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원천 봉쇄에 서울 시청 앞 광장을 빼앗긴 5000여 명의 시민들은 오후 7시 40경 종로 보신각 앞에서부터 종로 2가에 이르는 도로를 점거하고 연좌 농성을 시작했다. 사전에 경찰이 방송차량을 탈취한 탓에 이날 시민들은 앰프나 확성기도 없이 맨 목소리로 "이명박은 물러나라", "연행자를 석방하라", "어청수는 물러나라" 등을 외치며 경찰에 맞섰다.
촛불도 없이 경찰이 원천 봉쇄한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행진을 시작한 시민들은 종로 보신각 앞에 도착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인근 가게에서 초를 사와 '촛불 시위'를 다시 열었다. 이날 시민들은 여전히 가족단위로 온 시민들이 많았다.
이날 종로 일대에는 1300여 명의 경찰이 동원돼 시민들의 통행을 차단했다. 경찰은 서울 시청에서처럼 영풍문고 건물 쪽에서 보신각 쪽으로 향하는 시민들의 횡단보도 통행을 차단해 시민들의 항의를 받았다. 단지 시민들의 불편을 가중시킬 뿐인 이 조치에 시민들은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정부가 시민들의 통행 자체를 가로막을 수 있느냐"며 어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시민 중에는 김경한 법무장관의 대국민 담화문에 분노해 거리로 나왔다는 시민이 많았다. 한 30대 남성은 "어제 시위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인터넷 생중계 등을 통해 경찰이 폭력을 행사하는 상황을 지켜 봤는데 오늘 정부가 대국민 담화문에서 시위대만 폭력을 행사한 것처럼 나오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 했다.
윤모 씨(27)는 "대국민 담화문이 아니라 대국민 협박문"이라며 "정부가 오히려 법을 모르는 것 아니냐"고 분개했다. 그는 "정부가 국민을 협박하고 집회 자체를 봉쇄해 시위대가 광화문에서 종로까지 밀려나게 되어 안타깝다"고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