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날 기자 회견에서 A4용지 8장에 달하는 장문의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발표하면서 그간 온갖 음해와 근거없는 비난이 있어도 말을 아껴왔다"며 "그러나 이제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키는 최소한의 조건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생각을 밝히는 것이 필요한 때라는 판단에서 기자 회견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KBS 사장의 거취 문제는 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이 자리 연연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그 온갖 근거 없는 음해와 비난을 당하면서까지 이 자리를 지켜온 이유는 바로 공영방송의 독립성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강조했다.
"해임하려면 절차부터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
이날 정연주 사장은 "방송법에는 KBS 사장의 '해임'과 관련한 규정이 없다"며 "KBS 사장을 해임하려면 먼저 절차부터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이명박 정부 해임 압박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정연주 사장은 "KBS사장의 거취 문제는 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공영방송의 독립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정치적 독립성이 생명인 사장의 임기를 중간에 그만두게 할 때는 그에 합당한 절차와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사장은 "현행 방송법에는 대통령에게는 '면직권'이 없다"며 "방송법이 제정된 역사나 과정을 보면 왜 통합방송법에서 KBS 사장을 이사회가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면'이 아닌 '임명' 권한을 갖는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그간의 사퇴 압박에 늘 '민주적 절차와 제도에 따라 이 문제를 풀어라. 현행 방송법으로는 KBS 사장에 대한 '해임권'이 대통령에게 없으니 그런 근거를 마련하여 절차적 하자가 없는 방식으로 해결하라'고 말해왔다"며 "국회의 절대 다수를 차지한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그런 법과 제도를 만드는 일이 그다시 힘들지도 않을 텐데 무엇이 그리도 급해 이리도 무리수를 두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이 문제는 상식적으로 합리적인 수준에서 판단해야할 문제"라며 "언젠가는 법정에서 가려지리라고 본다. 그렇게 되면 이 문제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판결이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법적, 절차적 하자를 인정하고 '해임 무효'라는 판결이 나온다면 KBS의 정치적 독립성을 담보하는 매우 중요한 판결이 될 것이고, 해임이 유효하다면 정치적 독립성을 담보하는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며 "어느 쪽이든 사장의 임기 보장 방안을 구체화시키고 해임을 시킬 때는 그에 대한 구체적 장치가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KBS 사장 해임권이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신재민 문화관광체육부 제2차관에 대해 격앙된 목소리로 "나와 워싱턴 특파원 근무를 같이했었다"며 "신재민 차관 그 사람, 정부에서 어떤 입장이라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으나 말을 함부로 하는 것 같다"고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8월 5일은 '감사원 치욕의 날' 될 것"
정연주 사장은 이날 "아마도 8월 5일은 '감사원 치욕의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감사원의 KBS 특별감사 결과를 맹비판했다. 그는 "역설적이게도 이번 감사원 특별감사 결과 KBS는 이제 그만큼 투명해졌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확인됐다"며 "감사원은 나뿐 아니라 간부, 직원들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감사가 있었으나 '비리'가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감사원의 '방만 경영', '재정 적자' 지적에 대해서도 "2003년 이후 KBS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89억 흑자"라며 "감사보고서는 허위 왜곡 사실 등을 토대로 '현저한 비위'라면서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송두리째 뒤흔들 '사장 해임'을 요구했다"고 했다.
그는 "어디에서 지시를 받지 않았다면 어떤 다급한 정치 일정이 없었다면 어떻게 그렇게 서두를 수 있느냐"며 "5년 전 특별감사 때는 감사 시작부터 처분까지 177일이 걸렸으나 이번 특별감사에는 감사 시작 72일만에, 최종 답변서가 도착한 바로 다음날 아침 감사위원회를 열어 감사처분을 내렸다"고 했다.
그는 오는 8일 임시이사회를 예정하고 있는 KBS 이사회에 대해서도 "KBS 독립성을 지켜야 하는 엄중한 의무가 있는 이사회에서 KBS 독립을 파손시키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만약 그런 결정을 내릴 경우 변호인단이 이 문제에 대해 법적인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KBS 노조의 용퇴 요구에 대해서도 "KBS의 독립을 위해선 KBS 사장의 임기가 보장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고 KBS 노조 집행부는 나와 견해가 다른 듯하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한편, 이날 정연주 사장은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낭독하던 중 "수배로 도망자 신세였던 1980년 5·17 이후 미국 형님네로 건너가셨다가 그 뒤 이국땅에서 돌아가신 어머님이 며칠 전 꿈에 보였다"는 부분을 낭독하다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KBS 관계자는 "감사원의 해임 요구 처분 자체가 무효라는 확인 소송과 효력을 정지하는 집행 정지 신청을 7일 변호인단에서 서울 행정법원에서 접수한다"며 "구체적인 소송 내용은 내일 접수시 변호사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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