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일부터 불능화가 진행되던 영변 핵시설을 원상태로 돌려놓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북핵 6자회담에 짙은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핵시설 불능화는 비핵화 2단계의 핵심조치로, 작년말 시작돼 현재 마무리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이를 되돌리는 작업에 착수한 것은 그동안 어렵게 진전돼 온 회담 성과가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외교통상부는 3일 "영변 핵시설의 원상복구 작업은 6자회담을 통한 북한 비핵화 과정에 심각한 훼손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이 핵시설 복구작업에 들어간 것은 핵 신고서 제출에도 불구하고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가 미뤄진데 대한 불만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미국은 완전한 핵 신고를 위해서는 검증이 수반돼야 한다면서 검증체계 구축을 테러지원국 해제의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반면 북한은 2.13합의에 따라 테러지원국 해제의 조건은 신고서 제출이라고 맞서고 있다.
북한은 이미 지난달 26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지난 14일부터 핵시설의 불능화 작업을 중단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핵시설의 원상복구를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불능화 중단 이후에도 미국이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를 취하지 않는데다 검증체계 구축에 대한 강경입장도 굽히지 않자 다음 카드로 핵시설 복구를 꺼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가 어디까지나 북한의 전형적인 `벼량끝 협상' 전술일 뿐 6자회담을 파국으로 몰고가겠다는 의도는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불능화 중단에 이어 핵시설 복구에 착수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임에 분명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다른 참가국들을 압박하기 위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더 이상 협상 의사가 없다면 핵시설을 복구하기 보다는 영변에 있는 미국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술자들을 추방하는 카드를 썼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단순한 협상 카드 이상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우려도 있다.
다른 소식통은 "핵시설 복구는 적잖은 시간과 돈이 드는 작업"이라며 "불능화 중단조치와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이를 중도에 다시 포기시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미국 및 IAEA 기술자를 영변에 남겨놓은 것도 핵시설 복구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도록 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임기 말년인 부시 행정부 대신 차기 행정부와의 협상을 염두에 두고 그 사이의 공백기를 활용하고자 1년 안팎의 긴 시간이 필요한 영변 핵시설 복구에 착수했을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북한의 의도와 관계없이 검증체계 구축에 대한 북.미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6자회담도 장기간 공백사태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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