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란과 이스라엘의 권력 변화가 중동의 평화를 결정짓는 주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는 이란의 핵 개발 의혹을 둘러싸고 격한 대립을 벌여왔다. 이스라엘 일각에서는 미국의 동의 없이 단독으로 군사 행동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란과 이스라엘, 다음 정권은 누구?
<가디언>은 2013년 6월에 있을 이란의 대통령선거가 핵 문제를 비롯해 교착상태인 경제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갈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라고 규정했다. 그런데 신문은 여기서 이란의 정치 체제에 대한 중요한 사실을 언급한다.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Ayatollah Ali Khamenei)의 존재다.
신문은 대통령이 현재 상황을 바꿀만한 힘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이란 핵 개발의 운명은 오히려 이란 최고 지도자의 손에 달려있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물론 새로운 대통령이 긴장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1997~2005년 개혁적인 성향을 보였던 모하마드 하타미(Mohammad Khatami) 전 대통령은 이러한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이란의 정치 지형을 종합해 볼 때 새로운 대통령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가디언>이 꼽은 주요 후보로 우선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이 있다. 단 하타미는 보수주의자들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Mahmoud Ahmadinejad) 현 대통령의 후계자로 꼽히는 에스판디아르 라힘 마샤이(Esfandiar Rahim Mashaei)비서실장도 유력한 후보다. 그런데 그는 지난 2년 동안 이렇다 할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보수 반대파들이 그가 이란의 신정주의 체제를 저해하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외에 유력 후보로 모함마드 바게르 갈리바프(Mohammad-Bagher Ghalibaf) 현 테헤란 시장이 꼽힌다. 이밖에 알리 라리자니(Ali Larijani) 의회 대변인과 전 대변인인 골람 알리 핫다드 아델(Gholam Ali Haddad-Adel),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국제분야 수석 자문을 맡고 있는 알리 아크바르 벨라야티(Ali Akbar Velayati) 등이 주요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왼쪽) 현 이란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오른쪽) 현 이스라엘 총리 ⓒAP=연합뉴스 |
후보군이 비교적 다양한 이란과는 달리 이스라엘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13년 1월에 치러질 총선에서 집권 리쿠드(Likud) 당의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현 총리와 이스라엘 베이테누(Yisrael Beiteinu)의 지도자이자 외무장관인 아비그도르 리버만(Avigdor Lieberman)의 연대 세력이 전체 120석 중 40여 석을 차지할 전망이다. 현 우파정권을 구성하는 유대교 정통파 정당의 예상 의석수까지 치면 여권은 무난히 과반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네타냐후가 다음 선거에서도 승리한다면 그는 2가지 주요한 과제에 부딪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그가 이란 핵 시설에 대해 이스라엘 단독으로 군사적 행동을 취할 것인지 여부다. 두 번째는 그가 팔레스타인과 평화협정을 맺는 것과 웨스트뱅크 및 동예루살렘의 지속적인 정착촌 건설 중 어떤 사안에 힘을 쏟을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민족적 갈등으로 번지는 케냐와 짐바브웨의 선거
케냐는 2013년 새 대통령을 뽑는다. 그러나 2007년 부정선거로 발생했던 폭동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다. 당시 1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경찰 진압 또는 집권 세력이 계획하고 자금을 댔던 인종 테러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이 집권 세력에는 우후루 케냐타(Uhuru Kenyatta)와 윌리엄 루토(William Ruto)가 포함되어 있는데, 한 때 정치적 경쟁자였던 이들은 최근 연대를 맺으면서 2007~8년에 리프트 밸리에서 일어났던 키쿠유와 칼렌진 부족 간 폭력 사태가 없어지길 바란다고 발표했다. 케냐타는 현 총리인 라일라 오딩가(Raila Odinga)와 차기 대통령을 놓고 격돌한다.
<가디언>은 하지만 지역적인 갈등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몇 달 사이에 신규 채용된 젊은 경찰관들이 삼부루(Samburu) 북쪽 외진 지역에서 잇따라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이뿐만 아니라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해안지역의 부족 간 충돌과 몸바사(Mombasa)에서의 폭동으로 목숨을 잃었다. 신문은 정치인들은 선거철이 되면 자신들의 소속 부족 단체들을 지원하여 긴장을 조종하고 부추긴다고 전했다.
아프리카 중남부 짐바브웨 역시 선거로 인해 홍역을 앓았던 대표적인 국가다. 현 대통령인 로버트 무가베(Robert Mugabe)와 민주변화동맹(MDC)의 모간 창기라이(Morgan Tsvangirai)가 다시 한 번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가디언>은 이들의 재대결이 또 한 번의 폭력사태, 협박, 투표 조작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이 2008년 대선 당시 부인 그레이스와 함께 투표를 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지난 2008년 선거 당시 200명이 넘는 짐바브웨 사람들이 유혈사태로 사망했다. 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학대를 받았다. 이에 창기라이와 무가베는 권력을 분담할 것에 합의했다. 이후 경제회복이 더디게 진행되자 양당은 사사건건 대립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아프리카 수석 연구원인 트레버 메이시리(Trevor Maisiri)는 <가디언>에 "또다시 이론의 여지가 있는 선거가 될 것이고 분쟁으로 마무리 될 확률이 높다. 결국 우리는 다시 협상과 권력 분담의 양상을 보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원은 이번 선거의 최종 승자는 '무관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2000년부터 8년 동안 짐바브웨에서는 8번의 선거가 있었는데 너무 많은 선거가 선거 자체의 가치를 떨어뜨렸다고 분석했다. 그는 "유권자들은 선거 자체에 신뢰를 잃었다. 여기에 짐바브웨의 미래에 대해 명확한 비전을 낼 수 없는 정당들만 있기 때문에 투표율 역시 낮아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독일, 이탈리아보다 더 주목받는 곳은
인구 30만의 아이슬란드에서는 '조용한 혁명'이 진행 중이다. <가디언>은 아이슬란드는 비록 작은 국가지만 급진적인 민주주의를 실험하는 장으로서 2013년 가장 주목해야 할 나라로 선정했다.
아이슬란드가 이렇게 주목을 받는 이유는 수도인 레이카비크(Reykjavik)의 시장 존 그나르(Jón Gnarr)의 역할이 컸다. 그는 전직 코미디언으로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새 정치'를 통해 밝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약속하고 '최고당(The Best Party)'을 창당했다. 이 선거에서 최고당은 15개 시 의회 의석 중 6개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그런데 이 당이 주목받았던 이유는 전직 코미디언 출신 정치인이 당을 이끌었다는 것이 아니라 SNS서비스인 페이스북을 통해 주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하며 정책을 결정했다는 데 있다.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해본 유권자들은 국가 정책도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그나르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이슬란드는 민주주의, 직접 민주주의, 주민참여예산제도 등의 미래를 시험해 볼 수 있는 완벽한 실험실" 이라는 글을 남겼다. 아이슬란드의 새로운 실험이 어디까지 가능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총선은 2013년 4월에 치러진다.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는 아이슬란드와는 달리 독일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재선이 거의 확실시 된다. <가디언>은 독일 선거에서는 누가 총리가 될 것인가 보다 어떻게 연립 정부를 구성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 재선이 유력시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로이터=뉴시스 |
본 대학교 게르트 랑구트(Gerd Languth) 정치학 교수는 <가디언>에 연정 구성을 쉽게 예측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세 가지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측했는데 첫 번째는 기민당과 사민당의 대연정이다. 두 번째는 기민당과 녹색당이 연정하는 시나리오다. 랑구트 교수는 "녹색당 입장에서는 기민당과 연정이 사민당과 연정보다 더 좋을 수 있다. 그들이 영향력을 갖출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또 녹색당은 장관 자리도 기대할 수 있다. 녹색당은 현실주의자들이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랑구트 교수는 현재 체제인 기민당과 자유민주당의 연정 또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것이 가능하려면 자유민주당이 의회에 진입할 수 있는 최소 요건인 5%의 지지를 얻어야만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탈리아는 2월에 선거를 치른다. 마리오 몬티(Mario Monti)는 이탈리아 총리 자리를 지키고 싶어하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Silvio Berlusconi)는 다시 한 번 총리 자리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여론 조사 결과 중도좌파인 민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하지만 <가디언>은 민주당이 마리오 몬티와 연합하지 않으면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합지로 불리는 시슬리, 베네토, 캄파니아, 롬바르디아 등에서 베를루스코니가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으로서는 베를루스코니에게 가는 표를 막기 위해 몬티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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