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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7천개 언어, 금세기 안에 70% 사라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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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7천개 언어, 금세기 안에 70% 사라질 수도"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7/28] 세계언어학자대회 공동조직위원장 서울대 홍재성 교수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전 세계 언어학자들의 축제이자 언어학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세계언어학자대회가 지난 주말 서울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특히 올해는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언어의 해로 이번 18차 대회가 한국에서 열려 더 큰 의미가 있었는데요 이번 대회에서는 영어와 같은 거대언어들의 세계화로 인해 언어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소수언어를 보존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하는 논의들이 이뤄졌습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세계언어학자대회의 공동조직위원장이자 한국언어학회 회장인 서울대 홍재성 교수를 초대해.. 세계언어학자대회의 한국 개최 의미와 소수언어의 보존 방법 등 이번 대회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정리해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한국언어학회장 홍재성 교수입니다. 홍재성 교수는 1946년 경기도 개성 출생으로 1968년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고 1982년 프랑스 파리 제7대학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75년부터 88년까지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를 거쳐 88년부터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한국사전학회 회장과 국제한국어교육학회 부회장, 한국불어불문학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지난해 제18차 세계언어학자대회 서울대회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지난주 대회를 치렀으며, 2006년부터 한국언어학회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주요저서로 프랑스어 저서인 <한국어 이동 동사의 통사론>, <한국어 입문> 그리고 한국어 저서로 <현대 한국어 동사 구문의 연구>, <불어기본구문의 이해> 등이 있습니다.

박인규 : 우선 축하드립니다. 굉장히 큰 대회를 지난 주말에 끝내셨다고 하죠. 소감이 어떠십니까?

▲ ⓒ프레시안

홍재성 :
저희가 이 대회를 준비를 유치 단계부터 따지면 5년 가까이 됩니다. 아주 집중적으로 준비해온 건 한 2년 동안 아주 일부 조직위원회 선생님들이 희생과 봉사정신으로 열심히 준비해 오셔서 저희가 기대한 만큼의 성과는 얻었다고 생각됩니다. 현재 1100명 정도 세계 50개국에서 참여해서, 대회의 주제 또는 초청학자 이런 관점에서 전체적 구성이 상당히 수준이 높고. 언어학자들의 전문적 관점에서 보면 최근 한 20년 사이 개최된 이 네 대회를 비교하면 한국 대회가 가장 수준 높은 평가를 세계언어학자대회 본부 임원이나 많은 학자들로부터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도 거기 동의합니다. 자부심을 갖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그 사이 유럽이나 미국 언어학자들 중심이었던 언어학자들의 토론의 장이 한국에서 개최함으로써 아시아 지역의 많은 학자들이 참가했습니다. 러시아 포함해서 러시아, 중국, 네팔에서도 오고 일본에서도 많이 참석하고 중국도 대륙이나 타이완 쪽에서 많은 학자들이 참석해서 아시아 지역의 언어에 대한 논의도 있었을 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 학자들의 언어학 연구 성과를 서양학자들과 한 자리에서 발표하고 토론함으로써 동서양의 언어학자들이 교류하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되고 또 한편으로는 소수언어연구에 대한 특별한 배려를 해서 특별한 세션이나 워크샵이 있었고, 거기 참석해서 진지한 좋은 논의가 많았고 참석한 사람들이 아주 만족스러워 했습니다.

박인규 : 다음주엔가요? 또 세계철학자대회가 열린다고 해서 관련된 분을 모신 적이 있는데 세계언어학자대회도 철학자대회 못지않게 큰 대회라고 들었거든요. 어떤 대회고 얼마 만에 한 번씩 열리는 건지

홍재성 : 2차대전 이후로는 5년마다 열리고 있습니다. 1회 대회는 1928년 네덜란드 수도 헤이그에서 1차 대회가 열렸습니다. 미국,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의 대표적인, 현대 언어학사에서 보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 역사언어학의 정말 큰 족적을 남긴 앙투안 메이예 같은 불란서 학자나, 또 제자였던 스위스의 샤를르 발리 같은 학자 또는 미국 20세기 전반기 구조언어학의 초석을 닦은 학자로 평가되는 레오나드 블룸필드 같은 학자, 또는 20세기 전반기가 구조주의 언어학의 시기인데 구조주의 언어학의 발판을 마련한 러시아 출신으로서 프라그 학파의 중요한 역할을 한 로만 야콥슨이나 니콜라이 트로베츠코이 같은 이런 학자들이 참석해서 당시의 구조주의 음운론이라는 새로운 연구영역이 확립되는 역할을 이 대회가 했습니다. 그 이후 대개 제네바나 로마, 코펜하겐이나 파리, 런던 등등 유럽지역에서 주로 열렸고, 1981년에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도쿄에서 13차 대회가 열렸습니다. 최근에는 베를린, 퀘벡, 파리, 프라하, 다 유럽지역에서 열렸죠. 그러다가 18차 대회가 아시아 지역에서 두 번째로 서울에서 개최된 겁니다.

박인규 : 8월 8일에 중국에서는 올림픽이 열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언어학자대회, 철학자대회, 이런 학술올림픽이 많이 열리고 있군요. 올해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언어의 해라고 해요. 언어의 해가 어떤 건지...

홍재성 : 2007년 유엔 총회에서 2008년을 세계 언어의 해로 선포했습니다. 유엔은 유네스코를 통해서 사라져가는 언어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여서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진이나 정책팀이 운영되고, 상당히 관심을 기울였는데 사멸해가는 언어의 중요성에 대한 것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두 가지 정도 얘기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지구상에 사용되는 언어가 최대 7천 개까지 구별합니다. 그런데 사용 인구가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사용인구가 천 명 이하가 되면 정말 소멸위기에 처한 언어가 되는데 언어가 소멸한다는 건 두 가지 면에서 상당히 인류의 공동의 정신적, 문화적인 또는 생물학적 유산이 소멸해가는 것이기 때문에, 왜냐면 언어가 얼만큼 어디까지 다를 수 있는지, 언어의 다양성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우리가 탐구하는 데 있어서는 상당한 손실이 되기 때문에 보존해야겠다, 그런 면 하나고. 소수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자기들이 사용하는 제1언어나 모국어를 통해서 모든 세계를 표상하고 경험하고 살아가기 때문에 소수언어가 사라진다는 건 인류 공동체의 일부인 소수언어를 사용하는 문화공동체의 말하자면 정체성이나 세계의 표상이라든지 문화적 특성, 이런 것이 소멸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인류 전체를 보면 상당한 손실입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유네스코가 올해를 세계 언어의 해로 정한 것은 언어의 다양성이랄까 소수 언어를 유지 보존하자는 측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말하자면 언어의 독창성으로 따지면 한국어도 상당히 독창적인 언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 대회에서 우리말이 논문 발표 공식 언어로 사용됐다던데 처음 있는 일 아닙니까?

홍재성 : 처음입니다. 세계언어학자대회 1회 때 공식 언어는 프랑스어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서방 세계에서는 국제어로서 프랑스어의 지위가 확고했기 때문에 제1 공식 언어는 프랑스어였습니다. 현재는 네 개의 공용어가 인정돼 있습니다. 영어와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입니다. 저희가 세계 언어학자 집행위원회 본부하고 서울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대회가 서울에서 열리기 때문에 한국어도 하나의 공식 언어로 권리를 인정해 달라. 그리고 외국어로 발표하기를 좀 꺼려하고 어려워하는 한국학자들이 세계 언어학계에서 자유롭게 소중한 연구성과를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 이렇게 생각해서 잘 협의가 돼서 한국어가 다섯 번째 공용어로, 한국어로 발표한 분도 있습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아까 1100분 정도 참여하셨다고 했는데 한국어로 발표된 논문이 상당히 있습니까?

홍재성 : 한국어로 다룬 논문이 150편 정도 이상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박인규 : 이번 대회 주제가 언어의 통일성과 다양성이라고 했어요. 아까 말씀하신 소수 언어의 보존과도 관련 있는 주제인가요?

홍재성 : 그렇습니다. 이번 대회 주제를 언어의 통일성과 다양성으로 정한 것은 바로 인간 언어가 갖고 있는 아주 특징적 측면을 바로 짚은 거죠. 인간 언어로서 보편적 특성, 공통성이 있으면서도 또 한편으론 여러분이 다 경험하듯이 영어 다르고 불어, 일본어, 중국어 다르듯이 다양한 지구상의 언어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언어라는 것은 아주 중요한 측면 중 하나가 다양하다는 것. 그 언어가 사용되는 지리 사회 문화적인 공동체에 따라서 아주 독특한 바깥세계를 표상하고 의사소통을 하는 데 활용되는 아주 특이한 대상으로서 다양한 언어가 사용되는 이 측면을 아울러 같이 다뤄보자 이렇게 된 겁니다.

박인규 : 소수 언어의 보존이 중요하다는 말이 나온 것은 쉽게 말하면 소우 언어가 사멸위기에 처했다는 뜻이기도 한데, 실제로 굉장히 많이 없어지고 있습니까? 어떤 통계를 보면 2주에 한 개씩 없어진다고도 하던데

홍재성 : 실제 그런 통계들이 여러 가지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위기에 처했다는 기준을 어디 두느냐에 따라서 통계 숫자가 다르긴 한데, 아주 비관적으로 보는 경우는 금세기 안에 아마 한 70% 정도가 소멸되지 않을까 예측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현재 지구상의 가장 최근에 자세하게 분류한 통계에 의하면 7천개 가까운 언어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사용 인구가 천만 이상이나 백만 이상 이렇게 되는 언어가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언어는 사용 인구가 천 명 이하나 백 명 이하, 사용인구 천 명 이하라면 바로 절멸위기에 처해 있는 언어입니다. 그리고 현재 지구상의 어떤 언어는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용자가 아주 나이 많은 세대의 한 명이나 두 명, 아니면 몇 명에 지나지 않는 그런 언어들도 상당합니다. 그리고 한국어하고 계통적으로나 유형론적으로나 지리적으로 아주 관계가 깊어서 그 연구의 성과가 한국어의 특징이라든지 한국어의 역사, 기원을 밝히는데 상당히 관련 깊은 언어 중 한 그룹이 퉁구스어 같은, 만주지역을 비롯한 시베리아, 중국지역에서 사용되는, 만주어는 거의 사멸했지만 이런 언어들은 거의 사멸 위기입니다. 이런 언어를 포함해서 전통적으로 한국어와 상당히 관계가 깊다는 알타이어 계통의 많은 언어들이 사멸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인류의 공동의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거시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이 언어로 생활하고 삶을 유지하는, 바로 우리말을 더 깊이 있게 아는 데도 이런 언어를 보존하고 기록하고 연구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 ⓒ프레시안

박인규 :
천 명 미만이 쓰는, 또는 한두 명만 알고 있는 그런 언어들이 자꾸 사라져가는 가장 큰 이유는 영어 때문입니까?

홍재성 : 영어가 국제어로서 좀 부정적으로 얘기하면 패권적인 언어기 때문에 그 영향도 많죠. 그러나 그걸로 다 설명할 수는 없고, 또 상당 부분은 소수 언어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이 처한 경제적인 문화적인 열악한 상황 때문에 그 언어의 사용자 수가 점점 줄어들어서 결과적으로 사멸에 이르는 측면도 상당히 많습니다.

박인규 : 그럼 소수언어를 쓰는 분들은 다른 더 큰 패권적 언어를 배우는 건가요?

홍재성 : 그럴 수밖에 없죠. 그래서 중간적인 단계로는 두 개 언어를 사용하다가 젊은 세대가 오게 되면 결구 언어는 세대를 거치면서 습득을 통해 유지되고 계승되는데, 새로운 젊은 세대가 새로운 말하자면 환경, 특히 세계화에 의해서 상당히 바뀐 상황에서 삶을 유지하고 영위하기 위해서는 그런 대언어를 습득할 수밖에 없는 거죠.

박인규 : 제가 정확히 아는 건지는 모르지만 몽골 같은 경우는 러시아의 영향을 받아서 문자로 러시아어로 쓰고 문법도 러시아를 닮아간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소수 언어를 보존하기 위해서 여러 방안들이 논의됐다던데 혹시 어떤 방안이 논의됐는지...

홍재성 : 기본적으로는 그 언어를 기록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죠. 현재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큰 유럽어 아니면 주위 아시아 지역의 큰 언어는 중국어나 일본어인데 둘 다 유럽에 많이 알려진 언어 같으면 대부분이 다 문법 기술도 돼 있고 사전도 여러 가지가 출간돼 있어서 쉽게 접근해 습득하고 학습할 수 있는데, 사실은 문법책이 기술돼 있거나 사전이 출판돼 있는 편집돼 있는 그런 언어는 천 개를 넘기 힘듭니다. 그러니까 나머지 5,6천 개 언어라는 것은 그런 식의 기록이 없습니다.

박인규 : 배우지 않으면 .....

홍재성 : 더구나 문자가 없는 언어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언어들을 보존하는 것이 뜻이 있다는 걸 우리가 자각하고 의식하면, 이 언어가 소멸하기 전에 시급하게 기록하는 일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현재 한국에서도 알타이어 계통의 소수 언어들, 소멸 위기에 처한 소수 언어들의 기록을 위한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고, 유네스코가 특히 관심을 많이 갖고 지원도 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잘 몰라서 말씀드리는데 영어가 많이 쓰이는 건 영어가 그만큼 우수한 언어기 때문에 그런 거 아니냐, 이런 식의 의견도 있는데 그런 데 대해서는 언어학자들은 어떻게 보십니까?

홍재성 : 그렇지는 않습니다. 언어학자 입장에서 보면 언어의 우수성의 평가는 있을 수 없죠. 서로 다를 뿐이다. 또는 뭐가 더 원시적인 언어고 뭐가 더 문화적이고 문명화된 거냐, 이런 평가도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지적할 수 있는 건 상대적으로 언어가 복잡하냐, 좀 덜 복잡하고 단순하냐, 이런 평가는 있을 수 있고. 이런 데 대한 연구도 현재 많이 진행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예컨대, 우리가 가장 기본적으로 언어가 표현되는 건 말소리를 통해서인데 말소리를 몇 가지를 구별해서 언어를 사용하느냐를 보면 말소리를 아주 제한된 몇 개 구별 안 하는 언어에서부터, 지금 조사된 바에 의하면 말소리를 제일 적게 구별하는 언어는 11개 밖에 없는 언어가 있습니다. 모음을 두세 개 밖에 안 쓰고 자음도 6,7개 밖에 안 쓰고 이런 언어가 있는 반면, 또 한편으론 말소리를 최근 조사에 의하면 100개 이상을 구별하는 언어가 있습니다. 이런 외국어를 학습한다면 상당히 어렵겠죠. 그런 말소리의 체계뿐만 아니라 단어의 형태가 문장 속에 쓰일 때 변이하는 양상 이런 것도 복잡성의 정도를 따질 수 있고. 또는 문장을 구성하는데 규칙이 간단한 것부터 복잡한 것에 이르기까지 이런 넓게 얘기해서 문법구조, 언어체계의 복잡성의 정도는 얘기할 수 있지만 그것이 우수하다 아니다 얘기하기는 상당히 힘듭니다. 왜냐면 인간의 언어는 상당히 특이합니다. 바깥 사람이 봐서 아무리 복잡한 언어라도 인간은 자기가 태어난 환경에서 그 복잡한 언어가 사용되는 환경에 처해 있으면 그 언어에 노출돼 있으면 아무런 어려움 없이 아주 자연적인 양상, 순서에 따라서 그 언어를 제1 언어로 습득하게 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영아나 유아가 모국어를 배울 때 이거 내가 배우는 언어는 왜 이렇게 복잡하고 어렵냐 배우기 힘들다 이런 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성인이 돼서 복잡한 언어를 배울 때는 정말 여러분 다 경험하듯이 정말 어렵죠. 그런데 영어가 왜 이렇게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아주 지배적인 국제적인 소통언어가 됐냐, 이것은 언어 자체가 우수하거나 배우기 쉽고 단순하거나 그렇게 해서 된 건 아니고 다른 경제적, 또는 국제정치적인 요인에 의해서

박인규 : 영어를 쓰는 민족이 힘을 갖다 보니까, 쉽게 말하면. 언어는 서로 다를 뿐이지 우열이 있을 수는 없다.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세계언어학자대회가 열렸으니까 한국어, 또 한글을 세계에서 오신 여러 분들에게 얼마나 많이 알렸을까, 또 한국어에 대해서 그 분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궁금증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떤 행사 같은 게 있었습니까?

홍재성 : 보통 언론을 보면 언어에 대해서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언어에 관련된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할 때 주로 일반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갖습니다. 영어를 공용화할 수 있느냐라든지, 또 요즘 새 정부 들어 논란이 있었던 영어 몰입교육이 좋은 건지 영어학습방법으로 이게 가능한 건지. 또는 인터넷 공간에서 소통하는 경우 한국어 표현이 조금, 젊은 사람들 사이 또는 누리꾼들 사이에서 상당히 급하게 정보를 많이 전하다 보니 전하려는 욕구 때문에 조금 변형이 생기고, 그래서 한국어가 훼손, 파괴되는 거 아니냐, 이런 문제제기가 많습니다. 그런데 사실 언어학자 입장에서 보면 그건 그렇게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 없고요, 또 하나 혼동하시는 것 중 하나가 한국어와 한글을 혼동합니다. 그래서 한국어가 이런 식으로 훼손되고 변형되는 데 대해서, 한글과 혼동해서, 한글이 죽어가고 있다, 파괴되고 있다든지 그런 말씀을 하시는데 한글이라는 건 한국어를 시각적인 기호로 표상을 2차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불과하죠. 표기수단인데 한국어 구조와 무관한 건 아니기 때문에 관계가 상당히 깊긴 깊습니다. 그렇지만 실제 대상으로 보면 두 가지는 서로 다른 대상이죠.

박인규 : 교수님 입장에선 인터넷에서 젊은이들이 새로운 표기법을 만들어내는 건 우려할 만한 것은 아니다.

▲ ⓒ프레시안

홍재성 :
우려할 만 한 건 아닙니다. 인터넷 밖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여전히 우리는 대다수 한국어 사용자들은 모국어로서 우리가 습득한 한국어를 잘 사용하고 효율적으로 그걸 통해서 의사소통도 하고 자기 감정이나 생각도 표현하고 여러 가지 삶의 일부로서 언어를 사용하고 있죠. 그러니까 인터넷 공간에서 좀 변형된 표현이나 이런 것이 정말 한국어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또 단순히 표현하는 게 아니라 상당히 인상적으로 표현해서 효과가 참 좋고, 그래서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많은 한국어 사용자들이 그거 참 좋은 표현이구나, 이렇게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진다면 한국어가 변하는 과정에서 얻는 표현력의 풍부성의 일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사실 언어가 변화하고 이뤄지는 것이죠.

박인규 : 또 하나는 굉장히 실용적인 질문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지금 한국에서 많은 분들이 어려서부터 영어를 배우고 싶어 하니까, 또 필요하다고 하고. 영어몰입교육이 외국어 배우는 데 효과적인 수단입니까?

홍재성 : 그건 한 마디로 답변을 드리기 상당히 어렵습니다. 이런 방법의 제2 언어, 외국어 교육방법이 효과적이다, 가치가 있다는 건 사실 절대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말하자면 많은 학자들이 영어몰입교육이 좋다, 제2언어를 습득하는데 좋다고 하죠. 그 다음 제2 언어를 습득하는 시기도 조기교육이 효과적이란 얘기를 하는 건 사실입니다.

박인규 : 그러나 일각에서는 너무 어려서부터 배우며 한국어를 제대로 못 배우는 거 아니냐, 그런 우려가 있습니다.

홍재성 : 그런 좋은 방법을 무작정 한국의 학생들에게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한국이 처한 제2외국어를 습득하는 수요에 맞게 한국사람이 지향하는 가치에 맞게, 또 배우는 학생들의 지향이나 동기에 맞는 거냐 이런 건 간단하게 얘기할 수 없는 거죠.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영어를 정말 영국 사람이나 미국 사람 못지않게 잘 구사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한국에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젊은 인력을 정말 투자도 많이 해서 좋은 교육여건에서 훈련시키고 양성하는 건 필요하다고 봅니다. 외국의 협상 전문가라든지, 또는 경영학 이런 쪽의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서 중고등학생 때부터 그런 전문적 인력을 배출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그러나 의무교육을 받는 모든 한국의 아동, 젊은이들이 그렇게 영어를 꼭 배워야 되느냐, 이것은 좀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된다.

박인규 : 자기에게 필요한 외국어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가를 알고 거기에 적당하게 맞게 배우는 게 중요하지 무조건 열심히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이번 언어학자대회를 통해서 한국어도 많이 알렸고 우리나라 언어학 수준도 한 단계 높아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긴 하는데요, 앞으로 언어학자 분들이 한국어를 우리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또 세계인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많은 활동 부탁드립니다.

홍재성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세계언어학자대회의 공동조직위원장인 서울대 홍재성 교수를 초대해.. 세계언어학자대회의 한국 개최 의미와 소수언어 보존 방법 등 이번 대회에서 논의된 내용들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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