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폐기를 위한 2단계 불능화 조치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그 후의 최종 3단계는 '핵물질 이관 및 폐기→핵시설 해체→핵무기 폐기'라는 3가지 순서로 진행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전문가의 제안이 나왔다.
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KIDA) 책임연구위원은 2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겨레평화연구소 창립기념 세미나에서 이같은 순서를 제시하고 북한 핵공업을 민수용으로 전환하는 사업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주석 연구위원은 노무현 정부 출범 때부터 4년간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기획실장과 안보수석비서관을 지내며 9.19공동성명 채택 등 6자회담의 거의 전 과정을 지켜본 인물이다.
따라서 그가 이날 제시한 순서는 청와대가 과거 검토했던 북핵 폐기의 세부 단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며, 막연하기만 한 핵 폐기 3단계의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평가된다.
"핵시설 해체와 경수로 제공 연계하는 게 적절"
3단계의 첫 번째 순서인 핵물질 폐기와 관련해 서 위원은 "추출된 플루토늄의 완전 처리와 더불어 이에 상응한 조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핵물질 폐기는 6자회담 참가국을 중심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협조하에 이를 국제관리하에 둔 뒤 일정한 시점이 지나면 외부로 반출해 처리하는 방법이 고려된다"고 말했다.
서 위원은 "핵물질 폐기에 대한 상응 조치로는 대북 에너지 및 경제지원이며, 국제경제기구 가입과 국제경제기구의 대북지원 개시 등이 있다"며 핵물질 확보 규모와 원자로 가동 실적을 토대로 지원 규모를 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순서인 핵시설 해체와 관련해 서 위원은 핵연료 가공공장, 5메가와트 원자로 등 영변의 5대 핵시설 및 건설중인 원자로 2기 등을 해체 대상으로 꼽으며 "기존 핵동력 공업의 해체를 의미하는 것이니만큼 상당한 반대급부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9.19공동성명에서 '적절한 시기에 논의한다'고 되어 있는 대북 경수로 제공도 핵시설 해체와 연결해 진행하면 논란의 소지가 적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핵폐기와 평화체제 논의 병행 바람직"
세 번째 순서인 핵무기 폐기에 관해 그는 "북핵 문제의 최종적 해결 과정이 될 것이며, 이는 북한 안보 계획의 전면적인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포괄적 상응조치와 함께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응조치로 미국의 대북 안전보장 제공 및 북미수교,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 등을 들었다.
이상의 세 가지 의제들과 병행해 추진하는 북한 핵공업 전환에 대해서는 "두 번째 순서인 핵시설 폐쇄 과정에서부터 본격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며 "구소련 핵공업의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의 자본과 기술이 제공되었던 넌-루가법을 국제지원 방식으로 전환한 새로운 방법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핵물질 이관 및 폐기, 핵시설 해체에 최소 2~3년, 핵무기 폐기에 1~2년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며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에도 완전한 핵폐기는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같은 단계의 이행에 관해 논의하는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하며 바로 지금 6자 외무장관회담을 개최해 그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 위원은 북핵 문제 해결과 더불어 한반도 안보의 양대 과업으로 꼽히는 평화제도화와 관련해 "평화체제 구축이 북한의 요구사항이자 미국의 양해사항인 만큼 북핵 해결 과정이 일정 정도 진입한 상황에서 출범하는 게 타당하다"며 "2단계 불능화가 완료되면 본격 협상에 진입하는 것이 북핵 해결 과정 촉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출범한 한겨레평화연구소는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사장 임동원)의 부설 연구소로 '피스메이커들에 의한 피스메이킹'를 목표로 하는 민간 연구기관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정책비서관을 지냈던 김연철 전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가 초대 소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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