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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유재천 등 이사 6명 호텔 합숙하며 경찰 투입 논의"

'행동' 나선 KBS 사원들 "친정부 이사 6명은 KBS 파괴 6범"

KBS 구성원들이 이명박 정부의 KBS 장악에 전면 대응하기로 결의했다. KBS 구성원들은 11일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에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KBS사원행동) 출범식을 갖고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시도에 맞서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KBS사원행동은 전국언론노조 KBS지부와 별개로 KBS PD협회, 기자협회, 경영인협회 등 직능단체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단체다. 이날 출범식에는 700여 명의 사원들이 모여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저지에 대한 높은 의지를 보여줬다.

"유재천 이사장, 직접 영등포 경찰서장 불러 경찰 투입 지시"

KBS 사원행동의 일차 타겟은 지난 8일 '신변 보호'를 빌미로 사복경찰 300여 명을 KBS 내부에 끌어들인 유재천 이사장을 비롯한 친정부 이사 6명. KBS사원행동은 경찰 난입의 1차 책임을 유재천 KBS 이사회장에게 묻고 직권남용 및 월권 등으로 고발하는 것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은 "유재천 이사장과 사복경찰 난입에 동조한 한나라당 추천 이사 5인은 이번 8.8 폭거사태를 책임지고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KBS 사원행동은 8일 경찰 난입이 이사회의 치밀한 사전 계획 속에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이사회 전날인 7일 친 정부성향 이사 6명은 서울 시내 모 호텔에서 합숙하며 KBS 본관에의 경찰 투입 여부를 논의했으며, 8일에는 이사회 시작 전부터 회의장에 이미 영등포 경찰서의 모 정보과장을 동석시키고 있었다.

유재천 이사장은 이사회 당일 오전 안전관리팀장에게 여러 차례 '청원경찰만으로 직원들을 제지할 수 있겠느냐'고 확인한 뒤 9시 50분경 친여 이사 6명의 의견을 물어 자리에 있던 정보과장에게 신변 보호를 위한 경찰 투입을 요청했다. 이에 해당 정보과장은 '언론기관에 경찰력을 투입하는 것은 민감한 문제'라며 '공식 요청이 아니면 곤란하다'고 난색을 표했으나, 이사장은 직접 영등포 경찰서장을 불러 직접 경찰투입을 지시하는 무리수를 뒀다. 또 권혁부 이사는 안전관리팀에 전화해 직원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3층 철문을 열고 사복 경찰들을 들일 것을 지시했다.

이날 출범식에서 공동대표로 추대된 양승동 PD협회장은 "입사 20년 만에 이렇게 치욕적인 날은 처음이었다. 90년 4월 민주화 투쟁 때보다 훨씬 더하다"라며 "경찰 난입을 요청한 친정부 이사 6명을 KBS 파괴 6범으로 규정하고 KBS이사 퇴진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원행동은 "불법경찰 난입을 방조하거나 지원한 책임자인 KBS 안전관리팀 책임자에 대해서는 끝까지 그 책임여부를 가려 응분의 처벌을 받게할 것"이라고 밝히고 "불법 경찰난입의 책임자인 영등포 경찰서장과 어청수 경찰서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KBS 사원행동은 11일 이명박 대통령이 정연주 사장에 해임안을 의결한 것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양승동 협회장은은 "이미 원천 무효인 이사회의 해임제청안을 받아들여 이명박 대통령이 '해임 결재'를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며 방송법 상에도 대통령은 KBS사장 해임에 권한이 없다"며 "이 대통령의 해임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 KBS 구성원들이 KBS 이사실 정문을 "유재천, 그 이름은 반드시 KBS에서 지워야한다"는 내용의 특보로 도배하고 그 위에 '출입금지'를 뜻하는 'X'를 표시하고 있다. ⓒ뉴시스

"KBS 노조가 KBS 장악 저지 선봉에 서야"

KBS 사원행동이 사실상 '이사회 해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이사회에 '국민참여형 사장선임제' 구성을 제안한 KBS노조 집행부와 궤를 달리하는 것. 현재 KBS노조는 KBS사원행동에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이사회에 '이사회 추천 8명, 노조 추천 7명'으로 구성된 15명의 사장추천위원회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사원행동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양승동 PD협회장은 "현 이사회에게 'KBS에 낙하산 인사를 앉히려 하지 마라', '정치독립적 사장을 뽑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현 이사회를 해체하고 새로 구성한 뒤 사장을 뽑는다면 인정할 수 있겠으나 현 이사회가 새 사장을 뽑겠다고 나서는 것은 파렴치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김현석 기자협회장은 "노조와 사원행동은 '공영방송을 지켜야한다'는 원칙은 같다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싸워야 할 것인가에는 차이가 있다"며 "현재 KBS 노조가 내세우는 '언론노조 탈퇴' 주장도 현재로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연대를 강화하는 싸움을 해야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그러나 큰 싸움을 앞두고 KBS 노조와 힘을 합치는 것은 이들의 가장 큰 숙제 중 하나. KBS 사원행동은 "공영방송 사수 투쟁의 핵심에 KBS 노조가 나서야 한다"며 KBS 노조의 동참을 촉구했다. 김현석 기자협회장은 "오늘의 출범식은 분열이 아니라 더 큰 통합을 위한 시작이다. KBS 노동조합이 투쟁의 중심으로서 우뚝 서기를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이광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청주지부장도 "KBS노조가 선봉에 서야한다. 노조는 지금 언론노조 산별탈퇴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으로 KBS구성원들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있다"며 "산별탈퇴 투표를 철회하고 KBS노조가 제자리에 서기를 간절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일단 후임 사장 인선 절차를 논의할 13일 임시이사회에 KBS 사원행동과 KBS 노조가 공동대응 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유재천 이사장은 "13일 후보를 공모할지, 노조가 주장하는 사장추천위원회를 받아들일 것인지 등을 포괄적으로 의논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KBS 사원행동은 "이사들이 더 이상 KBS에 들어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원천 봉쇄 방침을 밝히고 있으나 KBS노조는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양승동 협회장은 "KBS 노조에게 함께 이사회를 막을 것을 제안한 상태"라고 밝혔다.
▲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출범식' ⓒ뉴시스

KBS, 본격적인 '외부 연대' 시작하나

한편 KBS 내부에 'KBS 사원행동'이 결성됨에 따라 다소 어려움을 겪었던 언론시민단체와 KBS 내부의 연대도 보다 원활히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출범식에는 성유보 방송장악·네티즌탄압반대 범국민행동 상임위원장과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최문순 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해 연대사를 했다.

성유보 위원장은 "생각보다 KBS 내부가 뜨거워서 반갑고 기쁘다"며 "KBS 사장 해임문제가 KBS 내부문제나 권리 문제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이명박 정부는 말로 하는 민주정치를 거부하고 힘을 동원하는 독재정권으로 가고 있다"며 "반대 진영의 목소리를 '괴담'으로 치부하는 이명박 정권을 허용하면 이제 '땡명박 뉴스'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노조 위원장 출신인 권영길 민노당 의원과 최문순 의원도 힘을 보탰다. 권영길 의원은 "90년 4월 투쟁 이전 여러분의 선배들은 KBS에 다닌다며 취재를 나가면 돌팔매를 맞았다. 당시 군사독재 정권의 나팔수로 살았다"며 "이제 KBS는 신뢰도 1위의 언론이 됐다. 지금의 모습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오늘 회사를 나가는 정연주 사장을 만났다. 얼굴을 웃고 있는데 그 눈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며 "정연주 사장과 <PD수첩> 문제는 언론을 탄압하는 고리에 불과하다. 이를 빌미삼아 KBS와 MBC를 장악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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