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충돌 사태에 중국 대사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각국의 중국 대사관이 여비를 부담하면서 현지의 중국인 유학생들을 대량 동원했다고 <아사히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중국은 또 성화 봉송 현장에서 사람 장벽을 만들어 방해자들을 제지하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도 작성했으며 각국에서 중국 깃발을 흔들던 '성화 응원단'도 중국 당국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이 '매뉴얼'은 성화가 인계되는 지점에 20명씩 모여 사람 장벽을 만들어 방해자 진입을 차단하고 자신들 이외에 대규모 단체를 발견하면 책임자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 26일 일본 나가노(長野)현에서 열린 성화 봉송 행사에 나타난 5000명의 중국인 유학생들 중 도쿄에서 온 유학생들은 교통비(1인당 2000엔)를 제외한 경비는 일체를 대사관에서 부담했다.
또한 호주 캔버라에서는 1만명 이상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도 수천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동원됐다.
이와 관련해 27일 서울 행사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이 행사한 폭력도 이같은 움직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문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대사관 측은 조직적 동원에 대해 부인했으며 자기 나라 유학생들에게 우리 국민과의 충돌 등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당부해 왔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 대변인은 28일 있었던 닝푸쿠이 주한 중국 대사 초치 외에 다른 외교조치를 취할 것이냐는 질문에 "경찰 조사 결과를 보고 앞으로 관계부처와 협의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한 법적·외교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한승수 국무총리의 발언에 대해 "철저히 (대응)하라는 의미이지 구체적으로 추가적 조치를 취하라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이날 중국으로 출국한 이용준 외교부 차관보를 통해 중국 측에 재차 유감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변인은 '중국 정부에서 공식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대사는 나라를 대표하는 위치에 있으니 어제 주한 중국대사의 유감 표명으로 중국 정부의 입장 표명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쑨원광(孫文廣) 산둥대 교수 등 9명의 중국 학자들은 "중국인의 애국주의 정서가 갈수록 이성을 잃어가고 있다"며 "국수주의적인 외국인에 대한 혐오증은 결국 중국의 발전을 저해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젊은 학생들의 애국주의는 중국 정부가 정치학 이론과 교과서들에 대한 검열을 실시해 일방적인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탓"이라며 중국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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