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언론들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 성명 파동과 미 국립지리원 산하 지명위원회가 독도의 지명 국가를 한국에서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바꾼 것과 관련해 정부의 외교 참패를 일제히 비판했다.
그러나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과 기사 등에서 ARF 성명에서 10·4 공동선언이 삭제된 것은 "남북관계에 대한 청와대의 경직된 인식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한 반면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은 "북한도 금강산 사건 관련 문구를 빼자고 했다"며 정부의 '물타기'에 동조했다.
<경향신문> "대통령이 문제다"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와 3, 4, 5면에 걸쳐 이명박 정부의 외교 난맥을 총체적으로 비판했다. 1면 "'외교 난맥' 비판론 확산 /'오락가락 대북정책…4강외교도 원칙 없어"에선 정치권 안팎의 비판 목소리를 부각시켰고 3면에선 "비전도, 원칙도, 실용도 없어…길이 안보인다"고 비판했다. 이 기사에선 "미 쇠고기-굴욕 외교, 독도-뒤통수 외교, 금강산-냉전 외교"라는 제목을 달은 사진을 배치해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 신문은 사설에선 "한국 외교의 위기, 대통령이 문제다"라며 이번 사태의 최종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음을 지적했다. 사설은 "외교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 외교의 정점에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현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지 않고 귀를 막은 채 '나의 길'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 외교가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이 대통령의 의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도 이날 1면에 "'망신외교' 책임은 없고 '변명'만"이라는 기사에서 "ARF 의장성명 파동은 냉전적 관점의 퇴행적 외교전략이 낳은 참사"라고 비판하고 사설에선 "철학·전략·시스템 부재가 빚은 망신외교"라며 "이 사태로 우리 외교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대북 관계 개선 가능성도 한층 멀어졌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한편에선 10.4 선언 이행방안을 논의하자면서 다른 한편에선 '10.4선언에 기반한 남북대화 지지'란 문구를 삭제하기 위해 파행도 마다지 않으니 어떻게 이 정부를 믿고 상대할수 있겠는가"라며 "외교안보라인에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아울러 진정 북한과 대화할 의지가 있다면 이 해프닝이 남북대화를 거부하는 것이 아님을 밝히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조·중·동 "북한에 외교적 완패 당했다" 격앙
조·중·동 등 보수 언론도 이날 ARF 의장성명 파동을 비판하기는 했으나 이명박 정부의 외교 난맥상보다 북한의 외교전을 봉쇄하지 못했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조선일보>는 ARF의장성명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는데 실패했다고 질책하면서 향후 북한과의 외교전에 대비할 것을 당부했다. 이 신문은 사설 "외교적 한계 드러낸 ARF 의장성명 파동"에서 "현재의 남북관계로 볼 때 북한과의 외교전이 계속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그것을 막는 방법은 무엇이고, 그것이 불가피할 경우 대책은 무엇인지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조선>은 그러나 5면 기사에서 이번 사태가 이명박 정부의 무원칙이 낳은 외교적 무리수라고 지적하며 "현 정부가 노무현 정책과의 차별화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초래한 결과"라는 외교소식통의 촌평을 실었다. '노무현이 한 건 모두 안 한다'는 소위 'ABR'(Anything But Roh) 정책을 보수 언론마저 문제삼은 것이다.
<중앙일보>는 사설 "외교안보 라인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가"에서 "한국 외교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망신을 당한 것"이라며 "더욱 큰 문제는 이 정권 외교안보 라인의 무능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 신문은 "'금강산 규명'을 위한 국제적 압력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그 대신 북한엔 향후에도 '10.4. 선언' 이행을 국제회의에서 제기할 수 있는 빌미를 주었다. 북한에 외교적 완패를 당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동아일보>는 여타 신문과 달리 사설 등에서 이를 다루지 않 않고 '횡설수설'에서 "ARF 외교 소동"이라는 제목으로 간단히 처리했고 청와대와 외교부 등을 정면 비판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이 신문은 "북한의 '10·4 선언 카드'를 막지 못한 것은 중대한 실책"이라며 "싱가포르가 의장 성명을 수정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두고두고 북의 10·4 선언 이행 압력에 시달릴 뻔 했다"고 두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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