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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를 발판으로, 신냉전의 키를 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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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를 발판으로, 신냉전의 키를 쥐고"

올림픽 이후의 중국 ③ 대외전략

중화(中華)를 향한 먼 길

근대 이후 중국인들이 품어 왔던 '100년 동안의 꿈'(百年夢圓)이라는 베이징 올림픽이 개막식만큼이나 화려한 폐막식으로 막을 내렸다. 올림픽을 통해 중국은 지극히 '중국적인' 문법과 언어로 세계를 해석하고자 했다. 개혁개방 30년의 정당성을 확인하고 중국 모델의 가능성을 세계에 보여주고자 했다.

다만 중국은 올림픽 내내 거대한 스케일과 물량주의를 드러내면서도 중국위협론에 대한 우려 때문에 '화(和)'라는 화두를 버리지 않았다. 이는 중국의 부흥이 '패권에 의한, 패권을 향한' 것이 아니라, 중국발 평화국가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세계는 이러한 중국의 평화적 부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새로운 국제질서가 나타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후쿠야마 류의 '종언된 역사'가 부활할 징후가 곳곳에 포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림픽 개막식의 축포가 울려 퍼지던 그날, 러시아는 그루지야에 폭격을 감행했다. 미국과 서방은 강한 블록을 주문하기 시작했고, 러시아도 미국의 일방주의가 독주하는 질서에 제동을 걸고 있다. 그래서 중미관계와 중러관계를 모두 중시하는 중국의 향방에 따라 국제질서는 새로운 냉전의 그림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중국이 강대국에서 슈퍼파워로 성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슈퍼파워로 성장한다 해도 미국에 필적하는 초강대국(hyper power)이 되기는 더더욱 어렵다. 그래서 중국이 올림픽을 통해 얻은 자신감을 공격적인 현실주의 정책으로 표출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더구나 올림픽 후로 미뤄두었던 국내 현안이 실타래처럼 얽혀있어 강대국의 면모를 드러내는 데에는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후진타오 체제의 국가목표인 '위대한 중화의 복원'과 같은 세계전략을 감추거나 '힘을 기를 때까지 앞에 나서지 않는다'는 대외전략을 고수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즉 미국이 주도하는 일초다강(一超多强) 체제를 현실로 수용하면서도 국제관계의 민주화와 다극화를 추진하는 노력은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주권 존중과 일방주의에 반대한 후진타오의 '조화(harmonious) 외교'도 올림픽이라는 조심스러운 공간을 벗어나 보다 확대될 것이다.

(☞ 올림픽 이후의 중국 ① 정치·사회 : "중국 애국주의는 폭발하지 않았다")

(☞ 올림픽 이후의 중국 ② 경제 : "개혁개방 30년, 잔치는 끝났다")
▲ 베이징 올림픽 폐막식에 앞서 게양되고 있는 오성홍기 ⓒ베이징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뜨거운 감자, 미국

중국 대외전략의 핵심은 미국과의 양자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다. 후진타오 체제와 부시 행정부가 양국관계를 전략적 경쟁자 관계에서 이익상관자(stakeholder)로 규정한 것도 이러한 상호 인식의 결과이다.

미국은 이미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과 함께 이란, 이라크, 북핵, 테러 등 이른바 4대 사안을 비롯한 국제문제에 대해 협력하는 것이 절실해졌고, 중국도 미중관계의 악화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어렵게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유엔을 무시한 미국의 제국적 행태에 대해 체질적인 반감을 가지고 있다. 미국도 인권, 민주화, 종교의 자유, 타이완 문제를 통해 중국을 변화시키려는 정책(peaceful evolution)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결국 미중 양국은 '대결하면서도 판을 깨지 않는(鬪而不破)' 채 전술적 유연성을 통해 자국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고자 할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 이후 새로운 행정부의 대(對) 중국정책은 새로운 변화의 시금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중국은 미국을 견제하고 자국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1990년대 이후 주변 국가와의 선린관계를 강조해왔고, 그 결과 국경의 불안이 상당히 해소되었다. 특히 역사상 가장 좋다고 평가받고 있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 강화하는데 주력해왔다.

중러 양국은 이미 동맹 직전의 최고 수준인 '전략적 협력(協作) 동반자관계'를 맺었다. 이를 통해 비단 에너지 협력 뿐만 아니라, 미국을 겨냥해 일방주의, 강권정치, 미사일방어체제(MD), 인권 문제를 통한 내정간섭에 반대하고 유엔에서의 협력을 강화하자는 공동선언을 채택하기도 했다. 또한 중국 스스로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의 축을 확대하고 심화시키는 것에도 주력했다.

후진타오가 올림픽 직후 한국을 경유해 상하이협력기구 국가를 순방하기로 한 것도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이것은 미국의 세계전략과 대중정책에 대한 이른바 '위험분산전략'(hedging strategy)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안정적인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 전통적인 텃밭으로 알려진 제3세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저개발국과 극빈채무국에 대해 채무를 탕감하거나 특혜대출을 제공하는 등 '매력공세'를 강화했다.

이것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만들어 낸 새로운 빈곤지역(global South)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었고, 중국 모델을 수출하는 중국적 대응방식이기도 했다. 여기에 자원과 에너지 등 생존권역(Lebensraum)을 확보하기 위한 심모원려가 숨어있는 것은 물론이다.
▲ 올림픽 개막식 당시의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베이징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아시아에 뿌리를 내리고

중국의 대외전략이 세계적 패권을 추구하기 어렵다는 것을 전제하면, 중국은 아태 지역, 특히 동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데 주력할 것이다. 이것은 초강대국으로 가는 현실적 교두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동아시아에는 미일동맹의 강화, 일본의 보통국가화, 남북관계의 발전과 교착, 북한의 불확실성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미국의 축과 바퀴살(hub and spoke)체제가 작동하고 있으며, 여기에 그루지야 사태를 통해 미국과의 기싸움에서 이긴 러시아가 태평양 함대의 전력을 강화하는 등 동방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그 핵심은 미일동맹 체제가 주도하는 동아시아 질서를 중국이 어떻게 변경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동아시아에 대한 연성외교를 강화하는 한편 다양한 다자안보 체제의 형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아세안+3, 6자회담, 아시아 협력대화, 동북아 협력대화 등을 중요한 활동무대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동아시아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아세안(ASEAN)과의 협력을 가장 중요한 과제의 하나로 생각해왔다. 왜냐하면 이 지역의 친중화(親中化) 없이는 향후 지역협력을 주도하기 어렵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은 중단기적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존재와 힘이 감소하는 상황을 예상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다층적이고 제도적인 구조를 가진 지역공동체가 등장하고 규범의 제도화 과정이 빨라질 것이라는 것을 동시에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이 틈새를 활용해 중심중심의 동아시아 지역주의를 구축해 중국위협론을 중국기회론으로 바꾸는 전략을 추구하고자 한다. 일단 동아시아 자유무역지대의 초보적 완성이나, 아세안+3를 통해 그것을 확립하고자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도 경제 문제라기보다 중국의 지역주의 전략이라는 맥락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중간 '전략'의 동상이몽
▲ 5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만난 두 정상이 25일 서울에서 다시 만난다. ⓒ청와대

중국의 한반도 정책의 핵심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것은 정치적 수사(rhetoric)가 아니라, 실제로 중국의 국가이익에 부합한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한중간 정치경제적 상호의존을 심화시켜 미국의 멕시코와 같이 한국을 자국의 핵심 영향권에 두고자 할 것이다. 중국이 한중관계를 양자관계라는 틀에서 벗어나 지역 문제, 세계전략의 차원에서 접근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 처음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구축하자는 데 합의했다. 한미동맹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구속력이 지나치게 강했고 대북정책에서도 보수적인 색채가 강화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전략관계'를 제안한 데에는 복합적인 포석이 깔려 있었다.

다시 말해 중국은 한미동맹이 강화되고 한미 FTA 비준을 앞두고 있는 상태에서,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거나, 적어도 역균형(counter-balancing)을 위해 의도적으로 한중관계 격상이라는 카드를 사용한 측면이 있다.

이러한 상황 변화는 한반도가 지정학적 완충지대로서의 효력을 다하고 있으며 신(新)지정학 전략 지대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부상한 중국과 공존하기 위한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이것은 한미동맹과 한중관계를 동시에 발전시킨다는 이상적 목표와 현실 사이의 불일치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중국경계론과 중국활용론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틈새외교가 더 이상 정책 대안이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나아가 미중관계가 갈등 보다는 협력의 추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지만,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 양상에 따라서는 중국의 태도가 변할 가능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한중관계와 한미관계는 대체재가 아니다. 그러나 한중관계를 한미관계의 종속변수로 보는 인식의 틀에 갇혀 있는 한, 대중국 정책에서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는 거의 없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의 한미동맹 정책 때문에 한중간 전략관계가 구축됐다는 인식으로는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한미동맹의 틀 속에서 북한 문제를 접근했던 결과는 오늘의 남북관계의 현주소가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한미관계와 한중관계라는 크기를 달리하는 트랙을 각각 돌면서 교집합을 넓혀나가는 전략적 재구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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