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공연기획자 유경숙씨입니다. 유경숙씨는 1975년 대전 출생으로 99년 안양대 러시아어학과를 졸업했고 2006년 경희대에서 커뮤니케이션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난타 제작사인 PMC프로덕션 마케팅팀 홍보팀장으로 일하며, 국내 최초로 '공연도 상품'이라는 콘셉트로 문화상품 마케팅을 시도해 한국관광공사로부터 '한국의 대표문화상품'으로 선정됐습니다. 2004년 일본 문화시장 조사차 1년 동안 일본연수를 다녀온 이후 문화포털 티켓링크의 마케팅연구소 팀장으로 활동하며 브로드웨이의 TKTS에 해당하는 당일티켓 판매서비스, 일명 깜짝티켓을 한국 최초로 도입했습니다. 지난해 3월 회사를 그만두고 1년 동안 전 세계의 공연과 문화트렌드를 따라 세계 일주를 했으며 최근 이를 바탕으로 한 책 '카니발로드'를 출간했습니다. 또한 공연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우선 축하드립니다. 1년 동안 세계일주도 했고 책도 내셨어요. 책 이름이 '카니발로드' 우리말로 하면 축제의 길, 1년 동안 축제만 따라다니셨으니까 좋으실 것 같습니다. 언제 떠나셨어요?
유경숙 : 지난해 3월 출발해서 올 3월 말 돌아왔습니다.
박인규 : 딱 1년이군요. 몇 나라에 다녀오셨습니까?
유경숙 : 총 41개국을 여행하고 돌아왔습니다.
박인규 : 엄청 돌아다니셨군요. 41개국이면 그동안 본 공연만 해도 굉장히 많겠네요?
유경숙 : 실제로 다니면서 무작위로 보이는 건 전부 봤다고 생각하는데, 공식적으로 티켓을 구입했던 건 한 3백여 편 되지만 해외에는 길거리에서 하는 공연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몇 편 봤느냐는 질문을 받지만 셀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박인규 : 매일매일 봤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되겠네요. 10년 동안 공연계에서 꽤 알아주는 기획자로 활동하셨는데 회사를 그만 두는 게 쉽지 않은데, 그만 두고 여행을 가야겠다고 생각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유경숙 : 네. 저도 다른 분들처럼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딱 그만 두고 떠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일을 하다 보니까 어느 날 저녁 야근을 하다가 친구가 펑크를 내서 야근을 하다가 중장기 업무보고서를 작성하다 보니까 다음 한국 공연들이 해외로 진출할 때 나가야 될 전략을 분석하는데 해외시장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는 거예요.
박인규 : 우리가 해외시장도 모르면서 얘기하고 있구나.
유경숙 : 그렇죠. 그러다 보니 어디에 어떤 교수님을 찾아가야 될지 이 정보를 누가 알지 고민하는데 없더라고요. 때마침 생각한 게 제가 여행을 좋아하기도 하고, 제가 직접 가볼까 처음 발상을 시작했는데 한 달 동안 타당성에 대한조사를 해보니까 직접 가도 되겠더라고요. 저한테도 되게 우연히 찾아왔던, 그러나 반드시 필요했던 기회였던 것 같아요
박인규 : 세계의 공연 흐름을 알기 위해서 여행을 가야겠다고 생각한 게 작년 2월입니까?
유경숙 : 아니오. 2006년 9월, 출발하기 한 6개월 전쯤이었어요
박인규 : 우선 속된 질문을 하자면 1년 동안 41개국 돌아다니려면 돈이 만만치 않을 텐데 혹시 얼마나 들었고 어떻게 마련하셨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어요?
유경숙 : 보통 세계 일주를 하시는 분들 평균 금액이 한 2500에서 3천 정도 예산을 잡아요. 이게 넉넉하게 쓰는 것도 아니고 되게 절박하게 쓰는 것도 아닌데, 저는 약간 투자 개념의 여행이어서 일을 좀 더 하고자 떠난 여행이기 때문에, 티켓 값이 비싸잖아요. 그래서 거의 두 배, 한 6천 정도 예산을 잡았어야 했거든요. 투자라고 생각해서 협찬도 받고 사비도 털었는데 실제로 가보니까 이런저런 절약할 수 있는 요소들이 되게 많더라고요. 적도 밑에 나라들은 공연티켓값도 워낙 쌌고 전반적으로 물가가 싼 곳도 있어서 실제로 제가 사용하는 금액은 5200정도
박인규 : 그 중에 공연 관람만을 위해서 쓴 돈은 얼마나 돼요?
유경숙 : 공연티켓 비용으로 1200만 원 정도 쓴 것 같아요.
박인규 : 많은 것 같지만 1년 내내 본 거라고 치면 하루에 한 4만 원쯤 쓰신 거네요.
유경숙 : 네. 그런 걸 생각해보면 서울에서 되게 물가가 비싼 상황에서 살고 있었구나 생각했죠.
박인규 : 실례지만 아직 결혼 안 하셨죠?
유경숙 : 못한 것 같아요
박인규 : 예전 같으면 과년한 처녀가 혼자 세계여행한다고 하면 부모님들이 반대했을 것 같은데
유경숙 : 지금도 너무, 이제는 무사히 잘 다녀왔으니까 걱정을 덜하시지만 출발할 때도 워낙 반대를 심하게 하시니까 온갖 미사여구와 거짓말을 섞어서 최대한 허락을 받아내려고. 단순히 억지로 가겠다고 허락을 받는 것보다는 부모님이 제가 그렇게 떠나도 안심하고 계셔야, 얘가 안전할 거라는 확신이 있어야 편히 주무실 테니까 부모님께 수시로 전화 드리고, 그런 전화비용도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박인규 : 어쨌든 갔다 오셨으니 편하게 말씀하시지만 1년 동안 41개국 돌아다니는 게 혼자 몸으로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다니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어떤 거였어요?
유경숙 : 가장 힘들었던 건 사실 실제로 다녀보면 힘들었던 건 제 스스로 체력이 부족한 것. 예를 들어 한국에선 며칠 안 먹어도 집에서 챙겨주니까 힘든 걸 몰랐는데 밖에 나가선 제 스스로 뭔가 열심히 골고루 영양소 따져서 챙겨 먹지 않으면 보름 정도 신경 안 쓰면 빈혈이 생긴다든지, 특히 여자분들 그런 게 아마 심해질 거예요. 누구라도. 그런 체력 유지가 어려웠던 것 같고. 무서웠던 것 같은 경우는 예를 들어 아프리카 이런 데 가서 전혀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던 항공 이용할 때. 에어 짐바브웨 탈 때... 실제로 비행기를 타면 아프리카 이런 데에... 우리나라에 알려져 있지 않을 뿐이지 해당 국가의 국적기나 작은 경비행기 회사들도 많거든요. 그런 걸 타다 보면 비행기가 파닥파닥거리거든요. 아, 어렵게 살아왔는데 이렇게 죽나? 이런 생각도 들고요
박인규 : 한국사람들이 유독 음식에 까다로워서 외국 나가면 하루 한 끼는 한식을 먹어야 된다는데 그런 건 없었습니까?
유경숙 : 먹는 건 별 문제가 없었고, 요즘 해외여행하는 젊은 여성분들 중에는 먹는 것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들은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박인규 : 오히려 체력과 담력이 중요하군요. 본격적으로 공연 얘기 해보죠. 우리고 보통 외국의 공연 하면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 런던의 웨스트앤드 이렇게 얘기하는데 거기는 많이 가보셨던 데죠? 오랫동안 가보니 다르던가요?
유경숙 : 예를 들어 잠깐잠깐 브로드웨이나 이런 데 방문할 때는 우리가 필요한 작품을 찍어서 보고 오니까 새로 나온 작품이 이렇군, 정도. 미리 보는 정도인데 이번에는 비교적 장기간 체류하면서 보니까 일반서민들이 평상시에 주변에 늘 공연장 안에서 펼쳐지는 공연들이 많으니까 언제나 생각만 하고 찾아가면 바로 몇 블록 다음에 여러 공연장들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되게 부러웠고. 또 하나는 여름에, 여름 시즌에 각 기업이나 큰 링컨센터나 기관에서 시민들을 위한, 또 뉴욕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감사하다는 차원에서 무료공연을, 그렇다고 절대 퀄리티가 떨어지는 게 아니거든요. 그런 무료공연이 여름에 축제처럼 펼쳐지는 환경들이 되게 부럽더라고요.
박인규 : 저희는 보통 브로드웨이 가면 최소 40불에서 80불 100불 주고 보고 그랬는데, 그런 것도 있지만 공짜로 즐길 수 있는 상당히 수준 높은 공연도 많군요. 상당히 부럽네요. 브로드웨이나 런던 말고 아프리카 말씀도 하셨는데 우리가 잘 몰랐던 공연문화 소개해 줄 만한 게 있을까요?
유경숙 : 추천하려면 너무 많아서 어느 걸 소개해드려야 될지 모르겠는데, 공연 같은 경우도 우리가 평상시 보지 못했던 아이디어가 기발한 공연도 되게 많아요. 제가 호주에서 봤던 공연 중에는 한국으로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어느 도서관 앞에서 몇 날 몇 시에 공연 볼 사람 모이래요. 그래서 왜 그러지? 하고 찾아가 보면 도서관 앞에 관객들이 어디 앉지를 못하고 얼쩡대고 있잖아요. 그럼 누군가 와서 공연장은 여기가 아니고 어디라고 인솔해가요. 그래서 따라가 보면 한국의 명동이나 이런 거리의 한 복판에 맨홀을 중심으로 바닥에 앉으라고 하는 거예요. 왜 그러나 싶어서 속는 셈 치고 바닥에 앉아 보면 황혼이 지고 어두워지잖아요. 그럼 가로등들이 자연스럽게 조명이 되고 맨홀 뚜껑이 확 열리면서 그 안에서 배우들이 나오는 거예요. 길바닥에서 맨홀 뚜껑을 따고 나오는 거죠. 그리고선 사다리로 지하세계와 우리 인간세계를 왔다갔다 하면서 우리 발밑에 깔려있는 지하세계들이 전선이나 배수구 같은 채널을 통해서 우리 인간들의 모든 이야기들이나 똑같은 구조로 돼 있잖아요. 우리와 똑같은 인간세계의 모습이 발밑에 존재하고 많은 사연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이런 메시지로 공연이 펼쳐지는데 그러다 보니 보는 사람들도 너무 신기하지만 길가를 운전하면서 길가를 다니는 운전자들도 중간에 공사하는 데 왜 사람들이 모여 있지? 그러면서 쳐다본다든지, 공간적 제약 이런 걸 벗어난 그들의 상상력 이런 게 볼거리가 됐던 것 같아요.
박인규 : 아프리카 마사이족의, 공연이라고 해야 됩니까 축제라고 해야 됩니까, 그것도 보셨다면서요.
유경숙 : 네. 그건 사실 공연은 아니라고 얘기해야 돼요. 무대화 형식화되지 않은 그들의 자연스러운 풍습이었는데 예를 들면 저 같은 직업적인 사람에게는 빨리 갖고 오면 좋을 만한 공연콘텐츠로 보이죠. 마사이족들이 하루 한 번씩 그네들의 구애춤 같은 걸 해요. 예를 들어서 제가 보기엔 계속 뜀뛰기만 하는 형식이었는데 높이고 완전히 농구선수들을 능가하는 높이로 점프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때 제가 느꼈던 느낌으로는 소의 분뇨를 태워서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잖아요. 세렝게티에 찾아오는 붉은 황혼빛 속에서 분뇨가 타는 연기와 냄새, 소가죽으로 만든 자연으로 만든 북, 북소리로 내는 리듬, 이런 것들 모두가 자연이 만든 자연스러운 무대처럼 보이더라고요. 제가 보기에 그것처럼 신선한 공연이 없었던 것 같은데 그때 봤던 느낌이 되게 신선했던 것 같아요.
박인규 : 쿠바도 다녀오셨다면서요.
유경숙 : 네. 현지 가봤을 때는 한 50년 정도 이전의 옛날 쿠바 전통음악의 진수를 보여준다고 해서 브에나비스타는 외국에 되게 잘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가봤을 때는 브에나비스타의 인기는 상당히 약소하더라고요. 오히려 제가 보기엔 아바나 골목골목 속에 있는 레스토랑이나 카페 같은 데서 정말 실력 있는 피아니스트나 재즈연주자가 많이 숨어있더라고요.
박인규 : 멕시코 인디오들의 연극도 보셨습니까?
유경숙 : 네. 멕시코도 남미에선 비교적 발달된, 멕시코시티가 비교적 발달된 공연메카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선진화된 모던한 공연도 많이 있고, 인디오들이의 액을 쫓는다는 김을 쐬면서 우리나라 전통 무당들이 하는 액션을 보여주면서 하는 거리공연도 많더라고요.
박인규 : 우리나라에서 한 10년 동안 공연기획을 하시다가 1년 동안 전 세계의 공연, 축제를 보고 오셨는데 느끼시는 게 많았을 것 같아요. 물론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앤드를 꼽긴 하는데, 앞으로 중심지가 바뀔 것 같다든가, 아니면 세계 공연의 흐름을 어떻게 봐야 될까요?
유경숙 : 사실 저도 이 단계에서 확답하긴 어렵지만 어쨌든 남미와 북미를 통틀어서 지금 미국 브로드웨이는 전 세계를 통틀어서 모든 장사가 된다 싶은 좋은 작품들이 브로드웨이 다 모여 있고 유럽 인근의 좋은 작품들은 웨스트앤드에 집결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새로운 대륙들이 문화의 주요 지역으로 나타난다고 해도 그 두 곳의 중요한 기능성은 계속 갈 것 같고. 다만 문화선진국들이 많이 밀집돼 있고 다양한 문화들이 공존하고 있는 유럽 대륙이 차기 가장 발달될 만한, 우리가 주목해야 될 만한 시장 아닐까 싶어요.
박인규 : 워낙 처음 이 여행을 준비하실 때 해외 공연의 흐름을 잘 모른다, 진출해야 되는데, 그런 말씀 하셨는데 그렇다면 우리 뮤지컬이든 연극이든 우리 공연문화의 해외진출 가능성, 잠재력 어떻게 보세요?
유경숙 : 사실 얼마든지 가능하고, 예전에는 난타도 그랬지만 가장 최근에 한국 순수 창작 뮤지컬인데 '사랑은 비를 타고'라는 작품이 일본에 최초로 로열티까지 받으면서 수출했거든요. 2,3주쯤 전부터 도쿄에서 공연하고 있어요. 한국 순수 창작물들이 외국으로 진출하는 사례는 이제 막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이게 상당히 좋은 징조고 전체적으로 볼 때 한국 공연산업이 단기간 내 빠른 발전을 한 케이스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서 자세히 전략적으로 준비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여러 나라를 다니셨다니까 그 지역의 공연기획자라든가 그런 분들을 만나보셨을 텐데, 한국의 공연문화에 대해서 많이 알던가요?
유경숙 : 전혀 모르던데요. 난타 같은 경우도 제가 옛날에 다뤘던 작품이기 때문에 해외공연도 많이 했다고 한국에서 알려져 있으니까 혹시 우리 난타는 모를까 생각했는데 전혀 아시는 분이 없더라고요.
박인규 : 이제 시작이로군요. 국내 공연과 외국 공연을 비교해 봤을 때 국내 공연의 인력 또는 작품의 장점과 단점을 비교할 수 있을까요? 해외의 추세와 비교해 봤을 때
유경숙 : 구체적인 작품을 비교하긴 어렵지만 전체적으로 한국 시장이 해외 유명 시장에서 활발하게 인기리에 공연되고 있는 상업공연들이 한국에 거의 다 들어와 있는 상황이거나 아직 안 들어왔다손 치더라도 조만간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거나 계약이 끝난 상태거나, 그 정도로 한국의 공연시장이 단기간 내 상당히 활성화된 상황이거든요. 그런 속도감에 비춰서는 순수 한국 창작품의 퀄리티에 대한 개선은 발전하는 속도가 너무 미흡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대학로나 한국 순수 창작공연이라고 해서 찾아가 보면 우리가 지불하는 금액에 비해서 사실 질이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가 많거든요. 물론 좋은 공연도 많이 나왔겠지만. 그런 면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볼 때 우리 작품에 대한 각 분야별로 음악이면 음악, 안무, 무대, 무대미술 같은 전문분야, 시나리오도 마찬가지고 전문 인력이 부족하지 않은가. 또 정부 차원에서도 그런 쪽으로 디테일하게 기초예술 장르에 대한 투자를 해주고 인력투자를 해주는 쪽이 장기적으로 볼 때는 빨리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박인규 : 우리가 한류 한류 하면서 동남아에서는 한국문화가 거의 최고인 것처럼 알려져 있는데 아직은 그런 건 아닌가보죠? 혹시 동남아도 다녀보셨습니까?
유경숙 : 네. 예를 들어 일본 같은 경우 자주 가는 편인데 한류라는 것도 이미 한국에서 그런 얘기가 많이 거론되고 있지만 한류라는 게 이미 외국에선 한 발짝 퇴보한 것처럼 다뤄지고 있는데 한국 기획자들이 착각하는 면이 없지 않은 것 같고. 또 하나는 드라마 콘텐츠가 시나리오나, 또 일부 한류스타들을 활용한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문화 분야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한류로 설명하기는 좀 부족하죠.
박인규 : 말씀 들어보면 문화마케팅이나 문화기획 이전에 공연 각 부분의 인력을 튼실하게 키워내는 게 긴급하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또 하나는 우리나라 공연 물가가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고 해요. 맞습니까?
유경숙 : 네. 제가 직접 다녀 보니까 애초에 제가 이번 여행에서 공연 티켓 비용을 1900만 원 정도를 예산을 준비했어요. 한국 물가를 감안해서 또 문화선진국들과 후진국들을 골고루 다닐 것을 감안했던 건데 실제로 다녀보니 제가 사용한 금액은 1200만원이거든요. 덜 들었는데요. 실제로 다녀보니까, 적도 밑에 아프리카나 남미 같은 경우는 워낙 좋은 공연을 봐도 비싸봐야 몇 만 원이고 보통 만 원 이하의 공연들은 너무나 많고, 매일 밤낮으로 실컷 봐도 전혀 부담 없는 비용. 반면 서울은 공연 물가를 따지기 전에 전체적으로 서울 물가 자체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공연을 본다면 어차피 VIP, 볼 사람만 보니까 가격 자체가 높게 책정되는 부분도 있고 기획사들 입장에서도 보면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제작비용이 전체적으로 올라가는 건 본인들도 어쩔 수 없는 현상이고요
박인규 : 그렇지만 일부에서는, 이른바 장사가 되는 작품을 들여오다 보니 서로 경쟁이 심해서 로열티를 과다 지급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도 있던데요.
유경숙 : 그런 면도 있고 기획사들 입장에서는, 양쪽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기획사들 입장에서는 그런 걸 탈피하기 위해서 사실 장기공연이 가능한 안정적인 공연장 시설이 마련돼야 실질적으로 제작비용을 줄여서 소비자들에게 전가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박인규 : 인프라도 문제군요.
유경숙 : 네. 전반적으로 모든 점들이 개선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박인규 : 1년 동안 41개국 다니면서 많은 공연을 봤고 몇 달에 걸쳐서 책을 정리해서 내셨는데, 결론적으로 뭘 얻었다고 생각하세요?
유경숙 : 다소 엉뚱한 거지만, 지금까지도 게으르게 산 건 아니지만 내가 왜 열심히 살아야 되는지, 나 혼자가 아니고 더불어 산다는 걸 확실하게 배운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엉뚱한 사례지만 중간 중간에 여자 혼자 여행하다 보니까 내가 아무리 나를 지키려고 노력해도 본의 아니게 내 몸이 위험에 방치되는 상황이 너무나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거예요. 그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목숨이 내 것이 아니구나, 건방지지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를 들면 60년이면 60년, 딱 정해진 시간이 나에게 주어진 거고 이미 내가 30대 초반에 접어들었으니까 내가 절반 정도의 시간을 이미 써버렸구나. 남은 절반의 시간도 열심히 살아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박인규 : 그 정도 얻으셨으면 1년 간의 시간과 5천만 원의 돈이 아깝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이제 10년 이상 공연을 많이 봐오셨고 외국에서도 300개 이상 보고 오셨는데 좋은 공연이란 게 뭡니까? 어려운 질문인가요?
유경숙 : 네. 정말 어려운 질문인데, 좋은 공연. 객관적으로 어디서 인정받았다든지 한국에서 유명한 공연 소개할 때 그렇게 얘기하잖아요. 그건 일반화된 표현이잖아요.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평가한 작품이라는 얘긴데, 제가 보기에는 봐서 내가 좋은 공연이면 그게 좋은 공연이라고 생각해요.
박인규 : 감동을 주는 공연.
유경숙 : 네. 개인적인 감성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얘기기 때문에, 또 하나는 꼭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치더라도 연출자나 작가가 의도한 바가 잘 나에게 전달되고 그 안에서 여러 가지 음악적인 감동이나 이런 걸 느꼈다는 얘기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공연이 정말 좋은 공연이란 생각이 들어요.
박인규 : 저희가 PMC프로덕션의 송승환 대표도 한 번 모신 적이 있는데, 우리 공연문화가 외국에 나가려면 언어장벽이 있기 때문에 비언어극, 넌버벌 퍼포먼스가 유리하다고 하셨어요. 실제로 나가신 건도 우리 공연의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신 거니까, 아까 말씀하신 기초인력의 양성 말고 우리가 외국에 나가려면 이런 전략을 해서 어느 지역이 유리하다, 그런 계산이 서던가요?
유경숙 : 그것도 제 생각에는 예를 들어 한국의 공연기획자들이 이 상품이 괜찮지 않을까 하고 스스로 판단할 경우 무조건 첫 번째로 찾아가는 곳이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이에요.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 페스티벌은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고 규모가 인정받는 만큼 축제거든요. 그런데 반면에 보면, 그런 데에 참여하는 것도 좋지만 그렇게 수많은 작품들이 1년에 한 번씩 모여드는 시장이기 때문에 한편으로 그 많은 작품들 중에 우리 작품이 눈에 띌 가능성은 희박해질 가능성도 있거든요. 일종의 레드오션이라고 볼 수도 있는 거예요. 마임 공연이다. 우리나라 마임공연이 점점 인기를 끌고 있는데 마임공연의 세계 양대 축제로 알려져 있는 곳이 런던과 프랑스의 마임축제가 가장 유명하거든요. 또 우리나라의 전통 서커스, 줄타기가 공연화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안 되고 있어요. 이런 것도 지중해 몬테카를로에서 매년 1월에 서커스 축제가 열려요. 이게 세계 서커스 올림픽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하거든요. 이왕이면 공연 성격에 맞는 축제나 시장에 내놓으면 다른 어떤 기회보다 훨씬 두드러질 수 있을 만한 가능성도 많고 훨씬 전략적으로 내보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박인규 : 이미 국내의 누군가가 길을 뚫어 놓은 데만 가지 말고, 새로 길을 만들 수가 있고 많이 있다.
유경숙 : 어차피 진출경로가 세상에 노출된 상황이라면 우리 말고 다른 나라 기획자들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거기만 모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레드오션이 되는 거죠.
박인규 : 1년 동안 해외여행을 하셨고 책도 내셨으니까 앞으로는 국내에 터를 잡고 활동하시는 겁니까, 따로 계획이 있으십니까?
유경숙 : 이번에 전체적으로 세계 트렌드를 보고 오니까 그나마 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번에는 좀 더 깊이 있게 다음 시장이 될 만한 곳을 깊이 있게 연구를 하고 싶어서 11월 초쯤에 유럽에 12나라를 한 달에 한 나라씩 다시 한 번 배우러 출국하려고 합니다.
박인규 : 집에서 말리시지 않을까요?
유경숙 : 그래서 사실은 오늘 저녁에 집에 허락을 받아야 돼요.
박인규 : 방송 나간 걸 들으신 다음에 설득하면 좀 효과가 있을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혹시 못 다한 말씀 있으시면, 특히 요즘 젊은 친구들이 문화 이런 쪽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데 조언의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유경숙 : 제가 후배들한테 다른 건 몰라도 하는 일에 대한 직업 만족도는 대한민국에서 1등이다. 이런 얘기를 하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제가 여행을 하면서도 그랬고 공연기획자가 꿈이다,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 이런 중고등학생의 메일이 상당히 많이 와요. 지방에서까지. 그런 친구들, 앞으로 계속 전략적으로 준비해서 이쪽 일은 정말 해볼 만한 일이고 멋진 일이거든요. 본인이 원한다면 꼭 시도해보길 바라고. 다만 이런 일을 해보니 즐겁다, 예를 들어 저 같은 사람의 이런 말을 100% 그대로 받아들이지만 말고, 사실은 단점보다 장점이 더 좋기 때문에 만족합니다라고 말하는 거거든요. 장점과 단점의 이면을 잘 들여다보고 정말 자신이 해보고 싶은 길이라고 판단하면 해볼 만한 일이니까 시도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오는 11월부터 유럽여행 잘 하시고, 앞으로 우리 공연문화 발전에 한 몫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유경숙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1년 동안 공연을 따라 세계 일주를 한 공연기획자 유경숙씨를 초대해 미국 브로드웨이부터 아프리카 오지의 축제현장까지 그녀가 누빈 지구촌의 생생한 공연현장 이야기와 우리 공연문화의 현실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