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MBC <PD수첩> 관련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두고 검찰의 여론전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많다. <PD수첩>이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기소를 할 것인지 여부도 분명히 밝히지 않은채 19군데의 오역, 왜곡을 저질렀다고 의혹만 제기하고 나섰다.
특히 검찰이 방송 내용 뿐아니라 <PD수첩> 수사를 둘러싼 여러 상황을 오도한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황우석 사태 때는 촬영 원본 냈다"?
이날 검찰은 재차 <PD수첩> 제작진에 취재 원본 파일 제출을 요구했다. 이 와중에 황우석 사태 때에는 자료를 내지 않았느냐는 논리도 폈다. MBC 측이 '언론 자유'를 이유로 거부하고 있는 것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
최교일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는 "MBC <PD수첩>은 이미 황우석 사태 관련 방송으로 수사받은 적이 있다"며 "그때 검찰은 검사 2명 등 총 62명 수사팀으로 4개월 수사를 진행했으며 당시 MBC는 관련자들이 출석하고 자료를 제출하는 등 적극 응했다, 검찰은 국민 앞에 진실을 밝히는 수사 자료를 발표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최 차장의 이러한 발언은 황우석 사태 당시 <PD수첩> 제작진이었던 한학수 PD의 기억과 다르다. 한 PD는 "2005년말 황우석 교수 지지자 등에 의하 업무방해죄, 명예훼손죄 등으로 고발 당했을 때 검찰은 촬영원본이나 제작노트를 넘겨달라고 요청했다"며 "이에 '수사를 빨리 진행시키고 싶기 때문에 촬영원본을 넘겨주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하지만 그것은 언론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좋지 않은 관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넘겨줄수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검찰은 '이유 있다'고 수긍했으며 더 이상 촬영원본을 요구하지 않았다"면서 "<PD수첩> 팀은 수사의 편의를 위해 이미 방송된 프로그램의 속기록만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검찰이 촬영 원본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은 정말 '정치적' 행동"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검찰은 오히려 <PD수첩>의 자료제출 거부를 자신들의 '중립, 독립성 홍보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검찰은 사실상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하면서도 브리핑 직전 '자료제출 요구'로 이름을 바꾸며 "검찰은 아직 단정짓지 않았다"라고 홍보했다.
이러한 모순된 태도는 검찰 내부에서도 혼선을 일으켰다. 이날 브리핑 중 최교일 차장과 임수빈 부장이 동시에 상반되는 답변을 내놓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 것. 한 기자가 "검찰은 <PD수첩>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고 이에 관련자료를 요구하는 식인데 이미 '지적'에 검찰의 판단이 들어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고 이에 최 차장은 "그렇죠"라고 답했고 임 부장은 "아니다. 몰아가지 말아 달라"고 했다.
"진중권 교수도…" 편파 인용은?
이날 브리핑을 맡은 임수빈 부장이 가장 언성을 높였던 부분은 <PD수첩>이 미국 CNN 보도나 연구자료 등을 인용하면서 원문의 맥락과 의미 등에 상관없이 <PD수첩>의 의도에 맞는 문장만 따왔다고 비판할 때였다. 그러나 임 부장이 내놓은 공개질의서에서도 같은 문제가 지적됐다.
그는 <PD수첩> 제작진이 아레사 빈슨 씨의 주치의의 인터뷰를 왜곡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공개질의서에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가 진보신당 당원게시판에 올린 글을 인용했다. 임 부장은 "<PD수첩>에 우호적인 인물인 진중권 교수"라고 표현하면서 "진 교수가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도 'MRI 사진과 관련해 의사의 발언을 vCJD로 옮긴 부분이 자꾸 걸린다. 그 부분은 <PD수첩>에서 해명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라고 되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진 교수가 지난 17일 올린 글 '찔레꽃님께'라는 글의 맥락을 보면 <PD수첩> 보도의 일부 문제점을 인정하더라도 검찰 수사 등의 부적절함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는 이 글에서 "보도, 원칙의 문제를 검찰의 수사 대상으로 삼는 것, 그리고 프로그램에 대해서 방통심의위에서 심사하여 중징계를 내리는 것 등은 아무리 생각해도 과도해 보인다"면서 "언론자유의 확보라는 관점에서 용납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임 부장은 이 글을 일부 인용해 검찰의 <PD수첩> 자료제출 요구를 정당화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진 교수는 검찰이 자신의 글을 인용했다는 것을 알자 당황스러운 듯 웃으면서 "검찰이 이것 밖에 안되나. 검찰이 수사까지 한다기에 뭔가 보여줄 줄 알았더니 정말 실망이다"라고 꼬집으면서 "검찰이 나의 글을 인용한 데 대해 곧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혀야겠다"고 말했다.
또 검찰이 <PD수첩>의 반대 근거로 제시한 자료들에는 형평성과 신뢰성 논란이 일 법한 것들도 많았다. 검찰은 한 누리꾼이 자신의 블로그에서 "<PD수첩> 제작진이 아레사 빈슨 어머니와 주치의가 CJD라고 말한 인터뷰를 'vCJD'로 바꿨다"는 근거없는 의혹을 제기한 것을 들어 MBC가 촬영 원본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미국 정부의 홍보자료를 짜집기해 미국의 광우병 통제시스템이 신뢰할 만한 수준이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