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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노조는 뭐했나" … '불신' 극에 달한 KBS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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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노조는 뭐했나" … '불신' 극에 달한 KBS 노조

KBS노조 '뒤늦은' 삭발식…기자·PD등 '별도 조직' 결성

8일 한국방송(KBS) 이사회가 경찰을 동원한 가운데 정연주 사장 해임 제청안을 가결한 이후 전국언론노조 KBS 지부(위원장 박승규)는 오후 3시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에서 집행부 전원 삭발식을 가졌다.

노조는 이날 삭발식을 '공권력 투입을 규탄하고 낙하산 인사를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행사'라고 설명했으나 이날 삭발식에는 20여 명의 KBS 노조 집행부 외에 일반 조합원은 거의 보이지 않아 KBS 내부의 집행부에 대한 불신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특히 노조가 삭발식을 진행하기 직전 이날 이사회에 항의하며 몸싸움을 벌이던 KBS 기자, PD 등 500여 명이 같은 장소에 모여 KBS 이사회와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던 것에 비하면 극심한 대조를 이뤘다. 이들은 '곧이어 KBS 노조가 삭발식을 하겠다'고 알리자 '볼 것 없다'며 우르르 일어나 자리를 비웠고 몇 명은 남아 'KBS가 공권력에 침탈당하는 동안 노조는 무엇을 했느냐', '이렇게 될지 미리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냐'며 항의했다.

박승규 위원장은 발언 직전 KBS 구성원들의 항의를 받자 "공권력이 투입된 것이나 이사회에서 정연주 사장 해임 제청안이 통과된데 대해 참담한 생각을 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이 쇼라고 이야기하겠지만 나는 분명히 이런 방식으로 KBS 사장을 들어내는 방식은 잘못이라고 천명했고 그 생각에 다름없다"고 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사내로 경찰력을 끌어들인 KBS 이사회를 규탄하지 않았고 KBS노조를 비판히는 이들의 주장을 다시 반박하고 '전국언론노조가 KBS노조를 무력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KBS 노조가 낙하산 사장을 막겠다고 선언하며 KBS 구성원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박 위원장은 "노조를 신뢰하지 않는 분들이 다른 의견을 내고 행동할 수 있다. 그러나 조합원의 직접적인 의사를 물어서 선출한 합법적인 노동조합을 해체하겠다고 하면 되느냐"며 "전국언론노조에서는 우리 KBS 노조를 공적으로 마비시켜놨다"고 해 몇몇 노조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아다.

이어 그는 "그러나 이 순간이 지나면 낙하산 사장 반대라는 명제에 대해서는 의견차이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오늘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각기 다른 행동을 한다면 공권력에 맞서 싸워 이길 수 없다. 노조의 입장을 이해해주고 조합이 가는 길에 꼭 합류해주길 부탁한다"고 했다.
▲ KBS 박승규 노조위원장과 강동구 부위원장이 삭발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

▲ 삭발식 직전 한 노조원이 박승규 위원장에게 찾아와 "이렇게 될지 몰랐느냐. 노조는 뭐했느냐"고 따지고 있다. ⓒ프레시안

"KBS노조엔 '집행부'만 있나"

그러나 이날의 사태를 KBS 노조가 사실상 방치한 셈이 되면서 KBS 구성원 사이에서는 KBS 노조 집행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이날 오전 KBS 이사회가 열리는 회의실 앞에서 항의 농성을 벌이던 직원들 사이에서는 "KBS 노조는 뭐하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한 PD는 "11시가 다 돼 문자 하나 보내고 이 상황에서 노조가 하는 일이 무엇이냐"며 "심지어는 회의장 앞에 와서도 뒤에서서 구호만 외치고 있다. 말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KBS 노조 집행부는 이날 11시께 사복 경찰들이 본관 3층 이사회 회의장 앞까지 들어옴에 따라 함께 이사회장 앞으로 몰려왔으나 별다른 몸싸움이나 구호 등을 외치지 않고 뒤쪽에 앉아있었다. 이에 KBS 구성원들은 노조 집행부 들으라는 듯 "KBS에 경찰까지 들어온 것을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 "이렇게까지 된 이유가 무엇이냐", "KBS 구성원이 5300명인데 왜 이것 하나 못막느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PD는 "KBS 노조는 '정문 앞에서 경찰의 투입을 막아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하지만 KBS 노조가 '집행부'밖에 없느냐"며 "이사회 저지, 경찰 투입 저지에 노조원들의 투쟁도 끌어내지 못하면서 무슨 노조 집행부라고 할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 이사회 직후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을 가득메운 KBS 구성원들. ⓒ프레시안

▲ KBS 노조 집행부만이 KBS노조 집행부 삭발식을 지켜보고 있다. ⓒ프레시안

KBS기자협회, PD협회 등 "'공영방송 수호를 위한 사원 행동' 만든다"

이에 노조를 대신할 투쟁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 PD는 이사회 직후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KBS 노조는 스스로 이번 사태에 어느 정도 목소리를 냈다고 말하지만 사복경찰까지 동원한 KBS 이사회의 정연주 사장 해임에 '들러리'로 선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박승규 위원장에게 과연 이명박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반대 투쟁에 동참할 것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는 "만약 투쟁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KBS 구성원들은 박승규 위원장을 위원장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최후 통첩을 보내야 한다"면서 "KBS 노조가 아닌 KBS 전체를 아우르고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에 집회에 참석한 KBS 구성원들은 '옳소'라고 외치며 박수를 쳤다.

김현석 기자협회장은 "오늘 싸움으로 분노한 KBS인들의 목소리를 모아낼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며 "기자협회장과 PD협회장, 경영인협회장 등 11명의 이름으로 '공영방송 수호를 위한 사원 행동'이라는 조직체를 만들어 여러분들의 자발적 동참을 이끌어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원 행동'은 월요일부터 매일 점심과 오후 6시 항의 집회를 열 예정이다.

김현석 회장은 "KBS노조 집행부와 다소 생각이 다른 것은 사실이나 KBS를 지키고 정권의 압력에 저지하기 위해서는 함께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며 "'낙하산 사장' 저지에 집중하다보면 노조와 이견을 좁혀나갈 수 있을 것이고 곧 노동조합과 하나가 돼 노조의 가장 강력한 세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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