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 숫자가 줄어들기만을 기다렸다는듯 17일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일제히 반격에 나섰다. 촛불 집회의 성격이 변질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시민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 신문의 주요한 논지.
이들 신문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논란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부터 터져나왔던 '조·중·동 폐간 운동'도 촛불집회의 변질로 끼워넣으며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조·중·동 폐간 시위'에 불쾌감
<동아일보>는 이날 특이한 발상의 사설을 냈다. 이 신문은 '서울광장, 청계광장을 시민에게 돌려주자'는 사설에서 "서울시민의 문화 휴식 공간으로 조성된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이 '상설 집회 장소'로 변질돼 나들이 나온 시민과 인근 빌딩 근무자들에게 불편과 짜증을 주는 장소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이런 판에 서울시는 광화문에서 세종로 사거리와 청계광장을 잇는 길이 740m, 폭 34m의 광화문광장 조성 공사를 하고 있다"며 "서울시는 옛 육조거리를 재현하고 국가의 상징물로 만든다는 계획이지만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서울광장, 청계광장의 확대판이 되기 쉽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 신문은 "서울광장이나 광화문광장에는 울창하게 나무를 옮겨 심어 공원형 광장을 만들어보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서울시의 계획대로 광화문 광장이 조성되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그야말로 서울광장-청계광장-광화문광장에 둘러싸이게 된다. 상식적으로는 시민의 여론을 전달하는 언론사로서 시민 간의 직접 소통, 토론, 민주주의가 이뤄지는 공론장의 한가운데 자리잡는 것을 일종의 영광으로 받아들여야 하지만 매일 '조중동 폐간' 구호를 듣고 있는 이들 신문사로서는 '광장에 둘러싸인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싫은 일일 것이다.
<동아일보>는 이날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벌어진 '조·중·동 폐간 시위'를 '위압적인 분위기'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유리문 걷어차고 스티커 도배…사기 끌어내려 / 700여명 본사 사옥앞 '위압 시위'"라는 기사에서 "시위대 중 일부는 사옥의 유리문과 벽을 발로 거칠게 차거나 두드리면서 함성을 지르는 등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며 "또 동아일보 사기를 내려서 스티커를 붙였고 스프레이로 낙서를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도 이날 본사 앞에서 벌어진 '조·중·동 폐간 시위'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신문은 "불법 시위대 대놓고 '정권 퇴진'…정부는 뭐하고 있나"는 기사에서 "(시위대가) 본사 사유지인 주차장 부지에 무단 침입했다. 이어 현관 출입문과 벽, 기둥 등에 '조·중·동 폐간하라'는 문구가 담긴 스티커를 수백 장 부착했다"며 "그러나 경찰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채 수수 방관했다"고 비판했다.
'방송 장악 반대'가 정치 투쟁?
한편, 이들 신문은 이날 일제히 촛불 집회에 참석하는 시민들이 줄어들었다는데 초점을 맞춰 분석 기사를 냈다.
<조선일보>는 "색깔 변한 '촛불'…논쟁 불붙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16일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촛불 집회의 이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가 아니었다. 대책회의가 집회 주제로 내건 것은 '조·중·동 심판, 공영방송 지키기 촛불문화제'였다"며 "'현 정권 정책 의제'를 전면에 내세운 첫 집회에 참가자 수는 급감했다. 1000여 명(경찰 추산, 주최측 주장 4000명)이 참가했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광우병 시위' 광우병은 뒷전"이라는 기사에서 "'광우병 대책회의'가 16일부터 촛불 집회에서 정치적인 사안들을 집중적으로 다루기로 했다"며 '공영방송 지키기', '대운하 건설 반대', '의료 민영화' 등의 주제를 모두 '정치적인 사안'으로 몰았다. 이어 "국민대책회의가 정치적인 사안을 촛불 집회에서 집중적으로 다룬 첫날인 16일의 경우 집회 참석자는 전국적으로 크게 줄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순수한 촛불 집회, 정치투쟁으로 변질시켜"라는 기사에서 16일 촛불 집회 참석 인원이 줄었다는데 초점을 맞춰 보도하면서 "대책회의의 정치투쟁 노선에 반발하는 시민과 네티즌이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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