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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노조 '수수방관' 속 강성철 교수, 이사회 첫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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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KBS노조 '수수방관' 속 강성철 교수, 이사회 첫 참석

무려 1시간 40분 전 출석…이사회, 신태섭 이사 출입은 원천봉쇄

방송통신위원회가 신태섭 KBS이사를 탈법적으로 축출한 이후 첫 KBS 이사회가 KBS노조를 제외한 KBS 구성원들과 촛불 시민들의 반발 속에 열렸다. KBS 이사회는 이날 이사회 직원을 동원해 신태섭 이사의 KBS 본관 건물 출입 자체를 막았고 회의장 앞에 청원경찰 30여 명을 배치해 이사회에 반대하는 KBS 구성원들의 접근을 막았다.

이날 노조를 제외한 기자협회, PD협회 등 KBS 직능 7개 단체는 강제 축출된 신 이사 대신 보궐 이사로 선임된 강성철 부산대 교수의 이사회 출입을 막으려 했으나 강 교수가 이사회 시각보다 무려 1시간 40분이나 먼저 이사회장에 와있으면서 출입 봉쇄에 실패했다.

때문에 이날 KBS 이사회 반대 투쟁은 KBS 기자협회, PD협회 등 내부 직능단체는 물론 방송장악·네티즌탄압저지범국민행동(준)등 시민사회단체, 촛불 시민 등이 동참했음에도 이사회 무산은커녕 강성철 교수의 출입도 막지 못함으로써 노동조합이 빠진 언론 독립 투쟁의 결정적 한계를 드러냈다.

전국언론노조 KBS 지부(위원장 박승규) 집행부는 이날 KBS 이사회가 열리던 시각 비상대책회의를 열었으나 이날 이사회 반대 투쟁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KBS 구성원들의 비난을 받았다. 일부 KBS 노조 집행부원이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 KBS 구성원들과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KBS 이사회, 신태섭 이사 KBS 출입까지 저지

신태섭 이사는 이날 KBS 이사인 남윤인순 여성단체 대표와 함께 오후 3시 40분 경 KBS 본관 앞에 도착해 이날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진입을 시도했으나 KBS 이사회 사무국 직원 3명에 의해 저지당했다. 신 이사는 이들과 20분 여 실랑이 끝에 진입을 포기하고 KBS 본관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는 시위대에 합류했다.

신 이사는 이사회가 진입을 막고 나선 데 대해 "이사회가 정연주 사장을 몰아내고 낙하산 인사를 원활하게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 장악 음모"라고 비판했다. 그는 "시민들이 피땀 흘려 쌓아놓은 언론의 자유를 이명박 정부가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있다"며 "이들은 언론까지 장악하여 평생 지배권력이 되는 동안 사회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불행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정부의 음모를 막기 위해 정치인, 지식인, 방송종사자, 시민이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면서 "함께 해주는 시민들이 고맙다. 같이 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KBS 본관 앞에는 100여 명의 시민이 찾아와 KBS 본관을 둘러싸는 인간띠잇기를 벌였다. 이들은 KBS에 들어오려는 KBS 박만 이사를 강성철 교수로 오인해 몸으로 차량을 가로막으려다 일부 경찰에 의해 연행되기도 했다. 또 이 와중에 경찰과 시민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일부 여성 등이 다치기도 했다. 결국 박만 이사는 이날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 KBS 이사회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 신태섭 이사. 왼쪽 끝이 KBS 이사회 사무국 직원이다. ⓒ프레시안

"강성철은 이사가 아니다. 물러가라"

한편, KBS 경영협회, 기술인협회, 기자협회, 아나운서협회, 촬영감독협회, 카메라감독협회, PD협회 등 KBS 구성원들은 이날 오후 3시부터 KBS 본관 3층을 점거하고 강성철 교수의 출입을 막으려 했으나 강 이사가 이날 오후 2시 20분부터 회의장에 들어가 있어 봉쇄는 무산됐다.

양승동 PD협회장은 "이날 1시 경에만 해도 강성철 이사가 소속 대학의 승인을 받지 못해 불참한다는 이야기가 들렸고 2시 경에는 비행기를 타고 상경 중이라고 들었는데 예정보다 일찍 와서 회의장에 이미 참석해 있었다"고 알렸고 이에 KBS 구성원들은 "진짜 KBS 이사 하고 싶었나 보다", "어떻게 교수라는 사람이 부끄러움도 모르냐"고 분노를 표했다.

이들은 이사회장 앞에서 "막가파식 이사임명 강성철은 물러나라", "공영방송 개념부족 이사회는 각성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이사회를 규탄했다. 이들은 유재천 KBS 이사장을 상대로 강성철 교수의 출석에 항의하는 협회장 들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고 이사회가 시작되자 회의장에 들어가기 위해 청원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으나 경찰의 방어망을 뚫지 못했다.
▲ KBS 구성원들이 23일 KBS 이사회가 열리는 회의장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PD저널

▲ 유재천 KBS 이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양승동 PD협회장(왼쪽)에게 KBS 이사회 사무국장이 나와 이사회의 면담 거부 결정을 전하고 있다. ⓒPD저널

▲ KBS 구성원들과 청원경찰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PD저널

이들은 이사회가 열리는 동안 시위를 이어갔고 이들과의 충돌을 우려한 탓인지 이날 KBS 이사회는 5시 30분께 이사회를 종료하고도 간담회로 전환하며 회의실에서 나오지 않다 6시 20분 쯤에야 회의를 해산했다. 강성철 교수는 청원경찰들의 호위 속에 항의하는 KBS 직원들을 피해 쏜살같이 사라졌다.

이사회 대변인 역을 맡고 있는 이기욱 KBS 이사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오늘 회의에서는 방통위원회가 신태섭 이사의 자격이 상실됐다고 판단하고 보궐 이사를 추천한 데 대해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고 이에 방통위원회가 문제제기 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의견이 맞섰다"며 "한 시간 정도 논의를 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강성철 이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박만 이사가 제기한 촛불 시민의 KBS 전력 사용 문제 등이 보고 안건으로 올라왔으나 신태섭 이사 자격 상실과 관련한 이사들 간의 의견 대립으로 본 안건 처리는 전혀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승규 "신태섭 이사는 보호할 가치 없어"…노조원들은 반발

이날 KBS 구성원들은 방통위의 KBS 신태섭 이사 부당 해임,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실장의 '정부산하기관' 발언 등 KBS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KBS 노동조합은 이렇다할 대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사회에 앞서 박승규 KBS 노조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신태섭 이사를 해임하는 과정은 무리하고 문제가 있으며 이명박 정부의 이사회 장악 의도라는 것을 인정한다"면서 "그러나 신태섭 이사는 보호할 가치가 없다. 지난 노조 때부터 가장 부도덕한 이사였다"며 신 이사의 논문까지 배포해가며 표절 의혹을 다시금 제기했다.

그는 "만약 신 이사가 논문 표절을 하지 않았다는 확정 판단을 받는다면 부당 해임에 문제를 제기할 용의가 있으나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 도와달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KBS 노조의 수수방관에 대한 KBS 구성원들의 불만은 높았다. 한국PD연합회 정책실장을 맡고 있는 최용수 PD는 "강성철 이사는 분명히 불법적이고 초법적인 인사인데도 우리는 막지 못했다"며 "이 정도 이슈라면 노동조합이 나서서 이사회가 진행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수순일 텐데 노조 집행부는 그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조합원들은 어떻게 해야할 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진행될 초법적 절차와 낙하산 사장 임명 등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지 고민이다"라고 했다.

한 PD는 "이런 상황에서 KBS 노동조합은 뭐하는 거냐.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냐"고 비판하면서 "이사회 끝나고 KBS 노조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벌여야 할 판"이라고 비판했고 다른 PD는 "KBS 노조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으니 직능단체 차원에서라도 대응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별도의 조직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다른 PD는 "이제 국민들의 인식이 '정연주 프레임'에서 'MB 방송장악 프레임'으로 바뀌고 있다"며 "우리는 정연주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KBS의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KBS는 촛불 시민들의 의지에 상응하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노조가 움직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와중에 비대위 회의를 마친 KBS 노조 집행부 일부가 이사회장 시위현장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다른 KBS 구성원들과 말싸움이 붙기도 했다. 이들은 "이런 집행부가 다있나", "지금 노조가 뭐하는 것이냐", "지금 당장 나와서 싸워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고 그는 "노조도 바쁘다" 등으로 대응해 분노를 키웠다.

한편 이날 이사회는 출입기자들의 사진 및 동영상 촬영 등을 금지해 더욱 큰 반발을 샀다. SBS 기자는 ENG 카메라를 들고 취재하려다 출입허가를 받지 못해 돌아갔고 이에 KBS 구성원들은 "<조선일보> 기자는 들어오게 하면서 SBS 기자는 출입 안시키냐. 회사가 개판이다"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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