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마지막 고삐를 죄었다. 10일 "정부의 위임"에 따른 외무성 성명이라는 최상급 입장 표명을 통해 유엔 회원국으로서 반테러를 위한 모든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는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미국 내 강경파들의 회의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제스처로 풀이된다.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이 북한 핵의 불능화와 신고,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를 골자로 하는 '10.3선언' 이행의 최종 협의를 위해 북한을 방문한 시점에서 나온 이 성명은 10.3합의의 끝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테러·비확산·납치반대 등 조목조목 거론
북한 외무성은 성명에서 "우리는 국제사회가 테러를 반대하는 국제법적 체계를 갖추어나가는데 대해 전적으로 지지하고 이를 위한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는데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온갖 형태의 테러와 그에 대한 어떠한 지원도 반대하는 일관한 입장을 확고히 견지하고 반테러 투쟁에서 존엄있는 유엔 성원국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성명은 "핵 및 생화학, 방사성 무기들에 사용될 수 있는 물질, 설비 또는 기술이 테러분자와 그 지원단체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에 적극 참가할 것"이고 2006년 10월 3일 외무성 성명과 6자회담 합의에서 공약한 대로 "전파(확산)방지분야에서 자기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명은 "모든 형태의 테러와 그에 대한 어떠한 지원도 견결히 반대하는 입장을 일관하게 견지해 왔다"며 2000년 북러 공동선언과 2001년 북러 모스크바선언, 2000년 10월 북미 공동성명과 공동코뮈니케 등에서 반테러 노력을 지지했다고 명시했다.
1998년 탄자니아·케냐 미 대사관 폭탄테러 및 9.11테러, 2002년 10월 인도네시아 발리 폭탄테러, 2003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폭탄테러에 대한 반대입장 표명 등도 꼽았다.
성명은 "우리의 적극적인 반테러 입장은 국제적인 반테러 노력에 실천적으로 보조를 같이한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며 2000년 테러청산조치에 관한 유엔총회결의와 2006년 유엔세계반테러전략 채택, 2001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제1373호의 이행과 같은 유엔무대에서의 반테러 조치를 지지한 점을 거론했다.
또 2001년 '인질납치행위를 반대하는 국제협약'과 '외교관들을 비롯해 국제적으로 보호하게 되어있는 사람들에 대한 범죄행위들의 방지 및 처벌에 관한 국제협약'을 비롯한 반테러 국제협약에 자발적으로 가입한 점도 들었다.
외무성은 "우리는 2004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제1267호에 따라 조직된 위원회에 탈레반과 알카에다 또는 이들과 연관된 개인이나 그룹(조직), 기업이나 단체와 전혀 관계가 없고 본 결의와 그 밖의 다른 연관결의들에 제시된 조치들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것도 보고했다"고 언급했다.
성명은 아울러 2007년 10월 30일 소말리아 부근 해역에서 북한의 대홍단호가 해적들의 습격을 받았을 때 북한 선원들이 미군의 지원과 협력으로 테러분자들을 격퇴한 것은 "반테러 투쟁에서 조(북)·미협력의 상징으로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불능화 80%, 경제·에너지 지원 40% 마무리
북한의 이같은 입장 표명에는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 등 미국 내 협상파들의 입지를 넓혀주기 위한 노림수가 담겨 있다.
힐 차관보는 작년 11월 "북한이 어떤 형태의 테러행동에도 관여하지 않고 테러단체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과 테러 관련 유엔 규약 및 국제 반테러기준을 충족했음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성명은 특히 '반확산' 입장을 명확히 밝힘으로써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는 북한-시리아 핵협력설 등 핵확산 의혹을 잠재우려 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북한은 인질 납치 반대 협약 등을 거론함으로써 납치 문제 때문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에 남겨둬야 한다는 미국 내 강경파와 일본 정부를 의식하기도 했다. 11~12일 베이징에서 북일관계 정상화 실무회의가 열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북한 외무성의 성명은 테러지원국 해제 절차에 필요한 북한의 조치가 마무리되고 10.3선언 이행이 막바지로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성 김 과장이 북한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면 북한은 조만간 핵 신고서를 제출하고, 각국 회람 절차를 거쳐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재 불능화 조치는 약 80% 가량 마무리됐고, 6자회담 나머지 참가국들의 경제·에너지 지원은 40% 정도 이뤄졌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11일 판문점에서 경제·에너지 지원 실무회의를 개최해 나머지 60%를 지원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