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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주류언론들의 보도 액면 그대로 믿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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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주류언론들의 보도 액면 그대로 믿어도 될까?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326> 정권에 재갈 물리는 아르헨티나 언론

정권이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게 아니라 언론이 정권에 재갈을 물리는 희한한 상황이 아르헨티나에서 벌어지고 있다.

기자는 최근 독일의 한 유수통신사 특파원의 보도 내용을 놓고 대통령궁 공보실, 보건사회부 언론담당책임자와 신경전을 벌였다. 독일 기자가 아르헨티나의 실상을 왜곡 보도했다는 것 때문이었다.

문제의 발단은 아르헨 국내의 한 유력언론사가 독일발 외신을 인용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원문 내용을 교묘하게 살짝 바꿔 원래의 의미와는 전혀 다른 내용을 실은 것이다.
▲ 기자회견중인 그라시엘라 오까냐 아르헨티나 보사부장관 ⓒ김영길

그라시엘라 오까냐 아르헨티나 보사부장관은 지난 12일 외신기자회견을 자청, 아르헨티나 사회복지정책과 서민구호대책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브라질 언론사의 한 기자가 아르헨티나 유아사망률에 대해 질문을 했고 오까냐 장관은 "자세한 자료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서민구호대책으로 인해 유아사망률은 최근 현저하게 낮아지고 있다"고 대답했다.

오까냐 장관은 이어 "다만 지난 2007년은 혹독한 추위로 인해 다른 해보다 유아사망률이 약간 높아진 건 사실"이라며 "이에 따라 정부는 서민들의 겨울 난방대책마련에 우선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독일 기자는 이같은 내용을 본국으로 타전했다. 그런데 이를 인용한 현지 언론은 "정부 유아사망률 증가 인정하다"라는 제목으로 아르헨티나의 유아사망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장기적인 농민파업과 국회의 반기로 심기가 편치 않았던 대통령궁은 오까냐 장관의 신중치 못한 발언을 문제 삼았고, 보사부는 독일 기자의 보도 내용을 추궁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독일 기자가 본국에 타전한 기사 원문을 받아본 정부 당국자들은 보사부 장관의 발언이나 독일 기자의 기사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인정하고 이를 임의대로 각색해 인용한 국내 언론의 보도 내용을 따지고 들었다.

결국 문제의 언론사는 해당기사 전문을 다시 보도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지만 대통령궁 공보실 관계자들은 "관료들에게 무조건 '입 조심'을 시켜야 할 판"이라고 허탈해했다.

"IMF와 신용평가회사들의 경제진단은 무용지물"

문제의 현지 언론사는 이에 그치지 않고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의 신용평가회사들이 주장한 아르헨티나 경제위기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IMF는 "아르헨티나 경제는 현재 심각한 위기상황이며 타이타닉호가 빙산에 충돌했던 것 같은 최악의 상황(경제파탄)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제 위기를 기정사실화했다.

이 보도로 인해 아르헨티나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교포들은 경제위기에 대한 악몽의 기억을 떠올리며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아르헨티나 경제를 움직이고 있는 유대인 커뮤니티는 경제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사발통문이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나 현지 경제전문가들의 입장은 다르다. IMF가 남미경제를 진단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느냐고 반론을 제기했다. 지난 190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중남미국가들을 휩쓴 환란과 경제파탄의 주범은 다름 아닌 IMF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된 아메리카 위원회(Consejo de las Americas)에 참석한 현지 경제인들과 학자들도 "지난날 아르헨티나는 IMF의 경제 진단과 조언을 맹신한 나머지 모든 국영기업을 민영화하고 긴축과 시장을 개방한 결과 혹독한 경제위기를 맞게 됐다"면서 "이제 남미에서 IMF나 국가위험도 평가회사들의 진단에 일희일비할 국가는 하나도 없다"고 단언했다.

이 자리에 모인 경제학자들은 "미국의 신용평가회사들은 남미에 진출한 다국적기업들로부터 매년 천문학적인 자문료를 챙기고 있는데 이런 기관들이 누구의 이익을 대변해주겠느냐" 목청을 높였다. 이들 기관들이 내린 국가위험도 평가자체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다.

이들 학자들은 이어 "농민파동 등 정치적인 어려움에 직면한 아르헨티나는 예전처럼 10%대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어렵겠지만 금년과 내년에도 7% 수준의 경제성장은 어렵지 않게 달성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입을 모았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정권을 세우려는 권력화된 보수 언론들의 행패에 가까운 보도 태도를 보며 얼마 전 한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유행됐던 '다음날 조중동은' 이라는 시리즈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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