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최근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동의를 미국 의회에 요청하기 전에 우선 한국의 미국 무역관련법규 위반을 철저히 단속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민주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한.미 FTA에 강력 반대하며 재협상을 요구한 데 이어 경쟁자인 힐러리도 한.미 FTA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섬에 따라 한.미 FTA가 올해 안에 미 의회에서 비준동의를 받는 일이 사실상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 의회에 따르면 힐러리는 지난 21일 다른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10명과 함께 미시간주 출신 데비 스테이브나우 상원의원 주도로 작성된, 부시 대통령에게 보내는 한.미 FTA 관련 서한에 서명했다.
의원들은 서한에서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업계에 "의원들이 한.미 FTA를 지지토록 로비를 벌이도록" 촉구했음을 지적한 뒤 "우리는 행정부가 정책 우선순위를 한국과 중국처럼 현행 무역관련 법규를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나라들을 단속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의원들은 "부시 행정부는 계속해서 외국산 물품을 미국시장으로 들여오기 위한 길을 모색하고 있으나 무역위반 단속에 정책우선을 두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한국과 중국만큼 반복적으로 무역관련법규 위반의 책임을 물어야 할 나라도 없다"며 한국의 무역규정 위반에 대한 철저한 단속을 주장했다.
이어 의원들은 "한국은 미국산 물품의 수입을 금지해온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면서 "미국과의 (무역관련) 양해각서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자동차로부터 사과,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미국산 제품들이 한국시장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변화무쌍한 기준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심지어 한국은 제한적인 접근권을 가진 미국 쌀농가들의 한국시장 접근을 확대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뿐만아니라 의원들은 부시 행정부에 대해 "한국에 (미국산 제품의) 시장접근을 요구하지도 않으면서 주요 분야에서 한국시장에 대한 의미있는 접근을 확보하지도 못할 무역협정 조항에 합의했다"며 "이런 정책으로 인해 미국인들이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잃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의원들은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약속 만으로는 미국인들이 덜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것을 보장할 수 없다"며 한.미 FTA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의원들은 "미 행정부가 다른 나라의 불법적인 무역관행에 대해서 주목하지 않는 한 의원들이 미국 시장을 더 개방하도록 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도 말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어 이들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가장 큰 FTA를 이행하기 전에 우리는 미국 정부가 국민들 편에 서 있고, 한국이나 중국과 같은 나라들이 법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원들은 "미국인들의 일자리와 가족의 건강, 안전을 희생하는 한 취약한 협정문과 끝없는 대화 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면서 "무역관련법 위반을 단속하고, 제품의 안전을 개선하며, 미국 업계 및 노동자들의 활동영역을 보장하지 않는 한 우리는 어떤 FTA도 지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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