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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사회자로 과학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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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방송 사회자로 과학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5/01] 한국의 스티븐 호킹, 서울대 이상묵 교수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휠체어에 앉아 한국인들의 마음을 열어젖힌 과학자' 최근 뉴욕타임스가 한국의 스티븐 호킹,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이상묵 교수의 사연을 전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이상묵 교수가 교통사고로 목 아래 전신이 마비된 장애를 딛고.. 강의와 연구 활동에 주력하는 등 한국 장애인들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이상묵 교수 자신도 사고로 인한 장애를 오히려 새로운 출발의 계기로 삼고 있습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기사의 주인공인 서울대 이상묵 교수를 초대해 장애를 극복한 그의 의지와 연구에 대한 열정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한국의 스티븐 호킹, 서울대 이상묵 교수입니다. 이상묵 교수는 1962년 서울 출생으로 1985년 서울대 해양학과를 졸업했고 95년 미국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미국 Woods Hole 해양과학 연구소 객원 연구원을 비롯해 영국 더럼대학교 박사 후 연구원과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 서태평양 종합대양연구 책임자를 역임했고 2004년부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2006년 여름 미국 캘리포니아 지질조사 때 타고 가던 차가 전복되면서 목 아래 전신이 마비됐지만 장애를 극복하고.. 지난해부터 강단에 복귀했습니다.

박인규 : 한 번 뵙고 싶었습니다. 굉장히 몸이 불편하셔서 서울대로 저희가 갔어야 되는데 스튜디오로 나오시게 해 죄송합니다.

이상묵 : 괜찮습니다.

박인규 : 최근에 뉴욕타임스에서 이상묵 교수님의 여러 가지 활동이 한국 장애인의 희망이자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기사 직접 보셨습니까? 느낌이 어떠셨어요?

이상묵 : 봤습니다. 아주 정확하고 상세하게 보도해서 기분이 좋았고, 특히 제가 미국에서 다치는 바람에 미국에서 도와주신 분들이 기사를 보면 기뻐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기분이 아주 좋았습니다.

박인규 : 혹시 그 기사를 보고 미국에서 연락이 오지는 않았나요?

이상묵 : 격려도 오고 여러 이메일도 받았습니다.

박인규 : 다시 떠올리기가 싫으시겠지만 2006년도 7월 캘리포니아에서 사고가 났는데 사고가 난 지역이 데스밸리더라구요. 죽음의 계곡

이상묵 : 네. 왜 데스밸리인지 이제야 그 명칭의 뜻을 제대로 알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사고 나셨을 때 차가 완전 전복돼서 사흘 동안 의식이 없었다고 하던데, 그 당시 사고는 어떻게 났는지 기억나십니까?

이상묵 : 저희가 그때, 제 인솔하에 학생 13명을 데리고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학생들과 교수들과 함께 캘리포니아의 야외지질조사를 했습니다. 교육목적이었죠. 거의 끝나갈 무렵에 차량 6대가 카라반 형식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비포장도로를 달리다가 제가 운전하던 차가 앞에서 5번째였는데, 저도 기억이 전혀 안 납니다. 왜 전복을 했는지. 전복하는 바람에 제가 다치게 됐죠.

박인규 : 사흘 만에 의식이 돌아왔고 무엇보다도 목 아래가 전신이 마비됐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을 때 굉장히 놀랍고 좌절감 같은 걸 느끼지 않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상묵 : 저는 솔직히 말씀드려서 좌절감 못 느꼈습니다. 전혀 못 느꼈습니다.

박인규 : 많은 분들이 다리 하나만 어떻게 절단되거나 마비돼도 굉장히 충격을 받는데요. 살았다는 사실에 오히려 고마웠던 걸까요?

▲ ⓒ프레시안

이상묵 :
예, 첫째 제가 머리를 안 다쳐서 다행이었고 살아서 고마웠고. 둘째, 무의식 상태에서 3일 동안 있으면서 죽음을 경험하는 꿈도 꿨고요.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게 당시 현장에서 학생이 한 명 운명을 달리했는데 저한테 그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해서. 저는 저 혼자 다쳐서 인솔자로서 그래도 책임이 있는데 남이 안 다친 게 너무 다행이었고,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신통하고, 저 혼자 다쳤기 때문에... 내가 남을, 만약 학생이 다쳤으면 그렇지 않았을 텐데 의사가 그걸 알고, 제가 다치고 4개월 동안 뒤에서야 그 사실을 알았습니다.

박인규 : 그때 많이 힘드셨겠군요.

이상묵 : 그때 좀 힘들었죠. 근데 그땐 치료도 되고 회복기였기 때문에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좀 더 쉬웠죠.

박인규 : 3개월 이상을 미국에서 재활치료를 받으셨는데, 한국과 미국을 비교하는 게 어떤지 모르겠는데. 오히려 미국에서 재활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재활이 조금 더 빠를 수 있었다고 말씀하셨던데 어떻습니까?

이상묵 : 사실 미국과 한국을 비교하는 게 말이 안 됩니다. 미국의 의료비가 10배 15배 정도 차이나니까요. 제가 다쳤을 때 40분 만에 사막 한 가운데도 헬리콥터가 와서 저를 구해준 것과, 또 미국 병원이 참 좋더라구요 여러 가지로.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사람들이 다치면 남의 말에 솔깃해서 민간요법이나 이런 걸 많이 하는데, 저는 다행히 미국에서 다쳐서 그런 일이 없었기 때문에 현실을 더 빨리 직시할 수 있어서,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도움이었죠. 우리 현실이 어떨 때 보면 너무 인간적이고 가족이 있고, 그건 좋지만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서는 좀 어떨 때는 좀 미흡한 면이

박인규 : 너무 관심들이 많아서 오히려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군요.
미국에서 재활치료 마치고 들어오신 건 언제에요?

이상묵 : 딱 3개월 뒤, 9월 23일에 들어왔습니다.

박인규 : 그럼 말하자면 본인 스스로 웬만한 건 할 수 있는 재활은 다 익히시고 들어오신 겁니까?

이상묵 : 사실 저는 완전 마비기 때문에 재활, 물리치료를 할 게 없습니다. 그나마 10, 20%가 있어야 그걸 몇십 퍼센트로 키워줄 수 있지 저같이 완전 마비돼서, 0이어서 특별한 재활은. 했지만 아무 효과가 없었고요. 그렇지만 보조과학기기나 컴퓨터를 사용해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우고 본 것이 사실 저한테는 재활치료의 100%였습니다.

박인규 : 재활이라기보다는 지금 갖고 있는 몸의 능력 가지고 뭘 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운 거군요. 그런 걸 직업치료라고 말씀하신 것 같은데요.

이상묵 : 맞습니다. 직업치료, 작업치료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박인규 : 2006년 7월에 사고가 나서, 거의 6개월 만에 다시 강단에 서셨어요. 제 느낌으론 가족들의 반대가 굉장히 컸을 것 같은데

이상묵 : 가족들은 강단에 서지만 계속 어떤 민간요법이나 가능성 있는 것에 제가 매달리기를 바랐어요. 제가 다 매몰차게 거절했거든요. 저는 그럴 시간이 없어요. 그래서 가족들이 저를 많이 야속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본인보다 가족들이 더 힘들었겠군요. 어떤 면에서는

이상묵 : 맞습니다. 미안하죠.

박인규 : 교수님은 재활치료보다는 주로 직업치료를 받았다고 하셨는데요. 같은 장애지만 두 발을 못 쓰는 것보다 두 팔을 못 쓰는 게 굉장히 갑갑할 것 같거든요. 실제로 컴퓨터는 신이 장애인에게 내린 선물이다. 이런 말씀을 하실 정도로 좋은 장비가 많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활동하십니까?

이상묵 : 제가 팔을 못 쓰기 때문에 키보드나 마우스를 못 움직입니다. 키보다나 아무스를 안 쓰고도 컴퓨터를 움직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특히 저 같은 경우 입으로 움직이는 특수한 마우스가 있고, 또 글자를 한 자 한 자 찍는 것보다도 음성인식이 있어서 그걸 이용하면 글도 쓸 수 있고, 제가 책이 있어도 책장을 못 넘기거든욘. 그런데 PDF로 스캔해서 볼 수 있고 텔레뱅킹, 온라인쇼핑, TV, 책도 읽고 못하는 게 없습니다

박인규 : 두 손을 못 써도 다 할 수 있거든요. 입으로 마우스를 움직이는 건 어떻게 하는 겁니까?

이상묵 : 입술을 약간 움직이면, 압력을 주면 마우스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불고 빠는 걸로 오른쪽과 왼쪽 클릭을 대신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이 장비들이 다 그건 미국에서 가져오신 겁니까?

이상묵 : 미국뿐만 아니라 제가 쓰는 장비는 실제로 오스트리아에서 만들어졌고요. 음성인식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비스타에 공짜로 끼워 파는 겁니다. 불행히도 한국어가 없습니다.

박인규 : 영어를 할 줄 알아야 되겠네요?

이상묵 : 그렇죠. 그래서 제가 마이크로소프트에다가 소위 말해서 대왕세종 프로젝트라고 제안했습니다. 저 같은 학자들은 영어를 쓰는 데 아무 어려움이 있지만 나랏말쌈이 미국과 달라 어린 백성들은 힘들다. 그렇게 해서 마이크로소프트가 빨리 한국어 음성인식을 개발해 주는 것이 세종대왕의 한글창제정신과 비슷하지 않냐. 그렇게 제안을 했습니다.

박인규 : 받아들여졌습니까?

이상묵 : 그렇게 하기 위해선 우리나라에 한글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먼저 구축돼야 되는데 그게 꽤 걸릴 거라고 얘기하더라구요. 그래서 그것만 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언제든 만들어줄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박인규 : 국내 장애인병원이라든가, 잘 모르셔서 비교 가능할지 모르겠는데, 국내의 장애인에 대한 재활치료나 장비라든가 수준이라든가...

이상묵 : 저는 미국에서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제가 국내와 비교하기는 어떤지 잘 모르겠는데요. 우리나라도 대체로 잘 돼 있는데, 제가 있었던 병원에서는 척추손상만 전문적으로 다뤘기 때문에 아주 전문화돼 있다는 게 미국과 한국의 차이였어요. 예를 들어 제가 재활치료실에 내려가면 여러 가지 병으로 재활을 받는 분들이 있거든요. 제가 미국에 있었던 병원에서는 재활치료실에 내려가면 다 저 같은 척추환자 밖에 없었거든요.

박인규 : 우리보다 훨씬 전문화되고 세분화돼 있군요. 이상묵 교수님의 경우를 보면 비슷한 처지의 장애인들도 국내에 많을 것 같은데, 저렇게 손발을 못 움직이지만 전동휠체어로 움직이고 컴퓨터도 쓰고 싶다. 그런 분들 많을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이상묵 : 사실 제가 우연한 기회에 방송에 알려지게 됐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알리자, 제가 그런 마음을 갖게 된 것도 제가 윤리적이나 도덕적 메시지보다도 제가 그렇게 하는 걸 보여주면 다른 사람들도 아, 저 정도면 나도 하겠다, 어, 저런 게 있었네? 그런 메시지를 주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박인규 : 최근에 교수님도 참여하고 계시는 정부의 장애인 재활프로젝트가 있다던데 어떤 건지 소개 좀 해주시죠.

이상묵 : 사실 우리나라 정부 여러 부처에 장애인에 관한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많이 안 알려져 있거든요. 그런데 그 분들이, 제가 갑자기 언론에 뜨는 걸 보고, 잘됐다... 저 사람을 홍보대사로 쓰자. 왜냐면 우리 정부에서도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있는데 일반 사람들이 대부분 모른다는 게 문제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런 건 이 몸 바쳐 기꺼이 하겠다 생각했습니다.

박인규 :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젝트가 있는지 소개 가능할까요?

이상묵 : 노동부 산하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라는 게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처럼 팔을 전혀 못 쓰는 사람은 어디 취직하겠습니까? 만일 제가 이런 상태였다면 서울대학교 교수가 될 수 있었겠습니까? 저는 다행히 그 전에 교수였다가 다쳐서 다행인데, 그런 식으로 저는 보조공학기기만 이용하면 장애인이 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고 사이버공간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격차가 상당히 줄어듭니다. 그래서 먼저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필요하다면 직업훈련도 가능하고 직장복귀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사실을 홍보하려고요. 그리고 아까도 말씀드렸찌만 정보문화진흥원이라고 있습니다. 인터넷. 거기와 함께 한글음성인식을 빨리 개발하도록 재촉하고. 그게 제 일이죠.

박인규 : 무엇보다도 전신마비이면서도 사회활동을 거의 비장애인과 똑같이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공헌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최근에는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프랑스인과도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는다고요. 어떻게 또 연락이 됐습니까?

▲ ⓒ프레시안

이상묵 :
제가 우연히 인터넷에서 보조과학기를 찾다가 마리 프랑스 브루라는 분의 홈페이지를 들어갔습니다. 저도 충격을 받았어요. 그 분은 루게릭병에 걸리면 어느 정도 진전이 되면 성대를 제거합니다. 말도 못하고 기계의 도움 없이는 숨도 못 쉬고. 또 음식맛도 못 보게 위장에 호스를 꼽고 음식을 주입합니다. 거기에 비하면 세 가지 기능을 다 하거든요 저는

박인규 : 그런 분이 홈페이지를 만들었다구요

이상묵 : 몸의 단 한구석만 움직일 수 있다면 컴퓨터 액세스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걸 보면서 제가, 와 정말 난 아무 것도 아니구나. 내 장애는. 그러면서 그 분한테 그렇게 편지를 썼어요. 나는 네가 못하는 세 가지를 하는 거 보고 나는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 나는 아주 다행이라고 했더니, 그 분이 뭐라고 했냐면, 내가 오히려 행복하다. 나는 44살 때 날아다녔고 52살이 돼서야 루게릭이 시작됐는데... 넌 아직 젊은데 일찍 장애인이 돼서 너를 보니 내가 얼마나 행운아인 줄 알았다. 그렇게 얘기하길래 아주 참

박인규 : 행복이란 건 다 마음먹기 달렸다던데, 그런 것 같습니다.
스티븐 호킹 박사가 루게릭병 아닌가요?

이상묵 : 맞습니다.

박인규 : 그럼 이상묵 교수께서도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운영하셔야겠네요,

이상묵 : 예. 제가 홈페이지도 있고요, 다치자마자 나는 이런 장비를 쓰고 있다, 이런 걸 다 블로그를 만들어서 올렸습니다. 그런데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한글은 치기 어려워서 다 영어로 만들었거든요. 그래서 외국에선 연락이 오는데 한국에선 연락이 안 왔습니다 지금까지

박인규 : 한글음성인식 프로그램이 빨리 만들어져야겠네요, 혹시 이상묵 교수님 홈페이지는 어떻게 찾아들어갑니까?

이상묵 : 그냥 서울대학교 들어가면 찾을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서울대학교 홈페이지 들어가서 이상묵 치면 나오는 겁니까? 혹시 장애인 중에서도 관심있으신 분은 한 번 들어가서, 영어로 돼 있다니까 조금 공부하시면 볼 수 있겠네요.
이상묵 교수는 장애인이면서도 학자시니까. 전문분야가 지구환경과학이라고 말하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걸 연구하는 학문입니까?

이상묵 : 첫째, 자연과학입니다. 물리, 화학, 생물, 수학 같이 자연과학이고요. 저희는 지구를 대상으로, 지구의 대표적인 지구환경과 지구진화, 지구가 어떻게 지금까지 왔는가 이런 걸 연구하고. 저는 그 중에서도 해양지질학, 해양지구물리를 전공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해양지구물리는 어떤 걸 주로...

이상묵 : 간단히 말씀드려서 지구 나이가 45, 46억년쯤 되는데 최근 2억년에 관한 지구의 변화와 기록이 바다에 고스란히 아주 잘 기록돼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배를 타고 나가서 지난 2억 년 동안의 기록을 통해서 지구가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이해하고 그걸 통해서 45억 년 동안 어떻게 움직였을 것이다, 이런 걸 유추하는 학문이거든요. 그러니까 어떻게 지구가 만들어졌고 오늘날 여기까지 왔는가 이런 걸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얼핏 드는 궁금증은... 바다에도 나가보셔야 할 것 같은데 지금 장애가 생긴 이후로 바다에 나가시는 건 어렵지 않으신가요?

이상묵 : 어렵습니다. 첫째 배는 칸막이로 만들어져 있어서 타기가 상당히 힘들고요. 하지만 요즘은, 미국배 같은 경우는 24시간 인터넷으로 돼 있기 때문에 자기가 배에 타고 있지 않아도 배에 있는 사람과 실시간대화를 할 수 있고 작업지시도 할 수 있고 현장탐사에 참여하는 것처럼 할 수 있어서 사실은 우리나라는 아직 그렇게까지 안 갔지만 미국배들은 그게 실현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저희 프로그램에 해양연구원의 석문식 박사를 초대해서 아르고프로젝트에 대해서 말씀 나눈 적이 있는데 거기서 나온 정보들도 교수님 연구에 활용됩니까?

이상묵 : 그 분은 물의 흐름에 관심이 있고 저는 멘틀의 흐름에 관심이 있습니다.

박인규 : 약간 엉뚱한 질문이 될 수도 있겠는데요, 최근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탄생했다고 해서 우주산업에 관심이 높아졌어요. 교수님 하시는 지구환경과학과 우주산업과도 관련이 있습니까?

이상묵 : 예. 선진국에서는 상당히 관련이 있습니다. 지구과학이라는 게 먹고 사는 거 걱정하는 나라는 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저희가 지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보지만 우리가 지구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우리가 추측한 대로 맞다고 하면 다른 우리 주변 행성들, 금성, 화성, 수성도 이해가 되거든요. 어떤 밝혀진 사실이 지구에만 일어나고 딴 데 안 일어난다면 왜 그런지. 그래서 비교행성학... 저처럼 전 지구를 보기 때문에 저는 지구뿐만 아니라 금성, 화성, 수성, 그리고 목성의 달들, 토성의 달들, 이런 다른 돌로 만들어진 행성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박인규 : 지구생성의 비밀을 밝혀내면 그 열쇠가 다른 행성에도 적용될 수 있다. 그걸 다시 또 바꿔보면 외계생명체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질 때 지구와 비슷한 환경이 있으면 외계생명체가 있을 것이다, 그런 말씀을 하시던데요. 스티븐 호킹 박사 말씀하시기를 문명이 있는 외계인은 몰라도 원시외계생명체는 있을 것이다. 외계생명체가 가능성이 있습니까?

이상묵 : 사실은 우리가 76년도에 바다를 탐사하면서 외계생명체는 이럴 거라는 우리 기대치가 달라졌습니다. 바다를 연구하다 보니까 바다의 열수분출구라고 해서 중앙해령에서, 깊은 바다에서, 이런 데서 지구상에서 생명체가 시작된 게 아닌가 해서. 우리가 다른 행성도 바다가 있고 그 바다 밑에 있는 화산을 찾고 있습니다. 완전히 생명체를 우주에 보낸 원시생명체라도 그게 어디쯤 존재하겠다는 우리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다 때문에 바뀌었습니다.

박인규 : 원시생명체는 바다 밑에 화산이 있는 뜨거운 물이 나오는 그 지역에 있을 것이다

이상묵 : 네. 그래서 지금 미국에서 나사에서도 제 1순위로 찾고자 하는 데가 목성의 달 중에 유로파라는 게 있습니다. 그게 얼음으로 덮여 있습니다. 그러니 얼음 밑엔 아마도 지열에 의해 녹아서 바다가 있고 또 그 바다 밑에는 화산이 있겠다. 그래서 지금 나사는 북극해 밑에 있는 화산을 유로파의 환경과 비슷할 거라고 시뮬레이션해서 실제 연구하고 있습니다. 생명체 탐사를 위해서

박인규 : 어쩌면 지구가 아닌 다른 데서도 생명체를 발견할 수가 있겠군요. 해양지질학 관련해서 또 하나 어떻게 보면 많은 분들이 궁금한 얘긴데, 예전에 일본 총리가 일본은 불침항모다, 침몰하지 않은 항공모함이다, 이런 얘기도 했지만. 또 일부에서는 일본이 화산지역이라서 엄청난 화산활동으로 인해 일본 열도 전체가 침몰할 지도 모른다, 이런 식의 얘기가 나돌았는데 가능성이 있는 얘깁니까?

이상묵 : 전혀 근거 없는 얘깁니다. 또 웃긴 게, 그 일본침몰이란 영화를 우리나라가 아니라 일본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지, 우리나라에서 그런 영화 만들었으면 반일감정.... 일본이 절대로 침몰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면 일본 같은 땅은 멘틀보다 가볍기 때문에 둥둥 항상 떠 있고 다시 침몰시키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한반도도 일본 같은 땅들이 어쩌다 대륙에 붙어서 만들어진 거거든요

박인규 : 그건 말하자면 일본인들이 지진이 하도 많다 보니 일종의 피해의식에서 만들어진 영화라고 봐야겠군요.

이상묵 : 제가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일본 해양연구소가 정부 돈을 엄청 많이 갖다 쓰면서 홍보하기 위해서 만든 겁니다.

박인규 : 교수님 연구분야가 지진, 화산 이런 거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지진이 어쩌다 가끔 일어나지만 별로 없잖아요. 그런 것들이 좀 연구하는 데 불리하지는 않으신가요?

이상묵 : 사실 저는 지진, 화산, 그리고 지질학 중에서도 지금 변화가 일어나고 이런 걸 연구하거든요. 저한테는 불행한 얘기고 우리 국민한테는 다행한 얘기지만 우리나라는 화산과 지진에서 상당히 안전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 연구지역이 사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밖입니다. 파푸아뉴기니아, 마리아나 해구, 이런 국외가 됐습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 외를 연구하신다니까 최근에 동남아에서 엄청난 쓰나미 피해도 있어서, 쓰나미피해가 갈수록 커지는 거 아니냐, 왜 그러냐 이런 걱정들이 많던데 어떻게 보십니까?

이상묵 :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게, 왜냐면 태평양 주변에는 잘 사는 나라들이 많기 때문에 동경, LA, 이런 식으로 주변 큰 해안가에 큰 도시들이 있어서, 하와일을 비롯해서 선진국들이 쓰나미 경보체제를 잘 만들어놓고 있습니다. 우린 어떻게 보면 부자동네 옆에 있어서 혜택을 보는 거죠.

박인규 : 경보체제가 있다 하더라도 쓰나미가 자꾸 생기는 건 사실 좀 걱정스러운데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든가, 아니면 별 특별한 차이가 없다든가, 특별한 추세가 있습니까?

이상묵 : 아직은 늘어난다 줄어든다 이런걸 볼 만한 근거는 없습니다.

박인규 : 많은 분들이 요즘 많이 생기니까 늘어난다고 느끼는 거라고 봐야겠군요 그렇다면

이상묵 : 통계적으로 큰 게 생기면 그 주변에 그 데이터 하나 때문에 많이 나오는 것처럼 통계적으로 나오는데 숫자장난이죠 뭐

박인규 : 혹시 재작년에 한국에 돌아오신 후 해외여행은 해보신 적 있으십니까?

이상묵 : 아직 못해봤습니다.

박인규 : 올 가을에 나가신다고 들었습니다만

▲ ⓒ프레시안

이상묵 :
저희 같은 경우는 매년 샌프란시스코에 한 만 명의 지구과학자들이 전 세계에서 매년 모여서 정보를 교환하고 연구의 흐름을 점검하고 합니다. 저도 이제 어느 정도 나아져서 다시 제가 액티브한 리서치로 복귀하기 위해선 꼭 가야 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네. 무사한 여행 되시기 바라고요, 앞으로도 사실은 연세로 보나 뭐로 보니 한창 연구활동을 많이 하실 땐데, 앞으로의 계획, 혹은 못다 하신 말씀 있으시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상묵 : 제가 장애인 홍보대사니 이런 게 갑자기 됐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게 많은 분들이 제게 지구과학이 뭐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어? 이건 제가 예상을 못했던 역할이거든요. 스티븐 호킹과 비교되다 보니 제가 어떻게 보면 약간의 지구과학 홍보를 할 수 있는 어떤 자격증이 생긴 것 같아요.

박인규 : 장애가 오히려 주목도를 높여주는 예상치 않은 결과를 낳았군요

이상묵 : 그래서 언젠가 한 번쯤 장애인이지만 사회자가 돼서 과학프로그램 같은 걸 한 번 맡아서 한 번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지구과학 홍보도 있지만 그 프로그램이 얼마 안 가더라도 그런 식으로 직접 TV에 나와서 장애인이 비장애인을 사회자로 거꾸로 인터뷰하고 과학을 얘기한다면 사람들이 장애인을 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 같아서요. 꼭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박인규 : 지금 말씀하시는 거 보니 당장 사회자 하셔도 아무 문제 없을 것 같고요. 우선 전신마비를 딛고 그렇게 활동하시게 된 걸 축하드리고 국내 장애인을 위해서, 또 지구과학 발전을 위해서 계속 활동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이상묵 :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서울대 지구환경과학과 이상묵 교수를 초대해 전신장애를 극복한 그의 의지와 연구에 대한 열정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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