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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다음엔 우주여행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5/13] 초경량 비행기로 국토종단 성공한 탐험가 허영호씨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세계 7대륙 최고봉과 남극과 북극, 에베레스트 등 3극점을 밟았던 산악인이자 탐험가 허영호씨가 이번에는 하늘 탐험에 성공했습니다. 국내에서 최초로 초경량 비행기를 직접 조종해 천km나 되는 '국토 종단 왕복'에 성공했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산악인 허영호씨를 초대해 이번에 성공한 초경량 비행기 국토 종단 성공담을 비롯해 그의 끊임없는 도전정신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탐험가 허영호씨입니다. 허영호씨는 1954년 충북 제천 출생으로 89년 청주대 체육학과를 졸업했고 94년 고려대학교 자연자원 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1982년 세계 5위봉인 히말라야 마카루 등정을 시작으로 히말라야 마나슬루봉을 무산소 등정하는 등 20여년간 해외 원정 등반과 극지 탐험을 해왔습니다. 특히 아시아의 에베레스트, 남아메리카의 아콩카구아, 북아메리카의 맥킨리,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 유럽의 엘브르즈, 남극의 빈슨 매시프, 오세아니아의 카스텐즈 등 7대륙의 최고봉과 남극과 북극을 비롯한 3극점을 세계 최초로 등정했습니다. 현재 드림앤어드벤쳐 대표를 맡고 있으며 지난달 국내 최초로 초경량비행기를 조종해
서울 제주간 1,000km 단독비행에 성공했습니다. 체육훈장 기린장, 맹호장, 청룡장을 수상했습니다.

박인규 : 예전까지는 산악인으로 통했는데 이번에는 하늘탐험에 성공하셨기 때문에 탐험가라고 부르는 게 더 맞을 것 같습니다.

허영호 : 뭐 등반도 하고 비행기 조종도 하고 다 하죠.

▲ ⓒ프레시안

박인규 :
소개를 서울이라고 했지만, 여주에서 제주까지 왕복 천km 논스톱비행을 하셨는데, 우선 축하드리고. 작년에 한 번 했다가 실패하셨죠?

허영호 : 작년 1월 1일에 도전했다가 제주도에 청산도라는 섬에서 기체가 문제가 있어서 바다 위에 비상착륙을 해서 옆에 가는 큰 배에 내렸기 때문에 구조돼서 돌아왔죠

박인규 : 1년여 만에 다시 성공하셨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허영호 : 기분 좋죠. 그동안 해보고 싶었는데, 또 시간도 많이 걸렸고 준비하는데, 또 아무도 하지 않았던 것이기 때문에 일단 성공해서 기분 좋습니다.

박인규 : 왕복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습니까?

허영호 : 이륙해서 돌아오는 데까지 7시간 20분 떠있었어요

박인규 : 우선 궁금한 건, 산악인으로 유명하신 분인데 하늘길 쪽으로 도전을 시작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허영호 : 계기는 제가 원래 어렸을 때 꿈은 비행기 조종사였어요.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 사관학교를 못 갔고. 그리고 등산은 청소년 시절부터 좋아해서 열심히 암벽등반 시작해서 1982년에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마카루라는 봉을 시작으로 에베레스트까지 가고 나서, 그때부터 꿈을, 아, 어렸을 때 꿈을 실천해 보자. 그래서 비행기 조종을 1995년부터 배우기 시작하죠.

박인규 : 비행기는 초경량비행기라고 하던데 경비행기와는 다른 겁니까?

허영호 : 경비행기는 무게도 좀 많이 나가고 미국 항공우주국에서 정식 FA라고 해서 허가된 것이고. 초경량은 가장... 비행장치, 무게 240kg 미만의 아주 기초장치만 된 비행기죠

박인규 : 굉장히 작은 거네요

허영호 : 굉장히 작죠. 240kg이니까. 혼자 메고 끌고 다니고 이동시키고 다 합니다.

박인규 : 그런 비행기로 제주도까지 갔다 오시려면 위험하지 않은가요

허영호 : 쉽지 않죠. 쉬웠으면 많은 분들이 이미 제주도 바다를 건너갔다 왔을 텐데 바람의 영향이나 비행의 속도 이런 것에 자신감이 있어야 되기 때문에 그동안 하여튼 한 번도 도전해본 사람이 없습니다.

박인규 : 무게가 240kg이라고 하셨는데 대략 어느 정도 고도와 속도로 날아갑니까?

허영호 : 비행허가는 500피트... 150m로 지상에서, 이렇게 정해져 있고 산이나 바다 위는 150m는 너무 가깝잖아요. 그러니까 300에서 500m정도 높이 떠서 비행을 해서 산도 넘어가고 바다도 건너가게 되죠.

박인규 : 속력은 어느 정도에요

허영호 : 자동차로 봤을 때 시속 130에서 140정도죠. 고속도로 달리는 자동차 수준이죠.

박인규 : 고도 한 2,300미터 떠서 자동차 속도로 지상을 내려다보면 재밌을 것 같아요. 어떻습니까?

허영호 : 그동안 산은 걸어서 눈으로 확인하고 만져보고 등산했는데 하늘에 떠서 보니까 만져볼 수 없잖아요. 윤곽으로 이게 어느 산이다, 내가 예전에 갔던 산이다, 너무 쉽게 지나가니까 자세한 것을, 자연의 맛을 보기 좀 힘들죠.

박인규 : 이번에 국토종단왕복인데 시작한 데가 여주시더라구요. 여주에서 제주도까지 갔다오셨는데 기왕이면 서울에서 시작하셨으면 좋았을 텐데...

허영호 : 여주 이포에서 시작했는데, 원래 욕심은 한강이나 여의도광장이라든가,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려고 여러 번 행정을 가지고 협의했어요. 그런데 결론은 정식비행기가 아니니까 제주공항, 김포공항, 성남공항 이런 데서 출발 못한다, 허가를 못해주겠다. 이렇게 시작이 돼서, 꼭 해보고 싶은데.... 통신기계라든가 이런 걸 다 갖추고 있거든요. 근데 일단 비행기라고 정식으로 인정을 안 하고 허가 못해주겠다니까 방법이 없잖아요

박인규 : 비행기가 아니라는 건 너무 작다는 겁니까? 위험하다

허영호 : 비행장치만 돼 있다 그런 거죠

박인규 : 그래도 비행기를 조종하려면 이른바 조종면허라고 합니까? 국가에서 줬을 거 아닙니까?

허영호 : 정부에서 지정해서 발급하죠

박인규 : 조종사 면허가 있는데도 김포공항, 제주공항, 이른바 번듯한 공항에선 허락을 못해주겠다.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이번에 성공하셨으니 다음번에 시도하면 허락이 나지 않을까요?

허영호 : 다음에 당연히 제가 행정으로 시도를 하죠. 김포공항에도 얘기하고 지금 해외도 갈 계획이 있으니까 정식으로 해외도 신청을 해서 한 번 도전해볼 계획입니다.

박인규 : 작년 1월 1일인가 시도하셨다가 실패했는데 그땐 왜 실패하신 거예요

허영호 : 날씨가 1월 1일에 약간 땅끝, 완도 쪽 지나갔을 때 구름이 좀 껴있었고요. 육지에선 비교적 정속주행, 똑바로 잘 했어요. 그런데 바다에 들어서면서 비행기가 똑바로 안 가고 쉽게 말해서 우측으로 갔따 좌측으로 갔다, 내 의도와는 전혀 관계 없이. 그리고 제가 조종을 잘못해서 비행기가 옆으로 삐딱하게 가는구나, 그럼 다시 일직선으로 들어오고. 그러면 내 의도와 관계 없이 자꾸 이탈이 돼요.

박인규 : 그건 바다에서는 바람 때문에 그런 건가요?

허영호 : 바람에 아마, 근 20분 가까이 비행기와 싸움하면서 느낀 것이 방향타가 망가졌구나. 방향이 안 잡히는구나. 방향이 고정돼야 똑바로 가는데 망가졌구나, 그때 판단했죠 제가

박인규 : 이번에 갔다 오실 때도 가장 어려운 구간이 바다구간이었나요?

허영호 : 아무래도 육지는 눈으로 확인되고 엔진이 꺼져도 내가 산에 내리거나 넓은 들에 내리거나 판단을 하면 되는데, 바다는 처음이고 멀리 110km 정도 바다를 날아가야 되니까 방향도 잡기 어렵고, 바다 위를 갔을 때 어떻게 똑바로 잘 가느냐, 제일 그게... 고민도 했죠. 그런데 하여튼 비교적 전혀 문제 없이 운행을 잘 했습니다.

박인규 : 이번에 갔다 오실 땐 별로 어려운 구간은 없었다

허영호 : 어려운 구간은 없었어요

박인규 : 7시간 갔다 오신다면 혼자 조종하실 거 아니에요. 가장 애로사항은 어떤 거였습니까?

허영호 : 가장 고민은 대변 소변이죠. 생리작용을 어떻게 해결할 건가가 고민이었고. 큰일 보는 건 미리 해결하고 비행하면 되는데 소변은 아무리 출발 전에 보고 가도 심리적으로 긴장되는 것도 있고, 소변을 또 몇 시간마다 봐야 돼서 하루 전날부터 식사조절, 물 먹는 것 조절하고, 출발 아침엔 식사도 안 하고 굶을 생각 하고요. 물도 안 먹을 생각 하고, 초콜릿만 5개 작은 거 혹시 배고프면 먹어야겠다 싶어서 가져가고. 가장 문제는 소변이었기 때문에, 소변을 보려고 우유통 가지고 몇 번 비행기 안에서 연습해 봤는데 이게 수평으로 되니까 소변을 볼 수가 없잖아요. 보면 또 쏟아지고, 그래서 고민 끝에 아, 기저귀 밖에 없다. 기저귀를 세 개 준비해 갔습니다.

박인규 : 차고 가신 겁니까?

허영호 : 비닐봉지에 별도로 보관했죠. 필요하면 꺼내서 보려고 했는데 끝까지 안 쓰고 참고 왔습니다.

박인규 : 7시간 동안 비행하시려면 계기도 다 보셔야 되고 이 비행기가 또 앞뒤좌우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던데, 굉장히 바쁘셨겠어요.

허영호 : 갈 때는 비교적 아침 일찍 떴기 때문에 기류가 좋았어요. 속도도 자동차 속도로 140킬로.. 한 세 시간도 안 걸려서 제주도를 갔는데, 제주도를 딱 돌아서서 바다로 건너오는데 속도가 안 나요. 엔진은 갈 때와 똑같이 돌아가는데 한 4,50킬로 속도가 덜 나갑니다. 맞바람이 되는 거예요. 그리고 또 전체적으로 기류가 햇빛이 올라오면서 산쪽으로 기류가 올라와 있으니까 비행기가 엄청나게 하늘에서 흔들리기 시작하죠. 지프차... 사륜구동차가 비포장도로 가는 거랑 똑같습니다. 그 정도로 비행기가 흔들립니다.

박인규 : 겁나는 건 없으세요?

허영호 : 겁나는 건 없고, 돌아올 때 너무 기체가 많이 흔들리니까 오른팔 조종관 쪽이 너무 팔이 아파서, 왼손으로 잡았다 오른손으로 잡았다, 놓으면 비행기가 도망가니까 팔이 엄청나게 아팠어요.

박인규 : 산에 많이 가보셨는데, 이른바 에베레스트나 마나슬루 가실 때하고 이번 비행기 조종할 때하고 어떤 게 더 힘든가요?

허영호 : 아직은 많은 분들이 비행기를 얘기할 때는 에베레스트 올라가는 것보다 힘들다고 많이 하세요. 먼저 비행기 조종하신 선배님들은, 그런데 저는 북극 남극 에베레스트 탐험을 했기 때문에 이 정도는, 기계 갖고 하는 거니까 이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해서 비교적 큰 부담감, 어려움은 없었어요.

▲ ⓒ프레시안

박인규 :
인터넷에서 논객으로 유명한 진중권씨라는 분이 있는데, 그 분이 자동차는 운전 안 해도 비행기에 맛이 들려서 최근에 많이 탄다고 하더라구요. 그걸 보면서 요새 초경량 비행기를 타는 분들이 국내에 많은가보구나 했는데 얼마나 되세요?

허영호 : 전국에 비행면허 가지신 분들은 천 명 정도가 넘죠. 비행기가 지금 한 200대 정도가 허가가 나 있고. 처음부터 나 있는 게 그 정도고, 한 3분의 1, 7,80대는 현재 살아서 날아다니죠.

박인규 : 비행기 하면 일단 자동차보다는 비행기가 비쌀 것 같은데, 대략 초경량비행기는 얼마나 되나요?

허영호 : 자동차 값과 비슷합니다. 제일 기초적으로 싼 것들은 한 2천만원.

박인규 : 웬만한 중형차값보다 싸네요

허영호 : 좀 좋다는 비행기는 8천만원, 1억. 1억은 거의 넘어가지 않습니다.

박인규 :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건, 240kg 미만이고 그렇다 보니 괜히 오토바이보다 위험한 거 아니냐. 이런 생각 하실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허영호 : 오히려 큰 비행기. 여객기 타시잖아요. 여객기 같은 것들은 엔진이 정지가 됐다, 이 침하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떨어지잖아요. 그런데 초경량비행기들은 전부 다 글라이더 성격을 갖고 있어요. 활강하죠. 높이의 10배를 날아가니까, 100m 떠있으면 1km를 날아갈 수 있기 때문에, 활강을 하면 어디서 안전하게 착륙할 건가를 판단하게 되죠. 속도가 빨리 안 나고, 오히려 안정성이 많습니다.

박인규 : 정신만 차리면 그야 말로 바람힘으로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군요.

허영호 : 안전하게 할 수 있죠

박인규 : 혹시 이 방송 들으시고 나도 한 번 초경량비행기를 해보고 싶다, 그런 분들은 어디 가서 어떻게 배웁니까?

허영호 : 지금 전국에 지방까지 굉장히 많아요. 서울 근교는 안산에도 있고 어섬, 송도에도 이있고 또 제가 있는 경기도 이포비행장도 있고, 제천도 있고 담양도 있고 전북에도 있고 목포도 있고

박인규 : 운전은 학원에서 배우는데 초경량비행기도 가르쳐주는 학원 같은 게 있습니까?

허영호 : 있죠. 정부에서 지정한 스쿨이 있어요. 20시간 기준으로 돼 있는데 누구든지 처음부터 배우면, 20시간 정도 배우면 솔로비행을 할 능력이 다 갖춰지게 되죠.

박인규 : 삼극점과 7대륙 최고봉을 등반하셨고, 국내에서는 초경량비행기로 경기도 제주도간 왕복비행을 하셨는데, 혹시 초경량비행기로 더 도전하실 목표가 있습니까?

허영호 : 북쪽에 가야지요 평양에. 제가 7개 대륙 최고봉도 95년에 다 등반했는데 못 가본 데가 북쪽에 있는 산을 못가봤어요. 백두산, 묘향산, 내 맘대로 좀 가야 되는데 허가를 안 해주니 못 가잖아요. 비행도 마찬가지죠. 남쪽에 비행을 했으니까 천km 정도 비행이면 서울에서 떠서 평양 가거든요.

박인규 : 250km밖에 안 되는데

허영호 : 아니 직항로. 판문점은 안 열어줄 거라고 보고요, 직항로로 가면 천km 정도니까 그 정도는 이 비행기가 단숨에 갈 수 있으니까, 몇 년 전부터 오래 됐죠

박인규 : 혹시 북한 당국에 신청 같은 건 해보셨나요?

허영호 : 엄청나게 많이 했어요. 그런데 그쪽에서 반응은 북쪽에서 나온 아태위원들의 반응들은 이 비행기는 군부에서 ok를 해야 된다. 허가가 나야 된다. 등산과 또 다르다. 그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지금 직항로로 우리나라 가잖아요. 그런데 저라고 안 될 건 없잖아요.

박인규 : 그 말씀은 직항로로 초경량비행기 비행은 어려워도 북한에 있는 산 등반은 쉽다는 얘기처럼 들리는데요?

허영호 : 그런데 산도 허가를 안 해줍니다. 가고 싶은데 지금까지 못 하고 있어요.

박인규 : 세계적인 탐험가가 다른 데는 다 가봤는데 북한에만 못 가봤다. 그것도 참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네요.

허영호 : 그렇죠. 답답하죠. 노력을 안 하는 것도 아닌데, 엄청나게 회의도 하고 저도 돈 많이 썼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돌아서면 답이 안 오는 걸 어떡해요.

박인규 : 이번에 제주도 갔다 오셨으니 북한 쪽에서도 생각을 달리하지 않을까요?

허영호 : 북한에 비행을 평양까지 추진하는 것도 있고, 우리 한민족이 살고 있는 중국의 3성, 장춘, 연길, 하얼빈 해서 그쪽에도 비행을 추진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거와 같이 평양까지 들어올 수만 있으면 저한테는 더 큰 행복이 되겠죠.

박인규 : 끊임없는 도전이시군요. 그런데 초경량 비행기로 한 번에 논스톱으로 갈 수 있는 게 대개 몇 km라고 말합니까?

허영호 : 지금까지 그런 것들이 우리나라에서는 나와 있지 않아요. 보편적으로 비행장 중심에서 두세 시간 정도 비행했지, 그 이상을 비행한 기록들이 없습니다.

박인규 : 계속 지금 허영호씨가 초경량 비행기의 기록을 만들어가고 계신 거군요

허영호 : 그렇죠. 그래서 제주도를, 제가 처음 도전했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그렇죠? 벌써 다른 분들이 했어야지요 이 정도는, 제가 할 게 아니거든요 이게.

박인규 : 새로운 할 일을 만드셔서 좋으시겠습니다. 한 번 기대해보겠습니다.
이런 말씀 드리면 좀 뭐합니다만, 지금 연세가 우리 나이로 55이신데 체력의 한계라든가 이젠 좀 쉬어야겠다, 그런 생각 안 드시는 모양이죠?

허영호 : 체력 아직 괜찮습니다. 좋아요.

박인규 : 처음 산악인의 길에 들어서게 된 계기는 어떤 거였습니까?

허영호 : 원래 어렸을 때부터 산을 좋아했어요. 고등학교 다닐 때 로프 들고 암벽등반, 빙벽등반 쫓아다녔거든요. 그래서 그 길로 깊게 빠지기 시작하는 거죠. 그런데 국내에서 열심히 다니다 보니까 욕심이 높은 산, 만년설에 또 가고 싶어서 1982년에 세계에서 5번째 높은 마카루라는 봉우리에 10명의 대원이 도전하는데 그 중에서 제가 정상에 올라가게 되죠.

박인규 : 아무래도 산을 탄다는 게 위험하고 해서, 혹시 집안이나 가족들은 반대하지 않으시나요?

허영호 : 반대가 많죠. 저희 집사람, 지금도 눈만 마주치면 어디 또 도망가려고 하냐. 그런데 집 떠나면 즐거운 걸 어떡해요?

박인규 : 크다는 산, 높다는 산 다 갔다 오셨는데 남극, 북극, 에베레스트, 7대륙의 최고봉, 어디가 가장 힘드시던가요?

허영호 : 산이 힘든 것은 에베레스트... 고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힘들어요. 등반은 고도싸움, 중력과의 싸움이거든요. 87년에 올라갔던 동계 에베레스트가 힘들었고, 탐험에서는 1995년에 북극횡단, 러시아에서 출발해서 북극점에서 카나다까지 1800km를 걸어갔던 것이 제 인생에서 가장 큰 대탐험이었죠.

박인규 : 1800km면 기간만 해도 상당했을 것 같은데

허영호 : 영하 50도에서 99일 걸렸습니다.

박인규 : 99일을 계속

허영호 : 계속 먹고 자고 탐험하는 거죠

박인규 : 지겹지 않으십니까?

허영호 : 목적이 있으니까요, 목표를 정해놓고 그걸 넘어서야 되니까요

박인규 : 일각에서는 지금 기업들의 협찬을 받다 보니 너무 상업화됐다는 지적들도 하시는데

허영호 : 그런데 스폰서를 받지 않으면 현재 등반을 갈 수 없거든요. 경비가 많이 지출되니까. 그래서 지금 열심히 하는 친구들은 다 옷이나 모자에 광고판 안 달면 자기 돈으로 갈 수 없죠. 저도 협찬을 받아서 가죠. 그러지 않으면 경비를 충당할 방법이 없고, 아니면 기획을 했다가 못 가는 팀도 굉장히 많습니다.

박인규 : 허대장께서는 이미 높다는 산은 다 가보셨으니까, 앞으로 산악탐험 쪽은 더 안 하시는 겁니까?

허영호 : 합니다. 작년에도 에베레스트 세 번째 올라갔다 왔어요. 시간 나면 갑니다.

박인규 : 작년에는 왜 가신 겁니까?

허영호 : 20주년 기념해서 에베레스트를 한 번 가고 싶어서 단독등반해서 정상 갔다 왔죠.

박인규 : 최근에 일각에서는 에베레스트도 막말로 얘기하면 돈만 내면 올려보내준다는 얘기도 있고

허영호 : 상업등반로가 있습니다. 1인당 8만불씩 받아요

박인규 : 예전에는 사실 에베레스트라든가 남극점이라든가 북극점이 최초이기 때문에 관심이 많은데 이제는 다 갔다온 거 아니냐, 좀 식상하다는 말씀도 하세요

허영호 : 20년 전에는 우리 스스로 등반하고 로프를 가져가고 고정시켜서 우리 스스로 올라가서 태극기를 꽂았는데, 지금은 가면 이미 셀파에 의해서 고정로프가 다 설치돼 있어요. 정상까지 로프가 다 설치돼 있어요. 그러니 조금 체력이 있거나 적응만 잘 하면 누구든 정상에 갈 수 있죠.

박인규 : 예전에 비하면 어떤 탐험이나 도전정신은 많이 떨어졌다고 볼 수 있겠네요

허영호 : 그런데 그 등산로만 그렇죠, 그걸 벗어나면 등반할 데가 많거든요. 새로운 루트가 많은데 안 하는 거죠. 그걸 해야 되는 거죠

▲ ⓒ프레시안

박인규 :
허영호씨께서는 상당히 많은 산을 다니셨으니까 산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저 고생을 뭐하러 해? 내려올 걸 또 뭐하러 올라가? 그런 말씀 많이 하시는데, 어떤 느낌 어떤 재미로 올라가시는 겁니까?

허영호 : 등반하는 과정에는 엄청난 고행이 따라갑니다. 힘들고 어렵고 일기변화... 자연의 힘 때문에 맘대로 안 되는 것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막상 그걸 딛고 정상에 섰을 땐 기쁨, 즐거움이 한꺼번에 오게 되죠. 그래서 돌아오면 내가 큰 걸 해냈구나. 그 다음에 더 큰 것도 내가 할 수 있다. 지금은 우리 인간의 정신의 세계를 더 넓혀가는 데 한계를 도전하게 되죠.

박인규 : 허영호씨 정도 되면 사실 이른바 전문산악인, 말하자면 산 타는 것만으로도 경제적인 부분이 해결될 수 있는데, 사실 모든 산타는 분들이 그건 아닐 거 아닙니까?

허영호 : 대개 등산하는 친구들이 먹고 사는 데는 아주 궁핍합니다.

박인규 : 어떻게 해야 되나요?

허영호 : 등산 좋아하는 친구들이 사회생활에서 열심히 싸워서 자기 것을 이겨야 되는데 인간과 싸우는 건 싫잖아요. 산으로 가거든. 산에 가면 상대가 없고 마음대로 판단해서.. 그래서 자꾸만 사회생활에 도태되는 부분들이 등산인들이 굉장히 많죠.

박인규 : 생활인으로서도 충실해야 된다.

허영호 : 그렇죠. 제일 중요한 것은 또 나이 들면 가족이 있잖아요. 가족도 본인이 책임져야 되는데, 그런 부분에서 굉장히 약하죠. 그런 쪽에서도 자기 일 열심히 하고 가족도 챙기고 돈도 벌고, 그 돈 가지고 가고 싶은 데 다 가면 되잖아요.

박인규 : 아까 일단 초경량비행기 조종사로서는 서해직항로로 북한에 가고 싶다고 하셨는데 탐험가로서 또 꼭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습니까?

허영호 : 원래 우주에 도전하려고 제가 1995년에 러시아 가가린을 갔다 온 사람입니다.
그거 타려고

박인규 : 이번에 우주인 선발대회에 도전하시지 그랬어요?

허영호 : 그땐 200만불 달라고 했어요. 25억만 있으면 1년 훈련하고 로켓 탑니다. 지금은 올해 갔다 왔으니까

박인규 : 이번에 200억 들었다고 하던데요?

허영호 : 그거 전체적인 지원베이스가 있어서 그렇고 실제론 한 20억밖에 안 들죠.

박인규 : 지금이라도 기회 되면 갔다 오고 싶으시다.

허영호 : 하죠. 도전하죠.

박인규 :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우주인 선발할 때 신청하셨습니까?

허영호 : 안 했어요. 제가 할 게 아닌 것 같아요. 미국 워싱턴 가면 스미소니언 박물관이 있어요. 거기 가면 처음 달나라 갔던 로켓도 있고 캡슐들이 다 있어요. 그것도 조사하러 갔다 오고 관심이 많죠. 비행기 로켓 이런 거

박인규 : 진짜 꿈과 도전정신이 대단하신 분 같네요. 마지막으로 요즘 청소년들이 공부해야 되고 입시 때문에 짓눌리고 있는데 허대장 같이 도전정신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청소년들에게 충고의 말씀이랄까요 조언의 말씀 해주신다면?

허영호 :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이 있어야 되는데 공부하느라 꿈을 펼 시간이 없잖아요. 이게 성인이 돼서도 문제인데 어떻게 하면, 저도 아들딸이 있지만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문화, 동기부여, 그리고 컴퓨터 안에서는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게 없거든요. 뭐든지 자연에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야 되는데 너무 없는 것 같아요 청소년들이

박인규 : 허영호 대장께서 앞으로 계속 좀 도전하셔서 청소년들에게 귀감이 되고 무엇보다 서해직항로를 통한 초경량비행기 북한왕복비행, 또 우주인의 꿈을 이루시길 빌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허영호 :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산악인 허영호씨와 함께했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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