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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실력을 키우는 게 최우선...그래서 교육이 중요"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5/29] KAIST 교수로 돌아온 안철수 의장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안정된 의사의 길을 걷다 컴퓨터 백신V3를 개발해 국내의 대표적인 정보보안업체 기업을 키워낸 벤처업계의 신화, 바로 안철수 연구소 안철수 이사회 의장인데요 최근 안철수 의장이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KAIST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습니다. 특히 그는 국내 IT 업계의 불투명한 미래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하며 무엇보다 벤처업체를 살리는 것은 자금의 문제가 아닌 교육의 문제라고 강조하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안철수 의장과 함께 올해로 탄생 20주년을 맞는 백신 V3 개발에 대한 얘기와 현재 우리나라 IT 산업에 대한 평가와 전망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안철수 연구소 안철수 이사회 의장입니다. 안철수 의장은 1962년 부산 출생으로86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고 91년 같은 대학에서 의학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단국대 의대 의예과 학과장을 지냈습니다. 1988년 전세계에 피해를 입혔던 컴퓨터 '브레인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프로그램인 V3를 개발했고 95년 진로를 바꿔 국내 정보보안업체인 주식회사 안철수 연구소를 세웠습니다. 2005년 안철수 연구소 대표이사직을 그만두고 미국유학을 떠나 펜실베니아대 와튼 스쿨에서 기술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지난달 말 국내로 다시 들어와 이번달부터 KAIST Business Economics 프로그램 정문술석좌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안철수연구소의 최고교육책임자... CLO 및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습니다.

박인규 :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4월 30일에 귀국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동안 미국에서 학생으로 공부하시다가 한국에 돌아오니까 바쁘시죠?

안철수 : 네. 사실 4월 30일 귀국하기로 한 것이 졸업식을 끝내지 않고 귀국을 했습니다 졸업식이 5월 중순인데 그것까지 끝내다 보면 한 달이 갈 것 같아서 일단 귀국했다가 다시 졸업식을 위해서 미국을 오갔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바빴습니다

박인규 : 우선 축하드릴 일이 많은데요. 이번에 카이스트 석좌교수가 되셨어요. 의사도 해보시고 국내 유수 기업의 최고경영자도 해보시고 교수가 되셨는데, 또 하나는 안철수연구소가 있게 한 컴퓨터 백신 V3가 6월 1일이면 탄생 20주년이라고 해요. 감회가 새로우실 것 같아요.

▲ ⓒ프레시안

안철수 :
20년 전 처음 제가 백신 개발했을 때만 해도 정말 20년 갈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처음에 취미로 생각했던 것이 어느덧 제 인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고 의사에서 제 진로를 바꿨고 처음 해보는 경영이라는 분야에 기회를 주게 됐고.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됐으니까 제가 만든 자식 같은 존재라기보다는 오히려 제 인생을 바꾼 그런 것이라서 정말 감회가 어떻게 말할 수 없을 정도죠.

박인규 : V3를 안철수가 만들었지만 그 이후에는 오히려 V3가 안철수를 만들었다.

2005년도에 와튼스쿨로 유학을 가셨어요. 가실 때도 갔다 와서 교수를 해야겠다 그래서 가신 겁니까 아니면 좀 더 공부해야겠다 해서 가신 겁니까

안철수 : 제가 CEO를 그만 둔 이유가, 세 가지 정도 생각을 했었는데 첫 번째는 벤처기업이지만 건전한 기업지배구조를 갖는 하나의 모델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 두 번째는 우리나라에서 창업자라면 그 기업에 계속 있거나 기업과 같이 몰락하거나 그런 모델들보다는, 정말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기업가의 소중한 경험이 사회자산화되고 선순환되는, 그래서 기업을 만든 사람도 다시 다른 기업을 만들거나 대기업에서 일하거나 대학 교수, 정치가, 벤처 캐피탈리스트, 그런 사회적인 선순환되는 구조의 모델을 만들어보고 싶었고요.

그리고 세 번째는 한 회사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적으로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미국 가서 공부를 시작하려고 결심했던 이유도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한 좋은 조언자로서 역할을 하고 싶었고요. 그것이 제가 작년부터 얘기했던 CLO. 치프 러닝 오피서로서 업계 전반적으로 일해보고 싶다는 거였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교수 역할도 필요하고 안연구소 내부에서 CLO역할도 필요하고, 산업 전반적으로도 그런 역할을 해야 된다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풀타임 정교수를 할 거라곤 솔직히 생각 못했습니다

박인규 : 어떤 인터뷰를 봤더니 노무현 정부 초창기에 정보통신부장관 제 1순위 후보였는데 안 맡았다. 그런 말씀 하신 걸 봤어요. 그런데 이번에 들어와서는 이명박 정부에서는 대통령자문 미래개혁위원회 민간위원을 맡으셨어요. 그걸 보면서, 아 이제는 그 당시에 준비가 안 됐지만 이제는 IT업계든 중소기업 문제든, 정책 관련한 발언을 세게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으신 게 아니냐, 그런 생각을 해봤는데 맞습니까?

안철수 : 제가 예전 김대중 정부에서도 정책기획자문위원회라고, 이름만 바뀌었지 사실은 같은 위원회입니다. 물론 포커스는 좀 다르겠지만. 제가 계속 그런 위원회활동을 하는 이유는 혹시 생각이 다를 수도 있고 마음이 안 맞을 수도 있고... 그렇다고 해서 발언을 안 하고 그냥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5년 후를 기다리기보다는 현재 제가 옳다고 믿고 정말 우리나라에 필요한 부분이면 발언을 하고 조금이라도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그런 일이 의미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래서 이번도 같은 맥락입니다.

박인규 : 안철수 교수가 들어오시니까 미국에서 과연 뭘 배워오셨나, 굉장히 발언에 주목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귀국하신 뒤 첫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IT산업의 미래가 암울하다. 약간 국내인들의 상식을 깨는, 많은 분들이 아직은 우리가 IT강국이라고 하는데, 암울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어떤 측면을 보고 말씀하신 겁니까?

안철수 :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금 현실에 대한 냉정한 파악이 필요하고요. 그렇지만 언젠가는 잘 될 거라는 희망, 그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가 너무 샴페인부터 먼저 터뜨린다는 표현이 있듯이, 지금 무조건 낙관적으로 보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고, 실제 우리나라 IT업계 현황을 보면 우리가 핵심기술을 갖고 있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핵심기술을 쓰기만 하거나 또는 포장만 해서 수출하는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냉정한 그런 현실을 파악하자는 뜻이었고, 인력적 측면에서 이공계기피나 인력유출이 갈수록 심화되는 것이, 지금부터라도 경각심을 가지고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게 하자는 뜻이었죠

박인규 : 그렇다면 IT산업이 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낙관적인 전망을 갖기 위해서는 가장 시급히 해야 될 게 어떤 겁니까?

안철수 : 굉장히 많은데요, 여러 가지들 중에서 정말 IT기반이라 할 수 있는 중소기업, 벤처기업들 입장에서 보자면 부족한 실력을 기르는 일이 우선이고, 두 번째는 산업 인프라 스트럭쳐라고 하는데, 예를 들면 인력을 제공하는 대학이나 투자를 하는 캐피탈, 자금을 대여해주는 은권, 각 분야에서 전문성있는 아웃소싱업체, 정부 제도 등등 굉장히 많은 인프라 스트럭쳐들이 굉장히 취약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거래관행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많아서 기업들이 잘 못 크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굉장히 많이 고쳐야 될 필요가 있고.

동시에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인력이니까요 교육 인력.. 그리고 또 이미 자라난 인력들에 대해서도 우리가 알게 모르게 유출이 굉장히 많이 되고 있습니다. 어떤 통계들을 보면 예전에는 우리나라가 인력유입국이었죠. 미국에서 좋은 대학에서 박사학위 받은 사람들 대부분이 한국에 왔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인력유출국 이 되고 있고 그것이 추세화되고 있다는 게 굉장히 심각하고, 실제로 미국에서공부하면서도 보면 예전과는 달리 좋은 대학에서 정말 능력있는 사람들이 가능한 미국에 남아있으려고 하고 대부분 남습니다. 대단히 심각한 문제죠

박인규 : 기업 스스로 실력을 키워야 된다. 산업인프라가 중요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한 거래관행을 고쳐야 한다고 하셨는데. IT산업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가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염원 속에서 태어났고 실제로 비즈니스 프랜들리라고 말하는데, 일부에선 대기업 프랜들리 아니냐.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에 대한 관심이나 지원은 부족하다. 지금 말씀하신 IT기업이나 벤처산업을 살리기 위한 여러 가지 조건들로 비춰봤을 때 이명박 정부에서 하는 걸 보시면서 이런 부분을 보강했으면 좋겠다. 그런 부분들이 있나요?

안철수 : 우선 아마도 대기업이라는 것 자체가 국가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아마 우선순위 면에서 먼저 제도들이 나온 거라고 생각하고. 아마도 곧이어 중소기업들에 대한 정책들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그렇게 믿고 싶어요. 앞으로 나올 정책방향에 대해서 제안을 드린다면 규제철폐와 감시철폐를 혼동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산 중턱에 좋은 터가 있을 때 정부에서 하는 일은 거기까지 가는 도로를 건설하고 터를 닦고 청소해서 청결을 유지하고 경찰을 동원해 치안을 유지하는 게 정부에서 해야 될 일인데요, 그럼 아마 많은 사람들이 자기 스스로 빚을 얻어서라도 가게를 만들어서 비즈니스를 하고 그 결과가 좋을 겁니다. 그런데 반면에 만약 정부에서 그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인프라에 신경쓰지 않고 기업에 직접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대출해주는 데만 신경을 쓴다면 가게를 열었어도 도로가 건설되지 않아서 사람들도 오지 않고 불결해서 전염병만 생기고 조폭들이 들끓어서 제대로 기업을 할 수 없게 되는 거죠. 그런 인프라 측면에서 정부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그런 여러 가지 지원하는 인프라뿐만 아니라 같이 마찬가지 비중으로 중요한 게 감시입니다. 자본주의의 핵심은.... 필요없는 규제를 쳘폐하는 것에는 저는 동의하는데 감시철폐와 규제철폐는 다르거든요.

박인규 : 규제는 철폐하더라도 감시는 철저히 해야 한다.

안철수 : 네. 규제를 철폐할수록 감시체제는 더 강화하는 게 올바른 방향인데 그런 쪽으로 정책잉 수립됐으면 합니다.

▲ ⓒ프레시안

박인규 :
역대 많은 정부에서 중소기업 육성 지원을 얘기하면서 몇 조를 퍼부었느니 그런 말씀을 하시는데 안의장 말씀은 직접 돈을 지원하는 것보다는 기업을 하기 위한 여러 외부환경을 제대로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2004년인가요? 안철수 교수께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거래관행을 지적하면서 빌게이츠도 우리나라에서는 성공하기 힘들다.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실제로 안철수연구소도 그런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불이익이나 억울한 일을 당하신 적이 있습니까?

안철수 : 저희는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얘기했던 이유가 제가 항상 사회적인 발언을 할 때면 제 개인의 이해타산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발언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안연구소는 그렇게 피해를 본 경험이 없지만 대부분의 중소벤처기업들, 특히 소프트웨어기업들이 여러 가지로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에서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게 단순히 업계의 이익을 대변한다기보다 저는 국가의 미래가 소프트웨어산업에 달려 있다고 믿거든요. 그런데 싹 자체가 짓밟혀서 다시는 피어나지 못한다면 국가의 미래는 암울합니다. 그래서 그런 측면에서 이야기한 것이고, 빌게이츠가 성공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아무리 한 사람의 천재가 있다 해도 사회적 인프라 하에서 그런 사람들이 탄생하는 것이고, 그런 인프라가 없는 상황에서는 한 사람이 아무리 해봤자 전혀 소용없다는 뜻이었죠.

박인규 : 제가 80년대 초반에 빌게이츠가 한 번 국내에 와서 기자회견에 참여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 당시 굉장히 꺼벙한 청년이라고 생각했는데 한 10년 지나니까 세계 최고 대기업의 총수가 됐어요. 야, 우리나라에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실제로 미국 가보시니까 MS라든가 구글이라든가, 어느 날 갑자기 생겨서 10년 만에 엄청나게 큰 기업이 돼요. 미국에서 그런 게 가능했던 인프라 스트럭쳐랄까, 사회적인 환경은 어떤 겁니까?

안철수 : 우선은 실리콘밸리를 보면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들이 창의력, 다양성, 위험감수 그런 것들이 아주 서로 잘 조화를 이루면서 좋은 생태가 나타나는 것 같고요. 그런데 또 그 기반을 살펴보면 정말 부러운 것들이 인력들의 전문성이 뛰어납니다. 세계인들의 전문성들이 경험과 지식있는 전문성을 가진 인재들이 실리콘밸리라는 한 곳에 모여 살다 보니,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아이디어나 기술만 갖고 있지 창업은 처음 해보는 사람이 많고, 그 사람들이 팀을 이루면 창업자가 실수를 하더라도 다른 마케팅, 세일즈, 파이낸스,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실수, 시행착오를 하지 않으면서 기업을 받쳐줍니다. 그래서 성공확률이 높아지는 거고.

두 번째로는 말씀드린 여러 가지 산업인프라들이 거기에 보면 좋은 대학들에서 인력을 공급해 주고 그 인력들 자체가 현업에서 당장 적용 가능한 실력들을 갖추고 있고, 벤처캐피탈에서 그냥 자금만 지원하는 게 아니라 영어표현으로 액티브 인베스트먼트, 능동적인 투자를 하면서 자금지원뿐만 아니라 많은 조언이나 컨택포인트라든지 레퓨테이션 제공 등 굉장히 좋은 지원업무를 수행하고 있고요. 금융권의 금융관행도 다르고 굉장히 훌륭한 아웃소싱업체들이 많고 제도적으로도 뒷받침돼 있고. 그런 것들이 성공확률을 높게 해주는 거고요.

그리고 또 세 번째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거래관행에 있어서, 예를 들면 구글이라는 회사가 언론만 보자면 전 세계를 정말 정복할 듯이 기세가 등등한데, 실상을 살펴보면 그 우산 아래서 구글이 있기 때문에 작은 인터넷 업체들이 수없이 많이 탄생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굉장히 건실해지고 있는데 그게 구글이 자선을 베풀어서가 아니라, 대부분 새로운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중소 벤처기업에서 탄생됩니다. 그걸 가지고 구글이 혜택을 보는 거죠.

박인규 : 그 아이디어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거군요.

안철수 :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것들이 잘 짜여진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협업으로 그 아이디어가 구글로 들어와서 그글의 경쟁력이 더 강해지고, 그리고 또 M&A를 통해서 그런 기술들이 내부적으로 흡수되는 거죠

박인규 : 우리나라에서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대개 대기업이 심하게 얘기하면 빼앗아간다고 하더라고요. 이게 좀 문제라고 생각되고요. IT기업의 현안 한 가지만 여쭤보겠습니다. 최근 일부 포털에서 무료백신을 마구 뿌리고 있어서 안철수 연구소도 약간 위기의식이 있다는 말도 있는데, 우선 컴퓨터백신을 무료로 배포하는 게 국내 IT소비자든 IT업계든 과연 이게 좋은건지 나쁜 건지 어떻게 보십니까?

안철수 : 제가 한국에 없을 때 그런 일이 벌어진 것 같은데, 제가 보기엔 문제의 핵심은 누가 돈을 벌고 덜 벌고가 아닙니다. 워낙 시장규모를 따져도 초라할 정도로 작은 시장이기 때문에 그 액수가 이 기업 갔다 저 기업 갔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오히려 저 같이 20년간 국가적 차원에서 보안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사람 입장에서는 어떤 사건이 생겼을 때 일을 책임지고 맡아줄 인프라가 있는가, 저는 사실 그게 중요하고요. 예를 들면 냉전도 종식되고 세계적으로 평화스러우니까 그럼 우리가 군대를 안 가져도 되느냐. 또는 사회적으로 안정되면 그럼 경찰이 필요없는 것인가. 이런 식의 문제죠. 그래서 지금 보면 이미 천만 명 해킹사건이 일어나고, 그리고 또 특히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에서 일종의 사이버 놀이터가 되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 책임지고 정말 자기일처럼 막아줄 그런 인프라 스트럭쳐, 경찰이나 군대 같은 인프라 스트럭쳐가 있는가, 그런 관점에서 바라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공짜라고 마냥 좋아할 것이 아니라 말하자면 대한민국의 사이버 안보랄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 책임있게 해야 한다.

지금 안철수 의장은 국내에서 존경받는 CEO시기도 하고 안철수 연구소가 상당히 젊은이들이 가고 싶어하는 기업이기도 한데, 아까 말씀하신 중에 좋은 기업지배구조에 관심이 있다. 최근에 삼성사태 같은 경우도 1인지배에 대한 불만도 많고. 우선 안철수 연구소의 기업지배구조를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창업주이시긴 하지만

안철수 : 기업지배구조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좀 국민적인 상식이 저는 참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예를 들자면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만약 한 사람의 도덕적이고 능력있는 리더가 사회를 이끌면 아마도 속도가 훨씬 더 빠를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가 워낙 약해서 오랫동안 혼자 결정하게 되면 나약해지고 타협하고 부도덕해지고 자만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게 원래 사람 속성 같고, 그래서 아마 민주주의가 3권분립으로 발전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기업의 경우에는 한 사람의 주인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공공의 것이기 때문에 그럴수록 특히 3권분립까진 안 되더라도 현재의 경영진에 대해서 건전하게 감시하고 견제하는 이사회라는, 독립적인 이사회가 필요하다는 거죠. 그게 기업지배구조의 기본적인 개념이고요.

안연구소도 제가 CEO를 그만두면서 많은 노력들을 했습니다. 그래서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벤처기업으로서는 드물게 50% 이상이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고. 특히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감사위원회는 100%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습니다. 감사위원회고요. 그래서 기업 내부에서 CFO라고 하죠. 최고재무책임임원도 감사위원회 내부에 참여하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결정권이 없는 거죠. 그런 노력들을 해오고 있습니다.

박인규 : 안철수 교수의 좌우명이 '공부해서 남 주자'라고 들었는데, CLO라는 타이틀을 갖고 계세요. 치프 러닝 오피서, 사내교육에 관한 최고책임자가 되겠다. 다른 데도 이런 직함이 있습니까

안철수 : 제가 먼저 만든 줄 알았는데 구글로 찾아보니까 일부 분들이 사용하고 계시더라구요. 그런데 대부분은 CLO라고 하면 치프 리걸 오피서, 사내변호사 그런 분들을 지칭하는 건데 제가 그 용어를 생각했던 것이 에듀케이션이라고 하면 어떻게 보면 교육하는 선생님이 좀 더 주체적인 입장 같은데 러닝이라고 하면 배우는 사람 스스로 동기부여를 해서 발전해나간다는 의미니까요. 그래서 더 교육이 중요하고, 특히 티칭이나 에듀케이션보다는 러닝이 훨씬 더 그 의미에 맞는 것 같고. 그리고 그것이 어떤 타이틀, 직함이라기보다는 하고자 하는 일로 생각했습니다. 사람을 정의할 때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 걸로 그 사람을 정의해야지 직함이나 타이틀이 더 중요한 건 아닌 것 같더라구요. 그런 뜻에서 만든 용어입니다.

박인규 : CLO로서 사내교육을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 ⓒ프레시안

안철수 :
지금 제가 생각하는 교육방식은, 그게 안연구소뿐 아니라 모든 벤처기업에 적용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예를 들면 가장 기본적인 전략이라는 부분에서 전략적으로 사고하라고 하면서도 그럼 전략을 실제로 어떻게 짜야 되는지 사람들이 모르지 않습니까?

비즈니스스쿨에서도 전략에 대해서 굉장히 오랫동안 배우긴 했지만 정말로 벤처기업 입장에서 필요한 부분만 뽑아내면 사흘이면 모든 게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예를 들면 1주일에 하루씩 3주과정을 한다든지 그러면 일단은 끝낼 수 있겠고. 교육방식 자체도 이론적인 교육이라기보다는 시간의 3분의 1 정도만 이론에 할애하고 나머지 3분의 1은 실제로 이런 것들을 다른 기업에서 어떻게 적용하는지를 알려준 다음에, 나머지 3분의 1은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을 적용하게 하고 봐주는 겁니다. 맞는지 틀리는지. 그런 과정을 통해서 자기가 하고 있는 업무 자체를 교육을 통해 가지고 나올 수 있으니까 그것이 업무에 도움이 된다면 아마 중소기업 경영자들도 다시 직원교육에 재투자할 마음이 생길 거고요. 그게 정말 상승곡선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제가 듣기론 구글 같은 데는 직원들에게 근무시간의 20%는 자기교육에 써라. 그런 시간을 준다던데, 우리도 앞으로 자기교육 자기계발에 대한 여러 가지 노하우가 개발됐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의사를 하시다가 경영자를 하시다가 교수까지 되셨어요. 많은 젊은이들이 롤모델로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요새 젊은이들이 도전정신이 없다. 의사나 공무원, 특히 안정된 직업에만 도전하고 있는데 젊은이들에게 삶을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 말씀을 한 말씀 마지막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철수 : 우리가 초등학교 때 생물을 배우다 보면 살아있는 기본이 세포 아닙니까. 그런데 세포 자체도 보면 세포가 살아있으려면 불균형을 만드는 수밖에 없습니다. 세포 바깥에 있는 영양분을 끌어들이고요. 그리고 보면 세포 내에는 포타슘이 많다고 하지 않습니까. 바깥의 희귀한 포타슘들을 에너지를 써서 세포 속으로 끌어들이는 거거든요. 그렇게 해서 생명을 영위하는데요. 그래서 삶이라는 것 자체가, 또는 세포라는 것, 생명이라는 것 자체가 안정과는 완전히 반대말입니다. 안정은 죽은 다음에 찾아오죠.

그래서 젊은이들.. 20대 분들이 이렇게 안정지향을 추구하게 된 것은 젊은이들의 책임보다는 사회적 책임이 더 큰 거죠. 젊은이들을 그런 쪽으로 내모는 게 이 사회니까요. 그렇지만 젊은 분들도 한 번 생각해 보실 것이, 삶이란 건 안정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지금 안정됐다고 생각하는 의사, 변호사.. 지금도 의사 20% 정도는 굉장히 힘든 상황을 겪고 있고 공무원도 요즘 추세들을 보면 결코 안정적인 직장이 아니게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럴 바에는 자기 인생의 주인된 입장에서 자기 스스로 변화를 찾아가는 것이 그것이 더 보람된, 더 안정된 삶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입니다.

박인규 : 안철수 교수께서 올해 나이 47세로 알고 있는데 어디 인터뷰를 보니까 27년을 학생으로 살았다.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카이스트 교수로서 IT산업을 살리기 위한 CLO가 되시고, 더 나아가서 우리 사회의 치프 러닝 오피서가 돼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안철수 : 네.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안철수 연구소 안철수 이사회 의장과 함께 올해로 탄생 20주년을 맞는 백신 V3 개발과 현재 우리나라 IT 산업에 대한 평가와 전망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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