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육 여사가 영부인으로 지내던 박정희 시대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을 막는다는 비판도 거세다. 박 당선인이 박정희 시대에 저질러진 국가폭력에 대해 충분한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과 맞물려, 힘이 실리는 비판이다.
▲지난 11월 28일 박근혜 현 당선인(당시 새누리당 후보)이 충청남도 홍성군 오관리 하상복개주차장에서 한 지지자가 20여 년간 보관해온 육영수 여사 사진액자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영화 <퍼스트레이디>는 육 여사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다룬 영화다. 제작사는 육 여사의 기일인 내년 8월 15일 개봉을 목표로 잡았다. 지난 11월 28일 제작발표 당시부터 일각에선 정치적 의도로 박정희 전 대통령 일가를 미화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렇듯 자칫하면 독재정권 미화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만큼 제작에 난항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현재는 '박근혜 당선 효과'를 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영화 제작자인 드라마뱅크 주기석 대표는 언론을 통해 순수한 의도로 제작을 마음먹었다고 거듭 밝혀왔다. 영화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주 대표는 "김근태 영화는 되고 육영수 영화는 안 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애초에 극 중 박정희 전 대통령 역할을 맡기로 했던 배우 감우성 씨는 제작사와의 갈등으로 중도 하차했다. 육 여사는 배우 한은정 씨가 연기한다.
육 여사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도 있다. 영화와 동명의 뮤지컬 <퍼스트레이디>는 지난 7일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뮤지컬 <퍼스트레이디>의 대본과 연출은 뮤지컬 <골든데이즈>와 연극 <육영수>를 연출한 백동철 씨가 맡았다.
지난 8월 선보인 연극 <육영수>의 내용에 감동한 박근태 스타앤미디어 대표가 뮤지컬 제작을 결정했다고 알려졌다.
육 여사의 고향인 충청북도 옥천군 역시 육 여사 기념관 건립 사업에 팔을 걷어붙였다. 현재 옥천군 옥천읍 교동리에 있는 육 여사 생가 앞 5만 제곱미터 규모의 부지에 육 여사의 기념관을 건립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번 18대 대선 투표율 집계 결과 옥천군의 투표율은 76.6%로 충북 도내 13개 선거구 가운데 가장 높았으며 옥천군은 박 당선인에게 64.49%의 지지를 보냈다.
옥천군은 기념관 건립을 위해 2017년까지 국비 70억 원을 포함한 140억 원을 들여 육 여사 기념관을 완공할 예정이다. 기념관에는 육 여사의 유품을 전시하는 전시관, 기념광장, 주차장 등이 들어서게 된다.
관광객을 유치할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한 옥천군은 기념관 건립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옥천군이 '육영수 기념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육 여사 생가가 있다. 지난 2010년 국비 37억 원가량이 투입돼 조선 전통식 한옥으로 복원된 육 여사 생가가 관광명소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옥천군에 따르면 대선 전날인 18일에는 760명이 이 생가를 찾았다. 선거 당일인 19일에는 473명이, 이튿날에는 559명이 다녀갔다.
지난해 12월 하루 평균 방문객이 118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대선 직전과 박근혜 당선인의 당선이 확정된 직후 방문객이 약 4배 이상 급증했다.
고(故) 육영수 여사는 충북 옥천에서 태어나 배화여고를 마치고 옥천여중 교사로 근무했다. 한국전쟁 발발 뒤, 부산에서 피란 중일 때 박정희 전 대통령을 만나 결혼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재혼, 육 여사는 초혼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해방 뒤 남로당 당원 경력이 드러나 군에서 쫓겨났었으나, 전쟁 발발을 계기로 군에 복귀한 상태였다.
박 전 대통령이 1961년 군사쿠데타에 성공한 뒤 1963년 10·15총선거에서 6대 대통령에 당선되고 연임됨에 따라, 육 여사는 11년간 영부인 역할을 했다. 박정희 정권의 폭압적인 철권 통치가 이뤄지던 당시 육 여사는 '청와대 내 야당'의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정권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 박 전 대통령의 심한 여성 편력 탓에 육 여사가 마음고생을 했다는 증언도 있다. 이는 육 여사의 비극적 죽음과 맞물리면서, 동정 여론을 증폭시켰다. 육 여사는 1974년 광복절 기념행사 도중 조총련계 재일교포 문세광에 의해 살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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