가 알기로 베니스영화제에서 87년도인가 강수연 씨가 씨받이로 여우주연상 받았죠. 우리 영화가 베니스영화제와는 상당히 인연이 깊다고요. 98년부터 계속 초청받았다고 하던데
이지훈 : 예. 98년 이후 장선우 감독 영화도 몇 편 나갔고 2002년 오아시스라는 작품으로 이창동 감독이 감독상, 문소리씨가 신인여우상 받고 2004년 김기덕 감독이 빈집이란 영화로 감독상을 수상하고. 사실 3개 영화제 가운데 그런 면에서는 제일 인연이 깊지 않았었나 생각이 드네요.
박인규 : 말하자면 수상실적으로 따지면 가장 좋은 영화제라고 할 수 있네요. 98년부터 계속 우리 영화가 초청을 받았다는데 이번에는 초청을 못 받았다. 경쟁부문, 비경쟁부문 다 못 받았다. 어떤 의미입니까? 이제 한국영화가 소외당했다는 얘긴가요?
이지훈 : 이번에 한국영화가 비출품된 것에 대해서 지금 충무로에서는 정말 걱정의 목소리가 아주 높아요. 왜냐면 경쟁 비경쟁부문 뿐만 아니라 장편 단편 포함해서 단 한 편도 나가지 못했습니다.
박인규 : 사건이네요 진짜
이지훈 : 그리고 우리가 베니스는 너무 싫어요! 이래서 안 나간 것도 아니고, 실은 출품신청을 했던 영화가 있어요. 말씀드리긴 뭐하지만 유명한 배우도 나오는 영화인데 그쪽으로부터 거절을 당하고. 이런 것이 사실 국제영화제에 출품된다는 건 딱히 영화 자체의 퀄리티 문제도 물론 당연히 좌지우지되지만 사실 굉장히 정치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첸카이거나 왕자웨이 같은 중국영화감독들이 서양에 알려지게 된 데에는 깐느영화제가 기여한 부분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건 어떻게 된 거냐면 깐느영화제가 20년 전 이 무렵에 프랑스나 유럽영화 등등의 서구영화에서 더 이상 가능성을 발견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해요. 그렇게 되면 프랑스 평론가들도 그야 말로 먹고 살 길이 없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평론가들이 속된 말로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로 길을 떠난다는 거죠. 거기 어딘가에서 정말 주목할 만한 누군가를 찾아내겠다. 그렇게 발견된 게 중국영화고 깐느영화제에서 잇단 수상과 관심으로 인해서 중국영화가 서구사회에 알려지게 된 셈인데요. 여기에는 각국 정부들의 노력도 필요하고 각 영화들의 국제적인 배급망도 많이 필요하고 이런 것들이 모두 하나로 어우러져야만 한 영화가 깐느든 베를린이든 베니스든 가게 되는데 그런 부분들이 우리나라가 굉장히 부족하다는 겁니다.
박인규 : 그런데 초청받았다는 게 어떤 의미입니까? 그쪽에서 인정해 줬다는 의미인가요?
이지훈 : 영화제에 출품되는 건 크게 두 가지 방향인데요, 하나는 공식적으로 각국의 영화들이 주최측에 우리 이번 연도에 이러이러한 작품을 내고 싶다고 신청하면 그쪽에서 표현이 좀 그렇지만 일종의 심사를 하게 됩니다. 그런 방법이 하나 있고. 두 번째는 깐느나 베를린 다 그런 식인데 각 영화제의 프로그래머들이 주목하는 각국의 감독들이 있습니다. 깐느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의 임권택 감독, 박찬욱, 홍상수 감독을 굉장히 주목해왔어요. 그럼 그런 감독들의 영화는 굳이 출품신청을 할 필요도 없어요. 프로그래머들이 오히려 와서 영화를 달라고.. 예컨대 가편집본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가져가요. 왕자웨이의 화양연화 같은 영화는 깐느영화제에서 폐막하기 하루 전 상영됐을 만큼 굉장히 바쁜 일정으로 편집하고 있었어요. 그런데도 깐느영화제에서는 그냥 출품작에 리스트에 올려 버리고 발표까지 한 상태에서 왕자웨이를 데려간 거죠. 그렇게 출품받는 감독들의 영화는 그야 말로 영화제로부터 사랑받는 작품들이죠.
박인규 : 그렇다면 이번 베니스영화제에 초청받는 영화는 어떤 영화들입니까?
이지훈 : 아까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번 베니스는 할리우드의 작품들을 대거 초청했습니다.
박인규 : 대중성에 신경을 많이 쓴 거군요.
이지훈 : 그렇죠. 그 작품들이 그야 말로 최근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번 애프터 리딩'이란 작품인데요 이번 개막작이고 브래드 피트와 조지 클루니가 주연을 했으니 할리우드 중에서도 할리우드고. 그 외에도 '버닝플레인', '허트로커' 같은 작품들이 다 할리우드 영화들인데 이 영화들 자체가 사실은 할리우드 하면 떠오르는 상업영화는 아니에요. 최근 할리우드 영화들이 상업적 작가적인 성격을 골고루 갖춘 작품들이 나오고 있거든요. 그런 영화들을 베니스가 초청했다는 건 베니스영화제 자체가 자기 영화제가 양대 예술성과 상업성을 다 겸비하겠다는 뜻을 최근 그런 경향을 보이고 있는 할리우드 영화들을 초청함으로서 오히려
박인규 : 영화제의 위상을 높이겠다.
이지훈 : 네. 그런 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거죠.
박인규 : 언론보도 보니까 초청받은 영화가 21편 22편이라고 본 것 같습니다만, 특히 주목할 만한 건 한국영화는 단 한 편도 초청받지 못했는데 일본영화는 경쟁부문 3편, 중국 영화는 2편이라고 해요. 한국영화 팬들이 상당히 속이 상하신 것 같은데, 그렇다면 우리 영화가 일본이나 중국영화보다 질이 떨어졌다고 봐야 되는 겁니까?
이지훈 : 올해만 본다면 그런 경향이 없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일본영화 올라간 세 편은 감독 세 명이 이런 표현은 그럴 수도 있지만 기라성 같은 감독들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기타노 다케시, 오시이 마모루 같은 감독들. 감독의 이름이 높아서 물론 베니스가 초청한 것도 맞는 말씀이긴 합니다. 그런데 중국이나 일본 같은 경우는 아까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정부 기관과 유관기관에서 국제적인 로비를 많이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고 이것이 매년 자국 영화들을 각 영화제에 출품시키는 데 상당히 기여하고 있지 않나 생각을 갖게 하는 거죠.
박인규 :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최근에 보면 관객수라든가 관객 비율로 봐서는 한국영화가 위기다 그런 얘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한국영화의 예술적 수준이랄까 그런 것도 답보하고 있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 영화평론가 입장에서 어떻게 보세요?
이지훈 : 그 말은 상대적으로 받아들이셔야 될 것 같은데요. 한국영화 너무 위기다 위기다.... 한국영화 다 망한 거냐... 그렇지는 않고요. 그러나 최근에, 가령 예를 들어 '친절한 금자씨'가 나왔던 2005년 무렵,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나왔던 해를 지나고 나서부터는 침체하고 있는 게 사실인 건 맞습니다. 그 이유는 아까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한 나라에서는 완성도 있는 영화, 작가성과 상업성을 두루 갖춘 영화들을 내놓을 수 있는 감독들이 연이어 등장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게 조금 부족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최근에 작년도 그렇고 올해 초도 그렇고 거명하긴 좀 그렇지만 몇 편의 작품들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흥행된다고 일컬어지는 몇몇 코미디들, 조폭이 나오는 영화들. 가족은 가족인데 욕 잘하는 어머니와 이런 요상한 형태의 코미디들만 대거 개봉했습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흥행공식에 딱 맞는 것만 상투적으로 만들었다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이지훈 : 그렇습니다. 그런데 사실 과거의 어떤 프로듀서 분이었나 감독 분이었나 말씀하신 것이, 한국의 관객들은 그렇게 바보가 아니라는 말씀을 누군가 하셨어요. 한국 관객들은 지금 우리가 만들고 있는 작품보다 항상 더 앞서나간 자리에 존재한다. 우리는 그들보다 딱 반 발자국만 더 나가면 언제든 흥행에 성공하고 작품도 좋게 만들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의 한국영화 수준은 한 두 발짝 정도는 뒤에 처져있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안타깝습니다.
박인규 : 그런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감독들이 계속해서 못 나오는 이유는 뭡니까?
이지훈 : 몇 가지 예를 들어 드릴 수 있는데요, 가령 최근 한국영화가 국제적으로 수출이 되긴 된다고는 말씀하시면서도 잘 안 되고 있는 부분도 많아요. 가령 유럽 지역에 우리가 수출을 가장 많이 했던 나라는 프랑스라고 할 수 있는데요. 최근 프랑스 영화가 자국 내에서 자기네 영화가 아주 많은 강세를 띠고 있어요. 자기네 영화가 단연 압도적으로 1위를 하고 있고 그 뒤로 할리우드, 그 뒤로 기타 다른 국가들의 영화가 나오고 있는데 그렇게 자기 영화가 강해지다 보니 타국 영화들의 수입상황이 아주 안 좋아졌죠. 그게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상당히 수입이 안 되고 있는데, 프랑스영화가 장사가 잘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시네마테크라고 할까 아트하우스라고 할까 예술영화, 작가영화들이 꾸준히 상영되는 극장라인이 따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나라엔 그런 게 없다는 얘기에요. 가령 홍상수, 김기덕 감독의 영화가 우리나라에서는 흥행이 정말 안 돼요. 그냥 참패에요. 그래서 저예산으로 간다 간다 해도 그래도 참패해서 김기덕 감독 같은 분은 우리나라에서 영화 절대 다시 안 만들겠다고 화를 내신 적도 있고. 그런 마당이라 한국의 상영과 관객들의 취향을 리드할 수 있는 구조가 거의 전무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에
박인규 : 그 말씀은 어떻게 보면 우리 영화가 지나치게 흥행 위주로만 흘러갔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지훈 : 또 하나 큰 문제 중 하나가 우리나라가 부가시장이 거의 전멸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DVD, 비디오 이런 것들. 한동안은 비디오가 굉장히 잘 운영되는 나라였는데 DVD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비디오 시장은 일종의 몰락 비슷하게 축소되면서 일종의 DVD가 우리나라 시장을 대체하지 않겠는가 예상했는데 전혀 예상 밖으로 DVD시장 자체가 몰락하고 있어요.
박인규 : 무료 다운로드 이런 것 때문에 그럽니까?
이지훈 : 미국 같은 경우는 DVD시장이 아주 호황이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DVD쪽에서 표현되는 서플먼트, 이런 걸 전혀 안 보시는 것 같아요. 본편만 한 번 보면 되지
박인규 : 아, 영화 제작과정 같은 거 보여주는
이지훈 : 네. 그런 것까지 하기 위해서 만원이 넘는 DVD를 사는 사람들이 별로 존재하지 않는다. 또 하나는 인터넷 상에서 이른바 불법 다운로드가 워낙 성행하다 보니 그것도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죠.
박인규 : 또 하나는 우리가 미국과의 FTA 때문에 스크린쿼터를 축소했잖아요. 굉장히 영화인들이 반대하고 그랬었는데 중국의 신화통신이 스크린쿼터 축소가 한국영화 침체에 역할을 했다는 지적도 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이지훈 : 저는 반 정도 맞는 얘기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고요. 사실 스크린쿼터는 본질적으로는 언젠가는 없어져야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왜냐면 그 자체가 국가가 개입하는 경쟁이잖아요. 사실 문화상품이라는 것도 버젓이 상품이라고 볼 수 있고 그것도 우리나라의 문화적 경쟁력이 완숙하게 이뤄진다면 언젠가는 국가가 빠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기간이 도대체 언제까지가 될 것이냐가 논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인규 : 그 말씀은 축소가 좀 때 일렀다고 보시는 건가요?
이지훈 : 저는 좀 때 일렀다고 보고요. 왜냐면 해외영화제에서도 제 힘을 못 발휘하는 한국영화의 상황이라면 역으로 생각했을 때 당연히 국가가 아직은 보호해줘야 되는 시점이란 얘기가 되겠고 그것이 앞으로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는 우리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때까지는 보호를 받았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들 때문에 한국영화가 조금 위축됐고 그런 부분들 때문에 오히려 작년과 올해 국내에 개봉했던 외국 영화들은 정말 굉장히 흥행이 많이 됐어요.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스크린쿼터 축소가 좀 이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박인규 : 새로운 역량있는 감독의 출현이라든가 스크린쿼터 축소, 부가시장 침체, 여러 가지 우리나라 영화가 어려움에 처하게 된 원인에 대해 짚어주셨는데요. 어떻습니까, 지금 영화 감독하시는 분이나 평론하시는 분이나 제작하시는 분이나... 어쨌든 침체기에 있다고 한다면 한국영화의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서 어떤 대책을 취해야겠는가 그 부분에 대해서 논의들이 있지 않습니까?
이지훈 : 여러 가지 있는데요, 일단은 투자하시는 분들 쪽에서 제작사와 연계하는 어떤 구조랄까 시스템이랄까 이런 것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올 초 투자하시는 분 중 한 분과 같이 밥을 먹다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작년과 올 초 투자사들의 목표가 20%, 30% 수익이 아니고 본전 찾기가 모든 투자자들의 목표라고 말씀들을 하고 계신대요. 그만큼 한국 관객들이 한국영화를 찾지 않는다는 얘기인데. 그 이유는 또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막된 말로 볼 영화가 없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과거 2,3년 전까지만 해도 한 해에 봄에는 무슨 영화가 나오고 여름에는 무슨 영화가 나오고 하는 얘기들이 인구에 회자됐는데 이제는 1년에 한두 편 정도 기대된다거나 할까. 이렇게 되면 한국사람들이 그 영화만 보는 거지 전혀 다른 한국영화는 관심도 갖기 싫어하는 것들인데, 흥행이라는 게 사실은 한국영화라도 다 다른 영화들인데 왜 통째로 뭐가 안 되고 말고, 그런데 사실 그렇거든요. 외화든 한국영화든 일종의 자기 아우라를 갖고 있어서 한국영화 몇 편이 관객들을 실망시키면 한국영화 전체에 대한 기대심리랄까 이런 게 줄어드는
박인규 :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거군요.
이지훈 : 예. 그런 부분들이 투자사들의 투자 기대심리마저 위축시키고 있는데 이런 것들을 타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또 하나는 신인들이 기용될 수 있는 방법도 많이 강구돼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박인규 : 신인 감독들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이지훈 : 네. 그런데, 올 초에 또 우스갯소리 중 하나로 최근에 어떤 감독이 다른 감독 영화 현장에 놀러 간 적이 있대요. 놀러 갔더니 촬영부가 있는데 촬영부라고 하는 쪽은 촬영감독 한 분 계시고 그 밑으로 퍼스트, 세컨드, 써드 해서 촬영 조수들이 있는데 갔더니 그 네 명이 다 촬영감독들이더래요. 한국영화에 일이 없다는 것. 예전에 110편 120편 만들었는데 이제 겨우 한 70편 만들고 있으니까 스태프들 자체가 일거리가 없어서 힘들어한다는 말이 많아요. 이런 마당이니 신인감독들이 데뷔할 수 있는 기회도 굉장히 없다는 말이 될 것 같고. 또 하나는 일종의 장르 다양화라고 해야 될까요. 이것이 결국 한국영화의 퀄리티를 높이는 한 방법이 될 수 있겠는데 조폭영화니 코미디영화니 이런 것들, 이런 영화들만 나와서는 점점 침체하게 됩니다. 장르영화라는 것이 사실 그렇게 나쁜 말이 아니거든요. 장르라는 것이 사실 그렇습니다. 어떤 한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전형적인 걸 뽑아내는 것은 잘 만들면 장르가 되고 못 만들면 상투적인 것이 됩니다. 우리나라는 자꾸 상투적인 것으로 가는 영화들이 많아서 그렇지. 예를 들어 작년에 개봉했던 할리우드 영화 중 트랜스포머는 장르영화지만 굉장히 혁신적으로 개발된 거거든요. 그런 영화들을 우리가 많이 만들어야 되는 그런 것들이 과제라고 할 수 있죠.
박인규 : 제가 사실은 영화진흥위원회 신임위원장 되신 강한섭 교수님을 몇 달 전 모시고 이런저런 얘기를 해본 적이 있는데, 아까 말씀하신 부가시장 문제도 상당히 정상화시켜야 한다. 최근 언론보도 보니까 웹하드에서 영화를 돈을 내고 합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유료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하겠다. 영화 살리는 데 도움이 될까요?
이지훈 : 뭐 저는 개인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고요 지금 DVD시장이 몰락하고 있다는 것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일종의 직배사, 소니코리아니 월트디즈니 이런 쪽들이 다 가령 이미 폭스 같은 경우는 DVD사업부 자체를 폐쇄시켰습니다. 안 되니까. 그래서 한 2년 전부터 그쪽에서도 충무로에서도 그렇고, 이런 거죠. 한 24시간이나 48시간 정도 기한을 두고 유료로 1000원이나 2000원에 다운로드를 합법적으로 받아서 본 다음 사용기간이 지나면 그때부턴 안 되는 그런 걸 받자는 얘기들이 많이 나왔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오프라인으로 DVD나 비디오가 시대적 변화에 따라서 안 되는 시장으로 가고 있다면 온라인시장을 합법화시키는 게 좋은 돌파구 중 하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고 그런 면 때문에 유로 다운로드에 대해서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 영화가 1000만 시대를 열면서 대단하다는 말도 한편으론 이건 좀 비정상적이다. 인구 5000만도 안 되는 나라에서 어떻게 1000만이 보냐. 좋은 표현은 아닙니다만 전국 영화관의 절반 이상을 독점하고 그건 좀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왔는데. 그런 측면에서 예술영화나 이런 걸 전용으로 상영할 수 있는 영화관도 필요하다. 또 많은 스크린을 독점하는 걸 막아야 된다. 대책이 있을까요 그런 부분은?
이지훈 : 천만 관객 시대라는 것이 장단점이 좀 있었습니다. 물론 좀 기형적인 현상이었지만 사실 굉장히 긍정적인 결과였다면, 우리나라에서 천만 명이 영화를 본다는 건 한 사람이 두 번 세 번 봤다는 것과, 또 하나는 지금까지 영화를 안 보던 사람들이 영화를 봤다는 얘기에요. 할아버지 할머니들, 살림만 하던 전업주부들, 이런 분들이 많이 봤다는 건데 그런 면에서는 한국 관객층을 확장시켰다는 것 때문에 굉장히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볼 수 있는데 나쁜 쪽이라는 건, 최근에 정부에서도 많이 이걸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일종의 건너뛰기 상영방식이죠. 예를 들어 괴물이란 영화와 어떤 영화가 개봉했는데 괴물이 워낙 잘 되니까 이쪽 영화의 1,2,3,4,5,6회를 1,3,5는 이 영화를 틀고 2,4,6은 괴물을 틀고. 전국이 이런 식으로 가다보니까 이건 정말로 해선 안 될 상황이라 이런 것들은 좀 규제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요. 예술영화 전용관 같은 경우는 사실 스크린쿼터와 맥락이 닿아있다고 할 수 있죠. 국가나 관련기관이 일종의 규제정책으로 예술영화전용관을 만든 다음 거기는 예술영화만 트는 쪽으로 한다는 얘기는 저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스크린쿼터가 아직은 필요한 만큼 예술영화전용관도 얼마간의 기간 동안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박인규 : 어쨌든 한국영화가 계속 잘 돼서 국민들을 즐겁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혹시 영화계의 나아갈 방향 관련해서 못다 하신 말씀 있으시면 간단히 정리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지훈 : 한국영화시장이라는 것이 지금까지 보면 둘로 갈라진 게 굉장히 많았어요. 상업영화권으로 나가는 감독들은 아주 상업적으로 나가고, 예술영화 쪽으로 가는 사람들은 아예 문 걸어 잠그고 나는 예술영화 하는 사람, 서로 욕하는 쪽도 많았고 이런 것들이 좀 없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자본에 관해서도 놈놈놈 같은 백억대가 넘어가는 영화와 1억5천만 원에 만든 영화 이런 것들에 대한 상반된 그런 것이 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죠.
박인규 : 예술성과 상업성의 균형과 조화. 그리고 좀 다양한 영화들의 만개. 우리나라 영화가 잘 나가기 위해서 필요한 대목인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이지훈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영화평론가 이지훈씨를 초대해 제65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와 우리 영화계의 위기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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