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글 모두 촛불 시위가 보여준 민주적 역량을 깎아내리는 동시에 KBS에는 '이념공세'를, MBC에는 '선동공세'를 퍼붓는 등 방송을 겨누는 <조선일보>의 전형적인 시각이 드러난 글들이다.
"KBS는 정부 전복투쟁 선봉대의 맨 앞줄"
<조선일보>는 이날 'KBS는 조선중앙TV 서울 출장소인가'라는 사설에서 지난 1일 방송된 KBS1TV <시사기획 쌈> '촛불, 대한민국을 태우다' 편에서 촛불시위를 1987년 6월항쟁 시위와 비교한 것을 두고 "KBS는 '6월항쟁이여 다시 한 번'을 외치며 사실상 정부 전복투쟁 선동대의 맨 앞줄에 나선 셈"이라고 했다.
이 신문은 "(KBS는) 불과 반 년 전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국민 투표로 당선된 대통령을 군사독재자에 견준 것"이라며 "6월항쟁 때처럼 국민에게 반(反) 정부 투쟁에 나서라는 선동"이라고 했다. 이 신문은 <한겨레>의 지난 30일자 '6.29 새벽에 5.18을 보다'라는 사설도 들어 '한묶음'으로 다뤘다. 이어 "KBS가 국민의 전파로 국민을 거리로 나가라고 선동하는 걸 언제까지 두고만 봐야 하는가"라며 의지를 다졌다.
지난 2일 새벽 대한민국 특수임무수행자회(HID) 소속 회원들이 진보신당에 난입해 당원들을 '빨갱이'라며 폭행하는 '백색테러'를 일으켰다. <조선일보>의 질문을 되돌려준다면 '<조선일보>가 사안마다 '친북좌파'의 딱지를 붙여 극단적인 대립을 선동하는 걸 언제까지 두과 봐야만 하는가' 싶다. 물론 <조선일보>는 HID의 백색테러는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조선>의 예언,"1년 후 <PD수첩> 제작진은 사표를 낸다"
강천석 주필은 "광우병 소동 1년 후의 한국을 가다"라는 글을 내놨다. '이번 촛불 시위는 혼란이자 해프닝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리는 이명박 정부와 <조선일보> 등의 전형적인 논리다.
강 주필은 "앞으로 1년후 2009년 7월의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그저 상상만 해보는 것"이라며 <PD수첩> 제작진이 미국 취재를 가야할 상황을 상정해 그야말로 '소설'을 쓰며 칼럼 지면의 대부분을 <PD수첩> 제작진 조롱에 할애했다.
그는 "(<PD수첩> 제작진은) 문제의 미국 여성 사인이 인간 광우병이 아닌 줄 뻔히 알면서도 억지로 인간 광우병으로 만드는 게 아니었는데, 주저앉는 소를 TV 화면으로 보여주며 이게 바로 광우병 걸린 소라고 공연히 우길 일이 아니었는데 하고 후회해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라며 "이러지도 못한 <PD수첩> 제작진은 결국 사표를 낸다"라고 상상했다.
그는 또 민주노총, 통합민주당, 전교조, 주부 등을 거론하며 비난을 퍼부으면서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공동의장이 후미진 골목에 위치한 수입육 판매점에서 미국 쇠고기를 사들고 나오다 대학생들에게 적발돼 호된 망신을 당했다는 뉴스 같은 건 너무 되풀이돼 끼어들 자리도 없다"고도 했다. 물론,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는 '공동의장'이 없다.
이명박 정부와 <조선일보> 등이 국민의 소리에 귀를 틀어막고 여론 탄압에만 전념하고 있는 한 1년 후의 대한민국은 강천석 주필의 상상대로 민주주의의 동력을 잃어버린, 일종의 민주적 체념상태에 빠져들지도 모르겠다. 진정으로 <조선일보>는 이를 원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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