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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두려워해야할 200명의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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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두려워해야할 200명의 시민들

[현장] 11일 밤에도 '촛불집회 새내기'들은 늘어난다

"이명박이 오늘은 발뻗고 자고 있겄지?"

11일 남편과 함께 촛불을 들고 서울시청 앞 광장 한 구석에 앉아 있던 한 할머니는 기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어제 100만 명이 들고 나왔으니 TV를 보든 부하들한테 이야기를 듣든 잠을 못잤을 것 아니냐"며 "오늘은 '사람들이 얼마 안 된다'는 소리를 듣고 냅다 자버렸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곁에 있던 할아버지는 "이명박이는 어젯밤에도 자고 남았을 사람"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이 할머니의 말 대로 이날 밤 시청 앞 광장에는 200여 명의 시민들만이 앉아있었다. 이들은 1000여 명이 모인 7시 촛불문화제로 시작해 8시 반 명동, 을지로, 종각. 세종로 사거리을 행진하고 자진해산 하고 난 이후에도 시청광장에 남아 있는 이들이거나, 앞서 행진은 모른 채 오늘도 촛불집회가 있겠거니 광장을 찾은 사람들이었다.
▲ 11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마친 시민들이 쇠고기 협상에 항의하다 분신해 숨진 이병렬씨의 영정을 지켜보고 있다.ⓒ뉴시스

전날 '100만 촛불대행진'의 여파 탓인지 늦게까지 시청 앞 광장에 앉아있는 시민들 가운데 전날 시위에 참석했다는 사람을 찾기는 어려웠다. '이명박 탄핵 국민행동본부'가 설치한 마이크를 잡은 시민 가운데는 "촛불시위에 스무번 넘게 참여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계속 나올 생각"이라고 밝힌 이도 있었으나 뒤쪽에 느긋이 떨어져 앉은 시민들 대부분은 이날 처음으로 집회에 나온 사람이었다.

때문인지 이날 집회는 미국산 쇠고기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져 처음으로 열렸던 촛불집회를 연상케했다. 듬성듬성 앉은 시민들의 주장도 역시 '온건'한 편이었다.

8살, 9살 두 아이를 데리고 안양에서 올라와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보고 시청 앞 광장에 들렀다는 한 30대 여성은 "이명박 대통령 나름대로 미국산 쇠고기를 내주고 자동차, 반도체 등에서 이익볼 생각을 하고 있겠지만 먹을 거리 문제에서 더 후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나왔다"고 했다.

그는 "한마디로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들을 간보고 있는 것 아니냐"며서 "쇠고기는 건강에 관련된 기본적인 문제기 때문에 절대로 내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직장일이 바빠 이날 처음 나왔다는 한 20대 여성은 "촛불집회 참여 숫자야 줄어들지 몰라도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집회는 계속될 것 같다"며 "이명박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까지 생각지는 않지만 국정운영 좀 잘했으면 해서 나왔다"고 했다.

그의 친구도 "국민의 기대를 받고 대통령이 됐으면 생각을 좀 하고, 선견지명을 갖고 일을 했으면 한다"며 "생각하지 않고 밀어붙이니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 ⓒ연합뉴스

촛불시위가 시작된 지 40일 가까이 지났는데도 시민들의 주장에는 변화가 없었다. 이명박 정부가 이 시간동안 '시늉'만 냈을 뿐 근본적인 해법은 전혀 취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며 시민들은 이를 꿰뚫어보고 있다는 증거다.

또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이명박 정부의 생각과 달리 11일에도 새로운 시민들이 합류해 또다시 촛불시위를 시작한다는 것은 끝내 변화를 일으키겠다는 시민들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날 거리집회에서 시민들은 "매일 매일 모이자", "될 때까지 모이자"라는 구호를 외쳤고 일부는 "72시간 릴레이 투쟁을 넘어 재협상 요구가 관철될 대까지 전 국민이 청와대 앞에서 릴레이 투쟁을 합시다"라는 글귀가 적힌 종이를 뿌리기도 했다. 광우병 대책회의는 오는 13일 효순·미선양 6주기 추모일에 대규모 촛불문화제를 계획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11일 밤 정말 발을 뻗고 잤을까? 다음 아고라에서 왔다는 한 시민은 자유발언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곧 대국민 담화를 내놓거나 할 거라는데, 결국 무슨 말을 붙여도 '재협상은 불가하다'는 것이기 쉽다"며 "그럴 바엔 아무 말하지 말고 그저 물러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성난 국민들에게 내놓을 충분한 답변이 없이는 앞으로도 이 대통령의 '악몽'은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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