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자 <중앙일보>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 등 삼성그룹의 경영쇄신안 발표에 이 신문이 받은 충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여타 신문들이 △이학수 부회장-김인주 사장 사퇴 △전략기획실 해체, 계열사 독자경영 △이재용 전무 CCO 사퇴 해외근무 등 이 회장 퇴진 외 삼성 쇄신안의 내용을 심도깊게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 신문은 이 회장이 이룬 경영 성과를 부각하면서 '왕이 사라진 왕국'의 위기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때문인지 <중앙일보>는 보도 분량에서도 다른 신문과 현저한 차이가 났다. 이번 쇄신안을 보도하며 할애한 면수만 해도 여타 신문들이 최소 5면에서 7면을 할애해 내용들을 분석한 반면 <중앙일보>는 4면에 그쳤고 그나마도 그 중 한 면은 이건희 회장의 경영성과와 쇄신안 발표 결단 등 '이건희 찬가'에 할애했다.
기사 제목들을 보면 "이건희 삼성회장 경영 일선 퇴진" (1면), "이건희 회장 퇴진 후 삼성 '앞으로는 계열사별로 독자 경영하게 될 것'"(3면), "일본 언론들 긴급뉴스 보도 '일본기업, 삼성 따라잡을 절호의 기회"(4면), "'한국 경제 큰 역할 한 분인데…'/ '이젠 경영 정상화에 매진해야'"(4면), "이건희 회장의 21년 그룹 시가총액 '1조 -> 140조' 글로벌 기업 일궈"(5면) 등이다.
특히 삼성그룹의 경영쇄신안을 보도한 해외 주요 외신을 전한 "일본 언론들 긴급뉴스 보도 '일본기업, 삼성 따라잡을 절호의 기회'"기사에서는 "일본 기업들은 삼성의 경영 공백을 틈타 기업간 제휴, 공장 증설, 생산량 증강을 통해 삼성을 세계 시장에서 밀어내는 연합 전선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라며 위기감을 부각시켰다.
이날 사설에서도 <중앙일보>는 "삼성은 뛰어난 리더십을 보인 선장을 잃었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한 과거의 성공 신화와도 결별해야 한다"고 탄식했다. 또 "앞으로 이 회장의 공백과 전략기획실의 부재가 삼성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며 "삼성은 '각사의 독자적 경영 역량이 확보됐다'고 설명하지만 선뜻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이어 이 신문은 삼성그룹에 '이건희 정신'을 잃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 <중앙일보>는 2002년 삼성전자 시가 총액이 처음 일본 소니를 추월했을 때 이건희 회장이 '5년 뒤, 10년 뒤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가 생각하면 등에서 식은 땀이 난다'고 말한 것을 들어 "이런 긴장감과 도전 정신을 잃지 않는다면 삼성의 미래는 어둡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러한 태도는 이날 여타 신문들이 삼성그룹의 새출발에 초점을 맞춘 것과 대조된다. 이날 <중앙일보>와 함께 삼성그룹의 경영쇄신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기업 지배 구조가 바뀌거나 경영권 승계 구도에 변화가 생겨야만 쇄신은 아니다"라는 억지논리를 내놓은<동아일보>도 "이들의 퇴진이 새로운 경영인재들의 등장을 통핸 '새 삼성' 구축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새 출발'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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