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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는' KBS이사회, '낙하산사장 옹립' 위한 '불법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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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막가는' KBS이사회, '낙하산사장 옹립' 위한 '불법 행진'

친정부 이사끼리 모여 '쑥덕 회의'…"이사회, 원천 무효"

KBS 이사회가 낙하산 사장 선임을 향한 '불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일 사복경찰을 동원해 정연주 사장 해임 제청안을 통과시켰던 이사회가 13일에는 민주당 추천 이사들을 배제하고 유재천 이사장을 비롯한 친정부 성향 6명끼리 이사회 장소를 변경해 회의를 강행했다.

이사회 10분 전에야 장소 변경 공지

KBS 이사회는 이날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2층 대회의실에서 임시이사회를 열기로 했으나 유 이사장 등 친 정부 성향 이사 6명은 나타나지 않았고 이기욱, 남윤인순, 이지영, 박동영 이사 등만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과 이춘발 이사는 회의시작 10분 전인 3시 50분께에야 장소가 변경됐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욱 이사는 "회의 시작 5분 전에야 이사회 장소를 바꾼다는 전화가 왔다"며 "장소를 바꾸려면 최소한 이틀 전에 변경 사실을 고지해줘야 하는데 장소를 바꾸겠다는 사람들이 이사회장에 오지도 않고 이렇게 바꾼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남윤인순 이사도 "이사회 장소를 바꾸더라도 일단 이사 전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다른 이사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몇몇 이사들이 일방적으로 장소를 옮겼다"고 지적했다.
▲ 13일 오후 3시 50분께 임시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KBS 본관 2층 대회의실로 향하는 남윤인순 이사. ⓒ프레시안

이들은 이사회 사무국에 모여 대책을 논의했으며 이기욱, 이지영, 남윤인순, 박동영 이사는 친정부 성향 이사들의 이사회 규정 위반을 지적하며 이사회 불참을 선언하고 돌아갔다. 정연주 사장 해임 제청안을 의결한 이사회에 해외여행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던 이춘발 이사는 한나라당 이사들이 모여있는 서울 가든 호텔로 찾아와 회의에 동참했다.
▲ KBS 본관 대회의실 앞에서 농성중인 KBS 조합원들. ⓒ프레시안

이사회는 사장공모 방식과 및 사장 추천위원회 구성 등 차기 사장 후보 추천방식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S노조는 "이사회가 19일과 27일 각각 임시이사회와 정기이사회를 열고 이번 달 안에 새 사장 후보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제청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사회가 편법적으로 장소를 변경해 열림에 따라 이날 회의에서 차기 사장 선임과 관련한 의결이 나오더라도 이날 이사회가 원천 무효라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KBS 이사회는 정관에서 이사회 소집 48시간 전에 일시와 장소, 부의 안건 등을 각 이사, 사장, 감사에게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스스로 떳떳하다면 왜 숨어서 이사회를 하나"

이사회가 기습, 불법적으로 장소를 변경함에 따라 이날 정오부터 KBS 본관에서 "이사회 해체"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던 전국언론노조 KBS 지부 조합원 200여 명도 이사들이 모여있는 가든 호텔로 옮겨와 이사회 해체 농성을 벌였다.

KBS 박승규 노조위원장은 "노조는 이사회에 정치독립적 사장선출 방안을 제시했는데 이사회가 이처럼 숨어서 회의를 여는 것은 청와대가 원하는 인사를 사장으로 앉히기 위한 '밀실 논의'를 한다는 우려가 든다"며 "낙하산 사장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이런 식의 이사회는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이사들은 KBS에 발을 들여놓지도 못하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KBS 사원행동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양승동 PD협회장은 "이사회가 스스로 떳떳하지 못함을 증명하고 있다"며 "이사회가 정당하다면 아무리 사원들이 모여있다고 한들 회의를 열어 왜 직원들이 항의하는지에 대해 논의할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KBS 직원들은 끝까지 이사회가 원천 무효이며 정당하지 못함을 끝까지 증명해 낼 것"이라고 했다.

이날 호텔 앞에서 농성을 벌이던 KBS 조합원들은 오후 5시 30분께 이사회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식의 농성이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 이사회가 원천무효임을 선언하고 철수했다. KBS 노조는 "이사회가 몇시에 끝날지 모르는 상황인데다 14일부터 진행될 KBS 노조 총파업 투표 등을 준비해야 한다"고 철수 이유를 밝혔다.

한편, 이날 이사회가 열리는 호텔에는 예의 사복경찰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사복경찰 100여명은 호텔 로비와 건물 밖에 배치돼 KBS 조합원들과 취재 기자 등과 신경전을 벌였다.
▲ 이사회가 열리는 서울 가든 호텔 로비에서 농성중인 KBS 조합원들. 맞은편에는 사복경찰들이 보인다. ⓒ프레시안

"KBS인 똘똘 뭉쳐 낙하산 사장 막아내자"

이날 KBS 이사회 저지 투쟁은 무위에 그쳤지만 전국언론노조 KBS 지부가 '이사회 해체' 투쟁에 동참하기로 밝혀 앞으로 KBS 구성원들이 그간의 이견을 넘어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에서 하나로 단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KBS 노조는 이날 정오 KBS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KBS 공권력 난입 규탄 및 낙하산 사장 임명 저지 결의대회'에서 "지난 8일 KBS 심장부에 공권력을 불러들인 이사회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차기 낙하산 사장 선임을 막아내기 위해 오늘 이사회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연주 사장의 이임사를 인용해 "'오로지 방송 독립을 위한 선한 싸움에 모두가 단결된 모습으로 나설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공영방송인의 자존심과 긍지를 지키기 위해 하나로 뭉쳐 이 광풍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말을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승규 위원장은 "공권력을 막아내지 못한 노동조합의 무능함을 질책하는 목소리를 달게 듣겠다"며 "차기 낙하산 사장 선임을 막아내기 위해 오늘 이사회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로부터 제명 처분을 받은 박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언론노조가 징계를 철회하면 산별노조 탈퇴를 재고할 생각이 있다"며 "언론노조가 KBS노조를 이번 투쟁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마비시켰기 때문에, 산별노조 탈퇴 투표는 자주독립적인 노조 건설을 위해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 KBS 본관 2층 대회의실 앞에서 농성중인 KBS 조합원들. ⓒ프레시안

양승동 KBS 사원행동 공동대표도 "KBS노조가 이사회 해체 투쟁에 함께 하기로 해 감사하다"며 "사실 그간 노조 집행부 노선에 의심도 했고 진정 KBS를 정권의 방송으로 넘겨주지 않기 위한 투쟁을 할지 의심했었다. 이제 그런 의심을 날릴 수 있도록 투쟁해달라"고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오늘 이 자리에서 KBS 여러분들의 전선을 단일화 해라"고 촉구하면서 "KBS사원행동은 언론노조에 KBS본부 징계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띄우고, KBS본부는 이를 받아 KBS는 언론노조를 비롯한 대내외 세력과 연대하라"고 제안했다.

그는 "KBS인들은 50명이든 100명이든 구속될 각오로 싸워야 한다"며 "우리도 온 몸으로 정권의 음모를 막겠다. 그러나 KBS가 분열된 상태에서는 도울 수 없다. 이제 싸움은 독재정권 타도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KBS 구성원들은 "KBS인 똘똘 뭉쳐 낙하산 사장 막아내자"는 구호를 외치는 한편 KBS 사원행동 집행부와 KBS노조 집행부가 번갈아가며 이사회 규탄 발언을 하는 일단 단일 전선을 구축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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