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부터 매일 이어지는 '공영방송 지키기' 촛불 집회에 한국방송(KBS)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어용 노조' 비판을 받고 있는 전국언론노조 KBS지부는 "정연주 퇴진 운동은 포기할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내부에서부터 "정연주 퇴진보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을 막는게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5일에는 'KBS 보도본부의 기자'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한 누리꾼이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KBS에 들어온 뒤 가장 부끄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속내를 토로하는 글을 올렸다. 'taivshiral'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이 기자는 "뭐가 대단하고 잘났다고 스스로 지키지도 못하는 KBS를 지키겠다고 작은 촛불이 모인 것을 보고 심한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눈물나도록 고맙고 감사하다"고 토로했다.
이 기자는 "지금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를 생각하자는 것"이 자신의 입장이라고 소개하면서 "이명박 정부는 KBS를 무력화시키고 정권의 시녀로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순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며 "지금 과연 집안 싸움을 할 때인가. 정말 정연주 퇴진이 선결 과제라면 노조는 그에 대해 설득력있게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현재의 노조는 그 부분에 대해 회사 안에서도 강력한 지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오히려 정연주 퇴진을 위해 권력과 결탁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촛불 집회를 "선동, 불만, 거짓, 과정, 파괴, 유희가 함께 만든 집단 놀음"이라고 비난하는 KBS 구성원의 글을 공개하면서 "'촛불'의 시대 정신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KBS를 만들려는 노력에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는 게 KBS의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며칠 안에 보도본부 안에서 중요한 흐름이 결정될 것 같다"며 "노조위원장이 기자 선배라는 특수성과 정연주 사장에 대한 호불호가 교차하면서 의견 결집이 안 되고 나뉘었던 보도본부 기자들이 자신들의 견해를 정리하는 과정에 있다"고 했다. 그는 "가시적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반동적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만 아고라의 '촛불'이 비치는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KBS 보도본부의 기자들이 진취적이고 전향적이지 않다"며 "그러나 여러분의 '촛불'이 하나 둘 켜질 때 KBS 기자들도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일어난다. KBS를 위한 촛불을 조금만 더 켜주십시오"라고 요청했다. 그는 "여러분의 촛불이 KBS 주변에 띠를 만들고 지키는 동안 KBS 안에서 한개 두개의 촛불을 켜나가겠다"며 "여러분의 촛불이 지금으로서는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에 지킬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길"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현석 KBS 기자협회장은 "기자협회 차원에서 내부적으로 기자들 사이에 의견을 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이 글에 나온 대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장담하지 못하지만 일단 의견을 모아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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