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헛공약'으로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한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나보다. <동아일보> 김순덕 편집부국장이 25일 칼럼에서 정치권이 불러일으킨 '뉴타운 광풍' 자체도 정당화하고 나섰다. 과연 '개발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이명박 정부를 시종일관 옹호해온 신문의 편집부국장 답다.
김순덕 부국장은 이날 낸 '욕망과 질투 사이'라는 칼럼에서 "서울 강성노(강북 성북 노원구) 지역에선 뉴타운 공약을 놓고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는 '속았다 시리즈' 2탄으로 뜨겁다"며 "여기서 누가 속고 속였는지, 뉴타운 당장 지정과 단계적 확대의 타당성 여부를 따지는 건 또 다른 정쟁일 뿐이다"라고 했다.
총선에서 내놓은 거짓 공약을 두고 따지는 것은 정말 '또다른 정쟁'일 뿐일까.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사당-동작 뉴타운 건설에 대한 동의를 받아냈다'고 선전한 정몽준 의원을 비롯해 한나라당 후보 다수가 뉴타운 거짓 공약을 냈고 이에 힘입어 당선됐다. 그런데 선거에서 낸 공약이 거짓이었더라도 괜찮다면 '선거 제도' 자체의 정당성을 의심해보아야 할 판이다.
또 이러한 헛공약에 대한 비판을 '정쟁'으로 치부한다면 이에 속은 유권자는 그저 '속았거니'하고 참고 있으라는 이야기인가. 놀랍게도, 김순덕 부국장의 논리는 그렇다. 김 부국장은 지난달 28일 낸 '이렇게 착한 국민인데…'라는 칼럼에서도 "선거 때면 으레 뻥치기 공약이 나오는 것"이라며 비슷한 논지를 설파한 바 있다.
김 부국장은 한나라당 내부의 권력 투쟁을 비판한 이 칼럼에서 "이 대통령의 7% 경제성장 공약은 대선 때 얘기고 국민은 그저 5%대 정도면 된다는 게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라며 "바보거나 냉소적이어서가 아니다. 글로벌 경제환경이 나빠졌다는 것도 알고 선거때면 으레 뻥치기 공약이 나오는 것도 안다. 속을 줄 알면서도 국민은 찍어줬다. 대안도 없지만 믿고 싶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국민이 믿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한나라당의 허황된 성장-개발 공약을 정당화하는 것은 25일 칼럼에서도 반복된다.
김 부국장은 "뉴타운 공약을 내건 후보자는 여야가 엇비슷했다는 사실이, 좋은 주거환경과 교육여건을 간절히 원하는 유권자가 그만큼 많다는 현실이 더 중요하다"며 "국민의 정당한 욕망과 이를 채워주는 정치를 '정의없는 성장'이라고 매도하는 사회에선 성장도, 정의도 놓칠까 두렵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747 공약이나 한나라당의 뉴타운 공약이 과연 김 부국장이 말하는 '보통사람들'의 '좋은 주거환경과 교육 여건'을 마련해 줄 수 있는 공약인지도 의문이지만 뉴타운 공약을 내놓은 정치인들은 '국민의 정당한 욕망을 채워주려' 한 것이 아니라 '채워주는 척' 하기만 했다는 점은 왜 외면하는 것일까.
정상적인 신문이고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편집부국장이라면 같은 당에서 '거짓 공약으로 재미보기'를 거듭할 때 강하게 비판하는 것이 도리다. 그를 위해 김 부국장 자신이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하며 썼던 칼럼의 일부를 상기시켜 드린다.
"너무나 솔직한 대통령은 지난해 임기 중간의 선거에 대해 언급하면서 '선거라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정책으로 심판받는 요소도 부분적으로는 국민을 속이는 게임'이라고 선거 전략을 노출했다. 유권자들은 그래도 후보의 진정성과 정책을 믿고 투표한다고 생각했는데 '정치 선수'들은 이런 정서 맹점을 훤히 꿰뚫고 속여 왔다는 고백이다." (2007.7.20 <동아일보> 김순덕 칼럼 "선거는 국민을 속이는 게임")
그렇다. 유권자들은 "후보의 진정성과 정책을 믿고 투표한다". 이러한 비판이 어떻게 1년도 되지 않아 "선거 때면 으레 뻥치기 공약이 나오는 것"이라는 억지 주장로 바뀌나. 그러고 보니 그 짧은 시간 새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현실성 없는 '747 공약'으로 대통령이 되고 한나라당 총선 후보가 거짓말 뉴타운 공약으로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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