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논란을 거치면서 이명박 정부의 '언론 통제 정책'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자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다. 인터넷 댓글 삭제 요청부터 KBS 등 방송사에 사장 교체 및 '낙하산 사장' 내정설까지 이명박 정부의 언론 통제 시도가 전면적으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우려를 지적하는 언론에 가장 직접적인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문화방송(MBC) <PD수첩>을 언론중재위에 제소해 '보도문'이라는 결정을 끌어내는가 하면 중재위의 조정 기간에도 '법적 대응' 운운하며 <PD수첩> 측을 몰아세웠다. 또 영국의 광우병 파동을 다룬 EBS <지식채널 e>는 청와대의 전화에 방송이 중단되기도 했다.
최근엔 각 정부 부처 대변인이 모여 소위 '비판 언론 대책회의'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관광부 신재민 제2차관의 주재 하에 열린 이 회의에서 정부는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파문에 대한 언론의 논조를 분류하고, 이에 대한 조직적 대응책을 논의했다는 것.
인터넷도 통제 대상이다. 지난 3일에는 방송통신위원회의 한 서기관이 인터넷포털 '다음'에 전화를 걸어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한 비판 댓글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와 동시에 이명박 정부는 KBS, YTN, 아리랑국제방송(아리랑TV) 등 방송사와 언론유관단체를 장악하려는 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두 차례에 걸쳐 김금수 KBS 이사장을 만나 정연주 사장 퇴진 권고 압력을 넣었고 김기홍 문화부 미디어정책관도 지난 15일 박래부 한국언론재단 이사장에게 직접 '용퇴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차기 YTN 사장으로는 지난 선거기간 이명박 대통령의 상임특보로 활동했던 구본홍 전 MBC 보도본부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고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는 사장 공모 결과 지난해 대선에서 이명박 캠프 방송특보단장으로 있었던 양휘부 전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을 포함한 3명을 사장 후보로 최종 결정했다. 이들은 모두 공모 전부터 이명박 정부의 내정설이 나돌았던 이들이다.
또 아리랑TV의 신임사장으로는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 한나라당 측 간사를 맡았던 이재웅 전 한나라당 의원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최시중은 언론 재갈 앞잡이"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 시민사회단체가 거세게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일. 1700여 시민사회단체와 인터넷 모임으로 구성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21일 서울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이명박 정부의 광우병 비판 여론 통제·공영방송 장악 시도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언론을 통제 할 수 있다는 생각,언론을 통제하면 국민의 여론을 바꿀 수 있다는 구시대적 발상을 버려라"며 "이명박 정부가 끝까지 국민 여론을 외면하고, 구시대적 언론통제에 열을 올린다면 이명박 정부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석운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이 정부는 국민의 분노와 공포를 언론 탓으로 몰고 KBS를 말 잘 듣는 방송으로 만들고 MBC를 고립시키려 하고 있다"며 "미국산 쇠고기 협상을 엉터리로 한 것은 정부인데 왜 진실을 호도하는가. 국민 여론을 대변하는 방송을 없애려는 흉악한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언론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켜야 할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명박 정부 언론 탄압에 앞장서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석운 공동대표는 "방통위는 언론의 독립성을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을 지키려고 하고 있다"며 "이러한 방통위의 행보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광우병 대책회의에 공동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이명박 정부가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하고 최시중 위원장은 '앞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정부와 방통위는 더 이상 위기를 자초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이희용 한국기자협회 부회장도 "언론의 독립성을 책임지고 수호해야 할 방통위원장이 오히려 언론을 입맛에 맞게 재편하고 길들이려 하고 있다"며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려는 시도에 더 이상 가만있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청와대 관계자가 <PD수첩> 제작진 인신구속 망발"
또 박성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은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익명으로 MBC <PD수첩> 제작진에게 손해배상과 명예훼손, 허위사실유포로 인신 구속을 하겠다는 망발을 흘리고 다니는 등 유무형의 탄압을 하고 있다"며 "청와대 관계자는 MBC뿐만 아니라 네티즌들의 의견이 많이 모이는 포털사이트에 전화해 톱기사에 일일이 간섭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의 눈치를 보는 언론중재위가 MBC <PD수첩>의 보도가 잘못됐다며 '보도문'이라는 직권결정을 내렸다"면서 "MBC노조는 이를 단호하게 거부하고 법적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 카페 '정책반대시위연대'의 운영자인 안누리 씨는 "최시중 위원장은 미디어 다음 아고라, 다음 카페가 괴담을 유포한다고 협박하는데 이러한 '탄압'은 누리꾼들의 분노만 돋울 뿐"이라며 "국민들이 정당하게 자신의 뜻을 전하는게 도대체 뭐가 잘못됐냐.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누리꾼들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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