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마두로(Nicolas Maduro) 부통령은 8일(현지시간) 디오스다도 카베요(Diosdado Cabello) 국회의장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차베스 대통령이 취임식으로 예정된 10일(현지시간) 이후에도 회복을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는 쿠바 의료진의 권고에 따라 취임식에 불참한다고 전했다.
카베요 의장은 이날 정기 국회에서 마두로의 서한을 대신 읽었다. 서한에서 마두로는 차베스의 몸 상태는 헌법 231항이 규정한 '돌발적인 이유'에 해당한다며 이에 근거해 대법원 앞에서 10일 이후에 취임식을 하겠다고 밝혔다. 연기된 취임식 날짜는 명시하지 않았다.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집권당 의원들은 카베요 의장이 취임식 연기 사실을 전하자 일제히 환호하며 거수로 연기안에 동의했다. 그동안 취임식 연기를 암암리에 주장해 온 베네수엘라 정부가 취임식 연기를 공식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카베요 국회의장이 차베스 대통령 취임식 연기를 발표하며 한 손에 베네수엘라 헌법을 들고 취임식 연기가 헌법에 근거한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야권은 갑작스러운 발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야권은 카베요 의장의 발표 직후 대법원이 취임식 연기에 대한 적법성을 판단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카베요 국회의장은 "의심이 든다면 대법원으로 가서 무엇이 의심스러운지 설명하라"며 취임식 연기는 적법한 절차라고 주장했다. 마두로 부통령이 근거 조항으로 내세운 헌법 231항에는 대통령 당선인이 임기 첫해 1월 10일 국회 앞에서 취임선서를 해야 하고 그러지 못할 경우 대법원 앞에서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런데 이 조항에 1월 10일에 취임 선서를 못할 경우 언제 해야 하는지 정확한 시기가 명시되지 않아 정부가 취임식 연기를 주장하는 근거로 삼아왔다.
차베스, 취임식 연기하면 참석할 수 있나
베네수엘라 정부가 차베스의 취임식을 사실상 무기한 연기함에 따라 차베스 집권이 막을 내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차베스의 건강 상태를 고려했을 때 정부의 취임식 연기 결정은 마두로를 중심으로 한 후계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즉 정부가 당장 혼란을 피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취임식을 미룬 것이지 차베스가 실제로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미룬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차베스의 가장 최근 상태는 심각한 폐 감염에 따른 합병증으로 호흡 곤란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암 학회 회장을 역임한 엘머 후에르타 박사는 CNN 스페인어판과의 인터뷰에서 차베스의 현재 상태가 꽤 심각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미국 조지타운대 롬바르디 암센터의 마이클 피쉬바이언 박사는 호흡기 감염이 매우 불길한 징조일 수 있다며 차베스가 산소호흡기에 연명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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