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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이 본 것, 조·중·동이 보지 못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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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이 본 것, 조·중·동이 보지 못한 것

[토론회]"'일반인 무시'가 조·중·동의 발목을 잡았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은 이번 미국산 쇠고기 논란에서 턱없이 낮은 이해력을 보였다. 그간 이들 신문이 줄곧 비상식적이고 편향된 보도를 해왔음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사태를 이해하는 수준은 형편없었다.

이는 MBC <PD수첩> 등 방송사 시사 프로그램이 이번 사태를 사회적 이슈로 이끌어내고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우려를 조목조목 짚었던 것과 비교하면 더욱 도드라진다. 이번 사태에서 이들 거대 신문이 핵심을 짚지 못했던 까닭은 무엇일까?

"'생활'을 이해하는가?"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14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광우병 언론보도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서 이번 광우병 사태를 '체계와 생활세계 간의 갈등'으로 설명했다.

원 교수는 '체계'를 '사회 구조, 개발 논리, 경제 발전' 등으로 설명하면서 "이번 광우병 사태는 '체계'와 '생활세계' 양쪽에 걸쳐 있지만 특히 생활세계에 근접해 있는 주제"라며 "'PD 저널리즘'은 일상에 관심을 갖고 가까이에서 비추면서 접근하는 '일탈적 저널리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PD저널리즘을 정치적 색안경으로 보려는 노력이 아직도 그치지 않고 있지만 실은 대중들의 생활세계로 다가가려는 노력의 결과물일 뿐"이라며 "이러한 '색안경'의 해석은 결국 '뻘쭘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조선>, <중앙>, <동아> 등이 이번 사태에서 '배후세력의 선동' 운운하며 '음모론' 이상의 해석을 내놓지 못한 이유와 상통한다. 이들 신문의 정치 과잉과 일반인의 생활 세계와 괴리된 인식 자체가 왜곡된 보도를 양산해 냈다는 것.

이 문제는 이들 신문의 발목을 잡는 결과로 나타났다. 손동우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이번 광우병 사태를 통해 조·중·동은 자신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조·중·동에 대한 대중의 비판과 감시가 더욱 매세워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 위원은 "조·중·동은 사실 그 이전에도 '안면몰수'하는 보도 행태를 반복해 왔으나 생활밀착형의 문제가 아닌 탓에 일반 대중에게 뚜렷히 드러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이번에는 주부나 학생들도 심각하게 생각하는 문제인데다 이들 신문이 1년 전엔 '미국산 쇠고기 위험하다'라고 하다가 갑자기 '괴담'으로 취급하니 시민들이 이들 신문의 '본색'을 깨닫게 됐다"고 지적했다.

"광우병 정책의 핵심은 일반인들의 생각"

또 이들 신문의 '무식'은 광우병이라는 당면한 위험에 사회 전체가 갖는 '불안'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들 신문은 시민들의 불안을 '괴담' 혹은 '선동' 수준으로 치부했지만 광우병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의 위험 의식' 그 자체라는 지적이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의 지나친 '과학주의'를 지적하며 이 문제를 설명했다. 그는 "<PD수첩>이든 조·중·동이든 과학에 지나친 신뢰를 보이고 있다"면서 우리는 앞서 황우석 사태에서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 언론의 태도 등의 문제로 비슷한 경험을 했으면서도 지금의 상황 전개를 보면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물론 과학을 기초로 광우병에 대처해야 하나 만약 과학만이 정책을 결정한다면 각 국마다 정책이 왜 다르겠느냐"며 "정책의 핵심은 구성원들의 안전 의식과 그 사회의 기본 인프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광우병이 등장하면 어느사회에서든 패닉이 일어난다"면서 "이때 정책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일반인들의 '리스크 퍼셉션', 즉 위험을 어떤 강도로 받아들이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두고 전문가, 일반인, 정부 사이에서 이뤄지는 소통이 정책 결정 과정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소통'을 담당해야 할 조·중·동 등은 과학적 사실에서부터 왜곡을 서슴지 않고 있어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우 교수는 "광우병에 과학적으로 모르는 부분도 많으나 이미 명확한 부분도 많다"며 "그러나 정부가 정치경제적 논리 안에서 타결된 결정을 합리화하기 위해 '광우병은 전염병이 아니다'는 등의 발언으로 명확한 과학적 사실마저 호도하고 왜곡시키려 할 때 과연 그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누구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결국 이러한 논리가 횡행할 수 있는 바탕은 언론 아닌가"라고 따졌다.

"아직 갈 길이 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우려를 집중적으로 보도한 MBC <PD수첩>, KBS <환경스페셜>, SBS <그것이 알고싶다> 등을 높이 평가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그러나 KBS <환경스페셜>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논란을 다룬 이강택 PD는 "현재 우리가 만드는 프로그램이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실에 어느 정도의 설명력을 가지는지 의심스럽다"면서 "이번 '광우병 사례'가 널리 회자되는 것은 이것이 오히려 '이례적'인 사안이기 때문인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강택 PD는 "광우병 문제의 핵심은 누가 '위험사회'를 주도하고 조종하느냐의 문제이며 그는 바로 '초국적 자본'"이라며 "왜 '그들'은 그렇게 도축하고, 사료 조치를 느슨하게 하고, 검사비율을 낮추려하느냐. 그 배후에는 바로 '카길'과 같은 초국적 자본의 이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PD는 "이토록 무지막지하게 들어오는 미국산 쇠고기는 어떻게든 막아낼 수 있다고 해도 그 근본에 있는 한미FTA, 더 나아가 FTA 자체는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광우병은 문제지만 한미FTA는 좋은 것이라는 논리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재차 물으며 "이 지점이 바로 우리나라 시사프로그램의 한계"라고 말했다.

그는 "자본 주도의 시대, 신자유주의, 시장 근본의 시대, 이윤을 위한 생산의 시대에 'PD저널리즘'이 바탕해야 할 철학은 무엇일 것인가를 묻고 있는 것"이라며 "'PD저널리즘'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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