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탐험가 허영호씨입니다. 허영호씨는 1954년 충북 제천 출생으로 89년 청주대 체육학과를 졸업했고 94년 고려대학교 자연자원 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1982년 세계 5위봉인 히말라야 마카루 등정을 시작으로 히말라야 마나슬루봉을 무산소 등정하는 등 20여년간 해외 원정 등반과 극지 탐험을 해왔습니다. 특히 아시아의 에베레스트, 남아메리카의 아콩카구아, 북아메리카의 맥킨리,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 유럽의 엘브르즈, 남극의 빈슨 매시프, 오세아니아의 카스텐즈 등 7대륙의 최고봉과 남극과 북극을 비롯한 3극점을 세계 최초로 등정했습니다. 현재 드림앤어드벤쳐 대표를 맡고 있으며 지난달 국내 최초로 초경량비행기를 조종해
서울 제주간 1,000km 단독비행에 성공했습니다. 체육훈장 기린장, 맹호장, 청룡장을 수상했습니다.
박인규 : 예전까지는 산악인으로 통했는데 이번에는 하늘탐험에 성공하셨기 때문에 탐험가라고 부르는 게 더 맞을 것 같습니다.
허영호 : 뭐 등반도 하고 비행기 조종도 하고 다 하죠.
박인규 : 소개를 서울이라고 했지만, 여주에서 제주까지 왕복 천km 논스톱비행을 하셨는데, 우선 축하드리고. 작년에 한 번 했다가 실패하셨죠?
허영호 : 작년 1월 1일에 도전했다가 제주도에 청산도라는 섬에서 기체가 문제가 있어서 바다 위에 비상착륙을 해서 옆에 가는 큰 배에 내렸기 때문에 구조돼서 돌아왔죠
박인규 : 1년여 만에 다시 성공하셨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허영호 : 기분 좋죠. 그동안 해보고 싶었는데, 또 시간도 많이 걸렸고 준비하는데, 또 아무도 하지 않았던 것이기 때문에 일단 성공해서 기분 좋습니다.
박인규 : 왕복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습니까?
허영호 : 이륙해서 돌아오는 데까지 7시간 20분 떠있었어요
박인규 : 우선 궁금한 건, 산악인으로 유명하신 분인데 하늘길 쪽으로 도전을 시작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허영호 : 계기는 제가 원래 어렸을 때 꿈은 비행기 조종사였어요.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 사관학교를 못 갔고. 그리고 등산은 청소년 시절부터 좋아해서 열심히 암벽등반 시작해서 1982년에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마카루라는 봉을 시작으로 에베레스트까지 가고 나서, 그때부터 꿈을, 아, 어렸을 때 꿈을 실천해 보자. 그래서 비행기 조종을 1995년부터 배우기 시작하죠.
박인규 : 비행기는 초경량비행기라고 하던데 경비행기와는 다른 겁니까?
허영호 : 경비행기는 무게도 좀 많이 나가고 미국 항공우주국에서 정식 FA라고 해서 허가된 것이고. 초경량은 가장... 비행장치, 무게 240kg 미만의 아주 기초장치만 된 비행기죠
박인규 : 굉장히 작은 거네요
허영호 : 굉장히 작죠. 240kg이니까. 혼자 메고 끌고 다니고 이동시키고 다 합니다.
박인규 : 그런 비행기로 제주도까지 갔다 오시려면 위험하지 않은가요
허영호 : 쉽지 않죠. 쉬웠으면 많은 분들이 이미 제주도 바다를 건너갔다 왔을 텐데 바람의 영향이나 비행의 속도 이런 것에 자신감이 있어야 되기 때문에 그동안 하여튼 한 번도 도전해본 사람이 없습니다.
박인규 : 무게가 240kg이라고 하셨는데 대략 어느 정도 고도와 속도로 날아갑니까?
허영호 : 비행허가는 500피트... 150m로 지상에서, 이렇게 정해져 있고 산이나 바다 위는 150m는 너무 가깝잖아요. 그러니까 300에서 500m정도 높이 떠서 비행을 해서 산도 넘어가고 바다도 건너가게 되죠.
박인규 : 속력은 어느 정도에요
허영호 : 자동차로 봤을 때 시속 130에서 140정도죠. 고속도로 달리는 자동차 수준이죠.
박인규 : 고도 한 2,300미터 떠서 자동차 속도로 지상을 내려다보면 재밌을 것 같아요. 어떻습니까?
허영호 : 그동안 산은 걸어서 눈으로 확인하고 만져보고 등산했는데 하늘에 떠서 보니까 만져볼 수 없잖아요. 윤곽으로 이게 어느 산이다, 내가 예전에 갔던 산이다, 너무 쉽게 지나가니까 자세한 것을, 자연의 맛을 보기 좀 힘들죠.
박인규 : 이번에 국토종단왕복인데 시작한 데가 여주시더라구요. 여주에서 제주도까지 갔다오셨는데 기왕이면 서울에서 시작하셨으면 좋았을 텐데...
허영호 : 여주 이포에서 시작했는데, 원래 욕심은 한강이나 여의도광장이라든가,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려고 여러 번 행정을 가지고 협의했어요. 그런데 결론은 정식비행기가 아니니까 제주공항, 김포공항, 성남공항 이런 데서 출발 못한다, 허가를 못해주겠다. 이렇게 시작이 돼서, 꼭 해보고 싶은데.... 통신기계라든가 이런 걸 다 갖추고 있거든요. 근데 일단 비행기라고 정식으로 인정을 안 하고 허가 못해주겠다니까 방법이 없잖아요
박인규 : 비행기가 아니라는 건 너무 작다는 겁니까? 위험하다
허영호 : 비행장치만 돼 있다 그런 거죠
박인규 : 그래도 비행기를 조종하려면 이른바 조종면허라고 합니까? 국가에서 줬을 거 아닙니까?
허영호 : 정부에서 지정해서 발급하죠
박인규 : 조종사 면허가 있는데도 김포공항, 제주공항, 이른바 번듯한 공항에선 허락을 못해주겠다.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이번에 성공하셨으니 다음번에 시도하면 허락이 나지 않을까요?
허영호 : 다음에 당연히 제가 행정으로 시도를 하죠. 김포공항에도 얘기하고 지금 해외도 갈 계획이 있으니까 정식으로 해외도 신청을 해서 한 번 도전해볼 계획입니다.
박인규 : 작년 1월 1일인가 시도하셨다가 실패했는데 그땐 왜 실패하신 거예요
허영호 : 날씨가 1월 1일에 약간 땅끝, 완도 쪽 지나갔을 때 구름이 좀 껴있었고요. 육지에선 비교적 정속주행, 똑바로 잘 했어요. 그런데 바다에 들어서면서 비행기가 똑바로 안 가고 쉽게 말해서 우측으로 갔따 좌측으로 갔다, 내 의도와는 전혀 관계 없이. 그리고 제가 조종을 잘못해서 비행기가 옆으로 삐딱하게 가는구나, 그럼 다시 일직선으로 들어오고. 그러면 내 의도와 관계 없이 자꾸 이탈이 돼요.
박인규 : 그건 바다에서는 바람 때문에 그런 건가요?
허영호 : 바람에 아마, 근 20분 가까이 비행기와 싸움하면서 느낀 것이 방향타가 망가졌구나. 방향이 안 잡히는구나. 방향이 고정돼야 똑바로 가는데 망가졌구나, 그때 판단했죠 제가
박인규 : 이번에 갔다 오실 때도 가장 어려운 구간이 바다구간이었나요?
허영호 : 아무래도 육지는 눈으로 확인되고 엔진이 꺼져도 내가 산에 내리거나 넓은 들에 내리거나 판단을 하면 되는데, 바다는 처음이고 멀리 110km 정도 바다를 날아가야 되니까 방향도 잡기 어렵고, 바다 위를 갔을 때 어떻게 똑바로 잘 가느냐, 제일 그게... 고민도 했죠. 그런데 하여튼 비교적 전혀 문제 없이 운행을 잘 했습니다.
박인규 : 이번에 갔다 오실 땐 별로 어려운 구간은 없었다
허영호 : 어려운 구간은 없었어요
박인규 : 7시간 갔다 오신다면 혼자 조종하실 거 아니에요. 가장 애로사항은 어떤 거였습니까?
허영호 : 가장 고민은 대변 소변이죠. 생리작용을 어떻게 해결할 건가가 고민이었고. 큰일 보는 건 미리 해결하고 비행하면 되는데 소변은 아무리 출발 전에 보고 가도 심리적으로 긴장되는 것도 있고, 소변을 또 몇 시간마다 봐야 돼서 하루 전날부터 식사조절, 물 먹는 것 조절하고, 출발 아침엔 식사도 안 하고 굶을 생각 하고요. 물도 안 먹을 생각 하고, 초콜릿만 5개 작은 거 혹시 배고프면 먹어야겠다 싶어서 가져가고. 가장 문제는 소변이었기 때문에, 소변을 보려고 우유통 가지고 몇 번 비행기 안에서 연습해 봤는데 이게 수평으로 되니까 소변을 볼 수가 없잖아요. 보면 또 쏟아지고, 그래서 고민 끝에 아, 기저귀 밖에 없다. 기저귀를 세 개 준비해 갔습니다.
박인규 : 차고 가신 겁니까?
허영호 : 비닐봉지에 별도로 보관했죠. 필요하면 꺼내서 보려고 했는데 끝까지 안 쓰고 참고 왔습니다.
박인규 : 7시간 동안 비행하시려면 계기도 다 보셔야 되고 이 비행기가 또 앞뒤좌우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던데, 굉장히 바쁘셨겠어요.
허영호 : 갈 때는 비교적 아침 일찍 떴기 때문에 기류가 좋았어요. 속도도 자동차 속도로 140킬로.. 한 세 시간도 안 걸려서 제주도를 갔는데, 제주도를 딱 돌아서서 바다로 건너오는데 속도가 안 나요. 엔진은 갈 때와 똑같이 돌아가는데 한 4,50킬로 속도가 덜 나갑니다. 맞바람이 되는 거예요. 그리고 또 전체적으로 기류가 햇빛이 올라오면서 산쪽으로 기류가 올라와 있으니까 비행기가 엄청나게 하늘에서 흔들리기 시작하죠. 지프차... 사륜구동차가 비포장도로 가는 거랑 똑같습니다. 그 정도로 비행기가 흔들립니다.
박인규 : 겁나는 건 없으세요?
허영호 : 겁나는 건 없고, 돌아올 때 너무 기체가 많이 흔들리니까 오른팔 조종관 쪽이 너무 팔이 아파서, 왼손으로 잡았다 오른손으로 잡았다, 놓으면 비행기가 도망가니까 팔이 엄청나게 아팠어요.
박인규 : 산에 많이 가보셨는데, 이른바 에베레스트나 마나슬루 가실 때하고 이번 비행기 조종할 때하고 어떤 게 더 힘든가요?
허영호 : 아직은 많은 분들이 비행기를 얘기할 때는 에베레스트 올라가는 것보다 힘들다고 많이 하세요. 먼저 비행기 조종하신 선배님들은, 그런데 저는 북극 남극 에베레스트 탐험을 했기 때문에 이 정도는, 기계 갖고 하는 거니까 이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해서 비교적 큰 부담감, 어려움은 없었어요.
박인규 : 인터넷에서 논객으로 유명한 진중권씨라는 분이 있는데, 그 분이 자동차는 운전 안 해도 비행기에 맛이 들려서 최근에 많이 탄다고 하더라구요. 그걸 보면서 요새 초경량 비행기를 타는 분들이 국내에 많은가보구나 했는데 얼마나 되세요?
허영호 : 전국에 비행면허 가지신 분들은 천 명 정도가 넘죠. 비행기가 지금 한 200대 정도가 허가가 나 있고. 처음부터 나 있는 게 그 정도고, 한 3분의 1, 7,80대는 현재 살아서 날아다니죠.
박인규 : 비행기 하면 일단 자동차보다는 비행기가 비쌀 것 같은데, 대략 초경량비행기는 얼마나 되나요?
허영호 : 자동차 값과 비슷합니다. 제일 기초적으로 싼 것들은 한 2천만원.
박인규 : 웬만한 중형차값보다 싸네요
허영호 : 좀 좋다는 비행기는 8천만원, 1억. 1억은 거의 넘어가지 않습니다.
박인규 :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건, 240kg 미만이고 그렇다 보니 괜히 오토바이보다 위험한 거 아니냐. 이런 생각 하실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허영호 : 오히려 큰 비행기. 여객기 타시잖아요. 여객기 같은 것들은 엔진이 정지가 됐다, 이 침하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떨어지잖아요. 그런데 초경량비행기들은 전부 다 글라이더 성격을 갖고 있어요. 활강하죠. 높이의 10배를 날아가니까, 100m 떠있으면 1km를 날아갈 수 있기 때문에, 활강을 하면 어디서 안전하게 착륙할 건가를 판단하게 되죠. 속도가 빨리 안 나고, 오히려 안정성이 많습니다.
박인규 : 정신만 차리면 그야 말로 바람힘으로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군요.
허영호 : 안전하게 할 수 있죠
박인규 : 혹시 이 방송 들으시고 나도 한 번 초경량비행기를 해보고 싶다, 그런 분들은 어디 가서 어떻게 배웁니까?
허영호 : 지금 전국에 지방까지 굉장히 많아요. 서울 근교는 안산에도 있고 어섬, 송도에도 이있고 또 제가 있는 경기도 이포비행장도 있고, 제천도 있고 담양도 있고 전북에도 있고 목포도 있고
박인규 : 운전은 학원에서 배우는데 초경량비행기도 가르쳐주는 학원 같은 게 있습니까?
허영호 : 있죠. 정부에서 지정한 스쿨이 있어요. 20시간 기준으로 돼 있는데 누구든지 처음부터 배우면, 20시간 정도 배우면 솔로비행을 할 능력이 다 갖춰지게 되죠.
박인규 : 삼극점과 7대륙 최고봉을 등반하셨고, 국내에서는 초경량비행기로 경기도 제주도간 왕복비행을 하셨는데, 혹시 초경량비행기로 더 도전하실 목표가 있습니까?
허영호 : 북쪽에 가야지요 평양에. 제가 7개 대륙 최고봉도 95년에 다 등반했는데 못 가본 데가 북쪽에 있는 산을 못가봤어요. 백두산, 묘향산, 내 맘대로 좀 가야 되는데 허가를 안 해주니 못 가잖아요. 비행도 마찬가지죠. 남쪽에 비행을 했으니까 천km 정도 비행이면 서울에서 떠서 평양 가거든요.
박인규 : 250km밖에 안 되는데
허영호 : 아니 직항로. 판문점은 안 열어줄 거라고 보고요, 직항로로 가면 천km 정도니까 그 정도는 이 비행기가 단숨에 갈 수 있으니까, 몇 년 전부터 오래 됐죠
박인규 : 혹시 북한 당국에 신청 같은 건 해보셨나요?
허영호 : 엄청나게 많이 했어요. 그런데 그쪽에서 반응은 북쪽에서 나온 아태위원들의 반응들은 이 비행기는 군부에서 ok를 해야 된다. 허가가 나야 된다. 등산과 또 다르다. 그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지금 직항로로 우리나라 가잖아요. 그런데 저라고 안 될 건 없잖아요.
박인규 : 그 말씀은 직항로로 초경량비행기 비행은 어려워도 북한에 있는 산 등반은 쉽다는 얘기처럼 들리는데요?
허영호 : 그런데 산도 허가를 안 해줍니다. 가고 싶은데 지금까지 못 하고 있어요.
박인규 : 세계적인 탐험가가 다른 데는 다 가봤는데 북한에만 못 가봤다. 그것도 참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네요.
허영호 : 그렇죠. 답답하죠. 노력을 안 하는 것도 아닌데, 엄청나게 회의도 하고 저도 돈 많이 썼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돌아서면 답이 안 오는 걸 어떡해요.
박인규 : 이번에 제주도 갔다 오셨으니 북한 쪽에서도 생각을 달리하지 않을까요?
허영호 : 북한에 비행을 평양까지 추진하는 것도 있고, 우리 한민족이 살고 있는 중국의 3성, 장춘, 연길, 하얼빈 해서 그쪽에도 비행을 추진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거와 같이 평양까지 들어올 수만 있으면 저한테는 더 큰 행복이 되겠죠.
박인규 : 끊임없는 도전이시군요. 그런데 초경량 비행기로 한 번에 논스톱으로 갈 수 있는 게 대개 몇 km라고 말합니까?
허영호 : 지금까지 그런 것들이 우리나라에서는 나와 있지 않아요. 보편적으로 비행장 중심에서 두세 시간 정도 비행했지, 그 이상을 비행한 기록들이 없습니다.
박인규 : 계속 지금 허영호씨가 초경량 비행기의 기록을 만들어가고 계신 거군요
허영호 : 그렇죠. 그래서 제주도를, 제가 처음 도전했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그렇죠? 벌써 다른 분들이 했어야지요 이 정도는, 제가 할 게 아니거든요 이게.
박인규 : 새로운 할 일을 만드셔서 좋으시겠습니다. 한 번 기대해보겠습니다.
이런 말씀 드리면 좀 뭐합니다만, 지금 연세가 우리 나이로 55이신데 체력의 한계라든가 이젠 좀 쉬어야겠다, 그런 생각 안 드시는 모양이죠?
허영호 : 체력 아직 괜찮습니다. 좋아요.
박인규 : 처음 산악인의 길에 들어서게 된 계기는 어떤 거였습니까?
허영호 : 원래 어렸을 때부터 산을 좋아했어요. 고등학교 다닐 때 로프 들고 암벽등반, 빙벽등반 쫓아다녔거든요. 그래서 그 길로 깊게 빠지기 시작하는 거죠. 그런데 국내에서 열심히 다니다 보니까 욕심이 높은 산, 만년설에 또 가고 싶어서 1982년에 세계에서 5번째 높은 마카루라는 봉우리에 10명의 대원이 도전하는데 그 중에서 제가 정상에 올라가게 되죠.
박인규 : 아무래도 산을 탄다는 게 위험하고 해서, 혹시 집안이나 가족들은 반대하지 않으시나요?
허영호 : 반대가 많죠. 저희 집사람, 지금도 눈만 마주치면 어디 또 도망가려고 하냐. 그런데 집 떠나면 즐거운 걸 어떡해요?
박인규 : 크다는 산, 높다는 산 다 갔다 오셨는데 남극, 북극, 에베레스트, 7대륙의 최고봉, 어디가 가장 힘드시던가요?
허영호 : 산이 힘든 것은 에베레스트... 고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힘들어요. 등반은 고도싸움, 중력과의 싸움이거든요. 87년에 올라갔던 동계 에베레스트가 힘들었고, 탐험에서는 1995년에 북극횡단, 러시아에서 출발해서 북극점에서 카나다까지 1800km를 걸어갔던 것이 제 인생에서 가장 큰 대탐험이었죠.
박인규 : 1800km면 기간만 해도 상당했을 것 같은데
허영호 : 영하 50도에서 99일 걸렸습니다.
박인규 : 99일을 계속
허영호 : 계속 먹고 자고 탐험하는 거죠
박인규 : 지겹지 않으십니까?
허영호 : 목적이 있으니까요, 목표를 정해놓고 그걸 넘어서야 되니까요
박인규 : 일각에서는 지금 기업들의 협찬을 받다 보니 너무 상업화됐다는 지적들도 하시는데
허영호 : 그런데 스폰서를 받지 않으면 현재 등반을 갈 수 없거든요. 경비가 많이 지출되니까. 그래서 지금 열심히 하는 친구들은 다 옷이나 모자에 광고판 안 달면 자기 돈으로 갈 수 없죠. 저도 협찬을 받아서 가죠. 그러지 않으면 경비를 충당할 방법이 없고, 아니면 기획을 했다가 못 가는 팀도 굉장히 많습니다.
박인규 : 허대장께서는 이미 높다는 산은 다 가보셨으니까, 앞으로 산악탐험 쪽은 더 안 하시는 겁니까?
허영호 : 합니다. 작년에도 에베레스트 세 번째 올라갔다 왔어요. 시간 나면 갑니다.
박인규 : 작년에는 왜 가신 겁니까?
허영호 : 20주년 기념해서 에베레스트를 한 번 가고 싶어서 단독등반해서 정상 갔다 왔죠.
박인규 : 최근에 일각에서는 에베레스트도 막말로 얘기하면 돈만 내면 올려보내준다는 얘기도 있고
허영호 : 상업등반로가 있습니다. 1인당 8만불씩 받아요
박인규 : 예전에는 사실 에베레스트라든가 남극점이라든가 북극점이 최초이기 때문에 관심이 많은데 이제는 다 갔다온 거 아니냐, 좀 식상하다는 말씀도 하세요
허영호 : 20년 전에는 우리 스스로 등반하고 로프를 가져가고 고정시켜서 우리 스스로 올라가서 태극기를 꽂았는데, 지금은 가면 이미 셀파에 의해서 고정로프가 다 설치돼 있어요. 정상까지 로프가 다 설치돼 있어요. 그러니 조금 체력이 있거나 적응만 잘 하면 누구든 정상에 갈 수 있죠.
박인규 : 예전에 비하면 어떤 탐험이나 도전정신은 많이 떨어졌다고 볼 수 있겠네요
허영호 : 그런데 그 등산로만 그렇죠, 그걸 벗어나면 등반할 데가 많거든요. 새로운 루트가 많은데 안 하는 거죠. 그걸 해야 되는 거죠
박인규 : 허영호씨께서는 상당히 많은 산을 다니셨으니까 산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저 고생을 뭐하러 해? 내려올 걸 또 뭐하러 올라가? 그런 말씀 많이 하시는데, 어떤 느낌 어떤 재미로 올라가시는 겁니까?
허영호 : 등반하는 과정에는 엄청난 고행이 따라갑니다. 힘들고 어렵고 일기변화... 자연의 힘 때문에 맘대로 안 되는 것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막상 그걸 딛고 정상에 섰을 땐 기쁨, 즐거움이 한꺼번에 오게 되죠. 그래서 돌아오면 내가 큰 걸 해냈구나. 그 다음에 더 큰 것도 내가 할 수 있다. 지금은 우리 인간의 정신의 세계를 더 넓혀가는 데 한계를 도전하게 되죠.
박인규 : 허영호씨 정도 되면 사실 이른바 전문산악인, 말하자면 산 타는 것만으로도 경제적인 부분이 해결될 수 있는데, 사실 모든 산타는 분들이 그건 아닐 거 아닙니까?
허영호 : 대개 등산하는 친구들이 먹고 사는 데는 아주 궁핍합니다.
박인규 : 어떻게 해야 되나요?
허영호 : 등산 좋아하는 친구들이 사회생활에서 열심히 싸워서 자기 것을 이겨야 되는데 인간과 싸우는 건 싫잖아요. 산으로 가거든. 산에 가면 상대가 없고 마음대로 판단해서.. 그래서 자꾸만 사회생활에 도태되는 부분들이 등산인들이 굉장히 많죠.
박인규 : 생활인으로서도 충실해야 된다.
허영호 : 그렇죠. 제일 중요한 것은 또 나이 들면 가족이 있잖아요. 가족도 본인이 책임져야 되는데, 그런 부분에서 굉장히 약하죠. 그런 쪽에서도 자기 일 열심히 하고 가족도 챙기고 돈도 벌고, 그 돈 가지고 가고 싶은 데 다 가면 되잖아요.
박인규 : 아까 일단 초경량비행기 조종사로서는 서해직항로로 북한에 가고 싶다고 하셨는데 탐험가로서 또 꼭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습니까?
허영호 : 원래 우주에 도전하려고 제가 1995년에 러시아 가가린을 갔다 온 사람입니다.
그거 타려고
박인규 : 이번에 우주인 선발대회에 도전하시지 그랬어요?
허영호 : 그땐 200만불 달라고 했어요. 25억만 있으면 1년 훈련하고 로켓 탑니다. 지금은 올해 갔다 왔으니까
박인규 : 이번에 200억 들었다고 하던데요?
허영호 : 그거 전체적인 지원베이스가 있어서 그렇고 실제론 한 20억밖에 안 들죠.
박인규 : 지금이라도 기회 되면 갔다 오고 싶으시다.
허영호 : 하죠. 도전하죠.
박인규 :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우주인 선발할 때 신청하셨습니까?
허영호 : 안 했어요. 제가 할 게 아닌 것 같아요. 미국 워싱턴 가면 스미소니언 박물관이 있어요. 거기 가면 처음 달나라 갔던 로켓도 있고 캡슐들이 다 있어요. 그것도 조사하러 갔다 오고 관심이 많죠. 비행기 로켓 이런 거
박인규 : 진짜 꿈과 도전정신이 대단하신 분 같네요. 마지막으로 요즘 청소년들이 공부해야 되고 입시 때문에 짓눌리고 있는데 허대장 같이 도전정신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청소년들에게 충고의 말씀이랄까요 조언의 말씀 해주신다면?
허영호 :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이 있어야 되는데 공부하느라 꿈을 펼 시간이 없잖아요. 이게 성인이 돼서도 문제인데 어떻게 하면, 저도 아들딸이 있지만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문화, 동기부여, 그리고 컴퓨터 안에서는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게 없거든요. 뭐든지 자연에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야 되는데 너무 없는 것 같아요 청소년들이
박인규 : 허영호 대장께서 앞으로 계속 좀 도전하셔서 청소년들에게 귀감이 되고 무엇보다 서해직항로를 통한 초경량비행기 북한왕복비행, 또 우주인의 꿈을 이루시길 빌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허영호 :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산악인 허영호씨와 함께했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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