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 강한섭 신임 위원장을 초대해 현재 우리 영화계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영화산업의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야 할지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영화진흥위원회 강한섭 신임 위원장입니다. 강한섭 위원장은 1958년 서울 출생으로 1982년 경희대 불문과를 졸업했고 1987년 프랑스 파리 제2대학원 영상커뮤니케이션 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94년부터 서울예술대학 영화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영상물 등급위원회 위원과 서울예술대학 산학협력단 대표이사를 역임했습니다. 저서로는 <한국의 영화학을 만들어라>, <한국영화 붐의 구조적 위기와 정책적 대안> 등이 있고 지난달 제4기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했습니다.
박인규 : 안녕하십니까?
강한섭 : 네, 안녕하세요?
박인규 : 우선 축하드립니다.
강한섭 : 예, 감사합니다.
박인규 : 축하와 함께 약간 걱정되는 바가 있는데 영화 산업이 하도 위기라고 그러니까 어깨도 무거우실 것 같아요. 소감과 포부를 간단하게 부탁드리겠습니다.
강한섭 : 개인적으로는 정말 영광이지만은, 영화 산업계의 현황을 보면은 정말로 밤잠이 안 올 정도로 압박감을 느낍니다. 지금 한국 영화 산업은 위기국면을 지나서요. 거의 공황에 가까운 그런 위기 상황입니다. 게다가 이념과 세대간의 갈등이 여전합니다. 그래서 우리 영화계가 하나가 되가지고 이 위기 국면을 탈출해야되는데 그런 아주 막중한 과제가 저한테 앞에 놓여있습니다.
박인규 : 영화진흥위원회니까 영화산업을 살리는데 어떻게 보면 선봉장이라고 할 수가 있을 것 같은데요. 4기 위원장이시라는 걸 보니까 영화진흥 위원회가 역사가 그렇게 오래된 것 같지는 않아요. 언제 생긴 거죠?
강한섭 : 10년 전.
박인규 : 10년 전에. 주로 하는 역할이 뭐라고 설명 할 수 있을까요?
강한섭 : 많은 분들이 제가 영화진흥위 위원장이라고 하니까 문화계를 잘 아시는 분은 굉장히 중요한 기관이다 이렇게 아시는 분도 있지만 좀 관심이 없으신 분은 제가 혹시 무슨 흑심으로 무슨 단체를 만들어서 스스로 취임한 게 아닌가 그런 생각하시는 분이 있는데요. 영화진흥위원회는 우리 대한민국의 영화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법률상으로는 민간행정기구라고 합니다. 굉장히 자랑스러운 면도 있는데요.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이러한 국가 차원의 영화 진흥기구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정말로 문화국가이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영화진흥위원회는 세계적으로도 예산규모, 또는 영향력 다 합쳐도 세계 3위 정도의 국가차원의 영화진흥기구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예산규모가 얼마나 크기에 3위라고 까지?
강한섭 : 제가 뭐 제 돈이 아니기 때문에 자랑하기는 그렇지만, 사업예산만 1년에 600억 원이 넘고, 다음에 또 국가가 영화 산업이 세계적인 영상산업국가가 되라고 모아주신 영화 발전기금이라고 하는데요. 약 한 5000억 원 정도.
박인규 : 엄청나군요.
강한섭 : 네, 엄청납니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보면 제일 큰 영화진흥기구는 프랑스의 CNC라고 있고요, 프랑스는 뭐 영화를 발명하고 그야말로 세계영화산업을 미국 다음으로 리드하는 나라죠. 두 번째는 아마도 영국의 브리티쉬 필름 카운슬이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으로 세 번째 정도 되는 것 같고. 아시아에는 유일합니다. 국가 차원의 진흥위원회가.
박인규 : 그러네요. 그렇다면, 그 정도의 어떤 정책적 영향력과 그 정도의 예산이라면 영화 진흥위원회가 하기에 따라서 우리 나라 영화가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하고 그렇게 볼 수 도 있겠네요.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조금 전에 말씀을 하시면서 영화계 내부에 이념과 세대간의 갈등이 있다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이번 영진위원장 선임도 굉장히 경쟁이 뜨거웠던 걸로 알고 있고. 또 뭐, 영화인 협회라든가, 영화감독협회, 영화배우협회 같은 곳에서 이전까지의 영화진흥 위원장이 좌파 독식이다. 이런 말씀을 하면서 이번에는 좌파인사는 안 된다. 그런 말씀도 하셨는데. 그렇다면 강한섭 위원장님은 우파로 봐야됩니까? 어떻습니까? 언론보도를 보니까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니다 이렇게 평을 했던데.
강한섭 : 저는 보통 이제 그런 질문을 기자 분이나 방송에서 하시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저는 회색분잡니다. 저는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니고 오직 하나 한국 영화팝니다. 이렇게 말씀 드립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좌와 우의 이념 대결은 20세기의 정치 지형도를 가르는 때는 유효했지만 21세기의 또 새로운 시대는 좌와 우의 이념지향으로 가르기보다는 좀 새롭게 오히려 제가 이제 영화진흥기구의 장이니까 한 나라의 영화산업의 부, 부를 어떻게 창출하고 그 부를 어떻게 공정하게 나누나에 따라서 새롭게 이 사람은 어떤 파다, 또 어떤 파다 그리고 이렇게 흑백으로 또는 이분법으로 나누기보다는 보다 복잡한 나눔과 방정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박인규 : 상당히 까다로운 질문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른바 영화계의 보수적인 인사들이 '그 좌파 독식이다'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2,3기 영진위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한다면 어떻게 평가하시겠습니까?
강한섭 : 예. 2기와 3기의 위원장님들, 또 우리 영화진흥위원회가 민간행정기구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저를 포함해서 9명의 진흥위원, 그러니까 사기업으로 보면 일종의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9명의 위원들이 똑같이 의결권을 가집니다. 2기와 3기가 굉장히 열심히 일을 하셨습니다. 그야말로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제가 보기엔 전세계의 좋다는 영화진흥정책은 대부분 도입했거든요. 또 엄청나게 많은 예산을 가지고 한국영화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노력하신 것은 사실 인정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한국영화진흥사업이 위기에 빠진 것이 명확히 증명하듯이 그 진흥정책의 효과는 의문시된다는 것이 저의 입장입니다. 이념갈등의 차원에서 한계가 있다는 말씀들을 하시는데, 대개 이분들이 열심히 하시고 여러 좋은 정책들을 실시하신 것도 사실입니다. 한가지 문제가 뭐냐하면, 강대국화라는 목표에 너무 집착해 가지고,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 그러니까 여러 다양한 의견을 듣는다던가 과정의 합리적인 집행이라던가 하는 부분이 미흡했습니다.
박인규 :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미흡했군요.
강한섭 : 그렇죠. 아마도 나와 우리는 옳다, 따르라 이런 면 때문에 정권의 교체기, 과도기에는 영화계에서 상당한 비판을 받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 스스로도 이분들은 10년, 20년 알고 지냈던 존경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저도 이분들의 성과는 성과대로 받아들이고. 실패는 실패대로 냉정하게 비판하면서 그것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영화계의 충의를 받아들여서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합의할 수 있는 진흥책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할 텐데요. 강한섭 위원장을 비롯해 9명의 위원들이 이끌어간다고 하셨는데, 나머지 8명의 위원들은 위촉이 됐나요?
강한섭 : 말씀하신 것처럼 지나치게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경쟁이 치열하고 정치화됐기 때문에 일간지 사회면에도 나오고 과열상에 대해서 우려하는 말씀도 여러 군데서 하시고 그래서 임명권자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셨습니다. 위원장 선출이 상당히 늦어져서 지난 위원장의 임기 마지막날 발표가 됐습니다. 그래서 현재 8명의 위원들은 공공기관 임원으로서, 이른바 공보절차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아마도 내주 정도에 위촉될 예정입니다.
박인규 : 이제 영화계의 위기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보죠. 99년도에 '쉬리'부터 시작을 해서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를 거쳐서 2006년의 '괴물'까지 정말 대단하지 않았습니까? 한국영화의 점유율이 60퍼센트까지 갔었는데.
강한섭 : 99년의 '쉬리'부터 2006년의 '괴물'까지 한국영화 붐이 중간에 몇 번 불황은 있었지만 대개 7년 이상 지속됐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대박 행진과 또 한편으로는 스스로의 시스템 모순에 의해서 내부적으로 파열음을 내면서 붕괴됐습니다. 그래서 대박과 붕괴의 동시상영이 지난 99년부터 2006년의 한국영화의 붐이라는 겉에 감춰져 있던 실상입니다.
박인규 : 그 말씀은 천만관객을 동원하는 큰 영화가 있는가 하면 또 그런 영화계의 붐이 모든 영화에 골고루 퍼지지는 못했다 그런 건가요?
강한섭 : 부의 창출도 사실 크게 이루지 못했고, 한국영화 흥행의 과실들을 잘 나눠 갖지 못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창의성이 떨어져버렸다. 이렇게 되어버렸는데, 제가 보기에는 어느 정도 심각하냐 하면요. 한 예를 들면, 제가 이틀 전에 한 영화의 시사회가 끝나서 감독님들과 자리를 같이 했습니다. 그래서 맥주 한 잔 하면서 오늘의 한국영화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는데, 그분들이 대개 박철수 감독님, 정지영 감독님, 신승수 감독, 그래서 대개 40대 중후반, 50대이신데, 십여 년 전의 한국 영화계를 리드하시던 분들께서 그 당시에는 오영감이라고, '오늘의 영화 감독'이란 모임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분들이 이구동성으로 하시는 말씀이, 요새 이거 한국영화 해도해도 너무 한다. 한 마디로 너무 배고프다, 현재 촬영되는 편수가 열 편 이하이고, 어떤 분은 다섯 편이라고 하고, 그래서 너무 배고프니까, 강 위원장, 빨리 구제 금융을 실시해라. 현재 IMF이니까 구제금용을 실시하는 일종의 주사를 놔야 된다, 이 정도입니다.
박인규 : 응급처방이라도 하라. 응급처방 하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강한섭 : 필요하면 해야죠.
박인규 : 구체적인 다른 얘기에 들어가기 앞서서, 지난 4월 중국의 신화통신에서도 그 얘기를 했는데, 한국 영화가 지금 이렇게 위기에 빠진 것은 스크린 쿼터제를 폐지했기 때문이다. 또 국내에서도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스크린 쿼터제의 폐지가 국내 영화의 침체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까?
강한섭 : 그렇습니다. 스크린 쿼터제도 현재 한국영화계의 위기를 시작했다고 볼 순 없지만, 위기의 심화, 연장의 한 원인인 것은 사실입니다. 1년의 5분의 1을 전국의 모든 상영관에 한국영화를 상영해야 된다는 한국영화 보호 장치죠. 그것이 아시겠지만, 절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래서 그것도 사실인데, 스크린 쿼터제 하나만 가지고 현재 한국영화 위기를 말하는 주장과 사람이 있다면 저는 절대로 동의할 수 없습니다.
박인규 : 그것만은 아니다?
강한섭 : 네. 왜냐하면 스크린 쿼터제의 축소가 원인이라고 한다면 진짜 한국영화 침체의 주범을 외면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영화계가 이렇게 된 거는 왜 그러냐면, 지난 십 년 동안 한국영화 대단히, 천만 관객을 연년생으로 배출하면서 굉장히 잘 된 것 같지만, 내부적으로는 수많은 모순으로 스스로 자신의 눈을 칼로 찔렀다, 제가 위원장으로서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박인규 : 그러니까 한 마디로 외화내빈이었다?
강한섭 : 외화내빈이었습니다. 영화 시장은 크게 두 개 시장으로 나누어집니다. 하나는 우리가 극장에 가서 돈을 지불하는 박스 오피스. 이것은 분명히 성장했습니다. 10년 전에 5천만 명 관객에서 1억 5천만 명으로 늘었습니다. 세 배 성장했는데요, 원래 선진국에는 극장의 박스 오피스보다 DVD로 대표되는 부가 시장이 두 배에서 세 배 큽니다. 그래서 그 시장이 90년대 중반까지 무려 1조, 최대 5천억까지 시장이 형성됐습니다. 하지만 이 시장이 불행하게도 현재 3천억 원 수준으로 거의 괴멸 수준에 빠졌습니다. 이러다 보니까 지난 10년 동안에 대한민국 정부가 대한민국을 문화국가, 영상국가로 만들기 위해서 직간접적으로, 영화진흥위원회를 통해서 직접적으로 진흥한 것, 그 다음에 우리의 진흥위원회의 예산을 가지고 민간자본하고 더해서 영상 투자 펀드를 만들었습니다. 이게 5천억 원 정도 조성이 됐고요, 또 기타 지방 자치 단체에서 국제영화제를 통해 지원한 것까지 해서, 제가 생각하기에는 지난 10년 동안 1조원의 돈이 영화계에 투자됐는데 한국영화시장의 규모가 성장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습니다.
박인규 : 부가 영화 시장이 실제 박스 오피스보다 두세 배 크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그 원인은 뭡니까? 이른 바, 불법 다운로드 때문에 그런 겁니까?
강한섭 : 예. 일반적으로 주류의 의견은 불법 다운로드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의 젊은이들이 미국이나 일본의 젊은이보다 도덕성이 낮기 때문에, 도둑질한다, 그래서 이 친구들에게 저작권에 대해서 교육시켜야 하고, 그래도 말 안 들으면 고발을 하고, 벌금도 매기고 심지어 전과자도 만들어야 된다, 그러는데, 저는 아무튼 불법 다운로드가 중요한 원인인 것은 사실입니다. 부가 시장 몰락에. 그런데 정말로 불법 다운로드만 문제냐, 그리고 한국의 젊은이들만 도덕심이 열악한가, 라고 얘기하면 그것도 무리한 얘기다. 제가 보기에는, 미국의 캠퍼스도 불법 다운로드 때문에 대학 자체의 서버가 다운되고 그러거든요. 우리나라가 특히, DJ 정부 시대부터 해서 정보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다 보니까, 세계에서 제일 빠른 인터넷 속도, 가정 보급률 이런 게 앞서가는 건 사실이지만, 한국 젊은이들만 공격하는 것, 그리고 또 한국의 젊은이들이 한국영화의 귀중하고 주요 고객인데, 자신의 관객들을 손가락질하고 심지어 경찰에 고발하는 것으로 부가시장의 몰락을 해결하고자 하겠다는 것이 정말로 유효할까, 개인적으로 의문이 있습니다.
박인규 : 영화시장의 침체가 문제인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처방에는 문제가 있다.
강한섭 : 그래서 저는, 물론 불법 다운로드 문제고, 하루빨리 저작권 문제가 해결돼서 시민들에게 의식이 철저히 돼야 됩니다.
박인규 : 그러나 단속 위주의, 고발 위주의 방식은 좋은 방식은 아니다.
강한섭 : 그래서 더 큰 부가시장의 몰락은 극장 요금의 덤핑일 것이다. 덤핑이라는 것은 극장을 자주 가시는 분들은 아실 텐데, 7천원 입장료를 다 내고 보시는 분은, 요즘의 IT, 세상 물정에 뒤처지신 아저씨나 아줌마들뿐이다.
박인규 : 제가 그렇습니다. 하하. 그런데 왜 그렇게 덤핑을 많이 했을까요?
강한섭 : 참 그거 복잡한 시장의 문제인데, 대기업들이 한국영화 산업을 현대화시키고 전국적인 배급망을 확대하고 좋은 일을 많이 하셨어요. 그런데 불행하게도 중장기적인 비전은 약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박스 오피스에 올인 하는.
박인규 : 당장 우리 극장에 손님 많이 끌자.
강한섭 : 그런 정책을 주로 많이 하셨어요. 그러다 보니까 극장 박스오피스, 부가시장, 기타시장, 해외시장 이렇게 해서 커다란, 이것을 우리 영화계에서는 배급의 윈도우라고 하는데 윈도우를 짜서 배급하는 것은 실패했습니다.
박인규 : 뭔가 장기적인 전망은 갖지 못하고, 단기적으로 하다보니까 그것이 결국은 자멸책이 됐다는 말씀이군요.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영화진흥위원회 강한섭 신임 위원장을 초대해, 현재 우리 영화계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영화산업의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야 할지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영화계의 문제점이 부가시장이 침체돼 있고, 개봉관의 덤핑이 문제가 됐다고 말씀하셨는데, 또 하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게 이른 바 잘 나가는 영화들이 전국의 개봉관을, 심지어는 절반 이상을 싹쓸이하는, 독과점 문제, 이것들이 영화계에도 악영향을 미친 건가요?
강한섭 : 상당히 심각한 악영향을 미쳤죠. 그래서 스크린 독과점을 개선해야 되는데 어느 정도였냐면, 대박 영화들은 심지어 스크린 수로 따지면 1500개 중의 600개를 정도를 한 영화가 차지했습니다. 그래서 그걸 좌석수로 따지면 60%가 넘는 좌석 독과점,
박인규 : 영화 하나가 전국의 극장의 절반 이상을.
강한섭 : 이것은 예를 들면 대형 서점을 보시면 알겠는데, 대형 서점의 책이 3만권이 꽂혀있으면 60%인 1만 8천권이 한 책이 꽂혀있었다, 그것도 매대라는 맨 앞에. 그래서 차기 위원회가 해야 될 일이 새로운 영상 수요의 창출, 또 공정한 시장 규칙.
박인규 : 개봉관 질서의 정상화.
강한섭 : 그런데 대개 말씀하실 때 먼저 시장을 확대하고 그 다음에 공정한 경쟁을 해서 나눠야 된다고 하는데, 저는 거기에 대해서, 그 얘기도 맞는 시기가 있고, 영역이 있는데, 요새 문화 산업, 문화 경제학에서는 먼저 나눠야지만 파이가 커진다는 논리가 있어요, 그게 바로, 공룡의 긴꼬리 법칙인데, 이제는 대박의 시대가 아니라 무수히 많은 시민들이 영상의 창작자, 그리고 유통자, 상영자가 돼야지만 시장이 커진다는 새로운 이론도 있거든요.
박인규 : 그런데 공정한 시장 질서를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액션 플랜 같은 게 있으십니까?
강한섭 : 그래서 저는 현재 한국 영화의 위기는 한 마디로 비즈니스 모델의 붕괴입니다. 그래서 기획제작사들은 상당히 문을 닫았고, 대기업들도 적자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대기업들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진위가 앞장서서 시그널을 보내주기를. 그래서 대기업들도 영진위가 효과적이고 명민한 정책을 세워서 제안하면 받아 주실 걸로 믿고 있습니다.
박인규 : 공정한 시장 질서를 창출하는 데 영진위가 앞장서겠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영화 산업의 비즈니스에 치중하다 보면, 이른 바 독립영화라든가 예술영화라든가, 나름대로 예술을 추구하는 영화를 지원하는 데 소홀한 게 아니냐. 독립영화 부분에 대한 지원책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강한섭 : 저는 일반적으로 시장주의자라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저는 시장주의자면서 시장이 크려면 다양한 영화가 있어야 된다고 믿는 유연한 시장주의자입니다. 그래서 제가 해야 될 일은 뭐냐면 독립영화계, 예술영화계에 깜짝 놀랄만한 일을 해 드리고 싶어요. 그 일이 뭐냐면 현재 독립영화를 위해서, 예술영화를 위해서, 영진위가 앞장서서 많이 제작을 합니다. 3억, 4억을 들여서 1년에 스무 편까지. 제작하는데 이제까지 문제가 뭐냐면 제작에 치우치다 보니까 유통과 상영에 소홀했습니다. 그래서 소형극장, 변두리 극장, 이런 데서 상영했는데, 제는 반드시 시내 중심가에 장사가 제일 잘 되는 멀티플렉스 극장 안에, 예를 들면 서울의 스크린 수가 500개인데, 우리가 50개까지 만들어서, 한번 인센티브를 드릴 테니까, 한번 해봅시다. 바로 그게 OFF 충무로 시스템입니다. 그런 것도 해보려고 하고요, 그래서 국내 박스오피스 시장은 유지하고, 일본 시장 몰락으로 대표되는 해외시장은 복원하고, 새로운 OFF 충무로 시장도 창출하고, 이런 것입니다. 이런 말씀 드리면 꿈은 야무진데 가능하겠냐고 하시는데...
박인규 : 침체된 영화산업도 살리고, 독립영화계도 지원하고, 잘 됐으면 좋겠고요. 앞으로 3년 임기시니까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랄까요, 포부를 좀 말씀해 주세요.
강한섭 : 너무 이상주의적인 정책 아니냐고 하시는데, 저는 준비된 위원장이고요, 정말 위원장을 해보고 싶어서 여러 노력을 했고요. 그래서 영화계의 다양한 의견을 가진 분들의 얘기를 충분히 들을 거고요, 메이저 독립 영화계의 의견도 충분히 들어서, 그런데 사실은 더 이상 물러설 자리가 없습니다. 새로운 정책을 할 수밖에 없고, 그 새로운 정책을 국가와 국민이 주신 엄청난 발전기금을 가지고 정말, 영진위의 임직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개혁이냐 죽음이냐, 둘 중의 하나밖에 없다. 그래서 반드시 비즈니스 모델을 복원하고, 한국영화 산업을 재발명 해야 되는 게 차기 위원회의 유일한 목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박인규 : 말씀을 듣고 보니까 굉장히 할 일이 많을 것 같은데, 탁월한 책략도 중요하지만, 여러 가지 각 분야에 계신 분들의 뜻을 모아서 합의할 수 있는 방책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고요, 하여튼, 많은 활약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강한섭 : 고맙습니다.
박인규 :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영화진흥위원회 강한섭 신임 위원장을 초대해, 현재 우리 영화계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영화산업의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야 할지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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